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포스트(바로 가기)에서는 '반반결혼' 트렌드를 소개하고 '돈'과 관련된 이러한 갈등이 이혼 사유가 될 수 있을지 알아 보았습니다. 이번 포스트에서는 '반반'하자는 약속을 계약서 형태로 작성한 경우 그 효력이 인정될 수 있을지, 아래 사연과 함께 알아 보겠습니다.
결혼비용도 반반, 생활비도 반반, 돈 관리도 각자... 아내와 저는 이렇게 모든 걸 반반 부담하자는 혼전 계약을 체결하고 결혼했습니다. 그러나 결국 '반반'이 화를 불러왔습니다. 장모님 생신 선물로 35만 원 상당의 홍삼을 한 아내가 제 어머니께는 용돈 20만 원밖에 안 드리는 겁니다. 전 아내에게 이건 반반이 아니라고 했고, 아내는 그렇게 따지면 밥은 늘 제가 많이 먹으니 식비 반반이야말로 더 억울하다는 겁니다.
이렇게 전쟁처럼 반반을 따지며 살다가 정신을 차리고 보니, '반반결혼'으로 평생을 사는 건 정말 아니라는 생각이 들어 아내에게 경제권을 합치자고 제안했습니다. 아내는 혼전계약 위반이라며 약속한 대로 위약금까지 물어주는 조건에 이혼하자고 합니다. 결혼 전에 약속한 '반반결혼' 계약, 법률적 효력이 있는 건가요?
![[이혼] '반반결혼', 혼전계약, 부부재산약정의 의미 이미지 1](https://d2ai3ajp99ywjy.cloudfront.net/uploads/original/661cc4db3c6845b254c44a09-original-1713161435912.webp)
혼전계약서, 이혼 시 효력
혼인 전에 서로 ‘반반’하기로 약속하고, 그 약속을 깨면 이혼에 위약금까지 물게 하는 계약서도 그 법적 효력이 인정될 수 있을까요?
미국 드라마나 영화에서 부부가 결혼하기 전에 혼전계약서를 작성하는 장면을 종종 볼 수 있는데요. 미국 등 일부 국가에서는 “결혼 전에 이혼 시 재산분할 등을 미리 정하는 혼전 계약서”를 뜻하는 프리넙(prenup)이 법적으로 그 구속력을 인정받을 수 있습니다.
우리나라에도 프리넙(prenup)을 알게 된 사람들이 많아진 덕분인지, 최근에는 오늘의 사연자처럼 ‘이혼’을 전제로 재산분할을 포기하겠다는 내용, 어떠한 행위를 하면 얼마만큼의 위약금을 내겠다는 내용 등을 담은 혼전 계약서를 작성해달라는 자문 요청이 증가하고 있습니다.
다만 이러한 내용을 담은 계약서는 우리나라 법원에서 그 효력을 인정받기는 어려운 것이 현실입니다. 비록 현행 민법에는 ‘부부재산약정’ 조항을 두고 있지만, 이는 프리넙(prenup)과는 달리 결혼 전에 각자의 재산을 정하고 이를 등기해 제3자에게 대항할 수 있도록 하는 데 그칠 뿐, 이혼을 전제로 한 재산분할 등을 정하는 내용을 인정해주지 않기 때문입니다.
부부재산약정의 효력
우리나라 민법에서 인정하고 있는 부부재산제도는 부부별산제의 원칙 아래 부부재산약정을 따로 두고 있는 형태입니다. 부부별산제(민법 제830조)는 혼인 전 일방이 갖고 있던 재산 및 혼인 중 일방 명의로 취득한 재산을 그 일방의 것으로 보고, 소유가 불분명한 경우에만 공유로 추정합니다. 부부재산약정은 혼인신고 전 부부가 재산관계에 대하여 합의한 사항을 등기하면 제3자에게도 대항할 수 있다는 제도로, 부부별산제의 예외가 됩니다.
부부재산약정이 유효하기 위해서는 다음과 같은 요건들이 충족되어야 합니다.
(1) 우선 부부재산약정에 “재산”관계와 무관한 사항을 포함시킬 수 없으며, 포함시키더라도 그 효력을 인정받기 어렵습니다. (예를 들어 ‘주 5회 이상 과음 시 이혼한다’, ‘부부 각각 주 3회씩 아이 등하교를 책임진다’, ‘설날엔 시가에 먼저 간다’ 등)
(2) “혼인 중”의 재산관계에 대하여만 정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혼인 전이나 이혼으로 혼인이 해소된 후의 재산관계는 정할 수 없고, 정하더라도 그 효력을 인정받을 수 없습니다. 이 지점에서 이혼 시 재산분할을 정할 수 있는 프리넙(prenup)과의 가장 큰 차이점이 발생합니다. (예를 들어 ‘배우자가 사망하더라도 상속은 받지 않겠다’, ‘배우자와 이혼하더라도 재산분할은 하지 않겠다’ 등)
(3) 혼인신고 “전”에 작성해야만 합니다. 혼인 중에 작성한 각서는 추후 재산분할 등 절차에서 참작될 수 있을지는 몰라도 부부재산약정으로서의 효력을 인정받을 수는 없습니다.
