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철에서 지적장애인의 팔을 비빈 행동, '추행'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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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철에서  지적장애인의  팔을 비빈 행동,  '추행'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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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폭력/강제추행 등

지하철에서 지적장애인의 팔을 비빈 행동, '추행'일까? 

장진훈 변호사

지하철에서  지적장애인의  팔을 비빈 행동,  '추행'일까? 이미지 1

대법원은 2018년 성범죄 피해자가 처한 특별한 사정을 충분히 고려하지 않은 채 피해자 진술의 증명력을 배척해서는 안 된다는 판결을 내린 바 있습니다. '성인지 감수성'을 형사사건에 적용한 첫 대법원 판결이었습니다. 이 판결은 피해자 진술의 신빙성을 폭넓게 인정하는 결과를 가져왔는데요. 하지만 이 '성인지 감수성'법리가 무죄추정의 원칙과 충돌한다는 지적과 비판들이 변호사업계와 법원내에서 나오기도 했습니다.

오늘 소개할 판례에서 대법원은 위에서 말씀드린 '성인지 감수성' 선례가 폭넓게 인정되서는 안된다는 취지의 판결을 내렸는데요. 자폐성 장애 겸 지적장애인인 피고인이 지하철에서 피해자의 옆 자리에 앉아 피해자의 팔에 자신의 팔을 비비고, 재차 피해자의 옆 자리로 이동하여 팔을 비비는 행동을 하여 피해자를 추행한 혐의로 기소된 사안이었습니다. 자폐성 장애 겸 지적장애인이 지하철에서 '추행'을 하였는지 여부가 문제되었는데요. 대법원이 이 사안에서 '추행'을 하였는지 여부를 어떤 기준으로 판단하였는지 함께 알아보겠습니다.


-사실관계

1) A(피고인)는 자폐성 장애 등으로 사물을 변별할 능력이나 의사를 결정할 능력이 미약한 상태였습니다.

2) A(피고인)는 부산도시철도 1호선의 운행 중인 지하철에서, 19세 여성 B(피해자)의 옆 자리에 앉아 B(피해자)의 왼팔 상박 맨살에 자신의 오른팔 상박 맨살을 비볐습니다.

3) B(피해자)가 이를 피해 옆 좌석으로 이동하자 A(피고인)는 재차 B(피해자)의 옆 자리로 이동하여 위와 같은 방법으로 B(피해자)의 팔에 자신의 팔을 비볐습니다.

4) A(피고인)은 공중밀집장소추행 혐의로 기소되었습니다.


-원심법원의 판단

서울동부지방법원 2023. 9. 8. 선고 2022노1401 판결

원심은, 아래와 같은 이유로 추행의 고의를 부인하는 피고인의 주장을 배척하고 공소사실을 유죄로 판단하였습니다.

① 피고인의 지하철 내에서의 이동경로 및 신체적 접촉 정도 등에 관한 피해자 및 목격자의 진술 내용을 고려하면, 피고인 측이 제출한 소견서 등만으로는 자폐성 장애에 따른 '상동행동'으로서 추행의 고의가 없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는 취지의 제1심 판결 이유를 인용하면서,

② 피고인이 자폐성 장애 및 2급 지적장애인으로서 언어·사회성 등의 발달이 지연되어 사회적 관습과 규칙을 이해하고 내면화하는 것에 어려움이 있는 것으로 보이지만, 2016년 실시된 피고인에 대한 심리평가결과와 수사과정에서의 일부 질문에 대한 답변 내용에 비추어, 피고인의 지적 또는 의지적 상태가 자신이 한 행동의 사회적 의미를 전혀 이해하지 못하는 수준의 상태에 해당한다고 볼 정도는 아닌 점

③ 피고인이 피해자의 맞은편에 앉아 있다가 피해자 옆으로 옮겨 앉은 후 공소사실 기재와 같은 행위를 한 점에 비추어 자폐성 장애로 인한 상동행동에 기인한 것이라고 보기 어려운 점


