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는 내키지는 않았으나 B의 요구에 응하여 성관계 영상을 촬영하였습니다. 헤어지는 것이 두려웠던 A는 B의 기분을 상하게 하기 어려웠기 때문입니다.
관계를 유지하기 위해서 A는 다소 무리한 요구라도 B가 원하는 대로 맞춰주었고 싫어도 저자세로 일관하였습니다. 그러다가 결국 B는 이별을 고하였습니다. A는 B에게 성관계 영상을 삭제해줄 것을 요구하였으나 B는 이에 불응하였습니다.
이제 헤어졌기 때문에 A는 B를 촬영물 범죄로 형사고소 하고 싶어 합니다. A는 과연 B를 카메라등이용촬영죄로 고소를 할 수 있을까요?
성폭력처벌법 제14조의 카메라등이용촬영죄가 되려면 촬영대상자의 의사에 반하여 촬영을 해야 합니다. 법원은 본죄가 되려면 '당사자의 의사에 반하여 촬영되었을 것'이 증명되어야 하고, '당사자의 의사에 반하였는지'여부는 '촬영대상자가 명시적인 거절의 의사표시를 하였는지'가 아니라 '촬영하는 자가 상대방에게 동의를 구하였는지'에 따라 판단해야 한다고 봅니다.
또한 그 동의는 ‘매 촬영 시’마다 존재해야 하고 서로 사귀는 사이라고 해서 촬영에 한번 동의하면 교제 기간 내내 그 동의 의사가 존속한다고 섣불리 단정할 수는 없다고 합니다.
다만 동의는 반드시 명시적이어야 하는 것은 아니고 당사자의 관계, 촬영 내용, 촬영 당시의 상황 등을 종합적으로 살펴보아 ‘묵시적’인 동의의 존재를 인정할 수 있다고 하는데요.
A의 경우에는 촬영에 동의를 했기 때문에 B를 카메라등이용촬영죄로 고소하기는 어렵습니다. A는 촬영을 거절할 수도 있었지만 스스로 결정한 것입니다.
그럼 A가 동영상의 삭제를 요구했음에도 B가 삭제 요구에 불응한 부분에 대해서 문제삼을 수 있을까요? 일단 동의 받아 촬영을 했다면 촬영 후 삭제를 요구했는데 이에 응하지 않는다고 하여 별도의 죄가 성립되지는 않습니다. 즉 이 부분이 촬영물 소지죄가 되는 것이 아닙니다.
A는 B가 “과거 여자친구(C)와의 성관계 동영상이 있는데 보겠냐?”면서 A에게 보여주려고 했던 점이 생각났습니다. 당시 A는 거절했습니다. A는 그 일이 떠올랐고 B가 자신의 성관계 영상도 누군가에게 보여줄까 봐 걱정이 되었습니다.
A는 B의 행동을 문제 삼아서 경찰서에 고발을 했습니다. ‘고소’는 피해자가 범인의 처벌을 구하는 것이고 ‘고발’은 제3자가 범인의 처벌을 구하는 것입니다. 당시 성관계 영상의 피촬영자는 C였기 때문에 제3자인 A가 촬영물 범죄로 고발을 한 것입니다.
A는 ‘B가 촬영대상자 C의 의사에 반해서 성관계 영상을 A에게 제공하려다 미수에 그쳤다’는 혐의로 B를 고발하였습니다. 그러나 경찰은 영상이 실제로 존재하는지 여부도 확인이 되지 않았고 영상을 눈으로 본 것도 아니므로 촬영물의 존재를 입증할 수 없어서 수사가 불가능하다고 답변했습니다.
甲은 乙과 카톡으로 대화를 하던 중 싸우게 되었고 격분하면서 ‘동영상을 뿌리겠다’는 메시지를 乙에게 보냈습니다. 이에 乙은 甲을 성폭력처벌법 촬영물이용협박죄로 고소하였습니다.
경찰 수사 결과 甲은 동영상 촬영을 인정하기는 했으나 영상은 촬영 직후에 삭제했기 때문에 존재하지 않는다고 말했고 휴대폰 포렌식 결과 동영상은 발견되지 않았습니다.
그럼에도 甲은 기소되었는데요. 법원은 甲이 실제로 乙을 촬영하였는지, 동영상이 실제로 존재하는지, 이를 목격한 사람이 있는지에 대한 별다른 증거가 전혀 없고 동영상이 존재한다는 사실에 대해 甲의 자백 이외에는 이를 보강할 증거가 전혀 없어서 자백 보강법칙에 의해서 결국 무죄 판결을 선고하였습니다.
(※자백보강법칙: 형사소송법 제310조. 피고인의 자백이 유일한 증거인 경우 이를 보강할만한 다른 증거가 있어야 유죄 판결을 내릴 수 있음)
현행법상 촬영물이 실제로 존재하지 않는다면 협박죄나 촬영물이용협박죄를 입증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습니다. 경찰이나 검찰이 수사를 하더라도 영상이 존재한다는 증거가 없으면 기소가 어렵고, 설령 기소되더라도 법원에서 자백보강법칙에 의해 무죄가 선고될 가능성이 큽니다. 따라서 단순히 상대방이 협박성 발언을 했다는 이유만으로 강력한 법적 대응이 가능한 것은 아닙니다.
성관계 촬영물이 유포될 가능성에 대한 불안감은 많은 사람들에게 공통된 문제입니다. 따라서 법적으로 대응하기 어려운 상황에 처하지 않도록 사전에 신중한 판단을 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특히 상대방이 촬영을 요구할 때 단순한 애정 표현이 아니라, 향후 협박의 도구로 사용될 가능성이 있다는 점을 염두에 두어야 합니다. 이러한 점을 고려하여 성범죄 관련 법률과 대응 방안을 충분히 숙지하고, 불필요한 법적 분쟁에 휘말리지 않도록 주의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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