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민법 제840조는 재판상 이혼 사유를 아래와 같이 열거하고 있습니다.
제840조(재판상 이혼원인) 부부의 일방은 다음 각호의 사유가 있는 경우에는 가정법원에 이혼을 청구할 수 있다.
1. 배우자에 부정한 행위가 있었을 때
2. 배우자가 악의로 다른 일방을 유기한 때
3. 배우자 또는 그 직계존속으로부터 심히 부당한 대우를 받았을 때
4. 자기의 직계존속이 배우자로부터 심히 부당한 대우를 받았을 때
5. 배우자의 생사가 3년 이상 분명하지 아니한 때
6. 기타 혼인을 계속하기 어려운 중대한 사유가 있을 때
재판상 이혼원인 그 첫 번째가 ‘배우자에 부정한 행위가 있었을 때’인데요.
배우자가 다른 사람과 바람이 나서 성관계까지 하는 사이가 되었다고 하면, 당연히 ‘배우자에 부정한 행위가 있었을 때’에 해당되어 이혼을 청구할 수 있겠죠.
그런데, 배우자가 다른 사람과 단둘이 술을 마시거나, 연락을 주기적으로 주고받고 하기는 했는데, 성관계까지 맺은 건 아니라면, 이건 부정행위에 해당할까요?
더 나아가서, 배우자가 다른 사람(A씨)을 마음속으로 너무도 사랑하게 되었는데, A씨는 배우자가 A씨를 좋아한다는 사실조차 알지 못하는 소위 ‘짝사랑’인 경우에는, 부정행위에 해당할까요?
이걸 판단하려면 먼저, 대법원은 ‘배우자에 부정한 행위가 있었을 때’를 어떻게 해석하고 있는지부터 살펴봐야 할 것 같습니다.
대법원 2013. 11. 28. 선고 2010므4095 판결
민법 제840조 제1호 소정의 배우자의 부정한 행위라 함은 간통을 포함하여 보다 넓은 개념으로서 간통에까지는 이르지 아니하나 부부의 정조의무에 충실하지 않는 일체의 부정한 행위가 이에 포함되고, 부정한 행위인지 여부는 각 구체적 사안에 따라 그 정도와 상황을 참작하여 평가하여야 한다.
이처럼 대법원은 꼭 성관계에 이르지 않더라도 ‘부부의 정조의무’에 충실하지 않은 일체의 행위가 부정행위에 해당한다고 하여, 부정행위를 폭넓게 인정하는 입장입니다.
하지만, 판단기준이 좀 모호해 보이기는 하죠?
질문으로 돌아가서, 배우자가 다른 사람과 단둘이 술을 마시거나, 연락을 주기적으로 주고받고 하기는 했는데, 성관계까지 맺은 건 아니라면, 부정행위에 해당하는지에 대해 하급심 판례를 한번 찾아봤습니다.
부정행위를 인정한 사례
다음과 같은 사실들에 비추어 볼 때 C와 피고의 행동은 부부의 정조의무에 충실하지 않은 부정한 행위에 해당한다고 봄이 상당하다.
- 원고와 C(배우자)는 부부 사이인 사실,
- 피고(상간자)는 C가 운영하는 부동산중개사무소에서 보조원으로 근무하였던 사실
- C는 자신의 취미생활을 위하여 집외 별도의 방을 구해놓고 있었는데 피고는 위 방에 홀로 방문하기도 한 사실
- C는 피고와 200회 이상의 전화 또는 문자메시지를 주고받았으며 늦은 밤에도 연락을 하기도 하였던 사실
- 피고는 자신의 사진을 C의 이메일로 보내기도 한 사실
- 원고가 피고의 집을 방문하였을 때 피고가 목욕가운 차림으로 C와 함께 있었던 사실
부정행위를 인정하지 않은 사례
피고(상간자)는 원고의 남편과 서로 연락을 하고, 원고의 남편으로부터 선물을 받았으며, 원고가 없는 상태에서 원고의 집에서 함께 술을 마시는 행위를 한 사실은 인정이 된다. 그러나 다음과 같은 사실을 아울러 종합해서 보면 위와 같이 일부 부적절한 것이 있더라도 전체적으로 그 정도만으로 피고가 부정행위를 하였다고 평가하기는 어렵다.
- 원고의 남편과 피고가 알게 된 계기는 피고가 자주 택배를 시키면서 그 배달 업무를 하는 원고의 남편(당시는 결혼 전)을 알게 되었고, 그 후 원고의 남편은 원고와의 결혼을 앞두고 결혼 준비와 관련해서 기혼자이자 연장자인 피고에게 여러 가지를 물어보았고 이에 대해서 피고가 답을 해주면서 연락을 이어오게 되었던 것이다.
- 원고의 남편과 피고가 나눈 문자 대화의 대부분은 일상적인 대화 수준으로 볼 수 있고, 성적(性的)인 내용은 포함되어 있지 않을 뿐만 아니라 그 이외에 부정행위로 평가할 만한 대화내용은 없다. 그 대화도 원고의 남편이 주도적으로 하였고, 피고는 오히려 원고의 남편의 요청을 거절하거나 소극적으로 대응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 피고는 2016년에 결혼하여 2020년에 출산을 하였는데 피고는 출산 이후 원고의 남편을 몇 차례 정도 밖에 만나지 않았는데, 피고의 집에서 여러 사람과 함께 술을 마시거나, 피고가 자녀를 데리고 원고가 없는 상태에서 원고의 집에서 만나 술을 마시는 정도이다.
위 두 가지 사례에서 알 수 있는 바와 같이, 똑같이 연락을 주기적으로 주고받았다고 하더라도, 그 연락 내용이 어떤 것인지, 기타 다른 정황이 어떠했는지에 따라 판단이 달라지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짝사랑은 어떨까요?
저렇게 서로 연락을 주고 받고, 집에 와서 술까지 마셨는데도 부정행위로 인정되지 않는 케이스가 있는데, 혼자 마음 속으로 짝사랑한 것을 두고 부정행위로 인정하기는 쉽지 않겠죠?
물론 다른 특별한 사정이 있다면 결론은 달라질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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