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선 칼럼에서 일본의 영화 ‘그래도 내가 하지 않았어’를 통해 우리나라의 성범죄 처벌이, 특히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이하, 약칭인 ‘성폭력처벌법’이라 한다) 제11조‘공중밀집장소추행’이 어떻게 처벌되고 있는지 살펴보는 한편, 형사법의 대원칙이자 헌법에서 보장하는 무죄추정의 원칙이 성폭력처벌법의 구성요건축소 및 수사기관의 수사실무상의 관행 등으로 형해화된 상황에서, 사실상 피의자는 공권력의 유죄추정 속에서 스스로 진이하고 치열한 입증활동을 통해 무고함을 증명하여야만 하는 현실을 살펴보았다.
그렇다면 이에 대한 문제제기는 없었을까. 우리가 앞선 칼럼을 통해 살펴보았던 문제점들에 대해 헌법소원을 청구한 사례를 통해 알아보고자 한다.
청구인(헌법소원을 청구한 자를 칭하는 법률용어)은 2017. 9. 27. 20.40경 지하철 2호선 합정역에서 당산역 방향으로 진행하는 전동차 안에서, 피해자의 옆에 앉아 손가락으로 피해자의 허벅지를 만져 피해자를 추행하였다는 범죄사실로 제1심 및 항소심에서 벌금 150만 원 및 40시간의 성폭력 치료프로그램 이수를 선고받고, 이에 상고하여 상고심 계속 중 성폭력처벌법 제11조 공중밀집장소추행(이하, ‘심판대상조항’이라 한다)에 대하여 위헌법률심판제청을 신청하였으나, 신청 및 상고가 전부 기각되어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하였다.
청구인은 ① 심판대상조항의 ‘추행’은 추상적 개념으로서 행위자의 주관적 목적, 폭행·협박 등의 수단을 사용하였는지 여부, 피해자가 심신상실·항거불능 상태에 있었는지 여부 등에 관한 다른 구성요건과 함께 고려하여야만 비로소 그 의미를 구체화 할 수 있는데, 심판대상조항은 위와 같은 구성요건을 배제하여 ‘추행’의 의미가 불명확하므로 죄형법정주의의 명확성의 원칙에 반하고, ② 심판대상조항의 ‘추행’의 의미가 불명확함에 따라 그 가벌성이 무한히 확장되고, 범죄의사가 없는 우연한 신체접촉만으로 형사처벌을 받게 될 우려가 있어 과잉금지원칙에 위반되며, ③ 성적 욕망과 관련된 다른 범죄들은 대부분 추행행위의 존재 이외에도 추가적인 구성요건을 두고 있는 반면, 심판대상조항은 그와 같은 구성요건을 두고 있지 않으므로, 다른 형사 범죄들에 비해 가벌성의 범위가 지나치게 확대되어 평등원칙에 위반된다며, 이 사건 심판대상조항이 헌법에 반한다고 주장하였다.
위와 같은 청구인의 주장은 헌법소원이라는 법의 요건에 맞추기 위해 다소 현실적인 문제점을 사실 그대로 주장하지 못한 부분이 있으나, 우리가 앞선 칼럼을 통해 살펴보았던 성폭력처벌법상 ‘공중밀집장소추행’의 문제의식과 그 궤를 함께한다.
