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인 간 대화를 녹음하한 사건 항소심 실제 사례
대화 당사자가 대화의 참여자로써 상대방과의 대화를 상대방에게 고지하지 않고 녹음하더라도 이는 통신비밀보호법 위반이 아닙니다. 그러나 타인 간 대화를 대화에 참여하지 않은 제3자가 녹음하였다면 이는 통신비밀보호법 위반이므로 주의가 필요합니다.
오늘은 항소심 판례를 통하여 현직 공무원이 팀장과 민원인과의 대화를 몰래 녹음하였다가 1심에서 집행유예 형을 선고받고 당연퇴직 당하게 되어, 1심결과에 불복하여 항소심을 제기한 실제 사례를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사안의 개요
서울고등법원이 2023년 7월 13일 선고한 2023노1373 판결 사안의 개요는 다음과 같습니다.
피고인은 자신이 근무하는 시청 사무실에서 소속 팀장 갑과 방문자 을의 대화 내용을 피고인의 핸드폰으로 녹음하여 통신비밀보호법 위반으로 기소되었습니다.
피고인의 주장
피고인은 피고인이 녹음한 공소외 1(팀장 갑)과 공소외 2(민원인을) 사이의 대화는 일반인의 출입이 통제되지 않은 공개된 사무실에서 일과시간 중에 이루어졌고, 피고인은 가청거리 내에 있는 자신의 자리에서 위 대화를 자연스럽게 듣다가 이를 녹음하였을 뿐이므로 피고인이 녹음한 공소외 1과 공소외 2 사이의 대화가 통신비밀보호법 제3조 제1항에서 말하는 ‘공개되지 아니한’ 타인 간의 대화라고 할 수 없고, 설령 공소외 1과 공소외 2 사이의 대화가 공개되지 아니한 타인 간의 대화에 해당한다고 하더라도, 피고인은 공소외 1의 부패행위를 적발·신고하기 위하여 이 사건 공소사실과 같은 녹음 행위를 한 것이므로, 피고인의 행위는 형법 제20조에 따른 정당행위에 해당한다고 주장하였습니다.
원심의 판단
원심(의정부지법 2023. 4. 20. 선고 2022고합329 판결)은 피고인의 주장을 배척하고 피고인에게 징역 6월, 집행유예 1년, 자격정지 1년을 선고하였습니다.
다음은 원심 판단의 이유입니다.
원심은, 통신비밀보호법 관련 법리를 설시한 후, 원심이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에 의하여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정들에 비추어 보면, 피고인이 녹음한 공소외 1과 공소외 2 사이의 대화는 통신비밀보호법 제3조 제1항에서 정하는 ‘공개되지 아니한 타인 간의 대화’에 해당한다는 이유로 이 부분 피고인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아니하였다.
① 피고인이 녹음한 공소외 1과 공소외 2 사이의 대화는 공소외 2가 공소외 1에게 준 선물의 사용 방법을 설명하는 내용 및 공소외 1이 위 선물에 대한 감사를 표시하는 내용이 주를 이룬다. 위 대화 중 공소외 1은 딸의 생활 습관이나 결혼 의사 등 자신 또는 가족의 사생활과 밀접하게 관련된 이야기를 하기도 했다. 이러한 대화 내용에 비추어, 위 대화는 공소외 1과 공소외 2의 사생활에 관한 내용으로서 통신비밀보호법의 보호대상이 된다.
② 위 대화가 이루어진 장소(○○시청 □□팀 사무실)가 민원인들이 수시로 드나드는 민원실 내에 있기는 하다. 그러나 민원실에서 민원인들이 자유롭게 출입할 수 있는 공간은 민원창구가 있는 부분에 한정되었던 것으로 보이고, 이를 넘어 민원인들이 공무원들이 실제 업무를 보는 사무공간에까지 자유롭게 출입할 수 있었다고 보이지는 아니한다. 따라서 위 대화가 이루어진 장소가 ‘일반 공중’에 공개된 장소였다고 할 수는 없다.
③ 공소외 1은 수사기관에서 ‘위 대화가 이루어진 ○○시청 □□팀 사무실은 각 직원들의 자리가 얼굴까지 오는 칸막이로 서로 분리되어 있었고, 대화 내용도 지극히 사적인 대화였기 때문에, 자신의 대화를 누가 엿듣거나 녹음을 할 거라는 생각 자체를 하지 못했다.’는 취지로 진술하였고, 달리 공소외 1과 공소외 2가 자신들의 대화 내용을 사무실 내 다른 직원들이나 민원 업무를 보는 민원인들에게 적극적으로 알리거나 공개하려 하였다거나, 자신들의 대화가 제3자에 의하여 녹음되어도 무방하다는 의사를 가지고 있었다고 볼 만한 사정은 보이지 않는다.
