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형뽑기 통털이 사례, 처벌은 가능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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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형뽑기 통털이 사례, 처벌은 가능한가? 

이인환 변호사

최근 대전 모 인형뽑기 업체에서 발생한 "인형뽑기 통털이"사건이 화제가 되고 있습니다.


방향키를 이용하여 특정한 커맨드 ('네시방향 탁탁탁')을 입력하면 항상 100%의 힘으로 인형을 집도록 기계가 세팅된다는 일종의 버그를 이용하여 인형을 다수 뽑아가는 방식이었고, 피의자는 2인조 남성, 범행시각은 사람이 별로 없는 야간이었다고 합니다.


법조인들 내부에서도 이 사건이 어떠한 범죄에 해당되는지에 대해 많은 논란이 되고 있습니다. 이와 관련하여 몇 가지 견해를 정리해 봅니다.



1. 절도죄가 성립하는가

인형뽑기에 사용금액을 투입하고, 게임기를 조작하여 인형을 뽑은 행위에 대해서 '절취'의 행위태양으로 포섭시키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려울 것으로 보입니다. 판례는 ATM기기에서 타인의 카드를 이용하여 돈을 인출한 경우 이를 절도로 판단하고 있습니다.


피해자 명의의 신용카드를 부정사용하여 현금자동인출기에서 현금을 인출하고 그 현금을 취득까지 한 행위는 신용카드업법 제25조 제1항의 부정사용죄에 해당할 뿐 아니라 그 현금을 취득함으로써 현금자동인출기 관리자의 의사에 반하여 그의 지배를 배제하고 그 현금을 자기의 지배하에 옮겨 놓는 것이 되므로 별도로 절도죄를 구성" (95도997판결)


이 사안의 경우에도 인형뽑기 기계 관리자의 의사는 '내가 설정해놓은 방법을 이용하여 게임을 하는 사람에게 게임의 기회와 인형획득 기회를 제공한다'는 것인데, 이러한 의사를 배제한 것이라고 판단한다면 절도죄가 성립될 여지가 있습니다.


그러나 인형뽑기에서 버그를 이용한 뒤 기기를 조작하여 인형을 취득한 행위는 위 ATM의 사례와는 다소 상이한 면이 있어, 수사기관 또한 이를 적용함에 고민이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2. 사기죄가 성립하는가

사기죄 인정을 위해서는 타인을 '기망했다'는 점이 인정되어야 하는데, 기기에 돈을 투입하고 기계를 조작한 행위를 기계관리자를 기망하였다라고 볼 수 있는지는 의문입니다. 기기관리자에게 어떠한 행위를 한 것이 아니라, 단순히 기계에 커맨드를 입력한 것이므로 기기 관리자의 기망과의 인과관계 또한 인정되기 어려울 것으로 보입니다.



3. 컴퓨터 이용 사기죄가 성립하는가

인형뽑기기계를 정보처리장치로 보아, 정보처리장치에 부정한 명령어를 입력하여 재산상 이득을 취한 경우로 위 범죄를 인정하는 견해가 있습니다. 그러나, 실무적으로는 법에 규정된 '재산상이익'과 '재물'을 구분해서 보고 있고, 대법원 판례 또한 컴퓨터이용사기죄는 '재산상이익(채권의 취득 등)만을 규정하고 있고, 재물을 규정하고 있지 않으므로 재물을 취득한 경우는 컴퓨터 이용사기죄가 성립되지 않는다' 라고 보고 있습니다.


인형뽑기기계를 통해 얻어지는 인형은 [재물]임이 명백하므로 판례에 따를 때 컴퓨터이용사기죄는 성립하지 않을 것입니다.


우리 형법은 재산범죄의 객체가 재물인지 재산상이익인지에 따라 이를 재물죄와 이득죄로 명시하여 규정하고 있는데, 형법 제347조 가 일반 사기죄를 재물죄 겸 이득죄로 규정한 것과 달리 형법 제347조의2컴퓨터등사용사기죄의 객체를 재물이 아닌 재산상이익으로만 한정하여 규정하고 있으므로, 절취한 타인의 신용카드로 현금자동지급기에서 현금을 인출하는 행위가 재물에 관한 범죄임이 분명한 이상 이를 위 컴퓨터등사용사기죄로 처벌할 수는 없다고 할 것이고, 입법자의 의도가 이와 달리 이를 위 죄로 처벌하고자 하는 데 있었다거나 유사한 사례와 비교하여 처벌상의 불균형이 발생할 우려가 있다는 이유만으로 그와 달리 볼 수는 없다.

대법원 2003. 5. 13. 선고 2003도1178 판결



4. 편의시설부정사용죄가 성립하는가

형법 제348조2의 편의시설부정이용죄는 언듯 위 행위를 처벌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이기는 하나, 이 범죄는  "부정한 방법으로" + "대가를 지급하지 아니하고" + "자동판매기, 공중전화 기타 유료자동설비를 이용하여" + "재물 또는 재산상의 이익을 취득"할 것을 구성요건으로 하고 있는데, 이 사안의 경우에서 이용자는 "대가를 지급하고"게임을 이용했다는 것은 사실이므로 편의시설부정사용죄를 적용하기는 어려움이 있습니다.



