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서아람 변호사입니다.
범죄의 증거를 확보하기 어려운 강간, 강제추행 등 성범죄는
다른 범죄에 비하여 고소 성공률이 상당히 낮습니다.
더구나 성범죄라는 죄명 자체가 워낙 중하고,
기소될 경우 신상정보 등록 및 공개 등 불이익도 크다 보니,
불송치나 무혐의 처분이 나왔을 경우
상대방(성범죄 가해자)이 오히려 무고로 고소해오는 경우도 많습니다.
그래서 많은 성범죄 피해자 분들이,
“증거가 너무 없어서 고소한다 해도 처벌도 못하고,
오히려 내가 무고로 몰리는 게 아닐까?” 걱정하시기도 합니다.
이 걱정이 괜한 것이라고는 할 수 없는 게,
사건 당시 상황을 보여주는 녹음이나 녹화가 없는 상황에서,
상대방이 정황 증거를 왜곡하거나,
현장에 같이 있던 친구들이나 지인들을 부추겨 거짓 진술을 하게 하여
정말 고소인이 무고한 것처럼 몰고 가는 경우도 있기 때문입니다.
특히 성범죄의 경우 다른 종류의 사건에 비해 양자간 갈등이 심해서,
고소인의 경우 기소가 되지 않으면 이의신청->항고->재정신청,
피의자의 경우 기소가 되면 대법원 상고까지 갈 정도로,
그리고 형사뿐만 아니라 민사소송까지 병행될 정도로 분쟁이 오래 갑니다.
오늘은 성범죄를 당한 후 고소했지만 무혐의 처분을 받은 후,
오히려 무고로 역고소당했던 어느 여성분의 결백을 입증하고,
거의 5년에 걸친 길었던 형사 분쟁 사건을
재정신청기각으로 최종 종결시킨 성공사례를 소개하면서,
재정신청이 들어왔을 때 재정신청을 당한 입장에서
이를 어떻게 방어하면 좋을지 간단한 팁을 소개하겠습니다.
1. 사건 개요
※ 블로그에 기재된 사례들은 모두 의뢰인 보호를 위하여 세심하게 각색됩니다.
의뢰인 분은 단둘이 있는 술자리에서 상대방으로부터 성추행을 당한 후, 사회생활에 있어서 어려움을 겪을 것을 우려해 곧바로 신고하지 못하고 망설이다가 나중에야 성범죄로 고소를 하게 되었습니다. 상대방은 사건 직후 주고받은 호의적이고 일상적인 카카오톡과 메시지를 증거로 들면서 ‘상호 호감에 의한 스킨십’이라고 주장했고, 결국 강제추행 사건은 불송치 처분이 나왔고, 이후 의뢰인이 진행한 이의신청 또한 받아들여지지 않았으며, 항고는 기각되었습니다. 그러자 상대방은 의뢰인에 대하여 무고 형사 고소와 함께 무고를 이유로 한 막대한 금액의 손해배상청구소송까지 걸어오게 되었습니다.
의뢰인은 터무니없는 내용의 역고소이기 때문에 당연히 쉽게 불송치나 무혐의가 나올 것이라고 생각하였으나 의외로 수사기관은 오랫동안 복잡한 수사를 진행하였고, 의뢰인은 엄청난 억울함과 정신적 고통에 시달렸습니다. 가까스로 검찰 단계에서 무혐의 처분을 받아내는데 성공했지만, 상대방은 항고에 이어 재정신청까지 제기하고 민사소송도 계속 진행하면서 의뢰인을 괴롭혔습니다. 의뢰인은 이전 무고 사건 수사 단계에서의 안 좋은 경험들에 비추어 봤을 때, 혹시 재정신청에서 기존의 불기소 처분을 뒤집는 결과가 나오지 않을까 우려되어 저희 사무실을 찾아오셨고, 재정신청에 대한 방어 변론을 부탁하셨습니다.
2. 서아람 변호사의 조력
많이들 아시는 것처럼, 재정신청 사건은 아직 기소 전이지만, 검찰청이나 고등검찰청이 아닌 고등법원에서 다루게 됩니다. 기소 여부에 대한 판단을 수사기관이 아닌 사법기관으로부터 받을 수 있도록 고소인의 권한을 최대한 보장하려는 것입니다. 재정신청의 인용률이 매우 낮다고들 하고 실제로 통계가 그렇지만, 제가 항상 말하는 것처럼 “통계는 아무 의미가 없습니다”. 인용률이 0.01%라고 하더라도 이 사건이 기소되어야 하는 사건이라면 인용되는 것이고, 그렇지 않다면 기각되는 것입니다.
