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녀가 친구에게 한 말이 ‘명예훼손’이 될 수 있을까?
자녀가 친구에게 한 말이 ‘명예훼손’이 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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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녀가 친구에게 한 말이 ‘명예훼손’이 될 수 있을까? 

허소현 변호사

서론

 

학교폭력 사건에서 자녀가 친구와 나눈 말이 뜻밖에 형사처벌로 이어지는 경우가 있다. 특히 ‘명예훼손’이라는 죄는 학폭 사안과 함께 자주 등장하는 형사 쟁점 중 하나다.

 

명예훼손은 단순히 ‘거짓말을 해서 남을 망신 주는 행위’만을 뜻하지 않는다. 진실한 사실이라 해도, 그 표현 방식이나 전달 경로에 따라 범죄가 될 수 있기 때문에 보호자 입장에서도 반드시 알고 있어야 할 내용이다.

 

이번 글에서는 학폭 상담 사례를 바탕으로, 명예훼손죄 성립요건과 대처 방법에 대해 설명드린다.

 

 

1. 친구에게 말한 것도 명예훼손이 될 수 있다

 

형법상 명예훼손죄가 성립하기 위해서는 ‘공연성’이라는 요건이 필요하다.

 

공연성이란 쉽게 말해, 그 말이나 표현이 불특정 또는 다수인이 인식할 수 있는 상태에 놓여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우리 대법원은 다음과 같이 설명하고 있다.

 

“비록 개별적으로 한 사람에게만 사실을 유포하였더라도, 그로부터 불특정 다수에게 전파될 가능성이 있다면 공연성이 인정된다. 반대로 전파될 가능성이 없다면, 특정한 1인에 대한 유포는 공연성이 없다.”

 

즉, 꼭 여러 사람 앞에서 말해야 명예훼손이 되는 것은 아니다. 한 명에게만 말했더라도, 그 말을 들은 사람이 다른 사람에게 전달할 가능성이 있다면 공연성이 인정된다.

 

예를 들어, 내 자녀가 친구에게 "A가 이런 애야"라고 부정적인 말을 했다고 하자. 이 친구가 그 이야기를 다른 친구들에게 전달할 가능성이 있다면 공연성이 성립되고, 결과적으로 명예훼손죄가 성립할 수 있다.

 

다만 예외적으로, 그 말을 전달받은 상대가 A의 친언니처럼, 그 이야기를 전파하지 않을 것으로 보이는 경우라면 공연성이 없다고 판단될 수도 있다.

 

 

2. 외모비하는 명예훼손이 아니라 모욕죄일 수도 있다

 

명예훼손죄는 ‘사실 또는 허위의 사실’을 바탕으로 상대방의 사회적 평가를 저하시킬 정도의 표현일 때 성립한다. 그러나 모든 부정적인 말이 명예훼손이 되는 것은 아니다.

 

예를 들어 “못생겼다”, “토나올 것 같아” 같은 단순한 외모비하 발언은 사실의 적시가 없는 감정적 표현에 가깝다. 이 경우에는 형법상 모욕죄로 처벌될 수 있다.

 

반면, “쟤는 초등학교 때부터 성형수술을 반복했는데 다 실패해서 저 얼굴이야”처럼 구체적인 사실을 말한 경우에는 명예훼손죄가 성립할 수 있다. 이처럼 표현의 내용과 방식에 따라 적용되는 죄명이 달라지므로, 사건의 성격을 정확히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

 

 

3. 학폭 조치만 받으면 형사처벌은 면할 수 있을까?

 

학교폭력 사안에서 ‘명예훼손’이나 ‘모욕’은 학폭위에서 언어폭력으로 분류되어 조치가 내려진다. 가해 학생에게는 서면사과, 접촉금지, 특별교육이수 등 다양한 조치가 부과될 수 있다.

 

하지만 이 조치가 형사책임을 면제해 주는 것은 아니다.

 

형법상 명예훼손죄나 모욕죄 요건을 충족하는 경우에는 형사처벌을 받을 수 있고, 실제로 수사기관의 조사를 받게 되는 사례도 많다. 최근에는 손해배상청구까지 이어지는 경우도 흔하다. 즉, 학교 내 조치와는 별개로, 민형사 책임을 동시에 질 수 있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결론: 말 한마디가 형사처벌로 이어질 수 있다

 

자녀가 친구에게 한 말이 설마 범죄가 될까 싶지만, 실제로는 명예훼손이나 모욕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적지 않다. 특히 요즘처럼 온라인 대화와 SNS를 통해 말이 빠르게 퍼지는 환경에서는, ‘공연성’ 요건이 쉽게 충족되기 때문에 더더욱 주의가 필요하다.

 

자녀가 한 말이 단순한 험담인지, 아니면 형사처벌 가능한 명예훼손 또는 모욕인지 판단하기 어려운 경우에는, 초기부터 법률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야 한다. 초기에 정확히 대응하지 않으면, 향후 민형사상 책임으로까지 번질 수 있다.

 

학교폭력과 관련된 명예훼손 문제로 고민하고 있다면, 변호사와의 상담을 통해 사안을 정확히 진단하고, 필요한 대응을 준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허소현 / 학교폭력 전문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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