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본은 이요한 변호사 블로그를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집단싸움에 연루되어 자신을 방어하려 했던 것일 뿐인데 쌍방폭행의 가해자가 되어 경찰서에 가야하는 상황은 드물지 않게 발생합니다. 무차별 흉기난동 사건이 이어지며 호신용품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지만, 법적으로 정당방위가 인정되는 사례는 흔치 않습니다.
오늘은 정당방위의 인정기준과 관련 판례에 대해 살펴보겠습니다. 예기치 못한 폭행시비에 휘말리신 분들에게 도움이 되기 바랍니다.
정당방위의 근거규정
정당방위는 불법적인 공격을 받았을 때, 자신이나 타인을 보호하고자 하는 방어행위가 특정 조건을 충족할 경우 범죄가 되지 않는 법적 원칙입니다. 정당방위에 대해서는 형법 제21조에서 규정하고 있습니다.
제21조(정당방위)
① 현재의 부당한 침해로부터 자기 또는 타인의 법익(法益)을 방위하기 위하여 한 행위는 상당한 이유가 있는 경우에는 벌하지 아니한다.
② 방위행위가 그 정도를 초과한 경우에는 정황(情況)에 따라 그 형을 감경하거나 면제할 수 있다.③ 제2항의 경우에 야간이나 그 밖의 불안한 상태에서 공포를 느끼거나 경악(驚愕)하거나 흥분하거나 당황하였기 때문에 그 행위를 하였을 때에는 벌하지 아니한다.
정당방위의 요건
정당방위의 요건은 크게 3가지로 나눌 수 있습니다.
① 현재의 부당한 침해가 있을 것,
② 자기 또는 타인의 법익을 방위하기 위한 행위일 것
③ 방위행위에 상당한 이유가 있을 것 입니다.
1. 현재'의 '부당'한 침해
▶ 침해의 현재성
정당방위는 법익침해가 현재 진행중이거나 임박한 경우에 성립됩니다. 예를 들어 누군가 칼, 주먹을 휘두르거나, 몽둥이를 들고 달려오는 경우 침해의 현재성이 인정됩니다.
그러나 공격이 완전히 종료되었다면 그 이후의 반격은 정당방위가 아닌 보복으로 간주됩니다. 상대방이 들고 있던 과도를 쳐서 떨어뜨린 후 이를 주워 상대방의 가슴을 찌른 사안에서 대법원은 침해의 현재성을 부정한 바 있습니다.(대법원 1989. 3. 14. 선고 89도94 판결)
▶ 침해의 부당성
법익침해는 부당해야 하므로, 위법하지 않은 정당한 침해에 대한 정당방위는 인정되지 않습니다.(대법원 2006. 4. 27. 선고 2003도4735 판결 )
실무상 경찰의 직무집행(체포, 현행범 체포 등)에 저항하다 공무집행방해로 입건된 사건에서 정당방위가 다투어 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경찰의 직무집행이 위법하다면 그에 저항하는 행위는 정당방위에 해당합니다. (대법원 2016. 1. 28. 선고 2015도3928 판결 등 )
2. 법익을 방위하기 위한 행위
정당방위가 성립하기 위해서는 자신이나 타인을 보호하려는 '방위 의사'가 있어야 합니다.
방위행위에는 순수한 수비적 방어 뿐 아니라 적극적 반격을 포함하는 반격방어의 형태도 포함됩니다만, 후술할 상당성 요건을 충족해야 하므로 반격행위가 무조건 정당방위가 되는 것은 아닙니다.(대법원 2007. 6. 14. 선고 2007도2534 판결)
3. 상당한 이유
방위행위에 '상당한 이유'가 있어야 정당방위가 성립합니다. 상당성 여부 판단에 관해 대법원은 아래와 같이 설시하고 있습니다. 쉽게 말해 방위행위가 침해행위에 비해 지나치게 과도해서는 안되고 적절한 수준이어야 한다는 의미입니다.
정당방위가 인정되려면 그 행위가 자기 또는 타인의 법익에 대한 현재의 부당한 침해를 방어하기 위한 것으로서 상당성이 있어야 하고, 방위행위가 사회적으로 상당한 것인지 여부는 침해행위에 의해 침해되는 법익의 종류, 정도, 침해의 방법, 침해행위의 완급과 방위행위에 의해 침해될 법익의 종류, 정도 등 일체의 구체적 사정들을 참작하여 판단하여야 한다
대법원 2007. 4. 26. 선고 2005도7929 판결
법원은 여러 기준을 사용하여 상당성 여부를 판단합니다.
▶적합성
방위행위는 자기 또는 타인의 법익에 대한 현재의 위법한 침해를 방위하는 데 적합한 수단이어야 합니다.
