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리한 소송, 끝까지 밀고 나갈까?
오래전부터 한 동네에서 동고동락하면서 알고 지내던 후배가 있다. 최근 들어 나에게 '투자 권유'를 하였는데, 들어보니 수익률이 상당히 쏠쏠하였다. 처음에는 소액으로 조금씩 시작하였는데, 이익을 조금 보게되자 후배는 나에게 좀 더 공격적인 투자를 하라고 권유하기 시작했다.
나는 돈을 빌려주고 후배는 그 돈을 이용하여 후배의 계좌로 주식 투자를 단행하는 방식으로 투자가 이루어졌다. 그런데 어느새 통장 잔고가 점점 바닥을 보이기 시작했고, 나는 후배에게 당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돈도 아깝고 너무 화가 나서 전화로 몇 군데 법률상담을 해 보았더니, 대다수 변호사들이 '애매하다.'라는 답변을 내 놓았다. 사기가 성립하기에 증거도 부족하고, 관점에 따라서는 사기가 아니라고 볼 수도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하지만, 사실 나는 알고 있다. 후배가 처음부터 나를 이용하려는 의도가 아니었다는 것을 말이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후배만 이득을 봤을거라는 생각을 하니 너무 괘씸한 마음이 들었다. 그래서 어떤 형태로든 나 혼자만 독박을 쓰는 것이 아니라, 후배한테까지 고통을 주고 싶었다.
마음을 먹고 법률사무소에 찾아가 '후배를 사기로 고소하고 싶다.'라는 뜻을 전했다. 대부분 '혼자서는 힘들겠지만 변호사를 선임하면 어떻게든 승소할 가능성이 있다'고 하는데, 유독 한 군데만 '형사 고소를 하더라도 안 될 가능성이 크며, 억울하더라도 다른 방법으로 후배에게 청구를 하고, 무리하게 형사 고소를 하는 것은 좋지 않겠다.'라고 말하면서 나를 말렸다.
여기다! 확신이 들었다. 이 곳은 말렸지만, 나는 결국 변호사를 선임했다. 무리한 소송은 피하는 것이 좋겠다는 진솔한 말에 더욱 끌렸던 것 같다.
상담을 하다보면, 민사소송이든 형사소송이든 패소의 가능성이 크다고 생각되는 사건들이 있다. 이런 경우 나는 가급적 최대한, 사실적으로 무리하게 소송을 진행하였을 경우의 패소가능성에 대하여 설명한다. 그런데 이처럼 패소가능성이 있다고 하더라도 '상관없다. 소송이라도 해보고 싶다.'라고 말하는 의뢰인들이 종종 계신다.
어제도 이런 의뢰인이 찾아왔고, 나는 '결과가 좋지 않을 수도 있다.'라고 말하며 몇 차례 설득을 했다. 심지어 바로 수임을 하겠다고 하는 것을 '하루, 이틀정도는 충분히 고민해보시고 결정하라'고도 말했다. 변호사 입장에서는 당연히 수임을 하여 변호사선임료를 받게 되면 좋다. 하지만 사건의 결과가 좋지 않으면, 나 또한 그 싸움에서 패배를 하는 것이다. 의뢰를 받고 같이 열심히 하여 결과가 좋다면 더할 나위 없이 기분이 좋지만, 결과가 뻔히 예상되는 무리한 소송을 제기하여 예상된 패소를 하게 되면 당연히 좋을리가 없는 것이다(물론 패소의 가능성이 높더라도 이미 소송을 당한 상태에서 최선의 방어를 해야 하는 경우는 예외이다).
무리한 소송 끝까지 밀고 나가야 할까?
사람들은 다양한 이유로 소송을 결심한다. 그 중에서는 이길 것이라고 생각하고 소송을 하는 경우도 있지만 다른 목적으로 소송을 하게 되는 경우도 있다. 간혹 상대방에게 나의 피해를 알리고 싶어서인 경우도 있고, 상대를 괴롭히려는 목적도 있으며, 무시당했다고 생각해서 소송을 불사하기도 하다.
이처럼 소송은 늘 나에게 이득이 되어야만 제기하는 것은 아니므로, 무리한 소송을 끝까지 밀고 나갈지 여부는 각자의 자유일 것이다. 소송이 지더라도 그 과정에서 얻는 것이 있을 수 있고, 또는 패소하더라도 소송을 제기해야만 이후 다른 소송에서 이를 이용하게 되는 경우도 존재하기 때문이다.
다만 변호사로서 나는, 나에게 별 이득이 되지 않는 소송이라도 무슨 마음에서든 진행하겠다고 마음을 먹었다면, 패소가 되었을 때의 그 이후 예상되는 과정(소송비용 부담, 무고 등)에 대해서도 충분하게 인지한 다음 소송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그래도 '고(go)'라면 좋다, 최선을 다해 도와드릴 수 있다.
따라서 변호사를 찾아 상담하면서 '고소(소송)을 하고 싶다.'라고 말을 했을 때, 상담 결과 패소가능성이 있다고 판단이 된다면 반드시 '패소하게 되면 나에게 어떤 불이익이 있나요?' 라고 구체적으로 묻기를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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