④ 앞서 살펴본 대화의 내용, 대화 당사자의 수, 대화가 이루어진 장소의 성격이나 출입의 통제 정도, 발언자의 의사와 기대 등 여러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보면, 피고인이 녹음한 공소외 1과 공소외 2 사이의 대화는 일반 공중과의 관계에서는 물론 피고인과의 관계에서도 ‘공개되지 아니한 타인 간의 대화’에 해당한다고 봄이 타당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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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소심의 판단
피고인은 이러한 원심의 판단에 불복하여 사실오인, 법리오해 및 양형부당을 이유로 항소하였으나, 항소심도 피고인의 항소를 기각하고 원심을 확정하였습니다.
다음은 항소심 판결 이유입니다.
피고인의 사실오인 및 법리오해 주장에 대한 판단
원심이 적절하게 설시한 사정에다가 원심이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를 기록과 대조하여 면밀히 살펴보고, 다음의 이유를 더해 보면, 피고인의 판시 범죄사실과 같은 행위가 법령에 의한 행위라거나 사회상규에 반하지 않는 행위로 형법상 정당행위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다. 따라서 이 부분 원심의 판단은 정당하고, 피고인의 이 부분 주장도 이유 없다.
① 피고인은, 공무원은 관련 법령에 따라 청렴 의무를 부담하고 이에 위반 시 징계처분을 받아야 하므로, 피고인은 공소외 1이 청렴 의무를 위반하는 것을 보고 이를 녹음한 것으로서 이는 정당행위에 해당한다는 취지로 주장한다. 그러나 앞서 본 바와 같이 피고인이 녹음한 공소외 1과 공소외 2 사이의 대화 내용과 당시 상황에 비추어 보면, 공소외 1이 직무에 관하여 공소외 2로부터 부정한 금품을 받는 상황이라고 보기는 매우 어려움에도(공소외 2는 공소외 1이 사적으로 활동하는 동호회의 회원으로 보인다), 피고인은 막연한 추측 등에 기해 위 대화를 녹음한 것으로 보일 뿐이다.
② 피고인은, 공소외 2가 공소외 1에게 선물한 차가 청탁금지법에서 금지하는 100만 원을 초과하는 고가의 금품에 해당한다고 주장하나, 앞서 보았듯이 피고인이 위 대화를 녹음할 당시 그렇게 믿을 만한 별다른 사정이 없었고, 피고인이 제출한 증거 등을 살펴보아도 위 차가 100만 원을 초과하는 금품에 해당한다고 보기도 어렵다. 달리 피고인의 위 녹음 행위가, 헌법과 통신비밀보호법이 부여한 개인의 사생활과 대화의 비밀이라는 사익 및 통신비밀의 일반적 보호라는 가치보다 더 우월하거나 이와 대등한 보호이익을 위한 것이라고 볼 만한 사정도 없다.
피고인의 양형부당 주장에 대한 판단
양형은 법정형을 기초로 하여 형법 제51조에서 정한 양형의 조건이 되는 사항을 두루 참작하여 합리적이고 적정한 범위 내에서 이루어지는 재량 판단인 점과 아울러 항소심의 사후심적 성격 등에 비추어 보면, 제1심과 비교하여 양형의 조건에 변화가 없고 제1심의 양형이 재량의 합리적인 범위를 벗어나지 아니하는 경우에는 이를 존중함이 타당하다(대법원 2015. 7. 23. 선고 2015도3260 전원합의체 판결 참조).
원심은, 피고인이 초범인 점, 이 사건 범행으로 취득한 녹음 파일을 유포하거나 외부에 공개하지는 않은 것으로 보이는 점, 피고인은 자신의 자리에서 가청거리 내에서 이루어지고 있는 대화를 녹음한 것이므로 그 범행 수법이 매우 불량하다고 보기는 어려운 점, 한편 이 사건 범행은 피고인이 공개되지 않은 타인 간의 대화를 함부로 녹음하여 그 대화 참여자들의 사생활 및 대화의 비밀과 자유를 침해하여 그 죄책이 가볍지 않은 점, 피고인이 대화 참여자들로부터 용서받지 못한 점 등 여러 정상을 두루 고려하여 피고인에 대한 형을 정하였다.
피고인이 이 법원에서 양형요소로 주장하는 사정들은 이미 원심의 변론과정에 현출되었거나 원심이 피고인에 대한 형을 정할 때 충분히 고려한 사정들로 보이고, 이 법원에서 달리 원심의 형을 변경할 만한 양형조건의 변화가 없다. 그 밖에 피고인의 성행, 환경, 가족관계, 범행의 동기와 경위, 수단과 방법, 범죄 후의 정황 등 이 사건 기록과 변론에 나타난 모든 양형조건을 종합하여 보면, 원심의 형이 너무 무거워서 합리적 재량의 범위를 벗어났다고 보기 어렵다.
따라서 피고인의 양형부당 주장도 이유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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