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속포기 후 사해행위 취소소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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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속포기 후 사해행위 취소소송 

오경수 변호사

상속인 중에 재산보다 빚이 많아 상속포기각서를 쓰거나 상속포기신고를 하는 사례가 종종 있습니다.


그럼 보통은 나중에 상속인의 채권자가 다른 상속인들을 사해행위취소소송을 합니다. 빚이 많은 상속인의 상속포기가 채권자를 해하는 행위라는 이유에서죠.


이런 경우 다른 채권자가 이 사해행위 취소소송에서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요?

대표적인 세 가지 사례를 통해 이를 알아보겠습니다.


3개월 안에 상속포기신고

'상속포기신고의 효력은?'


A의 형제 갑은 사업 실패로 현재 남아 있는 재산이 전혀 없습니다. 그래서 항상 채권자들에게 시달리고 있었는데 A의 아버지 을이 얼마 전에 재산을 남기고 세상을 떠났습니다. 갑은 아버지에게 상속재산을 받아봐야 어차피 채권자들이 가져갈테니, 자기는 상속포기를 하겠다고 하였습니다. 그래서 상속전문변호사의 자문을 받아보고는 아버지 돌아가신 날로부터 1달이 지나서 법원에 상속포기신고를 하였고 약 2달 후에 수리결정을 받았습니다. 그 후 A는 아버지가 남긴 상속재산을 단독으로 상속등기를 하였는데, 갑의 채권자가 A를 상대로 사해행위 취소소송을 하였습니다.


어떤 사람이 상속을 포기하면 그 사람은 상속개시 시점(피상속인 사망 시점)으로 소급하여 처음부터 상속인의 지위에서 벗어납니다.


그럼 재산보다 빚이 많은 상속인이 상속포기 신고를 하여 상속인의 지위에서 벗어나면 결과적으로는 채권자에게 손해가 생기는 셈입니다. 그 상속인이 상속포기를 하지 않았다면 상속인이 받았을 상속재산으로 변제를 받을 수 있었을테니까요.


하지만 대법원은 상속포기는 사해행위 취소의 대상이 될 수 없다고 하였습니다.

상속의 포기는 비록 포기자의 재산에 영향을 미치는 바가 없지 아니하나(그러한 측면과 관련하여서는 ‘채무자 회생 및 파산에 관한 법률’ 제386조도 참조) 상속인으로서의 지위 자체를 소멸하게 하는 행위로서 순전한 재산법적 행위와 같이 볼 것이 아니다. 오히려 상속의 포기는 1차적으로 피상속인 또는 후순위상속인을 포함하여 다른 상속인 등과의 인격적 관계를 전체적으로 판단하여 행하여지는 ‘인적 결단’으로서의 성질을 가진다. 그러한 행위에 대하여 비록 상속인인 채무자가 무자력상태에 있다고 하여서 그로 하여금 상속포기를 하지 못하게 하는 결과가 될 수 있는 채권자의 사해행위취소를 쉽사리 인정할 것이 아니다. 그리고 상속은 피상속인이 사망 당시에 가지던 모든 재산적 권리 및 의무·부담을 포함하는 총체재산이 한꺼번에 포괄적으로 승계되는 것으로서 다수의 관련자가 이해관계를 가지는데, 위와 같이 상속인으로서의 자격 자체를 좌우하는 상속포기의 의사표시에 사해행위에 해당하는 법률행위에 대하여 채권자 자신과 수익자 또는 전득자 사이에서만 상대적으로 그 효력이 없는 것으로 하는 채권자취소권의 적용이 있다고 하면, 상속을 둘러싼 법률관계는 그 법적 처리의 출발점이 되는 상속인 확정의 단계에서부터 복잡하게 얽히게 되는 것을 면할 수 없다. 또한 상속인의 채권자의 입장에서는 상속의 포기가 그의 기대를 저버리는 측면이 있다고 하더라도 채무자인 상속인의 재산을 현재의 상태보다 악화시키지 아니한다. 이러한 점들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보면, 상속의 포기는 민법 제406조 제1항에서 정하는 “재산권에 관한 법률행위”에 해당하지 아니하여 사해행위취소의 대상이 되지 못한다.

