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혼 시 재산분할을 하게 될 때에는 두가지 개념을 이해해 둘 필요가 있습니다.
부부별산제와 일상가사권인데요,
우리 민법은 부부별산제를 채택하고 있어 혼인 전에 부부간 재산관계에 대하여 부부재산계약을 체결하지 않은 경우에는 부부의 일방이 혼인 전부터 가진 고유재산과 혼인 중 자기 명의로 취득한 재산을 특유재산으로 인정하고, 특유재산은 부부가 각자 관리·사용·수익하도록 규정하고 있습니다.
혼인할 때 가져온 재산과 혼인 중 배우자 한 사람의 명의로 취득한 재산은 그 사람의 재산으로 인정해 주는 것입니다.
때문에 이혼시 재산분할을 할 경우 특유재산은 재산분할 대상에서 제외됩니다.
다만 민법 제827조 제1항에서 부부간 일상의 가사에 관하여 서로 대리권을 인정하고 있어 부부 일방이 일상의 가사에 관하여 제3자와 법률행위를 한때에는 다른 일방도 이로 인한 채무에 대하여 연대책임을 부담합니다.(민법 제832조)
한마디로 부부공동생활을 하며 발생한 채무에 대해서는 두 사람에게 연대 책임이 있다고 보는 것입니다.
따라서 이혼시 재산분할에서 부부일방의 채무라 하더라도 혼인생활을 영위하면서 발생한 채무라면 부부가 공히 나누어야 한다고 보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오랜기간동안 자녀의 양육은 등한시하고 생활비 한푼 보태주지 않는 남편과의 이혼 재산분할에서 남편이 부담하고 있는 채무에 대해서는 재산분할을 해야할까요?
유책배우자는 본인 스스로 이혼을 청구할 수는 없지만 재산분할을 청구할 수 있는 권리는 있습니다.
유책사유와 재산분할은 별개로 보기 때문인데요, 유책배우자가 자신의 채무를 상대배우자에게 부담해달라고 요구하는 경우 상대배우자입장에서는 당황하고 억울할 수도 있습니다.
관련 재판이 있어 소개해드릴까 하는데요, 법원은 어떤 판결을 내렸을지 함께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남편의 외도로 장기간 별거하던 아내의 이혼 재산분할 소송,
빚더미 남편에게서 받을 수 있는 재산이 한푼도 없다면 채무부담하지 않을 수 있다
15년간 결혼생활을 유지하던 A씨 부부.
그러나, 남편 A씨의 외도로 별거가 이어지던 중 아내B씨가 재산분할 및 위자료 청구를 포함한 이혼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이혼 소송에서 재산분할은 부부가 각자 가지고 있는 재산을 변론종결일기준으로 산정하는데, 당시 아내가 가지고 있던 재산은 4100만원이었고 남편의 재산은 -5억5천만원이었습니다.
이혼 소송을 제기한 아내측은 오히려 자신의 재산 절반을 나누고 남편의 채무 절반을 받아와야 하는 아찔한 상황이었습니다.
기본적으로 재산분할 시 소극재산의 총액이 적극재산의 초액을 초과하더라도 그 채무의 성질, 채권자와의 관계 등의 사정을 참작해 채무의 분담을 정하는 것이 적합하다고 인정되면 재산분할 청구를 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재판부는 위 사안에서 재산분할에 의해 채무를 분담하게 되면 아내 입장에서는 재산분할 소송을 제기한 실익이 없이 채무초과 상태가 되므로 이 때에는 채무부담의 경위 등을 살펴 채무를 분담하지 않을 수 있다고 보았습니다.
부부공동재산 형성 과정을 살펴볼때 주로 남편의 주된 채무는 본인이 주도적으로 투자여부를 판단하거나 자산관리를 했고, 반면 별거 중 아내에게 생활비나 양육비 등 경제적 지원을 하지 않았기 때문에 혼자 자녀를 양육하고 있는 아내에게 남편의 채무를 분담시킬 경우 아내는 채무초과상태가 될 가능성이 크므로 채무분담을 하지 않는 것으로 판결을 내린 것이죠.
이에 따라 재판부는 혼인 파탄의 주된 책임은 남편 A씨에게 있으므로 남편은 아내에게 위자료를 지급하며, 재산분할은 하지 않고 두사람의 적극재산 및 소극재산은 그 명의대로 각자에게 귀속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판시했습니다.
배우자의 빚, 나눌 수 있는 것과 없는 것
많은 분들이 최근 남편의 주식이나 비트코인 실패로 인해 발생한 채무도 이혼 재산분할 과정에서 분담해야 하는 것인지 궁금해 하십니다.
결론적으로 말하면 개인이 주도적으로 투자 및 대출을 관리했고 이로 발생할 수익이 가계에 전혀 사용되지 않았음이 증명된다면 이는 개인의 채무가 되므로 연대책임의 의무가 없습니다.
도박빚 역시 마찬가지구요.
채무를 분담하고자 하는 입장에서는 이를 반박할 수 있는 증거자료를 토대로 입증해야만 합니다 .
결국은 증거를 통해 자신의 주장을 얼마나 설득력있게 관철시키느냐에 승패가 달려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한편 부부가 함께 생활을 영위해나가는 과정에서 생활자금이나 사업자금을 위해 대출을 받는 경우, 혹은 주택마련을 위해 융자를 받는 경우에는 원칙적으로 채무 역시 부부공동재산 형성과정에서 발생한 것이므로 분담해야 합니다.
아파트 융자가 끼어있는 경우 재산분할에서는 상대방에게 아파트 명의를 넘기는 것으로 하고 아파트 대출 역시 함께 넘기는 경우도 있고 아파트 가액을 환산할때 대출금을 제하고 분할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그러나 위 사안처럼 별거하면서 생활비나 양육비는 전혀 보내지 않은 상황에서 개인적으로 사업을 위해 대출을 받았다면 이런 부분은 일상가사에 관한 것이 아니라고 보아 개인 채무로 청산의 대상이 되지 않습니다.
간혹 재산분할 소송을 하는 과정에서 상대방이 적극재산보다 소극재산, 즉 채무가 더 많아 재산분할 소송의 실익이 없어지고 오히려 본인에게 채무초과상태의 위험이 발생하는 경우가 있는데, 이를 대비해서라도 소송 전 상대방의 채무 상태와 재산 상황을 꼼꼼히 확인할 필요가 있습니다.
이번 판결의 의미
이번 판결은 남편이 결혼 후 모텔을 운영하면서 발생한 거액의 대출을 아내가 분담해야하느냐 였습니다.
원칙적으로는 부부공동재산형성과정에서 발생한 채무이므로 일상가사에 의한 연대책임이 있다고 봐야하지만, 이 경우 아내가 남편의 채무를 분담할 경우 남편보다 더 큰 어려움이 발생하는 것은 자명한 이치였습니다.
때문에 법원은 남편이 모텔을 운영하던 중 모텔 직원과 내연관계를 이어왔고 별거 후 아내와 자녀들을 제대로 보살피지 않은 잘못이 크므로 유책배우자의 채무를 아내에게 분담시키는 것은 부당하다고 판단했습니다.
이러한 판단의 근거로는 별거 후 아내와 자녀 양육을 위한 금전적 지원이 전혀 없었던 점이 크게 작용했습니다.
따라서 비슷한 사안으로 소송을 진행중이라면 유책배우자의 채무를 떠안게 될 경우 결혼생활 당시보다 더 어려운 경제적 문제에 직면하게 된다는 점을 적극적으로 소명할 필요가 있어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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