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강제추행, 강간과 같은 성범죄는 가해자와 피해자만 있는 밀폐된 곳이나 제3자가 목격하기 힘든 공간에서 발생하는 경우가 많으므로 CCTV, 영상과 같은 객관적인 증거나 범죄사실을 목격한 증인 등 직접적인 증거가 없는 것이 대부분입니다. 그러나 CCTV나 목격자 등 직접적인 증거가 없다고 하여 성범죄 피해 사실 입증이 불가능한 것은 아닙니다. 물론, 직접적인 증거가 없는 만큼 사건 초기에 증거를 수집하는 것이 매우 중요합니다. 성범죄 피해를 입은 경우 신속하게 변호사의 조력을 받아야 하며 가해자와 주고받는 메시지 하나하나 검토를 거쳐야 하고, 가능한 많은 증거를 확보해야 합니다. 모든 범죄가 시간이 흐를수록 증거를 수집하기 어려워지는데, 특히 성범죄의 경우 시간이 지나면 DNA 및 정액 검사를 할 수도 없고, 피해 진술의 신빙성을 담보하기도 어렵습니다. 범행 장면, 또는 범행 전후를 확인할 수 있는 CCTV가 있다면 혐의 입증에 도움이 되나 일반적으로 CCTV의 보관 기간이 짧기 때문에 증거보전의 필요성이 큽니다. 더욱이 일반적인 형사사건은 경찰 수사에 보통 3개월 정도 소요되는데, 고소를 하더라도 신속하게 증거를 확보하지 못하면 이미 증거가 소실되었을 가능성이 큽니다. 또한 성범죄의 경우 그 형이 매우 중하고, 최소 10년 이상의 신상정보 등록 및 공개, 취업제한, 전자발찌 부착 등의 부가처분이 있으므로 그 증거관계 판단에 특별히 엄격합니다. 그렇기에 확보한 증거를 어떻게 사용할 것인가에 대한 치밀한 변론 전략도 필요합니다.
일반 강간은 '폭행 또는 협박'으로 사람을 강간하는 것이고, 준강간은 '폭행 또는 협박'으로 사람을 강간한 것이 아니라 사람의 심신상실 또는 항거불능의 상태를 이용하여 간음을 한 것입니다.
제297조(강간) 폭행 또는 협박으로 사람을 강간한 자는 3년 이상의 유기징역에 처한다.
제299조(준강간, 준강제추행) 사람의 심신상실 또는 항거불능의 상태를 이용하여 간음 또는 추행을 한 자는 제297조, 제297조의2 및 제298조의 예에 의한다.
약물에 취하여, 술에 만취하여 반항이 불능한 상태의 피해자를 강간하면 준강간이 적용됩니다. 그런데 여러 종류의 성범죄 중 범행 입증이 가장 어려운 것이 바로 '준강간'입니다. 성범죄의 경우 CCTV 등 객관적인 증거가 없는 경우가 많고 피해자 진술이 가장 중요한 증거가 되는데, 준강간은 범행 특성상 피해자가 범행 당시에 심신상실의 상태에 빠져 있었으므로 범행 당시에 대해 명확한 피해 진술을 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다음의 사례를 통해 준강간에 대해 구체적으로 살펴볼 수 있습니다.
사례1. 술에 취해 의식이 없는 피해자를 간음한 사례
사례2. 만취하여 동의하에 관계를 하였으나 전날 성관계 사실을 기억하지 못하는 사례
사례3. 성관계를 원하지 않았으나 술에 취하여 거절 의사를 밝히지 못하고 성관계를 한 사례
사례1의 경우 준강간에 해당하고, 사례2의 경우 준강간에 해당하지 않습니다. 사례3의 경우 거절 의사를 밝히지 못한 상태가 심신상실, 항거불능의 정도에 이르렀다는 점이 입증되어야 준강간이 성립합니다. 문제는 대부분의 준강간 사례에서 피해자가 범행 당시 상황을 기억하지 못하고, 아침에 일어나서야 강간 피해 사실을 인지하게 된다는 것입니다. 이 경우 수사기관이나 법원의 입장에서는 가해자가 술에 취해 의식이 없는 피해자를 간음한 것인지, 상호 동의하에 성관계를 하였으나 단순히 기억을 못 하는 것인지 알 수 없다는 것입니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고자 막연하게 '그 당시 상황이 정확히 기억난다.'라고 거짓 진술하는 것은 그 자체로 준강간 혐의 입증에 중대한 악영향을 미칩니다. 준강간은 피해자가 심신상실 또는 항거불능의 상태에 있다는 점이 입증되어야 하는데, 그 다시 상황이 정확히 기억난다는 진술은 피해자가 심신상실 또는 항거불능의 상태에 빠지지 않았다는 증거로도 사용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위 사안은 의뢰인이 연인으로부터 준강간 피해를 입은 사안이었습니다. 가해자와 피해자가 연인 관계, 소위 썸 타는 관계, 또는 성관계나 스킨십을 나누던 관계의 경우 준강간뿐만 아니라 모든 종류의 성범죄 입증이 어렵습니다. 의뢰인은 수사 초기 단계에서 변호인의 조력을 받지 못하고 혼자 성범죄 피해를 신고하였는데, 경찰은 피해 사실을 호소하는 피해자를 무고한 것으로 몰아가며 윽박지르기도 하였습니다. 통상 피해자 조사는 1회로 마무리되나, 수사관은 오히려 피해자를 의심하여 피해자에게 추가 조사를 위한 출석을 요구하지 못하였습니다. 이에 의뢰인은 본 변호인에게 도움을 구하였고, 본 변호인은 당시 상황을 설명하고, 가해자의 범행을 입증하는 논리적인 의견서를 제출하였습니다. 예상되는 가해자의 여러 가지 변명에 대한 반박 자료, 구체적인 수사 요청사항 밝히며 수사기관의 수사에 협조하였고 수사관은 의견서 진술만으로 의문점이 모두 해소되었고, 가해자의 혐의가 인정된다며 예정되어 있던 피해자 추가 조사도 취소하였습니다. 의뢰인은 경찰에서 재차 피해 사실을 떠올리며 조사를 받아야 하는 힘든 과정을 겪지 않아도 되었고, 검찰 송치 이후에도 추가 피해자 조사 없이 기소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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