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보이스피싱에 대한 대법원 판례(2024도13466)를 말씀드리고자 합니다.
보이스피싱은 나날이 그 수법을 진화시키면서 많은 사람들에게 피해를 주는 중범죄입니다.
피싱(Phishing)은 개인정보(Private data)와 낚시(Fishing)의 합성어로, 피해자를 기망 또는 협박하여 개인정보 및 금융거래 정보를 요구하거나 피해자의 금전을 이체하도록 하는 수법을 말합니다.
최근에는 피해자의 핸드폰에 특정 url을 보내어 이를 접속하는 순간 피해자의 핸드폰을 해킹하여 개인정보를 빼낸 다음 본인도 모르게 은행의 계좌개설, 대출실행, 인출 등을 하여 돈을 빼내어 가고 있습니다.
모르는 사람으로부터 온 메시지는 클릭하지도 말고 삭제해야 하는 이유가 여기 있습니다
여하튼, 이번에 문제가 된 사례는 좀 더 예전(?)의 방식으로 이루어진 보이스피싱 사례에서 일어난 일입니다. 사안은 다음과 같습니다.
A 씨는 2023년 3월 23일 한 휴대전화 대리점에서 ‘완납 증명서’라는 제목이 적힌 MG새마을금고 명의의 문서를 한 보이스피싱 조직원으로부터 텔레그램 메신저를 통해 전송받은 뒤 프린터기를 이용해 출력했습니다.
보이스피싱 조직원은 전날 은행 직원을 사칭해 피해자 B 씨에게 전화해 “저금리 대출이 가능한데, 대출을 받으려면 기존 새마을금고에 있는 대출금을 모두 갚아야 한다. 새마을금고 직원에게 대출금을 전달하라”는 거짓말을 했습니다. 그러나 당연하게도 이 조직원은 금융기관 소속 직원이 아니었고 B 씨에게 저금리 대출을 해줄 의사나 능력도 없었습니다.
이후 A 씨는 자신이 새마을금고 직원인 것처럼 행세하며 위조한 MG새마을금고 명의의 완납 증명서를 B 씨에게 교부하고 대출상환금 명목으로 2600만원을 가로챘습니다.
A 씨는 B 씨 외에 다른 피해자 4명에게도 비슷한 방식으로 사기를 저질러 총 5명의 피해자로부터 합계 1억2110만 원의 현금을 편취하고 이를 다른 사람에게 무통장 송금한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A씨는 새마을금고 직원인 것처럼 행세하고, 피해자로부터 수금 및 제3자에게 송금하는 역할만을 수행하고 있을 뿐 보이스피싱 전반에 대해 조직원들과 함께 범죄를 계획한 것도 아니며 나머지 사항에 대해서는 알고 있지도 못했습니다.
그렇지만 검찰은 A씨를 사기, 사문서위조, 위조사문서행사죄에 대해 공동정범으로 기소했습니다.
여기서 잠깐! 많이들 들어보셨겠지만 정범, 방조범, 공동정범, 교사범...뭐에 따라 나뉘는 걸까요?
형법은 제2장 제3절에서 “공범”에 관해서 아래와 같이 규정하고 있습니다.
제3절 공범
제30조(공동정범) 2인 이상이 공동하여 죄를 범한 때에는 각자를 그 죄의 정범으로 처벌한다.
제31조(교사범) ①타인을 교사하여 죄를 범하게 한 자는 죄를 실행한 자와 동일한 형으로 처벌한다.
②교사를 받은 자가 범죄의 실행을 승낙하고 실행의 착수에 이르지 아니한 때에는 교사자와 피교사자를 음모 또는 예비에 준하여 처벌한다.
③교사를 받은 자가 범죄의 실행을 승낙하지 아니한 때에도 교사자에 대하여는 전항과 같다.
제32조(종범) ①타인의 범죄를 방조한 자는 종범으로 처벌한다.
②종범의 형은 정범의 형보다 감경한다.
엇 정범은 없네? 하실수 있지만 사실 모든 조항에 규정된 범죄의 주체가 정범이기 때문에 “정범”에 대해서는 달리 규정할 필요가 없는 것입니다.
교사범과 종범은 규정만으로도 쉽게 이해가 가고 형량에 대한 부분으로 교사범과 종범에 대한 위치(?)를 대강 이해할 수 있습니다.
문제는 공동정범인데요, 조문에 규정된 것은 “2인 이상”, “공동”이라는 것 뿐이라 어느 때 종범 아닌 공동정범이 되는 것인지 쉽게 와닿지 않습니다. 종범도 정범이랑 함께 범죄를 저지르기 때문에 “2인 이상”, “공동”이라는 범주에 들어갈 수 있어 보이기 때문이죠.
대법원은 공동정범 성립요건에 대해서 아래와 같이 판시하고 있습니다(대법원 2015. 10. 29. 선고 2015도5355 판결 참고)
“공동정범이 성립하기 위해서는 주관적 요건으로서 공동가공의 의사와 객관적 요건으로서 공동의사에 기한 기능적 행위지배를 통한 범죄의 실행사실이 필요하다.