(대법원 2011. 6. 9. 선고 2011다29307 판결)


그 결과 갑의 상속포기는 갑의 채권자들과의 관계에서 사해행위가 될 수 없습니다. 그렇다면 갑의 채권자들이 A를 상대로 한 사해행위 취소소송에서 A가 승소를 할 수 있다는 뜻입니다.


상속포기각서를 작성

'상속포기각서를 썼다고 해결될 수 있을까?'


B의 형제 병은 여러 번의 사업 실패로 빚더미에 앉았습니다. 가지고 있는 재산은 전혀 없고 빚뿐입니다. 그래서 B가 생활비 일부를 도와주고 있는 형편입니다. 그러던 중 B의 아버지 정이 세상을 떠났고 상속재산을 남겨 주었습니다. 병은 B를 위해 상속을 포기하겠다고 하면서 상속포기각서를 썼고, B와 병은 인근 법무사 사무실에 들러 상속재산분할협의서를 작성하여 정의 상속재산 전부에 대해 B가 상속등기를 하였습니다. 그런데 6개월이 지난 어느 날 병의 채권자들이 B를 상대로 사해행위취소소송을 하였습니다.


유감스럽게도, B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이 사해행위취소소송에서 패소할 가능성이 아주 높습니다.


A와 똑같이 상속포기를 한 것 같은데 A는 소송에서 이길 수 있고, B는 소송에 패소하는 이유는 병이 법원에 상속포기신고를 한 것이 아니라 상속포기각서를 쓰고 상속재산분할협의를 하였기 때문입니다. 별다른 차이가 아닌 것 같지만 법률적 관점에서 보면 결정적인 차이가 있습니다.


상속재산의 분할협의는 상속이 개시되어 공동상속인 사이에 잠정적 공유가 된 상속재산에 대하여 그 전부 또는 일부를 각 상속인의 단독소유로 하거나 새로운 공유관계로 이행시킴으로써 상속재산의 귀속을 확정시키는 것으로 그 성질상 재산권을 목적으로 하는 법률행위이므로 사해행위취소권 행사의 대상이 될 수 있다.

(대법원 2001. 2. 9. 선고 2000다51797 판결)


이렇게 법원에 상속포기신고를 한 것과 상속포기각서를 쓴 행위가 비슷하게 보이지만, 전혀 다른 법률효과를 가져온다는 점을 인지하는 것에 무척 중요합니다. 그래서 상속전문변호사의 도움을 받아야 하는 것입니다.


실제로 상속등기를 마친 후에 다른 상속인의 채권자로부터 사해행위취소소송을 당하고 나서 그제야 문의를 주시는 분들이 종종 있는데, 이 분들이 사해행위취소소송에서 승소할 수 있는 경우는 아래의 C와 같은 사례 밖에는 없습니다. 그럼 지금 B 사례와 아래의 C 사례는 무엇이 다를까요?


분배받을 재산이 없는 사람의 상속포기각서

'구체적 상속분의 계산'


C의 형제 무 역시 연이은 사업 실패로 큰 빚이 있습니다. C의 아버지 기는 재산을 일부 팔아 무의 빚을 갚아주곤 하였습니다. 그 돈을 모두 합하면 4억 원이 넘고 지금 기가 남긴 재산은 3억 원 정도입니다. 그래서 무는 어차피 자신은 돌아가신 아버지로부터 재산을 많이 받았으니 남은 재산은 포기하겠다고 하면서 상속포기각서를 썼습니다. C와 무는 인근 법무사 사무실에 찾아가 아버지 기의 재산을 모두 C가 상속한다는 내용의 상속재산분할협의서를 작성하였고 이를 토대로 C는 상속등기를 하였습니다. 얼마 후 C는 무의 상속인들로부터 사해행위 취소소송을 당했습니다.


C의 사례에서는 위 B와는 달리 C가 소송에서 충분히 승소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결과가 가능한 결정적인 포인트는 바로 구체적 상속분입니다.