▶법익의 균형
원칙적으로 방어로 보호하려는 이익(보호법익)과 방어행위로 인해 침해되는 상대방의 법익(침해법익) 사이에 균형은 요구되지 않으나, 침해법익이 보호법익보다 극단적으로 크다면 상당성이 인정되기 어렵습니다.
▶필요성(최소침해의 원칙)
정당방위의 상당성을 판단할 때 핵심이 되는 요건입니다.
방위수단이 여러가지인 경우 침해행위자에게 최소의 피해를 주는 방위행위를 선택해야 합니다. 방위행위가 침해행위에 비하여 현저히 공격적이거나 위험하다면 상당성이 부정됩니다. 예를 들어 맨손으로 공격하는 상대에게 총칼과 같은 무기로 대응한다면 필요성이 있다고 보기 어렵습니다.
![]()
정당방위에 관한 법원 판례
정당방위가 성립하는지는 결국 방위행위의 '상당성'이 있었는지 여부에 따라 결정되며, 법원은 상당성을 엄격하게 해석하기 때문에 실무상 정당방위 주장이 인정되기는 쉽지 않습니다.
법원은 상당성을 판단할 때 다음과 같은 요소들을 종합적으로 고려합니다.
공격자와 방어자의 신체적 조건(체격, 나이, 성별 등)
공격에 사용된 도구나 무기의 위험성
방어에 사용된 도구나 무기의 위험성
침해 장소의 특성(밀폐된 공간, 공공장소 등)
주간인지 야간인지의 여부
공격자의 수와 방어자의 수
공격의 예측 가능성과 준비 여부
공격의 지속 시간과 강도
방어자의 심리적 상태(공포, 당황 등)
정당방위가 인정된 판례가 드물기 때문에, 인정된 사례를 참고하면 정당방위 성립에 관한 법원의 판결기준을 이해할 수 있습니다.
1. 대법원 1989. 8. 8. 선고 89도358 판결
사건 개요: 2명의 남자가 피고인을 붙잡고 골목길로 끌고들어가 강제로 추행하고 억지를 키스를 하려 했고, 피고인은 엉겁결에 강간범의 혀를 깨물어 절단상을 입힌 사안입니다.
법원의 판단: 대법원은 이 사건에서 피고인이 성적 순결 및 신체에 대한 현재의 부당한 침해에 벗어나고자 하던 중 상해를 입히게 되었는바, 그 행위에 이르게 된 경위와 그 목적 및 수단, 행위자의 의사 등 제반사정을 고려하여 정당방위를 인정하였습니다.
2. 대법원 2004. 3. 25. 선고 2003도3842 판결
사건 개요: 칼을 소지한 것으로 보이는 피해자가 제3자를 폭행하고 있던 급박한 상황에서, 경찰관인 피고인이 공포탄 1발을 발사하여 경고를 하였음에도 불구하고 피해자가 계속해서 폭행을 행사하자 경찰관이 권총을 발사한 사안입니다.
법원의 판단: 대법원은 위급한 상황에서 권총을 사용한 피고인의 행위가 경찰관 직무집행법의 허용범위를 벗어났다거나, 업무상 과실치사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하였습니다.
3. 대법원 2008. 6. 26. 선고 2007도6843 판결
사건 개요: 피고인이 골목길에서 자신의 뺨을 때리는 피해자의 폭력행사에 맞서 피해자와 서로 머리채를 잡아 흔드는 과정에서 피해자가 넘어쳐 다친 사안입니다.
법원의 판단: 대법원은 이 사건이 심야에 인적이 드문 골목길에서 피해자가 자신의 일행인 성인 3명과 피고인을 추궁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점, 피고인은 어린 고등학생으로 일행이 없었던 점, 사건 직후에도 피고인에 대해 피해자가 폭력행사를 하였던 점, 피고인이 피해자보다 훨씬 중한 상해를 입었던 점 등을 고려하여,
피고인의 행위는 피해자의 불법적이고 갑작스런 선제공격에 대한 소극적 저항의 수단으로 이루어진 것이므로 위법성이 없다고 보았습니다.
![]()
무차별 흉기난동 등 위험에 노출될 가능성이 높아진 현대 사회에서 자기 방어는 중요한 문제임에도 정당방위를 인정받기는 쉽지 않습니다. 위험한 상황에 처했을 때 자신의 안전을 확보하고 방어적으로만 대응하는 것이 좋으며, 과도하게 반격할 경우 오히려 가해자로 몰릴 수 있음을 유의해야 합니다.
로톡의 모든 콘텐츠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콘텐츠 내용에 대한 무단 복제 및 전재를 금지하며, 위반 시 민형사상 책임을 질 수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