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인권위원회는 뭐 하는 곳인가요?
필자는 변호사가 되기 전부터 인권이라는 말을 참 좋아했다.
학창 시절에는 그 단어만 들어도 가슴에서 무언가 들끓는 기분이 들어서, 인권이 곧 정의인 것마냥 생각할 정도였다. 그런데 우습게도 이렇게 속으로는 거창한 생각을 하면서 공부하느라, 일하느라 바빴다는 핑계로 '정작 뭐 하나 하고 있는 것은 없지 않나?" 느끼기 시작할 무렵, 국가인권위원회 전문상담위원 모집 안내 메일을 받았다. 사실 전문상담위원으로 지원할 때 국가인권위원회에서 정확히 어떤 일을 하는지 몰랐다. 몰랐기 때문에 더 궁금했고, 꼭 일해보고 싶었다.
지금도 필자가 상담업무를 위해 국가인권위원회에 주기적으로 간다고 말하면 친한 동료 변호사들을 포함하여, "거기서 뭐 해?"라고 물어보시는 분들이 꽤 있다(그리고 이 질문을 국가인권위원회에 직접 방문하신 내담자(상담자)도 한다.) 그래서 '여기서 무엇을 하는지', '혹 의뢰인이나 주변 사람들이 인권침해 또는 차별을 겪었을 때 이곳을 방문한다면 어떤 내용의 상담을 받을 수 있는지' 공유해보려 한다.
전문상담위원은 변호사-노무사의 비중이 가장 많고 이외 장애, 군, 이주 등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로 구성되어 있다. 오전 상담은 9시 30분부터 12시 30분까지 총 3시간, 오후 상담은 1시 30분부터 5시 30분까지 총 4시간 동안 진행되며, 홈페이지에서 전문위원 별 상담 일정을 미리 확인하고 예약한 후 방문할 수 있다 (간혹, 예약하고도 당일에 별다른 연락 없이 방문하지 않는 분도 있고, 상담 당일에 지방에서 고속버스를 타고 무작정 방문하는 분도 있다.) 상담시간은 1시간이 원칙이지만 실제로 진행하다 보면 1시간을 넘기는 경우가 빈번하다.
그도 그럴 것이, 여러 기관을 거쳐 결국 국가인권위원회까지 찾아온 사람들은 대부분 수많은 기관들을 거치면서 잔뜩 쌓인 억울함도 함께 들고 오기 때문에 사건이 발생하게 된 배경부터 시작해서 어떤 상황에서 본인이 억울함을 느꼈는지, 어떤 부분에서 인권이 침해당했다고 느꼈는지, 누가 나의 말을 그렇게 묵살하고 무시했는지 등이 상담실 의자에 앉자마자 책상 위 투명 칸막이 너머로 두서없이 쏟아진다.
일반적인 상담 절차는,
1) 국가인권위원회법 제 30조1항에 따른 위원회의 조사대상에 해당하는지 파악하고 이를 설명해 드린 후,
2) 조사대상에 해당할 경우 내담자(상담자)가 위원회에 진정을 원하는지 그 의사를 확인하고,
3) 진정 절차 안내(또는 일반 법률 상담)까지 끝났다면
4) 마지막으로 상담 보고서를 작성해 드리는 것으로 마무리된다.
일반 법률 상담만으로 만족하시는 분들에게는 위원회 조사 대상이나 진정 절차까지 따로 길게 설명해 드릴 필요는 없다. 문제는 본인이 겪은 일이 인권 침해나 차별이라고 생각하여 간절한 마음으로 국가인권위원회를 찾아왔는데 막상 필자가 들어보니 진정을 제기해도 구제가 힘들거나 조사대상에 해당하지 않는 경우다.
이어지는 다음 질문은 이렇다. "그럼 대체 국가인권위원회에서 하는 게 뭐에요?"

국가인권위원회가 진정 사안에 대해 의견을 표명하고 권고 등의 조치를 한 몇 가지 대표 사례를 꼽자면 다음과 같다
- 학교보안관 채용 시 응시 나이 하한을 만 50세로 제한해온 관행 관련, OO 교육감에게 향후 학교보안관 채용 시 응시연령에 제한을 두지 않을 것을 권고
- 회사가 직원의 친조부모 사망 시에만 경조휴가 3일을 부여하고 경조금 25만 원을 지급하는 것은 친가와 외가 등 가족 상황 등을 이유로 한 차별이라며 진정을 제기한 사안에서, 해당 회사에 외조부모 상사도 포함하도록 관련 규정을 개정할 것을 권고
- 경찰서에서 피의자신문 시, 피의자였던 진정인이 장애 사실을 알렸음에도 불구하고 형사사법절차상 발달장애인에게 제공되어야 하는 장애인 전담 사법경찰관 배정, 신뢰관계인 제공 등의 정당한 편의를 제공받지 못했다며 진정을 제기한 사안에서, 해당 경찰서장에게 위와 같은 편의를 제공하지 않은 수사관에 대하여 주의 조치할 것을 권고

*더욱 다양한 사례는 국가인권위원회 홈페이지 접속-> '결정례(https://case.humanrights.go.kr/dici/diciList.do)'에서 확인 가능하다.
국가인권위원회에서 상담 받고 싶은 경우엔 아래 ‘조사대상’에 해당되는 지 사전에 확인이 필요하다.
위 조사대상에 해당하지 않는 인권침해나 차별은 국가인권위원회를 아무리 여러 번 방문하고, 진정을 제기한들 아무 소용이 없다.
필자가 담당한 상담 중 적지 않은 사례가 ‘경찰서, 법원 등에서 개인적으로 부당하다고 느낀 경우이고, 변호사로서 사실을 확인해 보면 일반적이거나 공무원의 합리적인 일 처리 절차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담자는 억울했던 마음만큼이나 어느새 아쉬움도 커져서 쉽사리 자리를 떠나지 못한다.
상담이 종료된 후 상담실을 나서는 내담자가 해야 할 일은 두 가지로 나뉜다.
첫째. 상담 내용을 바탕으로 증거 자료들과 사실관계를 정리하여 진정서를 작성하는 일
둘째. 여기서 더 할 수 있는 것은 없어서 그 억울함이라도 넘겨보려 노력하는 일.
필자가 만났던 인권위를 찾아오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불행해 보였다. 그들이 오늘보다 더 나은 내일을 살 수 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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