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윤혜연 변호사입니다.
오늘의 사례
제 약국에서 근무하던 페이약사가 같은 상가 건물에 약국을 새로 오픈했습니다. 이를 막을 수 있을까요?
정답은,
(1) 약국 독점권 침해, (2) 영업비밀 침해를 이유로 약국영업금지가처분을 신청할 수 있습니다.
위 사례를 최근 판례를 통해 쉽게 설명드리겠습니다.
A 약사 : 2008년부터 'A 약국'을 운영
B 약사 : A 약국에서 파트타임 약사로 근무하다가 퇴사 후 같은 건물에서 'B 약국'을 개업
I 내과의원: 2021년부터 해당 건물 2층에서 운영 중인 내과
A약사는 2008년부터 'A약국'을 운영해왔습니다.
B약사는 2022년 4월부터 2023년 12월까지 A약국에서 주 1~3회 파트타임약사로 근무했습니다.
B 페이약사는 2023년 11월 건물주와 임대차계약을 체결하고, 2024년 1월부터 같은 건물 다른 상가에서 'B약국'을 오픈했습니다.
울산지방법원 2024. 4. 9.자 2023카합10254 결정
(1) "A약사는 건물주와 약국 독점권을 구두로 약속했으므로, B약사는 A약국의 약국 독점권을 침해했다."
(2) "B약사는 A약국 근무 당시 알게 된 약품 리스트와 매출 현황 정보를 무단으로 사용하여 B약국을 운영하고 있으므로, A약국의 영업비밀을 침해했다."
A 약사는 위 두 가지 이유를 들어 B 약국의 영업 중지를 요청하는 영업금지가처분을 법원에 신청하였습니다.
1. 건물주와 A약사 사이의 독점권 구두 약정이 B약사에게도 적용되는 것일까요?
2. "약품 리스트와 매출 현황 정보"가 영업비밀에 해당할까요?
3. B약사가 이러한 영업비밀을 부정한 방법으로 취득하거나 사용하였을까요?
1. 독점 운영권 약정의 효력
1. 법원은 A 약사가 주장한 독점 운영권에 대한 구두 약정의 증거가 부족하다고 판단했습니다.
➨ 이처럼 구두약정은 녹취와 같은 명확한 증거가 없다면 인정되기가 쉽지 않습니다.
➨ 이러한 중요한 약정은 서면으로 해야 하는 이유입니다.
2. 해당 약국독점 업종제한 약정은 건물주와 A 약사 간의 약속이므로,
이를 제3자인 B 약사에게 적용하려면,
B 약사가 A 약국 독점권에 묵시적으로라도 동의했다는 사실이 필요합니다.
➨ B 약사가 건물주와 체결한 임대차계약 특약사항을 보면, '임차인은 사용목적(약국)에 필요한 각종 비용을 부담한다'고만 명시되어 있을 뿐, A 약국 업종제한에 대한 내용은 전혀 포함되어 있지 않았습니다.
➨ 따라서 설사 A약국 독점권 약정이 있었다고 하더라도, B약사가 동의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습니다.
2. 약품리스트와 매출현황이 영업비밀에 해당할까요?
1. 부정경쟁방지법상의 영업비밀이란,
(1) 독립된 경제적 가치를 가지고(경제적 유용성),
(2) 공공연히 알려져 있지 않으며(비공지성),
(3) 비밀로 관리된 (비밀관리성),
생산방법 · 판매방법 등 영업활동에 유용한 기술상 ·경영상의 정보를 의미합니다.
2. 경제적 유용성
약품 리스트
- 같은 상가에 있는 I 내과의원에서 처방하는 약의 종류, 양, 단가 정보를 수집하여 작성한 자료로, A 약사는 이 자료를 통해 인근 약국에 비해 경쟁상 이익을 얻을 수 있습니다.
매출 현황 정보
- 경쟁약국이 A 약국의 매출현황을 알게 되면, 고객 마케팅 전략이나 가격 정책을 수립할 때 시간과 비용을 절감할 수 있어 경쟁상 이익을 얻을 수 있습니다.
3. 비공지성
약품 리스트와 매출현황정보는 A 약사가 오랜 기간 동안 A 약국을 운영하면서 얻은 정보로,
(1) 외부에 공개되지 않았으며,
(2) 보유자를 통하지 않고는 일반적으로 입수할 수 없습니다.
4. 비밀관리성
A 약사는 다음과 같은 방법으로 정보를 비밀로 관리하고 있었습니다.
(1) 약품 리스트는 약국 PC에 'A약국 의약품 리스트(대외비)'라는 파일명으로 엑셀 파일 형태로 저장
(2) 해당 리스트의 출력물은 시정장치가 설치된 수납함에 향정신성 의약품과 함께 보관
(3) 매출 현황 정보는 약국 청구 프로그램인 PharmIT3000(팜IT3000)에 의해 전산화되어 관리
(4) 사용자 등록 후 ID와 비밀번호를 입력해야 접근 가능
(5) 직원들에게 '업무상 알게 된 사항에 대해 비밀을 누설하거나 정당한 이유 없이 조회, 유출, 오용하지 않겠다'는 내용의 보안 서약서를 징구
결론적으로, A약사는 약품리스트와 매출현황정보에
(1) 비밀임을 알리는 표시를 하고,
(2) 정보에 접근할 수 있는 대상자와 방법을 제한함으로써,
해당 정보를 비밀로 관리하고 있었습니다.
5. 결론
이에 따라 법원은 약품리스트와 매출현황정보는 영업비밀에 해당한다고 판단하였습니다.
