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판례 공보::
대법원 2023. 4. 27. 선고
2020도6874 판결
하지만, 정당방위로 인정받기 위해서는 아래의 다섯 가지 요건들이 모두 충족되어야 하는데요.
① 침해의 현재성: 정당방위의 핵심적인 요건으로서, 상대방의 공격을 제압하고 나면, 침해행위가 종료되었다고 보고 더는 현재성이 인정되지 않습니다. 예를 들어 강도를 제압한 뒤 묶어 놓고 때리면 정당방위로 인정되지 않는 것입니다.
② 부당한 침해일 것: 상대방에 의한 법익 침해는 위법하거나 부당해야 하고, 합당한 법익 침해에 대해서는 정당방위가 성립되지 않습니다. 예를 들어 현행범을 경찰이 제압하려는 상황에서 저항하는 행위는 정당방위로 인정되지 않습니다.
③ 자기 혹은 타인의 법익 보호: 신체, 생명에 대한 법익과 재산적 법익 모두 개인적 법익으로 정당방위로 보호할 수 있으나 합법적인 상대방의 행위에 대해서는 적용되지 않습니다.
④ 침해의 인격성: 정당방위의 원인인 자기나 타인의 법익에 대한 현재의 부당한 ‘침해’가 인간의 행위일 것을 요한다는 의미입니다. 예를 들어 유기견이 무는 것은 부당한 침해가 아니라 재난으로 볼 수 있지만, 타인의 애완견이 무는 것은 부당한 침해에 해당하므로 정당방위가 가능하다고 봅니다.
⑤ 상당성: 방위 행위가 정말로 필요했는가를 따지는 요건입니다.
위와 같은 요건들을 모두 충족해야 하는 대한민국 법제상 정당방위가 적용되는 사례는 매우 한정되어 있고, 이 때문에 일반인과 사법당국의 정당방위 인식의 괴리가 상당한데요. 최근에 이러한 정당방위와 관련한 최신 대법원 판례가 있어 소개해 드리고자 합니다(대법원 2023. 4. 27. 선고 2020도6874 판결).
-. 사실관계
1. A는 라벨스티커 제작 회사인 이 사건 회사의 대표이사이고, B는 위 회사의 소속 근로자였습니다. A는 매출 감소 등을 이유로 B를 비롯한 포장부 소속 근로자들을 영업부로 전환배치하고 포장 업무를 외주화하였습니다. 이에 근로자들은 포장부에서 근속한 중년의 여성 근로자들을 업무 성격이 다른 영업부에 배치하는 것은 실질적으로 고용보장을 침해하는 부당노동행위라고 반발하여 노사갈등이 격화되었습니다.
2. A는 급기야 포장부 작업장을 폐쇄한 다음 근로자들에게 포장업무를 위한 시설이 갖추어지지 않은 이 사건 회사 본사 사무실로 출근할 것을 통보하였고, 그 이후 수시로 근로자들에게 영업교육 수강을 종용하면서 ‘수강 거부 시 근로의사가 없는 것으로 간주하여 노무 수령을 거부하고 입금을 지급하지 않겠다’라고 말하여, 근로자들과 A 사이에 마찰이 있어 왔습니다.
3. A는 공소사실 기재 일시에 본사 사무실에 나와 대기하는 20여 명의 근로자들에게 ‘근무의사가 없으면 집으로 돌아가라’는 취지로 말하면서 자료 확보를 위해 근로자들의 모습을 촬영하였고, 근로자들은 A에게 ‘찍지 말라’고 항의하였습니다. 또한 A는 전환배치 관련 근로자들의 요구조건에 대하여 회사 측이 아무런 답변을 하지 않고 있다는 지적에 제대로 답변하지 않고 ‘영업교육을 받으러 나오지 않으면 작업 거부로 간주하겠다’라고 말하며 사무실 밖으로 나가려고 하였습니다.
4. 그러나 사무실 곳곳에는 근로자들이 앉거나 서 있고, C가 B와 함께 회사 측에 조속한 답변을 요구하며 A의 진행방향 앞쪽에 서 있다가 양팔을 벌려서 이동하는 A를 막으려고 하였으며, 출입구로 나가는 좁은 길목 바닥에는 D를 비롯한 근로자 3명이 다리를 모으지 않은 채 바닥에 앉아 있어, A가 근로자들을 지나쳐 빠져나가는 것은 쉽지 않은 상황이었습니다.
