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여러분
오랜만에 증거능력과 관련한 대법원 판례를 소개할까 합니다.
요즘은 핸드폰을 이용하여 상대방과의 대화를 녹음하고, 이를 범죄의 증거자료로 제출하는 경우가 빈번합니다.
그런데, 이렇게 제출된 녹음파일..당연히 증거능력이 인정되는 걸까요?
기술이 발달한 만큼 조작도 쉽기 때문에 녹음파일이 증거로 인정되는 절차는 생각보다 까다롭습니다. 특히, 녹음파일이 원본이 아니라 사본이라면 어떨까요?
대법원(2012. 9. 13. 선고 2012도7461 판결)은, 녹음파일의 경우 피고인이 증거로 사용됨에 동의한 경우 이를 증거로 사용할 수 있다고 하고, 동의하지 않는 경우 인위적인 조작이 없었던 것에 대해서 증명이 되어야 사용할 수 있다고 하고 있습니다.
피고인과 상대방 사이의 대화 내용에 관한 녹취서가 공소사실의 증거로 제출되어 녹취서의 기재 내용과 녹음테이프의 녹음 내용이 동일한지에 대하여 법원이 검증을 실시한 경우에, 증거자료가 되는 것은 녹음테이프에 녹음된 대화 내용 자체이고,
그 중 피고인의 진술 내용은 실질적으로 형사소송법 제311조,제312조의 규정 이외에 피고인의 진술을 기재한 서류와 다름없어,
피고인이 녹음테이프를 증거로 할 수 있음에 동의하지 않은 이상 녹음테이프에 녹음된
피고인의 진술 내용을 증거로 사용하기 위해서는 형사소송법 제313조 제1항 단서에 따라 공판준비 또는 공판기일에서
①작성자인 상대방의 진술에 의하여 녹음테이프에 녹음된 피고인의 진술 내용이 피고인이 진술한 대로 녹음된 것임이 증명되고
나아가 ②그 진술이 특히 신빙할 수 있는 상태하에서 행하여진 것임이 인정되어야 한다.
또한 대화 내용을 녹음한 파일 등 전자매체는 성질상 작성자나 진술자의 서명 또는 날인이 없을 뿐만 아니라, 녹음자의 의도나 특정한 기술에 의하여
내용이 편집.조작될 위험성이 있음을 고려하여,
③대화 내용을 녹음한 원본이거나 원본으로부터 복사한 사본일 경우에는 복사과정에서 편집되는 등의 인위적 개작 없이 원본의 내용 그대로 복사된 사본임이 증명되어야 한다.
대법원의 위와 같은 판결은 형사소송법 제313조의 내용을 확인한 것입니다.
제313조(진술서등) ①전2조의 규정 이외에 피고인 또는 피고인이 아닌 자가 작성한 진술서나 그 진술을 기재한 서류로서 그 작성자 또는 진술자의 자필이거나 그 서명 또는 날인이 있는 것(피고인 또는 피고인 아닌 자가 작성하였거나 진술한 내용이 포함된 문자ㆍ사진ㆍ영상 등의 정보로서 컴퓨터용디스크, 그 밖에 이와 비슷한 정보저장매체에 저장된 것을 포함한다. 이하 이 조에서 같다)은 공판준비나 공판기일에서의 그 작성자 또는 진술자의 진술에 의하여 그 성립의 진정함이 증명된 때에는 증거로 할 수 있다.
단, 피고인의 진술을 기재한 서류는 공판준비 또는 공판기일에서의 그 작성자의 진술에 의하여 그 성립의 진정함이 증명되고 그 진술이 특히 신빙할 수 있는 상태하에서 행하여 진 때에 한하여 피고인의 공판준비 또는 공판기일에서의 진술에 불구하고 증거로 할 수 있다.(이하 생략)
최근 위와 같은 법리 다시 한번 확인한 대법원 판례(2025. 2. 27. 선고 2022도1864 판결)가 있어 같이 살펴보고자 합니다.
사안은 다음과 같습니다.
A와 B 씨는 주식 대금 명목으로 피해자의 돈을 편취하기로 공모한 뒤 2018년 5~9월경 피해자를 기망해 현금 2억 7000만 원을 교부받아 편취한 혐의를 받았습니다.
B 씨는 피해자를 기망해 피해자로부터 차용금 명목으로 현금 3000만 원을 받아 편취하고, 피해자에게 빌려준 3000만 원을 현금으로 변제받았으면서도 변제받지 못한 것처럼 피해자를 사기죄로 고소해 무고한 혐의도 받았습니다.
피해자는 자신의 휴대전화로 A 씨 등과의 대화를 녹음한 뒤 파일을 복사해 컴퓨터나 외장형 하드디스크에 저장한 후 휴대전화에 저장돼 있던 파일은 대부분 삭제했습니다. 피해자는 컴퓨터나 외장형 하드디스크에 저장되어 있던 파일 중 중 일부를 CD에 복사하여 수사기관에 제출했습니다.
이에 대해 A와 B씨는 위 녹음파일 일부는 자신들의 음성이 아니고 피해자와 사이에 그와 같은 대화를 나눈 적도 없어 이 사건 녹음파일 모두가 완전히 조작된 것이라는 취지로 항변하였습니다.