-대법원의 판단

대법원 2024.1. 4. 선고 2023도13081 판결

[ ‘추행’의 고의를 부인하는 경우의 판단기준 및 피고인이 장애인인 경우의 심리상 유의점]

피고인이 추행의 고의를 부인하는 경우에는 고의와 상당한 관련성이 있는 간접사실을 증명하는 방법에 따를 수밖에 없다. 이 경우 객관적 사정을 종합하여 판단해야 하고, 피고인이 고의로 추행을 하였다고 볼 만한 징표와 어긋나는 사실의 의문점이 해소되어야 한다. 피고인이 자폐성 장애인이거나 지적장애인에 해당하는 경우에도, 외관상 드러난 피고인의 언행이 비장애인의 관점에서 이례적이라거나 합리적이지 않다는 이유만으로 함부로 고의를 추단하거나 이를 뒷받침하는 간접사실로 평가하여서는 아니 되고, 전문가의 진단이나 감정 등을 통해 피고인의 장애 정도, 지적·판단능력 및 행동양식 등을 구체적으로 심리한 후 피고인이 공소사실 기재 행위 당시 특정 범행의 구성요건 해당 여부에 관한 인식을 전제로 이를 용인하는 내심의 의사까지 있었다는 점에 관하여 합리적인 의심을 할 여지가 없을 정도의 확신에 이르러야 한다.

[피고인이 제출한 증거가 피고인의 주장 사실을 인정하기에 부족하다는 이유로 유죄를 선고할 수 있는지 여부] → X

피고인이 유리한 증거를 제출하면서 범행을 부인하는 경우에도 공소사실에 대한 증명책임은 여전히 검사에 있고, 피고인이 공소사실과 배치되는 자신의 주장 사실에 관하여 증명할 책임까지 부담하는 것은 아니므로, 검사가 제출한 증거와 피고인이 제출한 증거를 종합하여 볼 때 공소사실에 관하여 조금이라도 합리적인 의심이 있는 경우에는 무죄를 선고하여야 할 것이지, 피고인이 제출한 증거만으로 피고인의 주장 사실을 인정하기에 부족하다는 이유를 들어 공소사실에 관하여 유죄 판결을 선고하는 것은 헌법상 무죄추정의 원칙은 물론 형사소송법상 증거재판주의 및 검사의 증명책임에 반하는 것이어서 허용될 수 없다.

[성범죄 사건을 심리할 때 ‘성인지적 관점’의 의미와 한계]

성범죄 사건을 심리할 때에는 ‘성인지적 관점’을 유지하여야 하나, 이는 성범죄 피해자 진술의 증명력을 제한 없이 인정하여야 한다거나 그에 따라 해당 공소사실을 무조건 유죄로 판단해야 한다는 의미는 아니다.

피해자 진술의 신빙성을 인정하더라도 피고인의 주장은 물론 피고인이 제출한 증거, 피해자 진술 내용의 합리성·타당성, 객관적 정황과 다양한 경험칙 등에 비추어 피해자의 진술만으로 피고인의 주장을 배척하기에 충분할 정도에 이르지 않아 법관으로 하여금 합리적인 의심을 할 여지가 없을 정도로 공소사실이 진실한 것이라는 확신을 가질 수 없게 되었다면, 피고인의 이익으로 판단하여야 한다.


[공소사실을 부인하는 내용이 기재된 피의자신문조서에 관하여 증거동의 한 경우 그 중 일부만을 발췌하여 유죄의 증거로 사용할 수 있는지 여부] → X

피고인이 수사과정에서 공소사실을 부인하였고 그 내용이 기재된 피의자신문조서 등에 관하여 증거동의를 한 경우에는, 형사소송법에 따라 증거능력 자체가 부인되는 것은 아니지만, 전체적 내용이나 진술의 맥락·취지를 고려하지 않은 채 그 중 일부만을 발췌하여 유죄의 증거로 사용하는 것은 함부로 허용할 수 없다. 특히 지적능력·판단능력 등과 같이 본질적으로 수사기관이 작성한 진술조서에 나타나기 어려운 피고인의 상태에 대해서는 검사가 제출한 객관적인 증거에 대하여 적법한 증거조사를 거친 후 이를 인정하여야 할 것이지, 공소사실을 부인하는 취지의 피고인의 진술이 기재된 피의자신문조서 중 일부를 근거로 이를 인정하여서는 아니 된다.