5. A는 팔을 벌리고 서 있는 C 등을 피해 사무실 출입구로 걸어가면서 출입구 앞에 앉아 있던 D의 옆구리를 1회 걷어차고, 오른쪽 허벅지를 1회 밟은 뒤, C의 어깨를 손으로 밀었습니다. 그 과정에서 C가 넘어지고 A도 뒤엉켜 뒤로 넘어지면서 D를 깔고 앉게 되었습니다. B를 비롯한 다수의 근로자들이 그 주변으로 몰려들었고, D는 고통을 호소하며 비명을 질렀습니다.
6. 그 직후 A가 그 자리에서 바로 일어나지 못하고 ‘내 몸에 손대지 마’라고 소리를 지르는 상황에서, B는 D를 깔고 앉아 있는 A의 어깨쪽 옷을 잡았고 다른 남성 근로자가 A를 일으켜 세우자 힘을 주어 A의 옷을 잡고 흔들었습니다.
A와 B는 위 행위들로 인하여 폭행으로 기소되었고, 공판에 회부되었습니다.
-. 원심법원의 판단
서울중앙지방법원 2020. 5. 14. 선고 2019노2316 판결
원심은 피고인의 정당방위 주장에 대하여 B가 양손으로 A의 어깨를 흔들 당시, A의 (D를 걷어차고 오른쪽 허벅지를 밟은 뒤 넘어지면서 D를 깔고 앉은) 가해행위가 이미 종료된 상태였다는 이유를 들어 B의 행위는 소극적인 저항행위를 넘어서는 적극적인 공격행위이므로 이를 두고 위법성이 조각되는 정당방위로 볼 수 없다고 판단하여 B에 대하여 유죄를 선고한 제1심을 그대로 유지하였습니다. 이에 피고인 B가 상고하여 사건은 대법원에 이르렀습니다.
-. 대법원의 판단
2023. 4. 27. 선고 2020도6874 판결
* 피고인 A의 상고는 기각되었으므로, 아래부터는 피고인 B를 피고인이라 합니다.
1. 공소사실 요지
피고인에 대한 공소사실 요지는, 피고인이 이 사건 회사 대표이사인 A가 피고인을 포함한 직원들의 항의를 무시하고 사무실 밖을 빠져나가려 한다는 이유로, 사무실 현관까지 피해자를 따라가 양손으로 A를 따라가 양손으로 A의 어깨를 잡고 수회 흔들어 폭행하였다는 것이다.
2. 관련 법리
형법 제21조 제1항은 “현재의 부당한 침해로부터 자기 또는 타인의 법익을 방위하기 위하여 한 행위는 상당한 이유가 있는 경우에는 벌하지 아니한다”고 규정하여 정당방위를 위법성조각사유로 인정하고 있다.
이때 ‘침해의 현재성’이란 침해행위가 형식적으로 기수에 이르렀는지에 따라 결정되는 것이 아니라 자기 또는 타인의 법익에 대한 침해상황이 종료되기 전까지를 의미하는 것이므로 일련의 연속되는 행위로 인해 침해상황이 중단되지 아니하거나 일시 중단되더라도 추가 침해가 곧바로 발생할 객관적인 사유가 있는 경우에는 그중 일부 행위가 범죄의 기수에 이르렀더라도 전체적으로 침해상황이 종료되지 않은 것으로 볼 수 있다.
정당방위의 성립요건으로서의 방어행위에는 순수한 수비적 방어뿐 아니라 적극적 반격을 포함하는 반격방어의 형태도 포함된다. 다만 정당방위로 인정되기 위해서는 자기 또는 타인의 법익침해를 방어하기 위한 행위로서 상당한 이유가 있어야 한다. 방위행위가 상당한 것인지는 침해행위에 의해 침해되는 법익의 종류와 정도, 침해의 방법, 침해행위의 완급, 방위행위에 의해 침해될 법익의 종류와 정도 등 일체의 구체적 사정들을 참작하여 판단하여야 한다(대법원 1992. 12. 22. 선고 92도2540 판결, 대법원 2017. 3. 15. 선고 2013도2168 판결 등 참조).
원심은 정당방위를 부정하면서 그 이유로 ‘A의 가해행위가 이미 종료되었다’고 보았다.
그러나 앞서 본 바와 같이 일련의 연속되는 행위로 인해 침해상황이 중단되지 아니하거나 일시 중단되더라도 추가 침해가 곧바로 발생할 객관적인 사유가 있는 경우라면 그중 일부 행위가 외형상 범죄의 기수에 이르렀더라도 전체적으로 침해상황이 종료되지 않은 것으로 볼 수 있다.
