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반려동물의 양육권
우리나라 사람들 중 약 5분의 1이 반려동물을 기르고 있고, 우리나라의 연간 이혼율은 10만 건 정도라는 점을 비추어 보면, 대략 연간 2만 건 정도의 이혼을 앞둔 가구가 반려동물을 기르고 있는 것으로 추정할 수 있습니다.
이는 연간 2만 마리의 반려동물이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이혼 후 일방의 주인과 헤어지게 되는 것을 의미합니다.
이혼은 이혼 당사자 간에도 일생일대의 아주 중요하고 심각한 일이지만,
반려동물의 입장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나마 이혼 당사자는 스스로 이혼을 선택하고 결정할 수 있지만, 반려동물은 ‘주인결정권’이 없지 않은가.
이는 법률에 보다 명확하게 나타납니다.
현행법상 반려동물은 물건과 같습니다.
그래서 우리의 일반적인 감정과는 다르게 이혼 시 반려동물의 양육 문제는 이혼 당사자 간의 양육권 문제가 아니라 재산분할의 문제에 불과하다.
보통 결혼 전부터 소유하고 있었던 재산은 특유재산으로서 결혼 전의 소유자가 이혼 시 그 재산에 대한 소유권을 갖게 되고, 이혼 후 소유하게 된 재산은 공유재산으로서 재산분할의 대상이 됩니다.
따라서
반려동물이 결혼 전 일방당사자가 길러왔던 것이라면 그 일방당사자가 이혼 후에도 반려동물을 소유하게 되는 것이고,
결혼 후에 부부가 서로 길러왔던 것이라면 부부 각자가 반려동물에 대한 지분 1/2씩을 소유하게 됩니다.
그러데 문제는 반려동물은 분할 가능한 존재가 아니라는 것에 있습니다.
이 경우, 서로 합의 하에 일방이 반려동물을 소유하는 것을 타방이 동의할 경우에는 특별히 문제될 것이 없지만 서로 협의가 안 될 경우, 재산분할과 별개로 ‘공유물분할소송’이라는 또 다른 어렵고 힘든 과정을 거쳐서야 비로소 소유자가 결정되게 됩니다.
소유자가 결정되더라도 문제가 완전히 해소되는 것은 아닙니다.
반려동물을 소유하게 된 이혼당사자는 반려동물이 사망할 때까지 사육에 필요한 모든 비용(사료비, 예방접종 비용 등)을 부담해야 합니다.
경제적으로 여유가 있는 경우라면 이러한 비용이 큰 부담이 아니라고 여길 수 있겠지만, 이혼 전 가사와 반려동물 양육에만 전념한 사람(대체로 여성)이 이혼을 하게 되어 반려동물 양육까지 맡아야 할 경우에는 상당한 부담이 아닐 수 없을 것입니다.
하지만 앞서 말했듯 이혼 시 반려동물은 재산분할의 대상에 불과하기 때문에 상대방에게 반려동물 양육에 필요한 비용을 청구하기가 곤란합니다.
- 미국의 사례
미국의 경우에도 반려동물의 양육을 누가 할 것인지에 대한 다툼이 많습니다.
유명 헐리우드 스타들로 이러한 문제를 겪곤 합니다.
미국 재판례에서도 반려동물을 양육권의 대상으로 보고 있지 않지만, 주로 반려동물의 입장에서 최대의 혜택을 줄 수 있는 자가 양육하는 것이 합리적이라는 입장입니다.
예를 들어, 여자가 이혼 후 새로운 많은 개를 기르고 있을 경우, 개들 사이에 경쟁이 심해질 수 있다는 이유로 남자에게 반려견의 양육을 명한 사례가 있으며(Juelfs v. Gough 사건), 이혼 시 개의 양육자를 정할 때 과거에 개를 학대하였는지 여부를 고려한 사례가 있습니다(Pratt v. Pratt 사건).
- ‘이혼 후 부양료 지급 제도’의 도입 필요성
한편, 독일은 이혼 후 생활이 어려운 일방당사자에게 타방당사자가 부양료를 일정 지급하여야 하는 이른바 ‘이혼 후 부양료 지급 제도’가 있습니다.
예를 들어, 가사에만 전념한 여자가 남자로부터 이혼을 당하였고, 현실적으로 재취업도 불가능한 상황인 반면에, 남자는 일정한 소득이 있는 경우, 이혼 후 남자는 여자에게 부양료 명목의 금전을 지급하여야 하는 제도를 말합니다.
이러한 제도가 우리나라에 도입된다면,
과거 직업이 있었던 여자가 결혼 후 직장을 그만두고 아이들의 양육과 남편의 뒷바라지만 하다가 이혼 당하였을 경우 여자는 남편에게 부양료를 청구할 수 있을 것입니다.
더 나아가, 여자가 함께 기르던 반려동물을 이혼 후에도 맡아서 기를 경우 여자는 반려동물 양육에 필요한 부대비용을 남편에게 청구할 수 있을 것입니다.
미국 역시 이혼 수당 청구 제도(alimony)가 있고, 영국 또한 생활유지비 청구 제도(maintenance payment)가 있는 점을 고려하여 보면, 우리나라도 ‘이혼 후 부양료 지급 제도’를 도입하지 못할 이유는 없어 보입니다.
결론적으로, 이혼 시 반려동물은 자녀와 같은 지위에 있지 않아 양육비를 청구하지 못하는 현행 법제도하에서 위 ‘이혼 후 부양료제’는 이혼 후 반려동물 양육 문제를 일정 해소할 수 있는 유용한 제도가 될 수 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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