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사소송에서 가장 중요한 원리는 설령 실체적 진실을 제대로 밝히지 못해 진범을 놓치는 한이 있더라도, 억울하게 처벌받는 이가 없도록 하여야 한다는 것입니다.
실제로 최근에는 과거 수사기관의 강압적 수사로 억울하게 처벌을 받은 이들의 재심 사건이 언론에 보도되기도 하였는데, 형사소송법상의 증거능력 및 수사절차에 관한 엄격한 규정이나, 독수의 과실 이론 등의 존재 의의 역시 수사의 편의나 오직 진실을 밝히고자 하는 미명 하에 피의자 또는 피고인의 권리가 부당하게 침해당하는 일이 없도록 하기 위함입니다.
물론 범죄의 피해를 입고도 범인을 밝혀내지 못해 억울한 피해자의 심정도 고려하지 않을 수는 없으나, 죄가 없는데도 불구하고 국가권력에 의하여 억울하게 처벌받는 일은 더욱 있어서는 안 될 일이므로, 형사소송의 절차는 민사소송에 비해서도 더욱 엄격히 규정되어 있는 것입니다. 그런데 간혹 수사절차에서는, 피해자가 죄 없는 사람을 범인으로 몰아 처벌받게 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특히나 성범죄와 관련하여, 직접증거로서 인정되는 피해자의 진술이 상당히 중요한 위치를 차지한다는 점과 맞물려 이처럼 무고한 사람을 범인으로 몰아 처벌의 위기에 놓이게 하는 사례가 적지 않게 보고되고 있습니다.
물론 모든 고소인들이 피고소인을 명확히 특정할 수는 없는 것이고, 때로는 왜곡된 기억으로 인해 범인이라고 믿고 고소를 하였으나 실제로는 그렇지 않았던 경우도 상당수 있습니다. 그런 경우가 아닌 처음부터 사실과 달리 처벌을 할 목적으로만 고소를 하였다면, 이는 매우 엄격히 처벌하여야 할 범죄이기에 형법에서는 무고죄로 엄중히 처벌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당장 무고죄로 고소를 하고자 하거나 반대로 고소를 당한 입장에서 고려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은, 무고죄성립요건이 상당히 까다롭다는 점입니다.
무고죄는 피고소인이 부당한 형사처벌이나 징계처분을 받아야만 비로소 성립하는 것이 아니라, 그런 위험성이 발생하였다는 사실만으로도 처벌이 될 수 있고, 보다 구체적으로 무고죄성립요건에 대하여 살피자면, 본 죄는 타인으로 하여금 형사처분이나 징계처분을 받게 할 목적으로, 공무소나 공무원에 대하여 허위의 사실을 신고함으로써 성립하는 범죄이며, 그 법정형으로는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1,500만 원 이하의 벌금형을 규정하고 있습니다. 그러므로 주관적 구성요건으로서 무고의 고의가 필요한 동시에, 객관적 구성요건으로서 허위의 사실을 신고한다는 행위를 필요로 합니다.
그렇다면 무고죄성립요건에서 허위의 사실을 신고한다는 의미는 무엇일까요? 객관적 진실에 반한다면 해당 요건을 충족한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즉, 신고 내용이 진실과 일치하지 않는다면 모두가 허위 사실을 신고하였던 것으로 볼 수 있다는 뜻입니다. 다만, 일부 사실이 허위라 하더라도 범죄사실이나 징계사유에 직접 영향을 주지 않거나(대법원 1986. 9. 23. 선고 86도556 판결), 사실을 다소 과장하였다면(대법원 1985. 4. 9. 선고 85도283 판결) 허위사실이라고 보기 어렵습니다. 모든 사실관계가 일치하여야만 진정한 신고라고 보기는 어렵기 때문입니다. 다만 위법성조각사유가 있음을 알았는데도 숨겼다면 본 죄가 성립하며, 수사권의 발동을 촉구할 수 있는 정도라면 충분하지 더 나아가 범죄구성요건사실이나 징계요건사실 등 구체적인 법률적 평가를 명시하여야 하는 것은 아니라는 점을 참고하시기 바랍니다(대법원 1985. 2. 26. 선고 84도2774 판결).
이론으로는 이렇다 말을 할 수 있지만, 실제 수사기관의 사건처리통계를 참고하면, 무고죄가 성립하여 기소까지 이어지는 사례가 많지는 않습니다. 피고소인들은 억울하다고 느껴지면 고소된 사건에서 다투는 것보다, 일단 무고죄성림요건을 따지지도 않고 고소를 할지 여부를 고민해보기도 하며, 실제로 무분별하게 고소를 하고 있기에 그렇다고 볼 순 있고, 설사 그렇다 하더라도 성립 요건을 따져 보면 매우 까다롭고 법적 지식이 전무한 일반인이 직접 하기 어렵기 때문입니다.
가장 큰 이유는 바로 주관적 구성요건으로서 무고의 고의를 입증하기 어렵다는 것입니다. 허위의 사실에 대한 인식도 고의의 내용에 포함되므로, 신고한 내용이 객관적 진실과 일치하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본인이 이를 진실이라 확신하였다면 무고죄성립요건을 갖추지 못한 셈이 됩니다.
우리 대법원은 허위사실에 대한 인식은 미필적 고의로 족하므로, 무고죄가 성립하기 위해 진실이라는 확신이 없는 사실을 진실로 신고하면 충분히 무고죄성립요건을 갖춘 것이며, 허위임을 확신하였을 필요가 없다고 판시하고 있습니다. 이런 내용만 보면 성립요건이 간단하고 완화되어 있는 것처럼 보입니다. 그런데 사실 고소 또는 고발의 경우 범죄 혐의가 있을 때 하는 것이라는 점에서, 언제나 허위일 가능성을 배제할 수는 없는 것입니다.
따라서 이런 형사절차의 본질적인 사항을 넘어서 허위내용이어도 할 수 없다는 미필적 고의로 본 죄를 저질렀다는 점을 엄격히 증명해내기란 결코 쉬운 일이 아닙니다. 신고사실이 객관적 진실에 부합하지 아니한다는 것만으로 무고죄의 성립을 인정할 수는 없음은 물론, 적극적인 증명이 있더라도 여기에서의 미필적 고의란 결국은 확정적 고의와 유사하게 인정될 수밖에 없습니다. 따라서 본 죄로 고소를 하고자 하신다면, 섣불리 고소부터 하기보다는 구성요건에 대하여 보다 엄밀한 검토를 거치시기를 권해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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