원심이 판단한 바와 같이 A가 이미 넘어진 후 피고인이 A의 옷을 잡았고 자리에서 일어난 이후에도 A의 어깨를 흔들었으므로 원심과 같이 가해행위가 이미 종료되었다고 볼 여지도 없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당시 A는 근로자들과 장기간 노사갈등으로 마찰이 격화된 상태에서 사무실 밖으로 나가기 위하여 좁은 공간에서 다수의 근로자들을 해치거나 피하면서 앞쪽으로 움직이던 중 출입구 직전에서 C와 엉켜 넘어졌으므로 근로자들 중 일부인 D에 대한 가해행위만을 두고 침해상황의 종료를 판단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다.
원심은 ‘가해행위 종료 이후의 행위라면 적극적인 공격행위’라고 보았다. 그러나 앞서 본 바와 같이 정당방위에서 방위행위의 상당성은 침해행위에 의해 침해되는 법익의 종류와 정도, 침해의 방법, 침해행위의 완급, 방위행위에 의해 침해될 법익의 종류와 정도 등 일체의 구체적 사정을 참작하여 종합적으로 판단하여야 한다.
피고인은 좁은 공간으로 사람들이 몰려드는 어수선한 상황에서 바닥에 깔려 있는 D를 구하기 위해 A를 일으켜 세울 필요가 있어 ‘내 몸에 손대지 마’라고 소리를 지르며 신체 접촉에 강하게 거부감을 보이는 A를 직접 일으켜 세우는 대신 손이 닿는 대로 어깨 쪽 옷을 잡아 올림으로써 무게를 덜고 A가 일어서도록 한 것으로 볼 여지가 있다.
원심은 위 법리에 따라 양쪽의 사정들을 좀 더 심리한 다음, 정당방위에 해당하는지를 판단하였어야 한다.
그렇다면 피고인의 행위가 정당방위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본 원심의 판단에는 정당방위의 현재성, 상당성, 공격방위의 가능성 등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않으므로써 이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 이를 지적하는 피고인의 상고 이유 주장은 이유 있다.
대법원은 위와 같은 대법관의 일치 의견으로 피고인 B에 대한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다시 심리ㆍ판단하도록 원심법원에 환송하였습니다.
-. 결론
대법원 2023. 4. 27. 선고 2020도6874 판결
정리하자면 이 사건은, 형법 제21조 제1항에 규정된 정당방위의 ‘침해의 현재성’이 침해행위가 기수에 이르렀는지에 따라 결정되는지 여부를 판시한 사례라 할 수 있겠는데요.
이에 대해 원심은 피고인이 어깨를 흔들 당시 사용자의 가해행위가 이미 종료된 상태였고, 피고인의 행위가 소극적인 저항행위를 넘어서는 적극적인 공격행위라는 이유로 유죄로 판단하였으나, 대법원은 ‘침해의 현재성’이란 침해행위가 형식적으로 기수에 이르렀는지에 따라 결정되는 것이 아니라 자기 또는 타인의 법익에 대한 침해상황이 종료되기 전까지를 의미하는 것이므로 일련의 연속되는 행위로 인해 침해상황이 중단되지 아니하거나 일시 중단되더라도 추가 침해가 곧바로 발생할 객관적인 사유가 있는 경우에는 그중 일부 행위가 기수에 이르렀더라도 전체적으로 침해상황이 종료되지 않은 것으로 볼 수 있음을 이유로 원심을 파기ㆍ환송하였습니다.
정당방위 사건의 경우 법리 해석이 몹시 까다롭기 때문에 초기부터 변호인을 선임하여 대응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대응하는 방식에 따라 결과가 천차만별이기 때문에 누구보다도 법리를 잘 알고, 노하우가 있는 변호사와의 사건 진행이 필요할 것입니다.
어떠한 행위에 대해 정당방위를 주장하고자 하신다면, 주저하지 마시고 전문가인 변호사에게 사건을 의뢰하시어 적절한 판단에 따라 법적인 절차를 진행하시면 보다 수월하게 해결하실 수 있을 것이라 생각됩니다.
법무법인(유한) 서평 일산분사무소에서 30년 경력의 부장판사 출신 장진훈 변호사님과 함께 원만하게 사건을 해결하시기를 추천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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