3. B약사가 이러한 영업비밀을 부정한 방법으로 취득하거나 사용하였다고 볼 수 있을까요?
1. 영업비밀 침해 행위란,
부정한 수단으로 영업비밀을
(1) 취득하거나,
(2) 사용하거나,
(3) 공개하는 행위를 말합니다.
2. B약사의 영업비밀 침해 여부
B 약사는 A 약국에서 근무하면서 해당 정보를 알게 되었고, 퇴사 후 (1) 바로 (2) 인근에 약국을 개업했습니다.
➨ 법원은 이를 부정한 방법으로 영업비밀을 취득하고 사용한 행위로 판단했으며, 선의의 경쟁 질서를 해치는 행위로 보았습니다.
본 사안의 특수성
단순히 퇴사 후 같은 업종에서 창업했다는 이유만으로 영업비밀 침해가 쉽게 인정되는 것은 아닙니다.
본 사안의 경우, 다음과 같은 특별한 상황들이 고려되었음에 유의해야 합니다.
1. 시간적 간격
B약사가 A약국에서 퇴사하고 불과 약 1개월 만에 동일 상가 건물에서 약국 영업을 시작한 점이 고려되었습니다.
2. 개국 약국 위치
B약국은 상가건물 1층과 2층을 연결하는 계단 바로 옆에 위치하여, 2층에 있는 'I 내과의원' 환자들이 계단에서 다소 떨어져 있는 A약국보다 B약국을 방문할 가능성이 높아, A약국의 매출에 큰 영향을 끼칠 수 있는 점이 고려되었습니다.
3. 채무자의 태도
판결문에는 정확히 명시되지 않았으나, 재판 중 심문 과정을 통해 파악된 B 약사의 부정한 의도가 고려되었습니다.
4. 가처분의 특성
먼저 영업금지가처분과 본안판결의 차이점을 알아야 합니다.
영업금지 가처분 - "일단 영업을 멈춰라!"
긴급한 상황에서 피해가 커지기 전에, "침해 가능성이 있다"는 정도로만 판단되면, 임시로 영업을 중단시키는 가처분을 내릴 수 있습니다.
따라서 가처분의 경우 완전한 증명보다 더 낮은 정도의 증명(이를 '소명'이라고 한다)만으로도 승소할 수 있습니다.
본안 판결 - "모든 것을 따져 최종 결론을 내리자."
반면, 본안 판결은 모든 증거를 철저히 검토해 최종 결정을 내리는 것으로, 확실한 증명이 필요합니다.
본 사건은 가처분 사건이었기 때문에,
B 약사가 (1) 퇴사 후 1개월 만에, (2) 같은 건물 내 병원 가까이에 약국을 개업한 사실만으로도,
영업비밀 침해 가처분이 비교적 쉽게 인정될 수 있었던 것입니다.
한편, 본 사안에서 법원은 가처분 결정은 본안 판결이 확정될 때까지만 유효하다고 시간적 제한을 걸어두었습니다. 즉 이러한 영업금지가처분 결정은 영구적인 것이 아니라, 잠정적이고 임시적인 것입니다.
따라서 본안판결에서 A약사 또는 B약사가 이기면, 그때는 임시 결정인 가처분이 필요 없게 되고, 본안판결에 따른 최종 결정만이 남게 되는 것입니다.
덧붙이고 싶은 말
1. 약품 리스트와 매출 정보의 영업비밀성이 항상 인정되는 것은 아닙니다. 예를 들어, 약품 종류나 가격 정보가 이미 업계에 널리 알려져 있다면, 영업비밀성이 부정될 수 있습니다. 따라서 변호사는 영업비밀성을 입증하기 위해 각 요건을 구체적인 근거와 함께 명확히 증명해야 합니다.
2. 이 사건에서 업종 제한은 인정되지 않았지만, 영업비밀침해가 인정되어 결과적으로 영업금지 가처분이 인용되었습니다. 이는 변호사가 가능한 모든 주장을 꼼꼼히 제기한 덕분에 원하는 결과를 얻을 수 있었음을 시사합니다. 이것이 바로 실력 있는 변호사만이 할 수 있는 기술입니다. "모로 가도 서울만 가면 된다!"라는 말처럼, 가능한 모든 공격방법을 사용하여 목표를 달성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3. 위 사례는 약국 및 약사뿐만 아니라 개원의사, 한약사 등 다른 사업자에게도 충분히 적용될 수 있는 교훈을 제공합니다.
한줄 코멘트
개국 약사, 개원의 등 모든 업종의 사업자들
1. 독점 운영권과 같은 중요 계약 사항은 구두가 아닌 문서로 명확하게 작성해야 합니다.
2. 직원들에게 영업비밀 보호의 중요성을 교육하고, 비밀 유지 서약서를 받아야 합니다.
3. 매출현황 등 중요 자료는 ‘대외비’로 표시하고 비밀번호를 설정하는 등의 보안 조치를 취해야 합니다.
퇴사 후 같은 업종에서 창업을 고려하는 직원들 (페이약사, 페이닥터 등)
1.퇴사 후에도 일정 기간 동안 비밀 유지 의무가 있음을 명심해야 합니다.
2.전 직장에서 얻은 일반적인 지식과 경험을 활용하되, 영업비밀이나 기밀 정보를 무단으로 사용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합니다.
3. 전 직장과 같은 건물에서 창업할 경우 영업금지가처분이 청구될 수 있다는 점을 인식하고, "전 직장의 영업비밀을 사용하지 않았으며 독립적인 경영 전략을 수립했다"는 점을 잘 소명해야 합니다.
이상 윤혜연 변호사였습니다.
문의를 주시면 성심성의껏 답변드리도록 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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