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제추행죄 성립요건, 만진다고 강제추행은 아니다

로그인/가입

첫 상담 100% 지원!

강제추행죄 성립요건, 만진다고 강제추행은 아니다
법률가이드
성폭력/강제추행 등미성년 대상 성범죄디지털 성범죄

강제추행죄 성립요건, 만진다고 강제추행은 아니다 

민경철 변호사

A는 어플에서 만난 여자 B와 모텔에 가서 성관계를 하게 되었습니다. 성관계 중 자연스럽게 B의 엉덩이를 잡았습니다. B는 누워있는 A의 몸 위로 올라타서 몸을 상하좌우로 흔들며 관계를 하였습니다.

 

당시 A가 B의 엉덩이를 잡고 있을 때 B는 만지지 말라고 하거나 불쾌하다는 의사표현을 한 것도 아니고 오히려 적극적으로 호응을 하면서 A의 귀와 목덜미에 애무하듯이 키스를 했습니다. 그 이후 결국 좋은 만남으로 이어지지는 못했고 흐지부지 끝나게 되었는데, B가 이런 말을 합니다.

 

“성관계는 동의 했으나 엉덩이 만진 것은 동의한 적이 없으므로 널 강제추행으로 고소를 하겠다. ”

 

 

이게 말이 되나?

 

그야말로 황당하고 어처구니없는 말이 아닐 수 없습니다. 그런데 의외로 이런 억지 주장을 하면서 강제추행 고소를 하겠다고 상대방을 협박하는 사람들이 상당히 많습니다.

 

어디선가 “만지면 강제추행”이라는 말을 들은 것입니다. 범죄 성립요건에 대한 정확한 정보가 없어서 발생하는 일입니다.

 

형법 제298조(강제추행)

폭행 또는 협박으로 사람을 추행한 자는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15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제298조 강제추행은 법조문치고는 매우 짧고 단순하지만, 그런 만큼 많은 성립요건이 함축되어 있습니다. 강제추행이 되려면 폭행 또는 협박으로 추행해야 합니다.

 

“폭행이나 협박”이라는 말은 문장을 꾸미기 위한 수식어가 아닙니다. 폭행이나 협박을 사용하지 않으면 강제추행이 안 된다는 뜻입니다. 따라서 만지기만 한다고 해서 강제추행이 되는 것이 아니라, 유형력을 행사하여 저항을 억압하고 강제로 만져야 죄가 되는 것입니다.

 

그런데 80년대에 들어서 판례에 의해서 ‘기습추행’이라는 법리가 형성되었습니다. 기습적인 추행, 즉 피하지 못할 정도로 갑자기 만지는 경우에도 피해자의 저항(회피)이 애초에 불가능하기 때문에 강제추행으로 인정한다는 것입니다.

 

즉 기습성이 강제성을 대체하는 것입니다. 따라서 완력을 사용하여 강제적으로 만지는 것이 아니라도 굉장히 ‘잽싸게’ 만지는 경우 강제추행이 될 수 있다는 것입니다.

 

기습추행은 대표적으로 ‘엉만튀’, ‘슴만튀’가 있습니다. 갑자기 엉덩이나 가슴을 만지고 도망가는 것, 이런 것이 기습추행입니다.

 

따라서 두 사람이 서로를 지그시 바라보면서 끈적한 눈길을 보내다가 슬쩍 만지는 것은 기습적이고 갑작스러운 접촉이 아니고 분위기를 고소시키면서 서서히 진행된 것이고 신체 접촉을 충분히 예상할 수 있으므로 기습추행이 될 수 없습니다.

 

모든 범죄는 주관적 성립요건으로 고의를 필요로 합니다. 강제추행의 고의란 피해자 의사에 반하여 만진다는 인식과 의사, 피해자의 성적 자유를 침해한다는 인식과 의사를 말합니다.

 

그런데 A가 B의 엉덩이를 만질 때 의사에 반한다고는 전혀 생각할 수 없는 상황입니다. B가 적극적으로 호응을 했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A에게는 추행의 고의도 없습니다.

 

게다가 추행이 되려면 사회통념상 일반인으로 하여금 성욕이나 수치심을 불러일으킬 수 있어야 합니다. 합의하에 성교를 하던 중에 엉덩이를 만진 것, 즉 더 수위가 높은 행위를 하는 와중에 그보다 수위가 약한 행위를 했는데 특별히 성욕이나 수치심이 느껴진다는 것은 그 자체로 모순된 말입니다.

 

강제추행죄의 본질은 피해자의 성적 자기결정권을 침해하는 데 있습니다. 그러나 이 사건에서는 B 스스로 성관계를 동의한 상태에서 적극적으로 참여했고, 그 과정에서 A가 자연스럽게 신체 접촉을 한 것입니다. 이를 두고 사후적으로 특정 신체 부위에 대한 동의를 따로 하지 않았다며 문제 삼는 것은 형법이 보호하려는 법익과도 거리가 먼 주장입니다.

 

이와 같은 사례가 점점 많아지는 것은 ‘성범죄’라는 개념이 본래의 취지에서 벗어나 남용되는 경향을 보이고 있기 때문입니다. 법적 정의와 요건을 제대로 알지 못한 채, 무조건적인 피해자 중심의 주장만이 강조되는 것은 형사사법 체계의 균형을 무너뜨릴 위험이 있습니다.

 

범죄의 성립 여부는 법적 요건을 충족하는지를 냉정하게 판단해야 하며, 감정적인 판단이나 사후적인 해석에 의해 죄가 성립되어서는 안 됩니다.

 

따라서 A는 B의 위협적인 발언에 흔들릴 필요가 없습니다. 만약 실제로 고소가 진행된다면, 법적 요건을 제대로 따져보고 대응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감정적 대응보다는 객관적인 증거와 법적 논리를 바탕으로 대응하는 것이 바람직하며, 필요하다면 법률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 적극적으로 자신의 입장을 소명해야 합니다.

로톡의 모든 콘텐츠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콘텐츠 내용에 대한 무단 복제 및 전재를 금지하며, 위반 시 민형사상 책임을 질 수 있습니다.

민경철 변호사 작성한 다른 포스트
조회수 226
관련 사례를 확인해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