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 내 성추행은 대개 조직 내의 권력관계에서 비롯되며, 피해자에 대한 지배력을 이용하는 특징이 있습니다. 이에 관한 규정이 성폭력처벌법 제10조 업무상 위력 등 추행죄와 형법 제303조 업무상 위력등 간음죄 입니다. 가해자가 지위나 권력을 이용해 추행, 간음하는 경우에 성립됩니다.
성폭력처벌법 제10조(업무상 위력 등에 의한 추행)
① 업무, 고용이나 그 밖의 관계로 인하여 자기의 보호, 감독을 받는 사람에 대하여 위계 또는 위력으로 추행한 사람은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5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형법 제303조(업무상위력 등에 의한 간음)
① 업무, 고용 기타 관계로 인하여 자기의 보호 또는 감독을 받는 사람에 대하여 위계 또는 위력으로써 간음한 자는 7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이 죄는 강제추행이나 강간과는 다릅니다. 강제추행, 강간은 폭행 또는 협박으로 추행하는 죄이지만, 업무상위력추행·간음은 이러한 유형력 행사가 필요 없습니다. 위력만 있으면 되는데요. 위력이란 권력도 포함되는 것으로 지위나 서열이 높다는 것 자체가 위력이 될 수 있습니다.
따라서 동의한 성행위라도 윗사람이 아랫사람에게 하면 문제될 수 있다는 것입니다. 물론 상사가 부하직원을 추행한다고 해서 언제나 위력 추행, 간음이 성립되는 것은 아닙니다.
업무상 위력 등 추행죄는 2018년 미투 운동을 계기로 주목받기 시작하였습니다. 당시 미투 피해자들의 폭로는 대부분 업무상 위력 추행 또는 업무상 위력 간음에 해당하는 내용이었으며, 고위 공직자나 직장 상사가 지위와 권세를 이용해 부하 직원이나 하급자를 간음·추행했다는 고소가 많았습니다.
위력에 의한 성범죄는 폭행이나 협박과 같은 강제력이 직접적으로 수반되지 않으므로 피해 입증이 어렵고, 가해자의 사회적·경제적 지위로 인해 피해자가 적극적으로 저항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고, 가해자는 자신의 우월적 지위를 이용해 범행을 은폐할 수 있다고 판단될 여지가 있습니다.
즉 모든 면에서 고소인이 열위에 있으므로 피고소인의 혐의를 강하게 추정하는 방향으로 법리구성을 하게 되는 것입니다. 그래서 “위력의 존재가 곧 위력의 행사”라는 논리가 만들어졌습니다.
피해자가 성적 접촉에 동의한 것처럼 보이면, 가해자는 상호 간의 호감이나 교감이 있었다고 주장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위력의 존재’가 인정되면 피해자가 ‘동의’한 것이 아니라 ‘제압’된 것으로 해석될 수 있습니다. 이는 위력의 ‘존재’ 자체가 ‘행사’라는 개념과 연결됩니다.
물론, 정말로 연인관계이거나 서로 마음이 맞아서 성행위를 한 것이라면 위력과 성행위 사이에 인과관계가 없기 때문에 죄가 안 될 수 있습니다. 이를 입증하는 게 쉽지 않아서 문제입니다.
과거에는 장애인이나 미성년자가 아닌 정상적인 성인 여성이 위력에 의한 성범죄의 피해자가 될 수 있는지에 대한 회의적인 시각이 있었습니다. 성인 여성이라면 의사 제압이나 위력이 쉽게 작동하지 않을 것이라는 이유에서였습니다. 그러나 최근에는 피해자의 진술을 더욱 신뢰하는 방향으로 법적 판단이 변화하고 있습니다.
일반적으로 피해자의 동의가 있었다면 성범죄는 성립되지 않습니다. 즉 동의 여부가 핵심인데요.
과거에는 정황 증거를 중심으로 동의 여부를 판단했으나, 2018년 이후 성범죄 사건에서 피해자의 진술에 높은 신빙성을 부여하는 경향이 강해지면서, 피해자가 거부했는지 여부를 입증하는 것이 무의미해지고 피해자의 진술과 주장대로 판단하는 일이 많습니다.
쉽게 말해서, 예전에는 피해자가 겉으로 저항하지 않았고, 명확한 폭행이나 협박이 없었다면 동의한 것으로 해석될 가능성이 높았습니다.
그러나 최근 판례의 경향을 보면 피해자와 가해자 사이에 ‘서열이나 위계가 존재’하면 ‘위력이 존재’한다고 추정하며, 위력이 ‘존재’한다면 ‘행사’한 것으로 간주하는 흐름이 강해지고 있습니다. 즉, 실제 사건의 정황보다는 당사자 간의 지위 관계가 중요한 판단 기준이 되는 것입니다.
가해자와 피해자가 연애 관계였더라도, 사용자와 피용자 관계 또는 지휘·감독 관계였다면 업무상 위력에 의한 추행죄가 성립할 가능성이 매우 높습니다.
상황이 바뀌고 관계가 악화되면 과거의 합의된 관계도 위력 추행 등으로 재구성될 수 있습니다. 업무상 위력 범죄의 성립 여부는 단순한 행위 자체가 아니라, 지위나 권력의 존재 여부에 의해 결정되기 쉽다는 점을 유념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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