(4) 부부재산약정도 계약의 일종이므로, 선량한 풍속 기타 사회질서에 위반한 사항을 내용으로 정할 수 없고, 정하더라도 그 효력을 인정받을 수 없습니다(민법 제103조).
이와 같이 부부재산약정은 그 한계점이 명확해서 현실에서 활용되는 경우를 찾아보기 어렵지만, 혼인신고 “전”에 “혼인 중”의 “재산”관계에 대하여 명확히 정하고 이를 등기하기만 한다면 채권자 등 제3자에게 대항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는데요. 예를 들어 결혼 전에 미리 특정 재산을 남편 것이라고 정해놓고 이를 등기했다면, 남편의 채권자가 그 재산을 두고 부부의 공유라고 주장하며 아내를 상대로 추심을 하는 일을 피할 수가 있겠습니다. 또 최근에는 중장년층이나 노년층의 재혼이 증가하고 있는데 이 경우 자녀 입장에서는 재산분할 문제를 걱정하여 부모의 재혼을 반대하는 경우가 적지 않습니다. 이때에도 부부재산약정을 한다면 분쟁의 소지를 미리 막을 수 있겠지요.
부부재산약정은 이혼 시 재산분할 관련 사항을 결정할 수는 없으나, 재산분할 과정에서 상당한 역할을 할 수도 있습니다. 이혼 시 재산분할 협의가 되지 않은 경우 법원은 혼인 기간, 이혼 귀책사유, 재산 형성의 기여도 등 제반 사정을 들여다보게 되는데, 이때 부부재산약정도 그중 하나가 될 수 있습니다. “혼인 전 일방이 갖고 있던 재산 및 혼인 중 일방 명의로 취득한 재산”은 우리 민법상 특유재산으로 인정되어 원칙적으로는 재산분할 대상에 포함되지 않는데, 만약 부부재산약정에 이러한 사항이 정해져 있다면 이혼 시 재산분할 소송에서 이를 적극 주장해 볼 수 있겠습니다.
대법원 “미리 재산분할청구권 포기 안 돼”
부부재산약정에 포함될 수 없는 사항, 예를 들어 이혼 시 재산분할에 관한 사항을 미리 정한 계약이 있더라도, 현행법상 이를 인정할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많은 전문가들이 부정적인 견해를 취하고 있습니다.
이와 관련하여 대법원은,
“이혼으로 인한 재산분할청구권은 이혼이 성립한 때에 법적 효과로서 비로소 발생하는 것일 뿐만 아니라 협의 또는 심판에 따라 구체적 내용이 형성되기까지는 범위 및 내용이 불명확·불확정하기 때문에 구체적으로 권리가 발생하였다고 할 수 없으므로, 협의 또는 심판에 따라 구체화되지 않은 재산분할청구권을 혼인이 해소되기 전에 미리 포기하는 것은 성질상 허용되지 아니한다.
아직 이혼하지 않은 당사자가 장차 협의상 이혼할 것을 합의하는 과정에서 이를 전제로 재산분할청구권을 포기하는 서면을 작성한 경우, 부부 쌍방의 협력으로 형성된 공동재산 전부를 청산·분배하려는 의도로 재산분할의 대상이 되는 재산액, 이에 대한 쌍방의 기여도와 재산분할 방법 등에 관하여 협의한 결과 부부 일방이 재산분할청구권을 포기하기에 이르렀다는 등의 사정이 없는 한 성질상 허용되지 아니하는 ‘재산분할청구권의 사전포기’에 불과할 뿐이므로 쉽사리 ‘재산분할에 관한 협의’로서의 ‘포기약정’이라고 보아서는 아니 된다.”
라고 판시한 바 있습니다(대법원 2016. 1. 25. 자 2015스451 결정).
결혼에 대한 관념이 과거와는 많이 달라진 만큼 이제는 혼전 계약서에 대한 효력을 법원이 폭넓게 인정할 필요가 있다는 시각도 있습니다. 공동 생활비를 제외한 모든 돈은 부부 각자 관리하는 것을 넘어 최근에는 ‘반반결혼’을 실천하는 부부들도 늘어났기 때문이죠. 다만 앞선 대법원의 입장을 보면 여전히 법원은 당사자 간 약정을 인정하는 데 소극적인 편입니다. 따라서 앞으로도 혼전 계약이 이혼소송에서 그 효력을 인정받을 수 있을지는 여전히 미지수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이혼] '반반결혼', 혼전계약, 부부재산약정의 효력 이미지 1](https://d2ai3ajp99ywjy.cloudfront.net/uploads/original/66277d79afbf628e21e76d78-original-1713864057968.jpg)
그렇다면, 오늘의 사연처럼 결혼 전에 작성한 계약서가 아니라, 결혼생활 중에 작성한 소위 '각서'의 경우에는 이혼소송에서 그 효력을 인정받을 수 있을까요? 이와 관련된 내용은 다음 포스트에서 이어집니다(바로 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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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혼] '반반결혼', 혼전계약, 부부재산약정의 효력](/_next/image?url=https%3A%2F%2Fd2ai3ajp99ywjy.cloudfront.net%2Fuploads%2Ftitleimage%2Foriginal%2F5c6f566689f37c09d00ac71d-original.jpg&w=3840&q=7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