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사합의와 형사조정에 대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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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사합의와 형사조정에 대하여. 

도세훈 변호사

합의란 그 단어에서도 유추할 수 있듯이 쌍방의 자발적 의사 합치에 의해 성립하는 것이므로 그 액수는 정해진 기준이 없습니다. 따라서 이는 민사소송에서의 손해배상과는 달리 전적으로 당사자의 의사에 달린 것이며 아무리 높은 금액을 요구하더라도 그 부당함을 이유로 합의금을 조정할 수는 없습니다. 다만 쌍방 모두가 그 필요성에 동의하는 이상 '협상'의 영역이므로, 이를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형사사건에서 가장 중요한 쟁점은 무엇일까요? 누구나 쉽게 유추할 수 있듯이 피고인이 무죄인가 또는 유죄인가 하는 점입니다. 그래서 법정드라마나 영화 속에서도 주요 인물의 유무죄를 다투는 스토리가 많이 소개됩니다. 하지만 현실 속에서는 애초부터 죄가 성립하지 않는 엉터리 사건이거나 결코 혐의를 부인할 수 없는 명확한 사건이 아주 많습니다. 처음부터 무죄를 다툴 것도 없이 불송치결정 또는 불기소처분으로 끝맺거나 수사기관에서도, 재판에서도 무혐의나 무죄는 다투기 어려운 사건들입니다. 따라서 이처럼 '죄가 인정되는' 대다수 사건에서는 과연 형이 얼마나 선고될 것인지가 문제됩니다. 그렇기 때문에 변호인의 역할은 반드시 무죄 판결을 받아내는 것만이 아니라 공정한 재판을 받고 선처를 구하는 것이기도 합니다.

 

그런데 이런 유형의 사건에서 상당히 중요한 것이 바로 형사합의와 형사조정입니다. 합의가 중요하다, 조정을 신청해볼 수 있다 하는 말들은 많이 들어보셨을 겁니다. 그런데 구체적으로 어떤 원리에서 효력이 발생하는지, 주의해야 할 점은 무엇인지에 대해서는 잘 모르고 계신 분들이 많습니다. 우선 합의라는 것은 피해자에게 범죄 피해로 인한 손해배상금을 주고 용서를 구하는 것입니다. 그러므로 '원칙적'으로는 개인적 법익을 침해하지 않는 범죄의 경우에는 엄밀한 의미에서의 피해자가 존재하지 않으므로 합의가 불가능합니다. , 기소편의주의가 강하게 작용하는 영역에서는 피해자에 준하는 이에 대해 합의금을 지급하고 사건을 종결하는 경우도 있으므로(예컨대 공연음란죄) 이 점은 참고하실 필요가 있겠습니다.

 

그런데 형사합의든 형사조정이든 그 자체만으로 피해자에 대한 범죄 피해 배상이라는 의미 이외의 특별한 의미는 없습니다. 합의 또는 조정이 성립하였다고 해서 이미 저지른 범죄가 없던 것처럼 돌아가지는 않는다는 것입니다. 우리 형법 및 형사소송법에서는 그런 원인으로 감면을 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거나(필요적 감면) 공소제기가 불가능하다고 규정해둔 조항이 존재하지 않습니다. 그보다는 구체적인 효과는 합의의 내용에 담긴 피해자의 의사에 담겨 있습니다.

 

흔히 말하는 친고죄 및 반의사불벌죄가 바로 그것입니다. 친고죄라 함은 고소권자의 고소가 없으면 공소를 제기할 수 없는 범죄를 의미합니다. 이런 유형의 범죄는 고소권자의 의사를 전적으로 존중하고자 하는 것으로서, 고소가 없으면 애초 수사를 개시하는 의미조차 없습니다. 고소를 강제할 수는 없기 때문입니다. 과거 성범죄가 대표적인 친고죄였으며(현재는 폐지되었습니다. 과거에도 공연음란죄가 친고죄가 아니었던 것은 위에서 설명한 바와 같이 개인적 법익을 침해하는 범죄가 아니기 때문입니다), 현재 명예훼손죄도 마찬가지입니다. 친고죄 사건에서는 설령 고소가 제기되었다고 하더라도 형사합의 또는 형사조정이 성립하여 그 내용으로 피해자가 고소를 취하하게 되면 공소제기가 불가능하므로 사건이 종결됩니다. 공판 단계에 있더라도 공소기각의 판결을 내리게 됩니다.

