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은 결혼을 통해 평생을 함께할 동반자를 맞이하며, 서로에 대한 깊은 애정과 책임감을 표현합니다. 하지만, 모든 결혼이 해피엔딩으로 끝나는 것은 아니며, 어떤 경우에는 이혼이라는 어려운 결정을 내려야 할 때도 있습니다. 이혼의 과정 속에서는 수많은 변수가 존재하고, 법률이 그러한 변수가 발생하였을 때 어떻게 조정하여야 할지 정해줍니다.
오늘은 “이혼 소송 중 남편이 사망했습니다”라는 가상의 사연을 설정하여, 그러한 상황이 생겼을 때 많은 분들이 궁금해하실 만한 주제들을 선정하여 모두 명쾌히 밝혀보려고 합니다.
특히 ① 남은 배우자, ② 사망한 배우자의 사실혼 내연녀 사이에 생겨버린 태아, ③ 사망한 배우자의 직계존속 사이에 얽힌 이해관계를 가장 궁금해하실 것으로 예상되는데요. 이는 이혼이 성립된 후에 논의될 수 있는 주제이므로, 이번에는 사연을 총 4편으로 나누어 연재하면서, 1편에서는 우선 이혼 과정의 첫 단계에서 법률적 이슈가 되는 주제들을 설명하겠습니다.
이해를 돕기 위해 오늘 역시 사연을 먼저 소개해 드립니다.
아내에게 대놓고 외도를 저지르겠다고 선언하는 남편. 아내가 이혼하자고 말해도 모자를 이러한 상황에서 오히려 잘못을 저지른 남편이 이혼을 청구할 수 있을까요?
결론부터 말씀드리자면, 유책배우자(혼인 관계에서 주된 잘못을 저지른 배우자를 말합니다.)가 법원에 이혼소송을 제기하는 것이 무조건 금지되는 것은 아닙니다.
우리 법에는 이혼을 크게 “협의이혼”과 “재판상 이혼” 두 가지로 나눕니다. “협의이혼”이란 말 그대로 부부 쌍방이 협의해서 성립시키는 이혼인데요, 바람난 남편과 협의를 쉽게 해줄 수 있는 상황이 물론 극히 드물기는 하겠지만, 상대방을 어떻게든 설득해서 이혼에 나아갈 수 있습니다. 협의이혼에서는 유책배우자인지 아닌지를 따지지 않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대부분 이러한 상황에서는, 사연자와 같이 “난 잘못이 없는 억울한 사람이니 끝까지 네가 원하는 이혼을 절대 해주지 않겠다”면서 버틸 가능성이 큽니다. 그렇다면 유책배우자는 협의가 아닌 “재판상 이혼”, 즉 법원에 이혼을 청구해 보는 방법을 쓸 수밖에 없습니다.
이렇게 되는 경우, 대법원은
원칙적으로 유책배우자가 혼인 관계의 파탄을 사유로 이혼 청구를 할 수 없다고 봅니다.
그러나 예외적으로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에는 유책배우자도 이혼청구를 할 수 있다고 보고, 그러한 특별한 사정의 예시를 다음과 같이 들고 있습니다.
(1) 상대방(오늘의 사연자와 같은 잘못 없는 배우자를 말합니다.)에게도 이혼의사가 명백한 경우
대표적으로 오로지 ‘오기’나 보복적 감정’ 때문에 이혼에 응하지 않고 있는 상황, 상대방도 이혼의 반소를 제기한 상황 등이 있습니다. (다만 상대방이 반소를 제기했다는 것만으로 이혼의사가 명백하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는 대법원 판례도 있으니, 이와 관련한 구체적 판단 기준에 따른 결론은 법률 전문가의 상담을 요합니다.)
(2) 유책성이 상당 정도 상쇄되거나 희석된 경우
유책성이 상쇄될 정도로 상대방과 자녀에게 충분한 보상을 했거나 세월이 많이 흘러 파탄 당시 상대방이 느꼈을 정신적 고통이 약해져 유책성이 희석된 경우를 예로 들 수 있습니다.
(3) 이미 잘못을 저지르기 전부터 다른 원인 때문에 혼인이 파탄된 경우
(4) 쌍방 모두 책임이 있는 경우 상대적으로 가벼운 책임이 있는 배우자의 이혼청구는 허용
참고로 재판상 이혼을 하려는 자는 반드시 먼저 가정법원의 조정절차를 거쳐야 하고, 만약 이 절차에서 조정이 성립된다면 곧바로 혼인이 해소될 수도 있습니다.

물론 네 가지 예외적인 사정을 고려하고 있지만, 이처럼 대법원은 원칙적으로는 유책배우자가 이혼을 청구할 수 없다고 봅니다. 그런데 다른 나라들도 모두 이러한 입장을 취하는 것은 아닌데요. 예를 들어 미국 일부 주에서는 부부가 1년 정도 별거만 해도, 유책성과 상관없이 쉽게 이혼이 허용됩니다.
이와 같은 견해차가 발생하는 이유는 우리나라는 “유책주의”, 미국 등 대부분 선진국은 “파탄주의”를 원칙으로 삼고 있기 때문입니다. 유책주의란 외도 등 잘못을 저질러 부부의 사이가 나빠져 파탄에 이르는 경우에도, 잘못을 저지르지 않은 배우자만 법원에 이혼을 청구할 수 있게 하자는 입장입니다. 반대로 파탄주의란 부부관계가 파탄에 이를 정도로 깨지기만 하면, 누구의 잘잘못을 따지는 것 없이 쉽게 이혼을 허용하는 것입니다.
우리나라가 유책주의를 취하게 된 이유야 여러 가지 있겠지만 과거 경제적 측면에서 상대적으로 취약한 여성 배우자 측을 보호하기 위한 것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바람난 남편이 본처를 내쫓고 법적인 혼인 상태도 해소해 버리는 이른바 ‘축출이혼’을 막겠다는 취지이죠.
- 관련 사례: 서울가정법원은 홍상수 감독이 혼인 파탄에 책임이 있다는 이유로 홍 감독이 아내를 상대로 제기한 이혼소송을 기각함.
그러나 최근에는 파탄주의 시각이 설득력을 얻고 있습니다. 남보다도 못하게 된 사이를 굳이 법으로 유지할 필요가 있는지 의문이 드는 것이죠. 이들 입장에서는 대신 남겨진 배우자나 자녀의 사회적, 경제적 보호는 위자료를 높임으로써 해결하면 된다고 합니다.
- 관련 사례: 세계에서 가장 부유한 사람으로 알려진 아마존 창업자 제프 베조스는 그의 아내와의 이혼 합의금으로만 최소 350억 달러를 지급하기로 한 것으로 알려짐.
대법원은 현재까지는 유책주의 원칙을 고수하고 있으나, 다양한 예외 사유를 제시해 파탄 난 혼인 관계를 해소할 길을 열어주고 있는 것입니다.
오늘의 사연자는 결국 남편과 이혼을 해주게 되는데요. 그 후에 벌어지는 남편의 사망 사건, 그 이후에 실타래처럼 얽히는 상속 관계에 대한 해결은 2편에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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