상속재산을 분할할 때에는 상속인 전원이 법정상속분대로 재산을 나누자는 협의가 있는 상황 또는 공동상속인 중에 기여분이 인정되는 사람이 없고, 공동상속인들의 특별수익이 모두 없거나 같은 상황이 아니라면 상속재산은 구체적 상속분대로 나누도록 하고 있습니다.


이때 구체적 상속분이란 공동상속인의 특별수익과 기여분을 고려한 상속재산의 실질적 분할비율을 의미합니다.

만약 공동상속인 중에 한 사람이 자신의 법정상속분보다 많은 재산을 미리 증여받았다면, 그 사람은 상속재산에 대한 권리가 없습니다. C의 형제인 무는 상속재산보다 많은 특별수익이 있었죠. 그래서 남은 재산에 대한 구체적 상속분은 '0'입니다.


아래 대법원 판례들을 보시죠.

채무초과 상태에 있는 채무자가 상속재산의 분할협의를 하면서 상속재산에 관한 권리를 포기함으로써 결과적으로 일반 채권자에 대한 공동담보가 감소되었다 하더라도, 그 재산분할결과가 채무자의 구체적 상속분에 상당하는 정도에 미달하는 과소한 것이라고 인정되지 않는 한 사해행위로서 취소되어야 할 것은 아니고, 구체적 상속분에 상당하는 정도에 미달하는 과소한 경우에도 사해행위로서 취소되는 범위는 그 미달하는 부분에 한정하여야 한다.

(대법원 2001. 2. 9. 선고 2000다51797 판결)


공동상속인 중 피상속인으로부터 재산의 증여 또는 유증을 받은 자는 그 수증재산이 자기의 상속분에 부족한 한도 내에서만 상속분이 있으므로(민법 제1008조), 공동상속인 중에 특별수익자가 있는 경우에는 이러한 특별수익을 고려하여 상속인별로 고유의 법정상속분을 수정하여 구체적인 상속분을 산정하게 되는데, 이러한 구체적 상속분을 산정함에 있어서는 피상속인이 상속개시 당시에 가지고 있던 재산의 가액에 생전 증여의 가액을 가산한 후 이 가액에 각 공동상속인별로 법정상속분율을 곱하여 산출된 상속분 가액으로부터 특별수익자의 수증재산인 증여 또는 유증의 가액을 공제하는 계산방법에 의하여야 하고(대법원 1995. 3. 10. 선고 94다16571 판결 참조), 금전채무와 같이 급부의 내용이 가분인 채무가 공동상속된 경우 이는 상속개시와 동시에 당연히 법정상속분에 따라 공동상속인에게 분할되어 귀속되는 것이므로 상속재산 분할의 대상이 될 여지가 없다(대법원 1997. 6. 24. 선고 97다8809 판결 참조). 따라서 특별수익자인 채무자의 상속재산 분할협의가 사해행위에 해당하는지를 판단함에 있어서도 위와 같은 방법으로 계산한 구체적 상속분을 기준으로 그 재산분할결과가 일반 채권자의 공동담보를 감소하게 하였는지 평가하여야 하고, 채무자가 상속한 금전채무를 구체적 상속분 산정에 포함할 것은 아니다.

(대법원 2014. 7. 10. 선고 2012다26633 판결)


즉, C의 사례에서 구체적 상속분에 따라 상속재산을 분할할 경우 어차피 무는 구체적 상속분이 '0'이어서 분배받은 재산 자체가 없었으므로, 무가 상속재산을 분배받지 않겠다는 분할협의를 하였다고 하더라도 그 행위가 채권자와의 관계에서는 사해행위가 될 수 없다는 것입니다. 이 점이 위 B의 사례와 근본적인 차이점입니다.


이렇게 사해행위와 상속포기는 복잡한 관계에 있습니다. 상속인 중에 채무초과 상태에 있는 사람이 있을 때 이를 어떻게 처리하느냐에 따라 결과에서 큰 차이가 있으니 상속 절차를 밟기 전에 꼭 상속전문변호사의 도움을 받아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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