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비의 삼고초려는 스토킹 범죄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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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비의 삼고초려는 스토킹 범죄인가? 

김우중 변호사

1. 삼국지 이야기를 빌어 스토킹 범죄에 대해서 설명드립니다.

최근에 SNS에서 누군가가 쓴 글을 읽다가,

'삼국지연의에 나오는 삼고초려 이야기는 현행법상 스토킹처벌법으로 처벌될 수 있을까?'라는 의문이 들었습니다.

물론 삼국지연의는 실제 역사를 바탕으로 한 소설이고, 실제 역사는 지금으로부터 1900년 전의 일이어서,

까마득한 과거의 일을 현행법으로 재단하는 것은 적절하지 못합니다.

다만 스토킹처벌법의 '스토킹범죄'가 무엇인지 그 개념을 잘 모르는 분들을 위해,

삼국지를 곁들여 설명한다고 이해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2. 스토킹처벌법 상 스토킹범죄란?

스토킹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법률(줄여서 '스토킹처벌법')은 제2조에서 스토킹행위란 "상대방의 의사에 반(反)하여 정당한 이유 없이 다음 각 목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행위를 하여 상대방에게 불안감 또는 공포심을 일으키는 것"이라고 정의하며, "다음 각 목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행위"란 구체적으로 상대방 또는 그의 가족 등에게 접근하거나, 상대방의 주거, 직장 등 일상생활 장소 부근에서 기다리거나 지켜보는 행위, 상대방에게 전화나 문자 등을 보내고 물건을 보내는 행위 등이라고 정의하고 있습니다.

스토킹범죄가 발생하는 경우 피해자는 즉시 경찰에 신고해야 하고, 경찰은 가해자와 피해자를 분리한 뒤 수사를 개시해야 하며, 주거 등으로부터 100미터 이내의 접근 금지 조치 또는 통신매체(휴대폰) 등을 이용한 접근 금지 조치를 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스토킹범죄를 저지른 사람은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며, 흉기 등을 휴대하여 스토킹범죄를 저지른 사람은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집니다.

쉽게 요약하면, 스토킹범죄는 상대방이 일상생활을 영위하는 공간에 무단으로 침입하여 상대방에게 불안감 또는 공포심을 일으키는 것을 말합니다.

대법원은 스토킹처벌법을 위험범이라고 판단하면서, 객관적으로 불안감 또는 공포심을 일으킬 정도라면 스토킹범죄에 해당한다고 판단합니다(대법원 2023. 12. 14. 선고 2023도10313 판결 참조).

<스토킹행위를 전제로 하는 스토킹범죄는 행위자의 어떠한 행위를 매개로 이를 인식한 상대방에게 불안감 또는 공포심을 일으킴으로써 그의 자유로운 의사결정의 자유 및 생활형성의 자유와 평온이 침해되는 것을 막고 이를 보호법익으로 하는 위험범이라고 볼 수 있으므로, 구 스토킹처벌법 제2조 제1호 각 목의 행위가 객관적ㆍ일반적으로 볼 때 이를 인식한 상대방으로 하여금 불안감 또는 공포심을 일으키기에 충분한 정도라고 평가될 수 있다면 현실적으로 상대방이 불안감 내지 공포심을 갖게 되었는지 여부와 관계없이 ‘스토킹행위’에 해당하고 (후략) >

이처럼 법이 스토킹범죄를 엄단하는 이유는, 스토킹범죄가 살인의 전조가 되기 때문입니다. 신당역 스토킹 살인 사건만 보더라도 알 수 있죠. 여러분의 흥미를 끌기 위해 삼국지 이야기를 가져왔지만, 스토킹범죄는 웃어넘길 사안은 아니며, 우리 모두가 심각하게 보고 가해자의 접근을 막는 사전조치가 더 큰 피해를 막기 위해 매우 중요한 사안이기도 합니다.

3. 유비의 삼고초려는 스토킹일까?

삼고초려가 뭔지 모르시는 분은 없을겁니다. 후한 말 유비가 융중에 기거하던 제갈량을 얻기 위해 몸소 제갈량의 초가집으로 세 번이나 찾아갔던 일화를 말합니다.

결론부터 말씀드리겠습니다. 위에서 살펴본 기준에 따라 보자면, 유비가 제갈량의 집에 세번 찾아간 행위는 스토킹 범죄라고 보기는 어렵겠습니다.