당연히 피의자 입장에서도 “당연히 기각되겠지”라고 마냥 안심하고 있어서는 안 됩니다. 재정신청 과정에서는 별도의 수사가 이루어지지 않기 때문에, 고소인이든 피의자든 할 수 있는 것이라고는 변호인이나 고소대리인을 통해 서면공방을 벌이는 것뿐입니다. 이 사건에서도 고소인은 지속적으로 변호인의견서와 추가자료를 내면서 재정신청 인용을 구하였고, 이에 저희 쪽에서도 재정신청기각을 구하는 반박 의견서를 제출하였습니다.
물론, 재정신청 인용이나 기각을 구하는 의견서는 반드시 변호사를 거치지 않고 당사자가 작성하여 제출할 수도 있습니다. 재정신청까지 갔을 정도로 사실적 법률적 쟁점이 복잡한 사건이라면 당연히 전문가의 도움을 받으시는 게 좋긴 하지만, 경제적인 사정이 되지 않을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변호사 도움 없이 이의신청/항고/재정신청에 대한 방어를 할 때는, 다음과 같은 부분을 특히 유의하거나 신경쓰는 것이 좋습니다.
(1) 당사자의 입장을 일목요연하게 서두에 정리해주어야 합니다.
흔히 재정신청서를 작성할 때(일반인뿐만 아니라 변호사들도) 실수하는 부분이, 아무런 사전 서술을 하지 않은 채 대뜸 상대방의 주장부터 대차게 까면서 시작하는 것입니다.
물론 꼼꼼한 법관이라면 재정신청이 들어왔을 때 사건 기록을 처음부터 순서대로 읽지만, 사건 처리가 밀리다 보면 기록은 일단 미뤄두고 당장 들어온 서면부터 훑어보는 경우도 많습니다. (그리고 보통은 그 서면만 읽더라도 대충 ‘각’이 설 것이라고 기대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재정신청서 또는 재정신청에 대한 반박 서면에, 사건을 처음 접하는 사람이라고 하더라도 곧바로 상황과 전개 과정을 이해할 수 있도록 사건에 대한 당사자의 입장(인정/부인/인정하거나 부인하는 이유와 취지)을 논리적으로 간결하게 적어주는 것이 좋습니다.
(2) 상대방이 왜곡한 사건의 사실관계를 증거에 기반해 정리해야 합니다.
비슷한 이유에서, 이미 기록에서 여러 번 다루어진 사건의 사실관계라고 할지라도 재정신청 의견서에서 보기 좋게, 요점 위주로 한 번 정리해주는 것이 좋습니다. 사실관계를 적을 때는 통글로 적지 말고, 가독성을 고려하여 사건의 중요한 전개 과정에 따라 항목을 나누고, 각 항목별로 번호와 가지 번호를 붙여서 보기 좋게 정리해주면 더 바람직합니다. (법관이 서면을 읽고 당사자에 대하여 좋은 인상을 가지게 할 필요가 있고, ‘짜증’이라는 감정을 불러 일으켜서는 안 됩니다! 판사도 검사도 결국은 감정이 있는 사람이기 때문에 날 짜증나게 하는 사람, 화나게 하는 사람, 횡설수설해서 뭐라고 하는지 이해하기 어려운 사람에게는 호의적인 결론을 내주고 싶지 않게 됩니다)
(3) 사실관계를 정리할 때는 말만 할 것이 아니라 증거를 제시해야 합니다.
가령, 성범죄 사건에 대해 서면을 적으면서, “피의자는 사건 당일 주고받은 카카오톡을 근거로 고소인이 먼저 호감을 보였다고 주장하지만, 고소인은 원래 누구에게나 친근하게 대하는 사람입니다.”라고 주장하거나, “고소인은 주변 사람들은 원래 집에 자주 초대합니다.”라고 주장한다고 할 때, 그냥 말로만 그렇게 하는 건 별로 의미가 없습니다. 대신 고소인이 피의자가 아닌 다른 사람들에게도 똑같은 말투와 똑같은 표현을 사용하는 수십 개의 카카오톡 메시지를 제시한다거나, 고소인이 다른 사람들에게도 술 마신 후에 집에서 자고 가라고 초대하는 메시지를 다수 제시한다면 설득력이 확 높아집니다. 언제, 어디서나, 어떤 방식으로나, 수사도 재판도 결국은 증거 싸움이라는 걸 우리는 절대 잊어서는 안 됩니다.
(4) 당사자들의 동선, 타임라인 등은 근거자료와 함께 설명해주어야 합니다.