공동가공의 의사는 타인의 범행을 인식하면서도 이를 제지하지 아니하고 용인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하고, 공동의 의사로 특정한 범죄행위를 하기 위해 일체가 되어 서로 다른 사람의 행위를 이용하여 자기의 의사를 실행에 옮기는 것을 내용으로 하는 것이어야 한다. 따라서 공동정범이 성립한다고 판단하기 위해서는 범죄실현의 전 과정을 통하여 행위자들 각자의 지위와 역할,다른 행위자에 대한 권유 내용 등을 구체적으로 검토하고 이를 종합하여 공동가공의 의사에 기한 상호 이용의 관계가 합리적인 의심을 할 여지가 없을 정도로 증명되어야 한다.”
결국 방조와 공동정범의 차이는 바로 “용인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하고, 특정 범죄를 위해 서로를 이용하여 자기 의사를 실행에 옮기는 것”이라는 점입니다. 나의 범행을 위해 서로를 이용하는 것이죠.
여기서 오늘의 쟁점이 등장합니다(아..길었습니다)
A씨는 자신은 각 범행을 방조한 것에 불과한 것이라고 주장한 것입니다.
1심은 A씨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A씨가 피해자들로부터 돈을 건네받거나 문서를 출력·교부한 행위는 보이스피싱 사기 범행과 사문서위조 및 행사 범행의 핵심적 부분”이라며 “A씨가 세부적인 범행계획을 알지 못했더라도 보이스피싱 범죄 조직원과의 연락을 통해 자신의 역할을 인식하면서 그들과 일체가 돼 범행을 저지른 이상, 단순한 방조를 넘어 기능적 행위지배가 인정되는 정도로 범행에 가담했음이 인정된다”고 밝히면서 A씨에게 1년 6개월의 징역을 선고했습니다.
그러나 2심의 판단은 달랐습니다. “A씨가 만 16세에 자녀를 출산하고 아이의 친부가 교통사고로 사망한 뒤 홀로 아이를 양육하며 식당, 청소 아르바이트 등을 단기적이고 산발적으로 해보았을 뿐 별다른 사회경험이 없는 점, 보이스피싱 관련 범행으로 수사 또는 형사처벌을 받은 전력이 없는 점, 모자 등을 착용하지 않은 채 피해자들을 만나거나 은행 ATM기기를 이용한 점 등을 고려하면 A 씨가 이전까지 자신의 행위가 보이스피싱 피해금을 수거·취합하는 범죄 행위의 일부임을 미필적으로라도 알지 못했던 것으로 보인다”고 판단하였고, A씨에 대해 무죄를 선고했습니다.
대법원(2024도13466)은, “사기의 공모공동정범이 그 범행방법을 구체적으로 몰랐다고 하더라도 공모관계를 부정할 수 없다”며 “보이스피싱 범죄에서 현금수거책의 공모사실이나 범의는 다른 공범과 순차적으로 또는 암묵적으로 뜻이 통해 범죄에 기여하고 범죄 실현 의사가 결합돼 피해자의 현금을 수거한다는 사실을 인식하는 것으로 충분하고, 이러한 인식은 미필적인 것으로도 충분하며 전체 보이스피싱 범행방법이나 내용까지 구체적으로 인식할 필요는 없다”고 판시했습니다.
이어 “보이스피싱 조직은 검거에 대비해 총책, 유인책, 현금수거책 등으로 각각 역할을 분담하며 고도의 점조직 형태로 운영되고 범행 가담자들 또한 순차적 공모를 통해 각자 맡은 역할에 따른 일부 기능만 담당하는 것이 일반적”이라면서 “이 같은 보이스피싱 조직의 운영 현실을 고려할 때 A씨가 반드시 보이스피싱 범행 실체와 전모를 전체적으로 파악하고 있어야만 각각의 범죄의 공동정범이 되는 것은 아니며 보이스피싱 범행의 수법 및 폐해는 오래전부터 언론 등을 통해 사회에 널리 알려져 있기도 하다”고 설명하며 원심을 파기하고 대전지법으로 사건을 돌려보냈습니다.
수금을 맡은 사람의 역할은 매우 미미하다..라고 평가할 수 있지만 사실은 그들이 없다면 최종적으로 피해자로부터 돈을 가로채는 것은 불가능하기 때문에 보이스피싱의 모든 단계가 중요한 역할을 가지고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대법원 또한 조직적이고 점점 고도화되어 피해가 급증시키는 보이스피싱에 대해서 강력규제하기 위해 이와 같은 해석을 하고 있다고 볼 수 있을 것입니다.
모든 형사적인 문제, 2024년 3월 서울중앙지검 퇴직 검사 경력 12년 황재동 변호사와 상의하십시오.
로톡의 모든 콘텐츠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콘텐츠 내용에 대한 무단 복제 및 전재를 금지하며, 위반 시 민형사상 책임을 질 수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