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은 성범죄 피해자가 신고한다고 해서 가해자가 반드시 처벌받는다는 보장이 없습니다. 원칙적으로 성범죄 피해자가 신고나 고소를 하면 피의자가 일단 불리한 것은 맞습니다.
그러나 거의 대부분의 피의자는 경찰 단계부터 변호사를 선임하여 대응합니다. 죄가 있든 없든 그렇게 하며, 죄가 없어도 변호사 선임을 안 하면 자신의 생각과 다른 방향으로 사건이 진행되어 매우 억울한 결과를 받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성범죄로 유죄가 인정되어서 받는 불이익은 엄청나며 보안처분도 받게 됩니다. 그러다 보니 성범죄로 고소당하면 필사적으로 방어합니다. 변호사를 선임하고 미리 경찰 진술 준비를 하고 변호사가 동행하고 의견서를 제출합니다.
피의자는 죄가 안된다는 것을 법리적 논거를 제시하여 자신의 무혐의를 주장합니다. 반면 피해자는 대충 작성한 고소장 한 장만 제출했다면 경찰은 누구 말을 믿게 될까요?
준강간죄는 심신상실이나 항거불능 상태의 피해자를 간음하는 것입니다. 두 사람이 술을 먹다가 만취되어 벌어지는 일이 많기 때문에 피해자나 피의자나 술에 취한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특히 준강간죄가 되려면 피해자는 심신상실 또는 항거불능이어야 하므로 피해자는 의식이 없어야만 죄가 성립됩니다. 따라서 피해 당시의 일을 하나도 알 수 없습니다.
준강간죄는 피해자가 사건 당시를 기억하지 못하기 때문에 진술할 것이 별로 없습니다. 따라서 피의자가 상대방 진술의 신빙성을 탄핵할 방법이 없는 난감한 범죄입니다.
그러나 피해자도 마찬가지입니다. 피의자가 모텔 프론트 cctv나 목격자 진술을 통해서 피해자가 당시 심신상실이나 항거불능이 아님을 입증한다면 상황이 반전됩니다.
즉 영상을 보니 피해자가 스스로 걸어들어가는 모습이 있다면, 준강간죄가 성립되지 않게 됩니다. 단지 기억을 상실한 블랙아웃일 뿐입니다.
게다가 피해자가 심신상실이나 항거불능이라 할지라도 준강간죄가 반드시 성립되는 것은 아닙니다. 대법원에 의하면 피해자가 항거불능이기는 하지만 피고인에게 ‘만취 상태를 이용하여 간음한다’는 준강간의 고의를 증명할 수 없다며 무죄 판결을 내린 바 있습니다.
고의는 범죄 구성요건에 대한 인식과 의사를 말합니다. 따라서 준강간의 고의란 피해자 상태의 인식은 물론이고 그 상태를 이용하여 간음하려는 의사가 인정되어야 합니다.
피고인은 처음에 맨정신의 피해자와 성관계를 할 생각이었는데, 피해자가 계속 의식이 없어서 하고 싶은 마음이 사라졌습니다. 즉 합의로 성관계를 할 수도 있는데 굳이 시체 같은 사람과 하고 싶지 않았습니다. 법원은 피고인이 피해자 상태를 이용하여 간음하려는 의사가 없었다고 보았습니다.
게다가 다음날 깨어난 피해자는 가해자에게 지난밤의 일에 대해서 물어보았고, 합의하에 성관계를 했습니다. 이후 피해자는 준강간죄로 고소했으나 처음 성관계하려다 그만 둔 것에 대해서 준강간미수죄로 기소되었고 무죄 판결이 나왔습니다.
따라서 피해자가 심신상실이나 항거불능이라 할지라도 경우에 따라서 유죄가 안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일반적으로 준강간죄의 성립을 좌우하는 핵심적인 요소인 것은 분명합니다.
그런데 준강간죄는 성범죄 중에서도 고소인에게 만만치 않은 범죄로 알려져 있습니다. 무혐의나 무죄로 판단되는 경우가 특히 많습니다.
성범죄에는 물증이 없는 경우가 훨씬 많습니다. 따라서 당사자의 진술로 유무죄를 판단할 수밖에 없습니다.
피해자 진술만으로 유죄가 선고될 수도 있으나, 진술이 증명력 있는 증거가 되려면 신빙성을 갖추어야 합니다. 구체적이고 일관적이고 객관적으로 밝혀진 사실에 부합하고, 달리 거짓말을 할 동기가 없어야 하고 논리칙과 경험칙에 부합해야 합니다.
그런데 준강간죄 피해자는 진술할 것이 별로 없습니다. 범행 당시 의식이 없으므로 아무것도 기억 못하는 것이 보통이고 기억을 한다면 준강간죄가 될 수 없습니다.
또한 기억 못 하는 것이 블랙아웃이라면 이는 일시적 기억상실일 뿐이고 심신상실이 아니므로 준강간죄가 인정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피의자가 사건 당시 피해자가 심신상실이나 항거불능이 아니라는 증거를 제시한다면 피해자 진술의 신빙성이 탄핵 되어 증명력이 없어서 증거불충분으로 무혐의가 나올 수밖에 없습니다.
이렇게 준강간죄 피해자가 고소를 하려면 무혐의가 나올지도 모르는 부담을 감수해야 합니다. 우선 자신의 경우 준강간죄가 될 수 있는지, 고소하여 상대방을 처벌할 수 있는지 정확하게 판단할 필요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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