1. 사안의 배경
온라인에서 특정인을 지칭하여 명예훼손이나 모욕적 표현을 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이 때, 아마도 추후 명예훼손, 모욕으로 고소당하였을 때 피해자에 대한 특정성이 인정되지 않는다는 주장을 하기 위해서인지, 피해자를 "ㄱㅁㅈ" "ㄱ팀장" 등의 초성으로 표현하는 경우가 많이 있습니다.
물론 초성으로 표현하면 아무래도 실명 전체를 표시한 경우에 비해서는 피해자가 누구인지 특정하기 어려워지는 것은 사실입니다.
그러나 판례들은 피해자를 초성으로 지칭한 경우에도 명예훼손, 모욕죄가 성립할 수도 있다고 판시하고 있는바, 아래에서는 법리와 판례를 검토하여 보도록 하겠습니다.
2. 관련 법리와 판례
형법 제311조는 모욕죄를, 정보통신망법 제70조 제1항은 사실적시 명예훼손죄, 같은 법 제2항은 허위사실적시 명예훼손죄를 규정하고 있습니다.
형법
제311조(모욕)
공연히 사람을 모욕한 자는 1년 이하의 징역이나 금고 또는 2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정보통신망법
제70조(벌칙)
① 사람을 비방할 목적으로 정보통신망을 통하여 공공연하게 사실을 드러내어 다른 사람의 명예를 훼손한 자는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② 사람을 비방할 목적으로 정보통신망을 통하여 공공연하게 거짓의 사실을 드러내어 다른 사람의 명예를 훼손한 자는 7년 이하의 징역, 10년 이하의 자격정지 또는 5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특정성과 관련하여, 판례에 따르면 온라인 게시판에 특정인의 실명을 직접적으로 거론하지 않았어도 그 표현의 내용을 주위사정과 종합하여 볼 때 그 표시가 피해자를 지목하는 것을 알아차릴 수 있을 정도면 피해자가 특정되었다고 할 것이고(대법원 2007. 1. 11. 선고 2005도10132 판결), 이 때 “초성”만으로 피해자를 지칭했더라도 주위사정과 종합하여 볼 때 “피고인과 피해자를 알고 있는 사람으로서 해당 게시글에서 지칭하는 자가 피해자임을 충분히 짐작하거나 알 수 있었다면” 특정성이 인정될 수 있습니다(수원지방법원 2022. 8. 10. 선고 2022고단311 판결, 서울고등법원 2023. 9. 21. 선고 2023나2013990 판결).
또한 집단표시에 의한 명예훼손의 경우에도 집단 내 개별 구성원을 지칭하는 것으로 여겨질 경우 특정성이 성립할 수 있다고 하였습니다(서울동부지방법원 2019. 4. 26. 선고 2018나28114 판결).
대법원 2007. 1. 11. 선고 2005도10132 판결
명예훼손죄에 있어 피해자의 성명을 명시하지 않거나 또는 이름은 명시하지 않고 성만을 명시한 경우라도 그 표현의 내용을 주위사정과 종합하여 볼 때 그 표시가 피해자를 지목하는 것을 알아차릴 수 있을 정도이면 피해자가 특정되었다고 할 것이다(대법원 2001. 11. 9. 선고 2001도768 판결, 2005. 6. 10. 선고 2005도2316 판결 등 참조).
원심이, 피고인이 이틀에 걸쳐서 인터넷 게시물에 공개한 D의 신원에 관한 정보들이 구체적이고 상세하여 그 표현 내용과 주위사정을 종합하여 볼 때 피고인과 B를 알고 있는 사람들로서는 D가 B임을 충분히 짐작하거나 알 수 있었다고 판단한 것은 기록에 비추어 정당하고, 거기에 명예훼손 피해자의 특정에 관한 법리오해의 위법이 없다.
수원지방법원 2022. 8. 10. 선고 2022고단311 판결 중 발췌
[피고인 및 변호인은, 피고인이 피해자를 염두에 두고 공소사실 기재와 같은 내용의 글과 영상을 게시한 것은 사실이나, 위 글과 영상만으로 그 대상이 피해자로 특정되지 아니하므로 죄가 되지 않는다는 취지로 주장한다. 살피건대, 이 법원이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들에 의하여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정들 즉, ① 피고인과 피해자는 2006년경 처음 알게 되어 그때부터 십수 년간 서로 시비와 다툼이 있어왔는데, 피고인의 B카페에 피해자가 쓴 글의 댓글이나 피고인이 운영진으로서 쓴 글 등에 피고인이 피해자를 지칭하며 “G님”, “I님”이라고 이름을 언급하기도 하였고, 피고인과 피해자가 만나 각자가 만든 공구의 공개비교 시연회를 하기도 하였으며, 피해자가 피고인에게 공개적으로 사과를 하기도 하였는바, 동종 업계 종사자들 중 피고인과 피해자 사이에 그동안 반목과 갈등이 있어왔음을 알 만한 사람들이 꽤 있었을 것으로 보이는 점, ② 피고인은 피해자가 올린 영상의 제목을 그대로 인용하여 그에 대한 반박 내지 비방을 하는 글이나 영상을 올렸고, 게시물의 제목이나 내용에 피해자를 “G모씨”로 지칭하면서 직접 언급하기도 하였던 점, ③ 또한 피고인은 별지 범죄일람표 순번 5 기재 범행과 같이 2017년경 강원도 현장에서 피해자를 만났던 일화를 소개하면서 피해자의 팀원들을 “J모씨”, “G모씨”, “K모씨”, “L모씨” 등으로 성과 이름의 초성을 기재하기도 하였는바, 당시 강원도 현장에서 M 복원 작업을 한 팀들 중 위와 같은 성과 초성을 가진 팀원들로 이루어진 팀은 피해자의 팀이 유일했던 점, ④ 피고인이 피해자와 관련하여 언급하고 있는 공구나 사용한 표현들을 D에 검색하면 주로 피고인과 피해자가 올린 영상들이 나와 비교적 쉽게 피고인이 비방하고 있는 상대방이 피해자임을 알아낼 수 있는 점, ⑤ 피해자의 지인이 피고인이 올린 글이나 영상을 보고 피해자에게 이를 알려주기도 한 점 등에 비추어 보면, 피고인이 피해자의 실명을 거론하지는 않았고, 각 게시물 자체만으로는 피해자를 인식하기 어렵더라도, 그 표현의 내용을 주위사정과 종합하여 볼 때 그 게시물들이 피해자를 지목하는 것임을 충분히 알아차릴 수 있다고 봄이 상당하므로, 피해자는 특정되었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 따라서 피고인 및 변호인의 주장은 받아들이지 않는다.]