 

반의사불벌죄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반의사불벌죄란 피해자의 명시한 의사에 반하여 공소를 제기할 수 없도록 한 범죄입니다. 피해자가 가해자를 용서하면 그것으로 문제가 해결되는 것입니다. 대표적인 범죄는 바로 폭행죄입니다. 이 역시 합의나 조정이 절차법적으로 특수한 효력을 발휘하는 것이라기보다는, 합의의 내용으로 피해자가 처벌불원서를 제출하기 때문에 명시한 의사에 반하여 공소를 제기할 수 없는 본 죄의 특성상 그대로 수사가 불기소로 종결되거나 공소기각의 판결이 내려지는 것입니다.

 

따라서 위에서 언급한 친고죄나 반의사불벌죄 사안에서는 형사합의가 이뤄지거나 형사조정이 성립하는 경우에는 형사책임 자체를 면할 수 있습니다. 합의나 조정이 그야말로 절대적인 역할을 수행하는 것입니다. 이런 사안이라면 최대한 합의가 가능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의견 차이가 나타난다면 조정을 신청하여 도움을 받을 필요가 있습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합의 의사가 존재하지 않거나 결렬 가능성이 높다면 이후의 절차도 충분히 대비하여 두어야만 예기치 못한 상황에서도 부드럽게 대응할 수 있습니다.

 

한편, 합의의 효력으로 고소를 취하하거나 처벌불원서를 제출하더라도 형사소송절차를 종결시킬 수 없는 일반적인 사건이라면 어떨까요? 그렇다면 중요성이 떨어지는 것일까요? 물론 상대적으로 보자면 그렇기는 합니다. 절대적인 효력은 없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그렇다 하더라도 피해자가 존재하는 범죄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합의입니다. 피해자로부터 용서를 받았는지, 재산 범죄라면 발생한 손해를 회복시켰는지 등은 비록 절대적인 효력은 없겠지만 '양형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영향을 미치는 요소들이기 때문입니다.

 

그렇다면 이들 절차를 진행함에 있어서 주의할 점은 없을까요? 차례로 말씀드리겠습니다. 우선 가해자의 입장에서 형사합의를 시도하고 있다면 가급적 법률대리인의 조력을 받으시는 것이 좋습니다. 만약의 사태에도 대비해야 할 뿐만 아니라, 상황을 파악하고 보다 섬세하게 협의를 해나갈 수 있기 때문입니다. 또한 상대방에게 합의 의사가 충분하지 않은데도 불구하고 지속적인 연락과 압박으로 마치 강요하는 듯한 느낌을 줘서는 안 됩니다. 상대방이 더 소극적으로 나올 수도 있고, 수사기관과 법원이 이러한 행동을 좋게 볼 리도 없으며, 최악의 상황에서는 2차 가해로 인식될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형사조정을 할 때에도 주의할 점이 있습니다. 특히 조정절차는 피해자의 입장에서 주목해야 하는데요, 조정이란 간이구제절차로서 재판보다 상당히 간편하고 추후 민사소송의 부담도 덜 수 있기는 하지만, 본 절차에 의해 결정문을 받더라도 강제집행을 할 수는 없다는 점에 주의해야 합니다. 민사조정조서가 집행권원이 되는 것과 대조적입니다. 따라서 조정이 성립하였다면 합의금부터 지급받아야 하며, 추후에 주겠다는 말을 믿게 되면 나중에 약속을 지키지 않았을 때 조치를 취할 수 없습니다. 만일 부득이하게 이러한 방법을 택해야 한다면 반드시 공정증서를 작성해 두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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