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교육청 감사관 출신 변호사 전경석입니다.
이번에 소개할 사건은 잦은 결석으로 퇴학 처분을 받을 뻔한 학생의 이야기입니다.
서울 소재 모 고등학교에 재학 중인 이 학생은 미인정결석 14회 및 잦은 지각으로 벌점이 55점으로 누적된 상태에서 담임교사와 갈등이 벌어지자 학교생활교육위원회에 회부되었습니다. 담임선생님과 싸우지 않았다면 생활교육위원회가 소집되지 않았을 텐데...!
상황이 정말 좋지 않았습니다. 어머님은 자녀분의 출결문제로 학교에 항의했다가 교육활동침해행위가 인정된 상태였고요, 담임교사가 학생을 정말 강하게 징계하기를 원하고 있었습니다. 55점이라면 퇴학도 가능한 수준의 벌점이거든요. 게다가 학생은 고등학교 3학년 학생이라서 지금 징계를 당하는 것은 정말 좋지 않은 상황이었습니다. 학교생활교육위원회가 열리기 사흘 전에 연락을 받았고, 수임했습니다.
시간이 얼마 없었기 때문에 빠른 의사결정이 필요했습니다. 어머님은 질병결석도 섞여있다고 말씀을 하셨지만, 사실 미인정결석이냐, 질병결석이냐를 다투는 건 큰 의미가 없는 상황이었습니다. 14번 결석 중에 몇 번 질병결석으로 인정받아서 벌점이 40점 정도로 낮아진들 그게 대수겠습니까. 40점이어도 중징계는 충분히 가능한 벌점입니다. 오히려 그 벌점 몇 점 깎겠다고 위원회에서 설전을 벌이면 학생에게 도움이 될 리가 없습니다.
제가 선택한 방법은 절차적 하자를 꼼꼼하게 찾아내는 것이었습니다.
학교에서 학생의 징계 관련해서 행정적인 실수를 정말 많이 했더군요. 일단 생활교육위원회 소집 통지를 구두와 전화를 통해서 통보했습니다. 등기를 보내긴 했는데, 주소를 잘못 입력해서 엉뚱한 곳으로 배달되어서 학생과 어머님 모두 서면으로는 통지서를 받지 못한 상황이었습니다. 이 하자는 좀 심각한 하자입니다. 그런데 일단 이 거는 문제삼지 않기로 했어요.
왜냐하면, 이 부분을 학교생활교육위원회에서 문제를 삼으면 학교가 생활교육위원회를 다시 소집해서 절차적 하자를 치유하고 징계를 해버릴 테니까요. 이 하자는 소중하게 간직해뒀다가, 징계 결과가 심각하게 나오면 행정소송에서 문제를 삼아 징계를 취소시켜버리기로 했습니다.
다른 실수들도 있었습니다. 초중등교육법에 따르면 징계는 단계적으로 행해져야 합니다(초중등교육법 제31조 제2항). 이런 초중등교육법의 취지가 학교생활규정에도 반영이 되어 있지 않을까, 생각해서 학교생활안전부에 요청해서 규정을 확인해보았습니다.
아니나 다를까 학교규정에 따르면 첫 징계로 퇴학을 내리는 것은 불가능했고(사실 이 부분은 초중등교육법에 의해서도 금지되는 부분이라 핵심적인 부분은 아니었습니다), 벌점이 몇점 이상 누적이 되면 담임교사가 학생과 학부모에게 통지하고 경고해야 한다는 규정이 있더군요. 또한 결석 횟수가 5회 이상일 경우에는 담임교사가 생활안전교육부에 교육을 의뢰해서 학생에게 관련 생활교육을 실시해야 했습니다. 사실 사문화된 규정이라서 일선에서 전혀 지켜지지 않는 규정이지만, 존재하는명문의 규정인 이상 구속력이 있죠.
학교생활교육위원회에 동반출석해서 이 부분을 상세하게 설명드렸습니다.
중징계를 할 경우 학생과 학부모가 행정소송에 들어갈 수밖에 없고, 이런 절차적 하자가 있으니 분명히 학교가 진다. 학교가 지면 학생과 학부모는 이후 손해배상 청구까지 진행할 텐데, 그렇게 되면 재단(사립학교였거든요!)에 굉장한 부담이 되지 않겠나. 학생도 많이 반성하고 있다. 어머니도 이렇게 결석을 많이 했는지는 모르고 있었고, 앞으로 잘 지도하겠다고 하신다. 1학기 남았는데, 원만하게 마무리되기를 바란다.
교감선생님이 굉장히 당황하시더군요. 절차적 하자가 너무 명백했거든요. 사실 처음엔 저를 쫓아낼 것처럼 까칠하셨는데, 절차적 하자를 지적한 후로는 세상 인자한 얼굴의 교감선생님과 대화를 나눌 수 있었습니다.
그래서 결과는요...
학교봉사활동 3일로 사안을 해결했습니다. 어머님께서 기뻐하셔서 저도 보람있었던 사건이었습니다. 저 징계도 행정소송을 걸어서 취소하려면야 할 수 있겠지만, 그냥 3일 학교 청소하는 것이 금전적으로는 심정적으로나 합리적인 선택이었을 겁니다. 고3이 송사에 시달리면 대학을 어떻게 가겠어요?
어머님은 저를 만나기 전에 여러 경로로 상담을 했는데, 대부분 퇴학은 받지 않겠지만, 그래도 중징계를 피하기는 힘들어보인다는 이야기를 들으셔서 사실 기대를 많이 내려놓은 상태라고 말씀하셨습니다. 하지만 끝날 때까지는 끝난 게 아니죠. 사안을 꼼꼼하게 살펴보면 의외로 해결의 실마리가 보이는 경우가 제법 있습니다.
학교에서 징계를 당할 위기에 처해있다면, 법률전문가와 상담하셔서 역전의 기회가 있는지 꼼꼼하게 톺아보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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