그러나 헌법재판소는 청구인의 명확성의 원칙 및 평등원칙 각 위반 주장에 관하여, 헌법재판소가 이미 형법 제298조의 강제추행죄와 관련하여, ‘추행’이란 객관적으로 일반인에게 성적 수치심이나 혐오감을 일으키게 하고 선량한 성적 도덕관념에 반하는 행위로서 피해자의 성적 자기결정권을 침해하는 것을 뜻하며, 건전한 상식과 통상적인 법감정을 가진 사람들은 어떠한 행위가 이에 해당하는지 여부를 충분히 파악할 수 있고, 대법원 판결에 의하여 구체적이고 종합적인 해석 기준이 제시되고 있으므로, 형법 제298조는 죄형법정주의의 명확성원칙에 위반되지 않는다고 판단한 바 있으며(헌재 2011. 9. 29. 2010헌바66 헌재 2017. 11. 30. 2015헌바300 헌재 2020. 6. 25. 2019헌바121 참조),
심판대상조항이 대중교통수단, 공연·집회 장소, 그 밖에 공중이 밀집하는 장소에서 사람을 추행한 사람을 처벌하고 있고, 추행의 개념상 그 구체적인 모습이나 형태가 다양할 수 있으나, 대법원은 형법상 강제추행죄에서의 ‘추행’과 마찬가지로 심판대상조항에서의 ‘추행’도 일반인을 기준으로 객관적으로 성적 수치심이나 혐오감을 일으키게 하고 선량한 성적 도덕관념에 반하는 행위로서 피해자의 성적 자기결정권을 침해하는 것을 뜻한다고 보고, 이에 해당하는지 여부는 피해자의 성별, 연령, 행위자와 피해자의 관계, 그 행위에 이르게 된 경위, 구체적 행위 양태, 주위의 객관적 상황과 그 시대의 성적 도덕관념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신중히 결정해야 한다고 판시함으로써 판단 기준을 마련하고 있으며(대법원 2012. 2. 23. 선고 2011도17441 판결, 대법원 2020. 6. 25. 선고 2015도7102 판결 참조),
한편, 심판대상조항은 도시화된 현대사회에서 인구의 집중으로 다중이 출입하는 공공연한 장소에서 추행 발생의 개연성 및 그에 대한 처벌의 필요성이 과거보다 높아진 반면, 피해자와의 접근이 용이하고 추행장소가 공개되어 있는 등의 사정으로 피해자의 명시적·적극적인 저항 내지 회피가 어려운 상황을 이용하여 유형력을 행사하는 것 이외의 방법으로 이루어지는 추행행위로 말미암아 형법 등 다른 법률에 의한 처벌이 여의치 아니한 상황에 대처하기 위하여 도입된 것으로(대법원 2009. 10. 29. 선고 2009도5704 판결, 대법원 2020. 6. 25. 선고 2015도7102 판결 참조),
앞서 본 추행의 개념 및 위와 같은 입법취지에 비추어 보면, 폭행·협박에 의하지 않은 추행행위로서 형법상 강제추행으로 볼 수 없는 경우라고 하더라도 대중교통수단 등 공중이 밀집하는 장소의 일반적 특성을 이용하여 이루어진 때에는 심판대상조항이 적용될 것임을 충분히 예상할 수 있는바, 이러한 사정을 종합하면, 건전한 상식과 통상적 법감정을 가진 사람이라면 어떠한 행위가 심판대상조항의 ‘추행’에 해당하는지 합리적으로 파악할 수 있으므로, 심판대상조항 중 ‘추행’ 부분은 죄형법정주의의 명확성원칙에 위반되지 않는다고 판단하였다.
나아가 헌법재판소는 위와 같은 이유로 심판대상조항이 과잉금지원칙에 반하지 않으며, 대검찰청 등 관련 기관의 통계에 따르면 공중밀집장소추행죄가 매년 꾸준하고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어 그 공익이 매우 중대하므로 법익의 균형성도 인정된다며, 심판대상조항에 대해 합헌으로 결정하였다.
상기에서 살펴본 헌법재판소 결정이 2021. 3. 25. 선고됨에 따라 당분간 공중밀집장소에서의 추행에 대한 헌법소원심판이 심리되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헌법재판소의 심판대상조항에 대한 합헌 결정이 법률적으로 타당하다고 하더라도, 국민의 최후적인 권리구제 절차라는 점에서 청구인이 주장한 범위를 넘어 무죄추정의 원칙이 준수되고 있는지에 대한 판단이 함께 이루어졌으면 어땠을까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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