1심은 이 사건 녹음파일의 증거능력을 인정하여 A 씨에게 징역 2년 6개월을, B 씨에게 징역 4년을 선고했습니다.
그러나 항소심은 "피해자가 기망행위 및 현금 수령 사실에 관한 자료로 수사기관에 제출한 CD에 저장된 녹음파일(녹음파일 사본)의 원본이 현존하지 않아 원본파일이 복사 과정에서 편집되는 등 인위적 개작 없이 원본의 내용 그대로 복사되었다는 점을 확인할 수 없다"며 녹음파일 사본 및 이에 관한 녹취록의 증거능력이 인정되지 않는다며 A와 B씨에 대해 무죄를 선고했습니다.
그러나 대법원의 판단은 달랐습니다.
대법원은, 다음과 같이 전제한 뒤
사인(私人)이 복사한 녹음파일 사본을 증거로 제출한 경우
그 복사 과정에서 편집되는 등 인위적 개작없이 원본 내용을 그대로 복사한 사본이라는 점은 해쉬(Hash)값 비교 등 원본과 사본의 직접 비교를 통해 증명하는 것이 원칙이다.
다만, 원본 제출이 불가능하거나 곤란하여 원본과 사본을 직접 비교할 수 없는 때에는 법원이 녹음파일 생성과 전달 및 보관 등의 절차에 관여한 사람의 증언이나 진술,
녹음파일에 대한 검증ㆍ감정 결과, 수사 및 공판 심리의 경과 등 제반 사정을 종합하여 사본의 원본 동일성 증명 여부를 판단할 수 있다(대법원 2012. 9. 13. 선고 2012도7461 판결, 대법원 2015. 1.22. 선고 2014도10978 전원합의체 판결 등 참조).
① 피해자가 수사기관에서부터 원심에 이르기까지 일관되게, 이 사건 녹음파일의 음성이 피고인들 전부 또는 일부의 음성이고 위와 같이 이 사건 녹음파일의 원본을 복사ㆍ변환하는 등의 과정을 거쳐 제출하면서 그 내용을 변경하지 않았다는 취지로 진술한 점,
② 검사의 감정위촉에 따라 대검찰청 과학수사부 법과학분석과에서,
(가) 성문분석, 음향분석, 청취분석 결과 '(증3)(파일명 2 생략).mp3', '(파일명 3 생략).mp3' 및 '(증4)(파일명 4 생략).mp3'에 녹음된 음성과 피고인 2에 대한 검찰 피의자신문 당시 녹음된 음성이 동일인의 것일 가능성이 있다(2020. 4. 13. 자 음성감정 결과통보서).
(나) 녹음정보 비교분석, 청취분석, 오실로그램 및 스펙트로그램 분석, 파일정보 분석 결과 '(파일명 5 생략).3gp'와 '(파일명 6생략).3gp' 등 파일에서는 편집된 흔적이 관찰되지 않으며,'(파일명6생략).3gp'파일의 해쉬값은 144B5E4B35326744076FEED3D2181A5'(이하 '이 사건 비교대상 해쉬값'이라 한다)이다(2020. 3. 25. 자 음성감정 결과통보서).
라고 회신한 점,
③피해자의 휴대전화에 저장된 녹음파일들 중 '(파일명 7 생략).3gp'의 해쉬값은 이 사건 비교대상 해쉬값과 같은 점,
④ 피해자의 진술에 따르면, '(파일명 3 생략)'에 피고인들이 함께 주식대금 등 명목 사기 부분 공소사실과 같이 피해자를 기망하고 피해자로부터 현금 1,000만 원을 수령하는 현장의 상황이 녹음되어 있는 등 이 사건 녹음파일에는 피고인들의 기망 행위나 피해자의 현금 교부가 이루어질 당시나 전후의 정황이 녹음되어 있는 점
고려할 때
"피해자의 의도나 특정한 기술에 따라 그 녹음이나 복사 과정에서 이 사건 녹음파일의 내용이 편집ㆍ조작되었다고 의심할 만한 흔적은 보이지 않고,
'(증3)(파일명 2 생략).mp3', '(증4)(파일명 4 생략).mp3', '(파일명 3 생략).mp3', '(파일명 5 생략).3gp'를 비롯한 이 사건 녹음파일 중 적어도 일부는 그 원본 동일성이 증명되었다고 볼 여지가 많다. "
고 판시하였습니다.
결국 대법원은 "그런데도 원심은 이 사건 녹음파일의 원본파일이 현존하지 않는다는 이유만을 들어 원본 동일성이 인정되지 않는다고 단정하고 이 사건 녹음파일과 그 녹취록의 증거능력을 부정함으로써, 그 내용을 심리하지 않은 채 피해자 진술의 신빙성을 판단하고 이에 터 잡아 공소사실을 무죄로 판단하였다.
이러한 원심 판단에는 논리와 경험의 법칙을 위반하여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나거나 녹음파일 사본의 원본 동일성 증명 방법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않음으로써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 "고 하여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원심법원으로 돌려보냈습니다.
녹음파일 사본에 대한 증거능력. 동일성 증명여부에 따라 증거로 인정될 수도, 아닐 수도 있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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