대법원은, 위 법리에 따라 아래와 같은 이유를 종합하면 피고인에게 추행의 고의를 인정하기 어렵다고 보아, 이와 달리 판단한 원심판결을 파기·환송하였습니다.


① 피고인이 피해자를 따라간 것처럼 계속 자리를 이동하였다는 점에 관해서는 “자폐성 장애로 인한 '빈자리 채워 앉기에 관한 강박 증상'의 발현에 불과하다.”는 피고인의 주장 및 장애 상태와 이를 뒷받침하는 객관적 발현 증상에 관한 이론적 근거도 존재하는 것으로 보이는 점

② 피해자가 피고인이 상박 중 일부를 고의로 비볐다고 생각한 것은 자폐성 장애로 인하여 피고인도 의식하지 못한 채 별다른 의미 없이 팔을 위 아래로 움직이는 ‘상동행동’의 일환일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려운 점

③ ‘피고인이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자폐성 장애에 따른 상동행동으로서 추행의 고의가 없었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는 취지의 원심의 판단은 헌법상 무죄추정의 원칙은 물론 형사소송법상 증거재판주의 및 검사의 증명책임에 반한다고 볼 여지가 큰 점

④ 피해자 진술만으로는 추행의 고의를 부인하는 피고인의 주장을 배척하기에 충분할 정도에 이르렀다고까지 단정할 수 없는 점

⑤ 피고인이 일관되게 공소사실을 부인하는 내용의 경찰 작성 피의자신문조서는 증거동의를 하였기에 증거능력 자체는 인정되지만, 원심이 그 중 일부 내용만을 근거로 피고인의 진술태도나 지적상태·인지능력 등과 같은 피고인의 상태를 추단한 후 이를 공소사실을 뒷받침하는 유죄의 증거로 사용하는 것은 허용될 수 없는 점


-결론

대법원 2024.1. 4. 선고 2023도13081 판결

자폐성 장애 겸 지적장애인인 피고인이 지하철에서 피해자의 옆 자리에 앉아 피해자의 팔에 자신의 팔을 비비고, 재차 피해자의 옆 자리로 이동하여 팔을 비비는 행동을 하여 피해자를 추행한 혐의로 기소된 사안에서, 자폐성 장애 겸 지적장애인이 지하철에서 '추행'을 하였는지 여부가 문제되었는데요. 대법원은 피고인에게 '추행'의 고의를 인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하였습니다.

특별한 증거가 없이 피해자의 진술이 전부인 사건의 경우, 진술만으로 범죄사실이 특정될 수 있어서 실제 사실관계보다 과장된 내용으로 범죄가 특정될 수 있습니다. 억울하게 성범죄 혐의로 재판을 받아야 하는 상황에 처하셨거나, 사실관계보다 과장된 내용의 범죄사실로 기소된 경우, 주저하지 마시고 전문가인 변호사에게 사건을 의뢰하시어 적절한 판단에 따라 법적인 절차를 진행하시면 보다 수월하게 해결하실 수 있을 것이라 생각됩니다. 성범죄 관련 사건의 경우 초기부터 변호인을 선임하여 대응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대응하는 방식에 따라 결과가 천차만별이기 때문에 누구보다도 법리를 잘 알고, 노하우가 있는 변호사와의 사건 진행이 필요할 것입니다.

법무법인(유한) 서평 일산분사무소에서 30년 법관 경력의 고양지원 전관변호사 장진훈 변호사님과 함께 원만하게 사건을 해결하시기를 추천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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