서울고등법원 2023. 9. 21. 선고 2023나2013990 판결
명예훼손에 의한 불법행위가 성립하려면 피해자가 특정되어야 하는데, 반드시 사람의 성명이나 단체의 명칭을 명시하는 정도로 특정되어야 하는 것은 아니다. 사람의 성명을 명시하지 않거나 머리글자나 이니셜만 사용한 경우라도, 표현 내용을 주위 사정과 종합하여 볼 때 피해자를 아는 사람이나 주변 사람이 그 표시가 피해자를 지목하는 것을 알아차릴 수 있을 정도라면 피해자가 특정되었다고 할 수 있다(대법원 2018. 4. 12. 선고 2015다45857 판결 등 참조).
이 사건 영상에서 피고는 원고 병원의 명칭을 특정하지 않았다. 그러나 위 인정사실과 갑 제16, 17, 18, 39호증의 각 기재에 의하여 인정되는 사정, 즉 ① 피고가 이 사건 선행영상에서 "P 그 병원"에서 이 사건 수술을 받았다고 발언한 점, ② “성형 B”이라는 검색어로 Y에서 검색하면 피고가 원고 병원에서 이 사건 수술을 받았다는 사실을 쉽게 알 수 있는 점, ③ 이 사건 제1영상에 달린 댓글에서 이 사건 선행영상의 링크와 원고 병원의 이름 또는 초성이 언급된 점, ④ 이 사건 제1영상이 게시된 후에 성형수술 정보제공 애플리케이션인 'Z'와 'AA'에 피고가 원고 병원에서 이 사건 수술을 받고 부작용을 겪었다는 취지의 댓글이 작성된 점 등을 종합하면 이 사건 영상만으로도 원고 병원을 지목하는 것을 알아차릴 수 있을 정도로 피해자가 특정되었다고 봄이 상당하다.
서울동부지방법원 2019. 4. 26. 선고 2018나28114 판결
3. 판단
가. 피해자의 특정 여부
이른바 집단표시에 의한 명예훼손은, 명예훼손의 내용이 그 집단에 속한 특정인에 대한 것이라고는 해석되기 힘들고 집단표시에 의한 비난이 개별구성원에 이르러서는 비난의 정도가 희석되어 구성원 개개인의 사회적 평가에 영향을 미칠 정도에 이르지 않는 것으로 평가되는 경우에는 구성원 개개인에 대한 명예훼손이 성립되지 않는다고 할 것이지만, 구성원 개개인에 대한 것으로 여겨질 정도로 구성원 수가 적거나 당시의 주위 정황 등으로 보아 집단 내 개별구성원을 지칭하는 것으로 여겨질 수 있는 때에는 집단 내 개별구성원이 피해자로서 특정된다고 보아야 하고, 그 구체적 기준으로는 집단의 크기, 집단의 성격과 집단 내에서의 피해자의 지위 등을 들 수 있다(대법원 2003. 9. 2. 선고 2002다63558 판결, 대법원 2006. 12. 선고 2004다35199 판결 등 참조).
위 인정사실에 의하면 F 게시글 및 H 게시글에 '친정 식구들', '너네 집안'이라는 표현이 있는데, D 가족의 구성원이 특정되어 있고 그 수가 적은 점에 비추어 보면 위와 같은 표현은 가족 내 개별구성원을 지칭하는 것으로 여겨질 수 있으므로, D의 친오빠인 원고가 명예훼손 또는 모욕의 피해자로 특정되었다.
3. 결어
저는 이처럼 초성만으로 피해자를 지칭한 사건에 대하여 특정성이 인정될지에 대하여 심층적으로 법리적 검토를 한 경험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온라인 게시판에서 지속적으로 본인을 초성 등으로 지칭하면서 명예훼손, 모욕적 글을 게시하는 사람이 있고, 해당 게시판이 서버 주소지를 한국에 두고 있는 경우이거나 외국 서버라도 정황상 글을 게시한 가해자가 누구인지 알 수 있는 경우에는 명예훼손, 모욕으로 고소를 하는 것도 고려해 볼 수 있다고 사료됩니다.
다만 게시글의 구체적인 내용에 따라서는 사회적 평판을 떨어뜨릴 정도는 아니라고 보아 명예훼손, 모욕이 성립하지 않을 수도 있고, 초성만을 사용했고 여러 정황상 피해자를 특정하기 어려운 경우라면 특정성이 부정될 수도 있으니, 심층적인 법리적 검토를 받는 것도 좋다고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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