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문제상황
○ 영화나 웹툰, 게임 등의 가상의 창작물에서 청소년의 성적 행위를 묘사하는 내용이 포함되어 있다면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이하, ‘아청법’이라고 합니다)의 아동청소년성착취물에 해당할 여지가 있고, 이를 제작하거나 구입하여 소지 또는 시청한 사람들의 경우에도 처벌이 될 가능성이 있습니다. 그러나 표현의 자유와의 균형을 미루어 볼 때 이러한 모든 경우를 처벌할 수는 없는데, 그 기준에 대해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2. 현행법상 아청법의 규정 내용 및 취지
○ 아청법은 아동·청소년성착취물의 제작·배포 등의 행위를 매우 중하게 처벌하는 규정(무기 또는 5년 이상의 징역)을 두고 있고, “아동·청소년성착취물”이란 아동·청소년 또는 아동·청소년으로 명백하게 인식될 수 있는 사람이나 표현물이 등장하여 제4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행위를 하거나 그 밖의 성적 행위를 하는 내용을 표현하는 것으로서 필름·비디오물·게임물 또는 컴퓨터나 그 밖의 통신매체를 통한 화상·영상 등의 형태로 된 것을 말합니다.
○ 현행법상 성표현은 표현의 자유(헌법 제21조)를 보장하는 헌법조항의 적용을 받습니다. 나아가 성표현이 예술적 영역에서 이루어지는 경우에는 언론의 자유와 예술의 자유, 양 기본권이 경합되어 헌법 제21조와 제22조가 함께 적용되게 됩니다.
○ 현행법상 성표현을 규제하는 구체적인 법률은 일반 시민을 적용대상으로 하는 형법과 청소년보호를 위한 법률로 대별됩니다. 형법상 음란죄를 처벌하는 규정으로서는 제245조가 공연음란행위를 처벌하고, 제243조는 음란한 문서, 도화 기타 물건을 반포, 판매 또는 임대하거나 공연히 전시 또는 상영한 자를 처벌하도록 규정하고 있고, 제244조는 전조의 행위에 공할 목적으로 음란한 물건을 제조, 소지, 수입 또는 수출한 자를 처벌하도록 규정하고 있습니다. 그 외 정기간행물의등록등에관한법률, 방송법, 정보통신망법, 청소년보호법 등 다수의 특별법에 음란한 표현행위에 대하여 규제하는 조항이 존재합니다.
○ 그런데 형법상 음화제조등 처벌규정은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만원 이하의 벌금의 처벌기준을 갖고 있는데 비하여, 아청법상 성착취물의 제작·배포 규정은 무기 또는 5년 이상의 징역으로 규정되어 있어 법정형으로만 보더라도 형벌에 상당히 큰 차이가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 헌법재판소는 그 이유를 실제 아동ㆍ청소년이 등장하는지와 상관없이 아동ㆍ청소년이 성적행위를 하는 것으로 묘사하는 각종 매체물의 시청이 아동ㆍ청소년을 상대로 한 성범죄를 유발할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하여 잠재적 성범죄로부터 아동ㆍ청소년을 보호하려는 데 있다(헌법재판소 2015. 6. 25. 선고 2013헌가17, 24, 2013헌바85 전원재판부 결정 등 참조)고 판시한 바 있습니다.
○ 그렇다면 위와 같은 아청법의 입법목적, 가상의 아동·청소년이용음란물의 규제 배경, 법정형의 수준 등을 고려할 때, “처벌 대상 표현물”부분은 아동·청소년을 상대로 한 비정상적 성적 충동을 일으키기에 충분한 행위를 담고 있어 아동·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성범죄를 유발하거나 성에 대한 왜곡된 인식과 비정상적 태도를 형성할 우려가 있는 수준의 것에 한정되며, 일반인으로 하여금 성적 수치심이나 혐오감을 일으키는 행위를 묘사한 행위, 음란한 행위를 묘사한 것에 이르러야 하고, 단순히 아동·청소년이 등장하여 성적행위를 하는 내용이 포함된 것만으로는 처벌의 대상이 된다고 볼 수 없습니다.
3. 소설 등 활자 자료에 대한 음란 여부의 판단
○ 음란 여부의 판단은 그 음란하다고 생각되는 표현이 사용한 매체 종류에 따라 달리 판단될 수 있습니다. 소설 등 활자 자료는 영상표현물에 비하여 성적 흥분에 호소하는 영향력이 적고, 그 수용형태에 있어서 혼자 읽는 독자가 성적 수치심을 해치면서 독서를 계속한다는 것은 생각할 수 없기 때문에 이를 음란물로 인정함에는 신중을 기하여야 합니다.
4. 아동·청소년을 성적 대상으로 한 표현물
○ 아동·청소년을 성적 대상으로 한 표현물에 관하여 아청법은 “필름·비디오물·게임물 또는 컴퓨터나 그 밖의 통신매체를 통한 화상·영상 등의 형태로 된 것”이라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여기의 표현물에는 사진합성기술이나 컴퓨터그래픽을 이용하여 실제 아동·청소년이 등장한 것으로 오인할 정도로 만들어진 표현물만이 아니라, 아동·청소년을 성적 대상으로 묘사한 것이라면 그림 또는 컴퓨터그래픽을 이용한 이미지, 만화나 게임물 캐릭터 등의 이미지가 포함될 수는 있습니다(대법원 2019. 5. 30 선고 2015도863 판결).