의외로 이런 부분에서 중요한 차이가 생기는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가령, 어떤 강간 사건에서 고소인은 “술집에서 나오자마자 피의자가 내 팔을 잡고 곧바로 모텔로 끌고 들어갔다.”라고 하는데, 지도상으로 확인했을 때 술집에서 모텔까지의 거리가 걸어서 5분 정도밖에 걸리지 않고, 술집에서 결제한 영수증에는 11시 10분에 술집을 나온 것으로 되어 있는데, 모텔 cctv상으로는 입실 시간이 11시 40분으로 되어 있다면, 도중에 25분의 공백이 생기게 되어 고소인의 진술은 믿을 수 없게 됩니다.
그래서 사건 당일 당사자들의 동선이나 행동을 설명할 때는 네이버 지도 자료, 날씨 자료, 결제 영수증, cctv나 블랙박스 캡쳐, 네이버 지도맵, 네이버 검색 결과 등을 통하여 진술을 뒷받침해 주면 훨씬 신빙성이 높아집니다.
(5) 상대방이 재정 신청한 사유를 항목별로 조목조목 반박해주어야 합니다.
일반적으로 이의신청서나 항고이유서나 재정신청서를 작성할 때는, 수사기관의 판단이 어떤 부분에서 틀렸는지를 항목별로 조목조목 짚어줍니다(그렇게 정리하지 않고 그냥 하고 싶은 얘기를 줄줄이 통글로 나열하는 서면은 매우 잘못 쓴 서면이라고 보시면 됩니다).
그렇기 때문에 당연히 이의신청이나 항고나 재정신청에 대한 방어를 할 때는, 상대방의 주장을, 상대방의 주장과 동일한 순서로, 1) 객관적인 증거 또는 2) 법령 또는 3) 대법원의 판례를 근거로 들어 구체적이고 확실하게 반박해줄 필요가 있습니다.
(6) 진술의 신빙성이 문제될 때는 표를 통해 비교분석하면 좋습니다.
성범죄 사건 또는 성범죄 사건을 원 사건으로 하는 무고 사건은 당사자들만 있는 장소에서 이루어지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피의자 vs 고소인 식으로 누가 더 신빙성 있게 진술하느냐에서 결과가 판가름 나는 경우가 많습니다. 조서는 대화의 흐름에 따라 기재되기 때문에 비교 분석에 적합하진 않습니다. 따라서 당사자들의 진술 내용을 시기와 쟁점에 따라 비교 분석하는 표를 만들어 우리 측의 진술이 훨씬 1) 일관되고 2) 모순점이 없으며 3) 구체적이고 4) 상식적이라는 점을 부각시켜 주어야 합니다.
(7) 이쪽 진술이 신빙성 있는 이유를 객관적으로 설명해주어야 합니다.
아울러 이쪽 진술에 대해 상대방은 강하게 공격해 올 것이기 때문에, 진술이 왜 신빙성 있는지 구체적으로 근거를 들어주는 것도 좋습니다. 저는 검사 시절에 연수원에서 배운 진술분석기법을 적용해 서면을 작성하는 것을 자주 하는 편인데, 전문 진술분석가들이 사용하는 CBCA 준거라는 것을 사용해 의뢰인의 진술을 구체적으로 분석하는 방식입니다.
반드시 이렇게 전문적인 방식을 사용하지 않더라도, 상식과 경험칙에 비추어 진술을 믿을 만한 근거를 들어주면 좋습니다. 가령, “직접 겪어보지 않고는 알 수 없는 사실을 진술했다”, “자신에게 불리한 부분도 먼저 솔직하게 진술했다.”, “당사자들이 실제 사용하는 말투나 특유의 말버릇, 특유의 표현을 사용해서 진술했다.” 같은 것들이 이러한 준거가 됩니다.
(8) 재정신청 단계가 한없이 길어지지 않도록 신속 처리를 요청해야 합니다.
재정신청 단계쯤 오면, 사건은 이미 길어질 대로 길어진 상태입니다. 보통 1년은 당연히 넘어가고, 심한 경우 2~3년, 5~6년까지도 분쟁을 끌어온 경우도 있습니다. 이쯤 되면 사건 당사자의 스트레스는 극도에 달해서 심신이 피폐해지거나, 심한 경우 아프거나, 직장을 다니지 못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따라서 분쟁의 신속한 종결을 위하여, 재정신청에 관한 결정이 최대한 빨리 내려질 수 있도록 요청할 필요도 있습니다.
3. 사건 결과
평균적으로 걸리는 기간보다 훨씬 신속하게, 고등법원에서 이의신청기각 결정이 내려졌습니다!
그동안 너무도 많은 마음고생을 하신 의뢰인 분께 이번 결정이 진정한 위로이자 보람이 될 수 있기를 기원합니다. 종결까지 정말 길었지만, 정의가 구현되어서 기쁩니다. 그럼, 다음에도 또 유익한 내용의 성공사례로 찾아뵙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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