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날 술을 마신 것 까지는 기억나는데 아침에 일어나보니 어떻게 집에 왔는지 기억이 안났던적 있으신가요? 이를 우리는 흔히 필름이 끊겼다. 혹은 블랙아웃이라고 부르는데요. 한번도 블랙아웃을 겪어본 적 없는 사람이 있는가하면 습관적으로 필름이 끊기는 분들도 있을 수 있어요.
그런데 혹시 패싱아웃이라는 말은 들어보셨나요? 블랙아웃이 기억이 끊기는 것을 말한다면 패싱아웃은 의식이 끊기는 상태라고 볼 수 있습니다. 성범죄의 일종인 준강제추행에서는 심신상실 즉, 의식을 잃는 등으로 인해서 정상적인 인지가 불가능한 때를 구성요건으로 가지고 있습니다.
패싱아웃은 의식을 잃어버린 등, 정상적인 의사결정 및 인지가 불가능한 때를 말하기에 준강제추행의 요건에 부합한다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렇다면 블랙아웃은 어떨까요? 블랙아웃은 경우에 따라 다를 수 있지만 혐의요건에 부합하지 않을 수도 있다고 하는데요. 패싱아웃은 적용되지만 블랙아웃은 애매한 이유. 사례를 통해서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20대의 대학생 A씨는 단과대학 학생회에 소속되어 열심히 대학생활을 만끽하고 있는 학생이었습니다. 평소에도 배려심 깊고 무엇이든 열심히하는 성격으로 학과내에서도 상당히 좋은 평판을 가진 학생이었습니다. 대학교 학생회의 역할은 여러가지가 있겠지만 빅이벤트 중 하나인 학교축제를 성공적으로 마무리하는 것도 중요한 임무 중 하나라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지금은 많은 학교들에서 주점을 운영하는 등의 술을 판매하는 행위를 지양하고 있지만 불과 몇년전만 하더라도 학과마다 주점을 운영하는 것은 지극히 당연한 대학축제의 풍경이었습니다. A씨도 내심 축제를 즐겁게 보내고 싶은 마음은 굴뚝이었지만 학생회의 임원으로써 학생들의 안전을 책임지겠다는 생각으로 술을 마시지 않고 술에 과하게 취한 학생들을 돌바주었습니다.
그중엔 유독 심하게 음주를 하는 바람에 머리가 아프다는 한 여후배(이하 B씨)도 있었습니다. B씨는 자택이 학교와 먼 거리에 있어서 인근에서 자취를 하고 있는 학생이었는데요. 함께 온 친구들에게 머리가 아파서 먼저 들어가겠다고 이야기하고 있던 참이었고 친구들은 혼자 들어갈 수 있냐며 연신 묻고있는 와중이었습니다.
A씨는 B씨가 술에 취하기도 했고 혼자 자취방까지 찾아가는데 위험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자진해서 그녀를 데려다주기로 했습니다. 내심 그녀와 함께 왔던 친구들은 술자리를 파하지 않아도 된다는 생각에 기쁜내색을 보였습니다.
그렇게 A씨는 무사히 B씨를 자취방에 데려다주었고 바로 돌아서 나오려는 찰나에 B씨가 A씨를 끌어안고 뽀뽀를 하는등 스킨십을 시작했습니다. A씨는 순간 당황했지만 B씨가 뭔가 힘든일이 있는 모양이라고 생각해 등을 토닥여 주며 한동안 안아주다가 돌아갔습니다. 그리고는 별다른 사고 없이 축제를 잘 마칠 수 있었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그 다음날이었습니다. B씨는 그날 연락없이 수업에 참석하지 않았고 동기들은 숙취가 심한 모양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별안간 A에게 문자가 도착했습니다. B씨의 문자였습니다.
B씨는 별안간 어제 일이 잘 기억이 나지 않는데 A가 자신을 데려다주면서 성추행을 한 것이 기억난다는 것이었습니다. A씨로서는 먼저 끌어안고 뽀뽀를 한게 누군데 자신이 준강제추행을 한것처럼 몰아가는 B의 행동에 몹시 당황했습니다. 당시의 B씨의 행동은 살짝 취하기는 했지만 완전히 의식을 잃은 상태는 분명 아니었습니다.
결국에 이로 인해서 논쟁이 시작된 A와 B. 서로 언성이 높아지다가 결국 B씨는 A씨를 준강제추행으로 고소하고 말았습니다.
만약 이러한 사유로 준강제추행 고소가 이뤄졌다면 어떨까요? 무혐의처분이 가능할까요? 만약 사례와 같이 동의가 있거나 상대가 먼저 신체접촉을 시도한 등의 사실이 있고 의식을 완전히 잃은 등의 패싱아웃 상태가 아닌 기억장애는 발생할 수 있지만 사건 당시에는 이성적인 판단이 어느정도 가능했던 블랙아웃 상태라면 적절한 대응이 있다면 불기소처분을 노려볼 수 있습니다.
다만 당시의 상태가 패싱아웃이 아닌 블랙아웃상태였다는 점을 충분히 증명할 수 있어야 하며 그 밖에도 다양한 양형자료의 수집이 반드시 필요합니다. 다만 만약 상대가 패싱아웃 상태에 있었고 신체접촉이 발생한 것이 사실이라면 무혐의처분을 받는 것은 어려울 수 있고 준강제추행에 대한 합의를 통해서 기소유예를 받는 것으로 경로를 수정하는 것이 최선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이처럼 블랙아웃과 패싱아웃은 비슷한 용어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상대방이 사건당시 정상적인 사고와 인지가 가능했는지의 여부를 가르는 문제가 될 수 있으므로 준강제추행사건에 있어서는 무엇보다 주요한 요건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어떠한 경우라고 하더라도 개인이 혼자서 대응하는 것은 위험한 부분이 발생할 수 있으며 기소유예를 위한 합의과정에서도 생각지 못한 다양한 장애가 발생할 수 있으므로 개인이 대응하기보다는 전문변호사의 조력을 받는 것이 현명한 방법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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