5. (컴퓨터이용)업무방해죄의 성립여부

우리 형법은 모든 행위태양의 업무방해를 처벌하지 않고, "허위사실 유포 / 위계 / 위력(314조 제1항)" , "컴퓨터등 정보처리장치 또는 전자기록등 특수매체기록을 손괴하거나 정보처리장치에 허위의 정보 또는 부정한 명령을 입력하거나 기타 방법으로 정보처리에 장애를 발생"하게하는 방법(동조 제2항)의 업무방해만을 처벌합니다.


'인형뽑기기계'는 복잡한 정보처리를 담당하는 기판에 저장된 프로그램을 기초로 움직이는 일종의 컴퓨터입니다(기기마다 다르지만, 일부 기기는 리눅스 운영체제를 기반으로 제작되기도 합니다).


인형뽑기기계(정보처리장치)에 부정한 명령('네시방향 탁탁탁')을 입력하여, 정보처리에 장애를 발생하게 한 뒤, 이를 이용하여 인형을 대량으로 획득하는 행위는 컴퓨터이용업무방해죄의 행위태양에 해당하며, '인형뽑기기기 운영자의 정상적인 기계운영업무'를 방해한 것입니다. 이를 이용해 인형이라는 재물을 취득하여, 인형 가액 상당액의 범죄이익을 얻은 것에도 해당할 것입니다.



6. 기타범죄 : 게임산업진흥법상 결과물 환전행위

이 사건의 2인조가 취득한 인형을 어떻게 처분하였는지는 신문기사만으로는 알 수 없습니다. 다만, '야간에', '사람이 별로 없는 틈을 타', '200개 이상의 인형을 취득한 행위'가 단순히 인형뽑기를 통해 얻는 즐거움을 위해서라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추가적인 수사가 필요한 부분이나, 이들은 뽑기를 통해 얻어진 인형을 다른곳에 재판매를 했을 가능성이 매우 높습니다.


게임산업법 제32조 제1항 제7호는 "누구든지 게임물의 이용을 통하여 획득한 유·무형의 결과물(점수, 경품, 게임 내에서 사용되는 가상의 화폐로서 대통령령이 정하는 게임머니 및 대통령령이 정하는 이와 유사한 것을 말한다)을 환전 또는 환전 알선하거나 재매입을 업으로 하는 행위"를 금지하고 있고, 이를 위반하는 경우 5년이하의 징역, 5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규정하고 있습니다.


*(인형뽑기의 인형이 대통령령 기재사항에 해당하는 지 여부에 대해서는 조금 더 복잡한 논의가 필요하기에 본 글에서는 깊이있게 다루지는 않습니다) 


게임산업법의 '결과물 환전행위 금지'는 게임물을 통해 재산상 이익을 얻는 행위를 도박(사행성)의 요소로 파악하고 매우 강력하게 금지하고 있습니다.


위 규정은 게임의 결과물을 매수해주는 환전상을 처벌하고 있고, 이를 "판매하는 행위를 업으로 하는 자" 또한 처벌하고 있으므로 위 행위들이 게임산업진흥에관한법률이 금하고 있는 게임결과물 환전업으로 처벌받을 가능성도 있다 할 것입니다.



7. 추가적인 의문점 : 게임기 운영자는 처벌이 되는가

이 사건에 대한 주류적인 반응은 "뽑기방 운영업주가 이용자를 속였다"라는 반응입니다. 만일 뽑기방 운영업주가 게임물관리위원회로부터 등급분류를 받은 게임물의 내용과 다르게 게임기를 개조/변조하여 새로운 기능을 추가시켜 게임기를 운영했다면, 이는 게임산업진흥법에 따라 처벌대상이 됩니다.


그러나 뽑기방 운영주가 게임물관리위원회에 등급분류를 받은 내용 그대로 게임기를 운영했고, 게임물관리위원회가 인정한 기능을 그대로 이용한 것이라면 처벌의 대상은 되지 않을 것입니다.


이를 위해서는 게임물관리위원회에 제공된 게임물설명서(공개 및 비공개 사항 모두)를 확인하는 절차를 거쳐야 합니다.


게임물관리위원회는 크레인게임기의 악력(집게로 집는 힘)의 강도를 '설정'하는 기능은 허용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기능이 없이 항상 100%의 힘으로만 집도록 한다면 뽑기기계는 아무런 수익을 낼 수 없겠지요)


그러나 구체적으로 게임물관리위원회가 허용하지 않고 있는 기능을 불법개조로 제공하고 있는 기계이고 이러한 내용이 확인된다면 이는 처벌대상이 될 수 있습니다.


다만, "사기죄가 성립하지 않느냐"라는 견해에 대해서는 뽑기방 운영자가 "우리 기계는 항시 100%의 악력으로 인형을 뽑습니다"라는 등의 문구를 기재한 것이 아니라면 기망을 인정하기 어렵습니다.


'기기의 악력이 이용자가 기대한 것 보다 약한 것'이라는 사실은 일반적으로 허용되는 '게임의 난이도'로 볼 수 있기에 사기죄가 성립하지는 않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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