단순히 동성 간이라고 해서 스토킹범죄가 아니라는 것은 아닙니다. (동성 간이어도 스토킹범죄로 처벌된 사례는 다수 있습니다) 유비가 제갈량의 집을 세 번 찾아간 것은 사실이고, 그 과정에서 제갈량의 가족과 하인을 세 번 만난 것도 사실입니다. 심지어 관우, 장비까지 데려가기도 했죠.

때문에 스토킹처벌법 제2조 제1항 나호에서 말하는 "상대방등의 주거, 직장, 학교, 그 밖에 일상적으로 생활하는 장소(이하 “주거등”이라 한다) 또는 그 부근에서 기다"리는 행위에 해당합니다. 3번이나 찾아갔다는 점에서 지속적 스토킹 행위라고 볼 여지도 있습니다.

하지만 상대방인 제갈량이 불안감 또는 공포심을 객관적으로 불러일으킬 만한 행위라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유비는 당시 나름의 벼슬과 권력을 지니고 있어 마음만 먹으면 제갈량의 소재를 찾아서 제갈량을 (강제로) 데려올 수도 있었을 것입니다. 그럼에도 직접 제갈량에 집에 세 번 찾아간 것은 정중하게 유능한 인재를 모시려는 행위로 볼 수 있을 뿐, 스토킹으로 보기는 어렵기 때문입니다.

제가 이 글을 쓰다가 검색해보니, 양중진 검사님의 "검사의 삼국지"에도 같은 내용이 나옵니다. "삼고초려는 스토킹이었을까"라는 내용인데, 이 책도 참조하시면 좋겠습니다.

4. 스토킹범죄에 관한 개별 판례

참고하시라고 개별 사건에 관한 판례도 요약해서 보여드립니다.

가. 대법원은, 이웃간 소음 분쟁 과정에서 수개월에 걸쳐 도구로 벽을 치거나 음향기기를 트는 행위를 스토킹범죄로 보고 징역 8개월 집행유예 2년의 선고를 확정하였습니다(대법원 2023. 12. 14. 선고 2023도10313 판결 참조).

<이웃 간 소음 등으로 인한 분쟁과정에서 위와 같은 행위가 발생하였다고 하여 곧바로 정당한 이유 없이 객관적ㆍ일반적으로 불안감 또는 공포심을 일으키는 ‘스토킹행위’에 해당한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그러나 원심판결 이유를 위 법리와 적법하게 채택된 증거에 비추어 살펴보면, 피고인은 층간소음 기타 주변의 생활소음에 불만을 표시하며 수개월에 걸쳐 이웃들이 잠드는 시각인 늦은 밤부터 새벽 사이에 반복하여 도구로 벽을 치거나 음향기기를 트는 등으로 피해자를 비롯한 주변 이웃들에게 큰 소리가 전달되게 하였고, 피고인의 반복되는 행위로 다수의 이웃들은 수개월 내에 이사를 갈 수밖에 없었으며, 피고인은 이웃의 112 신고에 의하여 출동한 경찰관으로부터 주거지문을 열어 줄 것을 요청받고도 ‘영장 들고 왔냐’고 하면서 대화 및 출입을 거부하였을 뿐만 아니라 주변 이웃들의 대화 시도를 거부하고 오히려 대화를 시도한 이웃을 스토킹혐의로 고소하는 등 이웃 간의 분쟁을 합리적으로 해결하려 하기보다 이웃을 괴롭힐 의도로 위 행위를 한 것으로 보이는 점 등 피고인과 피해자의 관계, 구체적 행위태양 및 경위, 피고인의 언동, 행위 전후의 여러 사정들에 비추어 보면, 피고인의 위 행위는 층간소음의 원인 확인이나 해결방안 모색 등을 위한 사회통념상 합리적 범위 내의 정당한 이유 있는 행위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고 객관적․일반적으로 상대방에게 불안감 내지 공포심을 일으키기에 충분하다고 보이며, 나아가 위와 같은 일련의 행위가 지속되거나 반복되었으므로 ‘스토킹범죄’를 구성한다>

나. 스토킹범죄로 이미 징역을 살다 온 가해자가 출소한 뒤 피해자의 인스타그램 계정으로 팔로우 요청을 총 2회 하였고, 허위 민사소송으로 주소를 알아낼 목적으로 금원을 반복 송금하였으며, 협박성 문자메시지를 보낸 사안에서 서울고등법원은 스토킹범죄를 인정하고 징역 1년을 선고하였습니다(서울고등법원 2024. 6. 5. 선고 2024노711 판결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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