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디까지가 주거침입일까?”
일상 속에서 가장 익숙한 공간인 ‘주거’에 누군가 허락 없이 들어온다면 이는 명백한 침입입니다. 하지만 주거 침입의 판단 기준이 언제나 명확한 것은 아닙니다. 예를 들어 공동으로 사는 집이라면? 문은 열려 있었지만 상대가 불쾌했다면? 법원으로부터 접근금지를 받았더라도 조용히 들어갔다면?
이처럼 주거침입죄는‘누가, 어떻게, 어떤 공간에 들어갔는지’에 따라 결과가 달라질 수 있습니다.
이번 글에서는 최근 대법원 판결 세 가지를 통해 주거침입의 의미와 판단 기준을 짚어보겠습니다.
주거침입의 정의와 규정
형법 제319조는 주거침입죄에 대해 사람의 주거, 관리하는 건조물 또는 선박 등에 침입한 자는 처벌한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여기서 말하는 ‘침입’이란 단순히 공간에 들어갔다는 의미만은 아닙니다. 판례는 이를 “거주자가 누리는 사실상의 평온 상태를 해치는 방식으로 들어가는 행위”라고 정의합니다. 즉, 단순한 출입이 아니라, 그 출입이 주거공간의 평온함을 침해했는지가 핵심입니다.
공동주거자의 동의가 있다면?(대법원 2021. 9. 9. 선고 2020도12630 판결)
피해자의 부재 중, 그의 배우자가 열어준 문을 통해 들어간 제3자. 이들의 관계는 혼외관계였고, 출입 목적 역시 이에 해당했습니다.
기존 판례는 이를 유죄로 보았으나, 대법원은 입장을 바꾸었습니다. 공동거주자 중 현재 주거 중인 사람의 명시적 동의가 있었다면 다른 거주자의 추정적 반대 의사만으로는 주거침입죄가 성립하지 않는다는 판단한 것입니다. 이것은 형벌권의 남용을 방지하고, 사실상 평온 개념을 구체화한 대표적 판례라고 볼 수 있습니다.
공동주택의 복도·계단도 주거에 포함될까?(대법원 2024. 2. 15. 선고 2023도15164 판결)
이 사건은 전 연인의 집에 몰래 찾아가 녹음을 하기 위해 계단을 통해 주거에 침입하고, 문 앞에 마스크를 걸거나 사진을 붙이고 간 사건입니다.
2심은 외형적으로 외부인의 무단출입을 통제, 관리하고 있다고 보기 어려워 무죄를 선고했지만, 대법원은 침입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본 원심을 파기, 환송했습니다.
공동주택의 계단·현관 앞 복도도 사실상 확장된 주거공간으로서의 성격이 강하며, 외부인의 출입이 일반적으로 허용되지 않는 구조였다면 출입 경위, 시간, 목적, 공간의 성격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합니다. 따라서 공동주택 거주자에게 복도, 계단 등 공용 공간도 사적 생활공간의 연장선이 될 수 있고, 단순히 문이 열려 있었다고 해서 자유롭게 드나들 수는 있는 것은 아닙니다.
접근금지 명령을 어긴 조용한 출입도 침입일까?(대법원 2024. 2. 8. 선고 2023도16595 판결)
접근금지 명령을 받은 피고인이 피해자의 사무실에 직원 안내를 받아 조용히 들어간 경우, 원심은 무죄를 인정했지만 대법원은 이를 뒤집었습니다.
법원의 접근금지결정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피해자가 근무하는 사무실에 출입하는 것은 피해자의 명시적인 의사에 반하는 행위일 뿐만 아니라, 출입의 금지나 제한을 무시하고 출입한 것으로서 출입 당시 객관적·외형적으로 드러난 행위태양을 기준으로 보더라도 사실상 평온상태가 침해된 것으로 볼 수 있어 건조물침입죄가 성립한다고 판시하였습니다.
직원의 안내에 따르는 등 외형상 평온했더라도, 법적으로 금지된 출입이었다면 침입에 해당하는 것입니다.
마무리하며
주거침입죄는 단순한 물리적 출입이 아니라, 그 출입이 주거공간의 평온을 해치는가를 중심으로 판단됩니다.
대법원은 최근 판례를 통해 이 기준을 더욱 명확히 하고 있으며, 객관적·외형적 행위태양을 중심으로 판단해야 한다는 원칙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단순히 “들어갔다”는 이유만으로, 혹은 “불쾌하다”는 이유만으로 모두가 처벌받지는 않습니다. 법은 권리를 지키되, 형벌은 신중하게 행사되어야 합니다. 이러한 판례들을 통해 우리는 주거권의 본질과 침입의 기준을 다시 한 번 깊이 있게 돌아보게 됩니다.
최장호 변호사는 대한변호사협회 등록 형사법 전문변호사로, 채널A 기자 ‘강요미수’사건 변호인(무죄), 공군 성추행 피해 부사관 사망 사건 공군본부 장교 변호인 (무죄), 전세 사기, 공인중개사법위반, 도로교통법위반, 보이스피싱 사건, 마약류관리법위반, 군형사 사건 등 여러 사건을 성공적으로 해결한 경험을 가지고 있습니다. 상담부터 사건 마무리까지 모두 직접 관리하고 있으니 도움이 필요하신 분들은 언제든 연락주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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