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대 후반의 A씨는 회사에서나 회사 밖에서나 법률 문제에 휘말려 본 적이 없었습니다. 하지만 딱 연말 인사 시즌에 발목을 붙잡혔습니다. 횡령이나 사기도 아닌 ‘음주운전’에게.
얼마 전 알려지지 않은 맛집을 발견한 A씨는, 지인들과 함께 술자리를 가진 후 대리운전을 불렀습니다. 하지만 대리기사가 외진 곳에 있던 맛집을 찾지 못해 몇 번의 전화가 오갔고, 길어야 500미터 정도라는 판단에 결국 자신이 근처까지만 차를 가지고 가겠다고 했습니다. 천천히 차를 몰았지만 역시나 판단력이 떨어진 상태라 다른 차와 충돌한 것.
도로교통법에 따르면 혈중알콜농도가 0.05% 이상인 경우, 원칙적으로 차를 1미터라도 운전하면 음주운전에 해당됩니다. 사고를 내지 않았더라도 최소 처벌이 6개월 이하 징역이나 300만원 이하의 벌금이고, 단속과 처벌기준 역시 강화되는 추세입니다.
초범이고 평소 행실에 문제가 없다고 판단되면 집행유예 판결을 받겠지만, A씨는 그 집행유예를 두려워하고 있었습니다. 집행유예 이상의 형을 받으면 출국을 위한 비자 발급에 문제가 생길 확률이 높고, 그러면 영업과 출장이 잦은 A씨는 실직할 위기가 크기 때문이었습니다. 남들이 승진할 수 있을지 걱정하는 인사 시즌에 실직을 걱정하게 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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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씨는 공소사실도 인정했고, 사고 후속조치와 피해자와의 합의까지 끝낸 상황이었습니다. 진실 공방이 아니라 선처가 목표였으므로 소송 절차 자체는 단순하게 끝날 일이었습니다. 다만 확실하게 벌금형으로 판결을 받기 위해서는 그래야만 하는 당위가 필요했습니다.
“경제적 수형 생활”
A씨는 회사에서 팀을 이끌고 있는 중간관리자요, 가족의 생계를 전적으로 책임지는 외벌이 가장이었습니다. 그의 실직은 회사에도 타격이 가는데다 무엇보다 가족에게 치명적일 수 밖에 없었습니다. 집행유예라면 실제로 형을 살지는 않지만, 형을 받는 것이나 다를 게 없다는 점을 부각해 피고인에 대한 처벌이 제3자에게 확대되지 않게끔 해 달라는 요지의 의견서를 작성하기 시작했습니다.
요즘과 같이 일자리가 없는 시기에 직장을 잃는 것은 단순히 일을 못하는 차원을 넘어 자신과 가족 모두에게 엄청난 경제적 고통을 주는 것이며 한 사람의 잘못으로 인해 가족 구성원 모두가 ‘경제적 수형 생활’을 하는 것과 같은 의미가 있습니다.
…피고인이 본 건으로 집행유예 이상의 형을 선고받아 직장을 잃게 되면 처벌 수위나 유예 기간의 종료여부와는 관계없이 자신과 가족 모두가 크나큰 경제적 고통을 겪게 됩니다. 이러한 점을 감안하시어 피고인이 범죄에 합당한 처벌은 받더라도 최소한의 직장 생활만큼은 유지할 수 있게 하여 실직으로 인해 평생 동안 ‘경제적 집행유예 상태’에 처하는 일이 없도록, 부디 벌금형 선고를 부탁드립니다.
1차 공판에서는 검사의 공소장 낭독이 있은 후 공소사실에 대한 의견을 밝혔습니다. A씨는 범죄사실을 인정하고 증거에 대해서도 동의했으므로, 공판은 빠르게 종료 되었습니다. 2차 공판 전 A씨의 평소 행실과 회사에 대한 공헌을 입증할 수 있는 서류들과 아내분의 탄원서를 포함해 변론요지서를 작성해 보냈습니다.
그리고 1차 공판으로부터 한 달 후, 2차 공판이 개시되었습니다. 검사는 음주운전의 심각성과 사고 사실을 강조하면서, 징역 1년을 구형했습니다. A씨는 검사의 입에서 떨어진 ‘징역 1년’이란 말에 초조한 기색이었습니다. 최후 변론에서는 서면으로 제출한 내용과 같이 A씨의 사회경제적 상황과 전과가 없는 점, 그리고 대리운전 기사와 접촉하기 위해 짧은 구간을 서행했다는 점을 강조하며 선처를 호소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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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주 후, A씨의 평소 행실과 상황을 참작하여 적지 않은 액수이긴 하지만 벌금형이 선고되었습니다.
“원만하게 해결이 되어서 다행입니다. 물론 벌금도 전과가 남지만 앞으로 똑같은 일이 일어나지 않으면 직장생활에는 문제 없을 겁니다. 앞으로는 음주운전 꼭 주의하시고요.”
“감사합니다. 덕분에 큰 화는 면했네요. 비싼 수업료 냈다고 생각해야지요.”
사건을 마무리하고, 인사 시즌도 지나갔습니다. 혹독한 겨울을 A씨는 무사히 넘겼습니다. 사건을 벌금형으로 마무리하지 못했다면, A씨는 커리어에 심각한 타격을 입었을지도 모르는 일입니다. 단순히 의뢰인과의 계약을 성공적으로 이행했다는 것보다도, 그의 변호를 담당함으로써 수임료보다 수백 배는 더 큰 가치를 의뢰인에게 줄 수 있어서 보람된 일이었습니다. 법이 정한 기준을 지키는 한에서 의뢰인을 위한 최선의 방법을 찾는 것이 변호사의 역할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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