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컬로든 법률사무소 대표변호사 서승효입니다.
여러분, 혹시 상대방이 나에게 이성적 호감이 있다고 착각한 적 없으신가요?
누구에게나 그런 청춘시절의 흑역사 하나쯤 있을 법한데요.
오늘 사례 분석 사안은, 상대방이 나에게 호감을 가지고 있다고 착각하면서 발생한 '준강제추행' 사건입니다.
(* 개인정보가 노출되지 않도록 최소한의 범위에서만 사건 내용을 정리하였습니다)
1. 피고인 등 인적사항
피고인 : 20대 남성
피해자 : 20대 여성, 피고인의 친구
2. 공소사실의 요지
검사가 수집한 증거를 바탕으로 내린 결론, 즉 피고인을 기소한 요지는 다음과 같습니다.
피해자는 사건 발생 당시 술에 취해 잠이든 항거불능상태에 있었다.
피고인은 피해자의 항거불능상태를 이용하여 피해자의 가슴을 만지거나 빨고, 피해자의 성기를 만지는 등 추행행위를 하였다.
이와 같은 피고인의 행위는 준강제추행에 해당한다.


3. 판결
피고인은 무죄.
검사가 내린 결론과 달리, 법원은 피고인에게는 무죄를 선고하였습니다.
어떻게 가능했을까요? 제가 어떤 식으로 공소사실을 반박했는지 제4항에서 함께 살펴보시죠!

4. 변론진행 방향
가. 검사 신청 증거에 대한 선별 작업
이 사건은 의뢰인께서 사건이 재판에 넘어가자 뒤늦게 변호인을 선임한 경우였습니다.
변호인 없이 홀로 조사 받는 경우, 피의자는 디테일하게 사실관계를 바로잡아야 하는 경우에도 '이 정도는 괜찮겠지'하며 두리뭉술 혐의를 인정해버리는 경향이 있습니다. 그럼, 본래 내 의도와는 달리, 공소사실을 인정하는 조서가 작성되어 버리는 거죠. 이 사건도 그랬습니다.
그래서 저는 재판단계에서 의뢰인의 원래 의도와 다르게 기재된 피신조서를 '내용부인'하였습니다. 내용부인한 증거는 증거능력이 없기 때문에, 법원이 공소사실을 뒷받침하는 증거로 사용할 수 없습니다. 이 사건은 피고인의 피신조서를 증거로 사용할 수 없게 됨으로써, 결과적으로 피고인에게 유리하게 재판이 흘러갔습니다.

(피해자 진술조서 부동의나 증인신문에 관한 내용은 생략합니다.)
나. 공소사실 요지에 대한 객관적, 구체적 반박
공소사실을 부인하는 사건에 있어, 가장 중요한 변호인의 역할은 객관적이고 구체적인 방법으로 공소사실을 반박하는 것입니다.
이 사건의 핵심은, 두가지입니다. 하나는, 피해자가 사건 발생 당시 항거불능상태에 있었다고 볼 수 있는지. 다른 하나는, 피고인이 이를 인지하고(이용해) 피해자를 추행한 것인지.
피고인은 "피해자가 취기가 있는 정도였지 만취한 상태가 아니었고, 피해자도 나에게 호감이 있는 줄 알고 스킨쉽을 허락한 걸로 생각했다"라는 입장인 반면, 피해자는 수사기관 및 법정에서 "취해서 기억이 나지 않고, 피고인에게 친구 이상의 감정은 없다"라고 한 상황이었습니다.
변호인으로서는 법원(판사)에게 '피해자가 사건 발생 당시 항거불능상태가 아니었을 수도 있다' 또는 '피고인은 당시 피해자가 항거불능상태임을 인지하지 못하였을 수 있다'라는 의문(reasonable doubt)을 불러일으키는 것으로 충분합니다. 입증책임은 검사에게 있으니까요.
저는 객관적인 자료(피해자와 피고인이 피고인의 집으로 가기 직전 머무른 술집에서 찍은 sns 사진, 피해자가 직접 술값을 계산한 영수증, 피해자가 술집에서 피고인의 집까지 걸어간 거리, 도보로 갈 경우 걸리는 시간, 기상 데이터, 혈중알콜농도에 관한 논문 등)를 통해 당시 피해자가 항거불능상태에 있었는지 의문이 든다는 의견을 밝혔고, 이전부터 피고인과 피해자 사이에 있었던 여러 에피소드를 근거로 피고인으로서는 당시 피해자 역시 피고인에게 이성적 호감이 있어 신체 접촉을 허용한 것이라 착각할 수밖에 없었다고 주장하였습니다.
다행히, 판사님께서도 그러한 피고인의 입장을 이해해 주셨습니다.
판결이유에는 나오지 않지만, 저는 피해자의 진술에만 의존한 수사기관의 행태도 꼬집었습니다. 수사기관은 성범죄 사건의 경우 피해자의 진술에만 의존하고 객관적 증거의 수집을 게을리하는 경향이 있습니다(일부 수사관의 수사 행태일 수도 있겠으나, 제가 변호사업무를 하면서 항상 느끼는 부분 중 하나였습니다).
준강제추행죄에 있어서는 사건 발생 당시 피해자의 상태를 입증하는 것이 무엇보다도 중요한데, 수사기관은 피고인과 피해자가 함께 술집을 나와 걸어간 길 곳곳에 설치되어 있던 방범카메라 영상, 피고인의 주거지 입구를 비추고 있는 cctv 영상 등 피해자의 상태를 입증할 수 있는 객관적인 증거는 그 어떤 것도 수집하지 않았습니다.
이러한 객관적 증거의 부재가 '기억나지 않는다'라는 피해자의 진술을 뒷받침해주지 못했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니, 반대로 피고인의 진술에는 힘이 실릴 수밖에 없지요.
형사 재판은 어찌되었든 인두비오프로레오(의심스러운 때는 피고인의 이익으로)이니까요.
5. 검사의 항소 및 항소기각
검사가 판결에 불복하여 항소했으나 2심에서도 무죄가 유지되었습니다.
검사가 상고하지 않아 무죄가 확정되었고, 무죄 확정에 따라 소송비용까지 보상받았습니다.

이번 사례 분석, 어떠셨나요?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셨길 바라며
오늘의 포스팅은 여기서 마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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