○ ‘아동·청소년이용음란물’의 개념은 2가지 요소로 구성됩니다. 첫째, 아동·청소년 또는 아동·청소년으로 명백하게 인식될 수 있는 사람이나 표현물이 등장하여 일정한 성적 행위를 하는 내용을 표현해야 합니다. 둘째, 필름·비디오물·게임물 또는 컴퓨터나 그 밖의 통신매체를 통한 화상·영상 등의 형태로 되어야 합니다. 따라서, ‘아동·청소년이용음란물’이 되려면, 표현물의 행위가 필름 등에 담겨야 한다고 해석되고, 책, 화보, 사진집 등의 출판물 형태로 된 것은 여기에 해당하지 않습니다. 출판물은 형법상 음화반포 등 죄 또는 음화제조 등 죄(형법 제243조, 제244조) 또는 정보통신망법의 규율대상이 될 뿐입니다.
○ 아청법의 입법과정에서 ‘아동·청소년으로 인식될 수 있는 사람이나 표현물’이라고만 표현하는 경우, 아동·청소년이용음란물을 단속하는 과정에서 이를 판단하기가 상당히 애매하다는 문제점이 있었고, 결국 논란을 조금이라도 줄이는 취지에서 ‘명백하게’라는 문언이 추가되었습니다(제311회국회 아동·여성대상성폭력대책특별위원회회의록 법안심사소위원회 제4호, 2012. 11. 14, 66-70면 참조). 당시 아동·여성대상성폭력대책특별위원회의 심의과정에서 문언이 가지는 논란의 소지로 인해 여러 의견이 제시되었고, 그 중에는 이 문언을 적용하는 과정에서 판례가 쌓이고 그에 의해 기준이 자동적으로 생긴다는 취지의 의견도 있었습니다.
5. 창작물에 대한 아청법 규제의 타당성
○ 위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아동·청소년을 성적 대상으로 한 표현물’의 개념이 다소 모호하여 통상의 인식능력을 갖춘 일반인이 웹툰, 웹소설, 게임등의 창작물이 이에 해당한다고 명백하게 인식 할 수 있는 사항이라고 할 수 있을지가 다소 의문이고, 형사소송에서 검사가 이를 입증하기도 당연히 어려울 것입니다.
○ 아동·청소년을 성범죄로부터 보호하는 것이 아청법의 목적이기는 하지만, 실제 사람이 아닌 표현물이 등장하는 경우까지 아동·청소년이용음란물에 포함시키는 것은 지나친 입법이라는 의견이 많고, 외국의 입법사례를 보아도 그러한 경우 처벌하지 않는 사례가 많습니다.
○ 즉, 단순히 잠재적으로 아동·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성범죄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이유로 가상의 아동·청소년이용음란물의 경우를 ‘성적 착취를 당하는 일차적 피해법익이 존재하는 실제 아동·청소년이 등장하는 경우’와 동일하게 중한 법정형으로 규율하는 것은 유해성에 대한 막연한 의심이나 유해의 가능성만으로 표현물의 내용을 광범위하게 규제하는 것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아동포르노의 내용을 담고 있는 소묘, 회화, 또는 텍스트의 소지는 처벌되지 않는다는 독일의 해석론이나, 실제로 성적 착취를 당하는 대상이 없는 만화, 애니메이션 등을 아동·청소년 이용음란물 개념에서 배제하는 일본의 사례를 참고할 필요가 있습니다.
○ 아청법 규정의 입법취지 및 타법과의 균형관계 등을 고려하지 않고 단순히 그 문언의 국어적 의미만 놓고 기계적으로 해석할 경우, 16세 남녀의 정사장면이 나오는 ‘춘향전’, 미성년자의 성행위가 묘사된 ‘로미오와 줄리엣’, 노인의 미성년자에 대한 욕망을 묘사한 ‘은교’와 같은 작품들 모두 아동·청소년이용음란물에 해당됩니다(참고로 ‘은교’작품의 경우 소설이 원작인데, 종이책으로 출간되기 전 작가가 블로그에 해당 소설을 게시한 작품으로 웹소설의 일종이라고도 볼 수 있습니다).
○ 결국, 해당 사건의 작품에 묘사된 주인공들의 성적행위에 대한 묘사, 말투, 복장, 상황 설정, 배경, 극중 설정, 및 줄거리 등을 종합적으로 살펴 보아야 죄가 되는지 여부를 판단할 수 있습니다. 결론적으로 아청법 위반이 될 수 있는 작품은 「아동·청소년을 상대로 한 비정상적 성적 충동을 일으키기에 충분한 행위를 담고 있어 아동·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성범죄를 유발하거나 성에 대한 왜곡된 인식과 비정상적 태도를 형성할 우려가 있는 수준의 것」이라거나, 「일반인으로 하여금 성적 수치심이나 혐오감을 일으키는 행위를 묘사한 행위, 음란한 행위를 묘사한 것」에 이르는 정도여야 하고, 단순히 청소년이 등장하여 성적행위를 하는 내용이 포함된 것은 아청법의 규율의 대상이 된다고 보기 어렵다고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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