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폭행 피해사실 숨겼다면 혼인 취소 사유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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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폭행 피해사실 숨겼다면 혼인 취소 사유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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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폭행 피해사실 숨겼다면 혼인 취소 사유될까 

유지은 변호사


이번 달 1일 여성가족부가 발표한 결혼중개업 실태조사 결과를 살펴보면 국제결혼중개업을 이용하는 한국 사람의 연령대는 40세 이상이 81.9%로 압도적이었습니다.

상대를 만나는 방식은 ‘짧은 시간 동안 여러 명과 일 대 일 만남’이 52.2%로 나타났는데요,

‘충분한 시간 동안 1명만 만났다'는 응답은 39.3%에 그쳤습니다.

인권침해적이라는 이유로 결혼중개업법에서 금지한 '일 대 다수' 만남, '다수 대 다수' 만남은 각각 7.5%와 1.0%로 3년 전에 비해 소폭(2.5%포인트, 0.7%포인트) 감소했는데요,

맞선부터 결혼식까지 걸린 기간은 평균 5.7일로 일주일이 채 걸리지 않았습니다.

그야말로 번개불에 콩 구워먹듯 결혼이 성사된 겁니다.

심지어 맞선 당일 바로 결혼식을 한 경우는 1.2%, 맞선 다음 날은 13.9%였습니다.

국제결혼이라는 특수성을 감안하더라도 맞선부터 결혼까지 5.7일은 상호 신뢰가 형성되기에 너무 짧은 기간이기에 여러가지 부작용이 생길 수밖에 없습니다.

얼마전에는 라오스 현지에서 결혼식을 한 한국 남성이 라오스 현지 문화를 이해하지 못해 결혼식에 초대된 현지 남성에 술을 따른 배우자의 행동을 이해하지 못해 결혼식 2시간만에 혼인을 파기한 일도 있었습니다.

이처럼 국제결혼은 상대방의 문화를 이해해야하고 오랜 기간동안 서로 다른 문화권에서 생활한 상대방의 생활방식과 가치관을 이해해야 원만한 결혼 생활을 이어갈 수 있습니다.

이때문인지 국제결혼을 선택한 경우 혼인 파기로 이어지는 경우가 꽤 많은데요, 만일 배우자의 성폭행 출산 사실을 뒤늦게 알았다면 혼인 취소 사유에 해당할까요?

법원의 판결을 통해 사건의 쟁점을 분석해보도록 하겠습니다.



출산 사실은 내밀한 사생활 비밀일까, 결혼 고려시 중요한 판단 요소일까


베트남 국적인 A씨는 국제결혼중개업체를 통해 만난 한국 남성 B씨와 2012년 4월 결혼하고 한국으로 들어왔습니다.

그런데 결혼 이듬해인 2013년 남편의 의붓시아버지로부터 성폭행을 당했는데요,

의붓시아버지는 이 사건으로 징역 7년형을 선고 받았습니다.

그런데 재판 과정에서 A씨의 과거 출산 경험이 밝혀진 것이 문제가 되었습니다.

A씨는 "13살 때 베트남에서 소수민족 남성에게 납치돼 성폭행을 당한 뒤 임신을 했는데, 친정집으로 돌아와 낳은 아이는 남성이 데려가 버렸다"고 주장한 것입니다.

이 사실을 알게 된 남편 B씨는 맞선 당시는 물론 결혼 이후에도 출산 사실을 숨겼다며 혼인취소와 위자료 3000만원을 요구하는 소송을 냈고 이에 A씨는 의붓시아버지에게 성폭력을 당했는데도 남편이 방치했다며 이혼과 위자료 1000만원을 청구하는 맞소송을 냈습니다.

이번 사건의 쟁점은 성폭력으로 인한 출산 사실을 숨긴 것이 혼인 취소 사유에 해당하는지 여부입니다.

1심과 2심에서는 "출산 경력은 상대가 혼인을 할지 결정하는 중요한 고려요소"라며 "A씨가 남편인 B씨에게 이 사실을 사전에 알리지 않은 것은 이혼사유"라며 B씨의 손을 들어줬는데요,

대법원의 판단은 달랐습니다.



성폭력으로 인한 출산 사실은 개인의 사생활 비밀에 해당하므로 혼인 취소 사유에 해당하지 않는다


대법원은 남편 B씨가 낸 혼인취소소송(2015므654)에 대해 원고일부승소 판결한 원심을 깨고 최근 사건을 전주지법으로 돌려보냈습니다.

B씨가 주장한 내용이 혼인 취소 사유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본 것인데요,

재판부는 출산 경력이나 경위는 개인의 내밀한 영역에 속하는 것으로 당사자의 명예 또는 사생활 비밀의 본질적 부분에 해당한다고 보았습니다.

따라서 혼인의 당사자나 제3자가 이같은 사실을 고지하지 않았다고 그것이 상대방의 혼인 의사결정에 영향을 미칠 수 있었을 것이라는 사정만을 들어 일률적으로 고지의무를 인정해 혼인취소사유에 해당한다고 판단해서는 안된다고 설명했는데요,

이같은 이유로 판단한 근거로

출산의 경위와 출산한 자녀의 생존 여부 및 그에 대한 양육책임이나 부양책임의 존부,

실제 양육이나 교류가 이뤄졌는지 여부,

그 시기 및 정도,

출산 경력을 고지하지 않은 것이 적극적으로 이뤄졌는지 아니면 소극적인 것에 불과했는지 등을 살펴

이를 알리지 않은 것이 신의성실의무에 비춰 비난 받을 정도라고 할 수 있는지까지 심리해야 한다고 설명했습니다.

즉, 당사자가 성장과정에서 본인의 의사와 무관하게 아동성폭력범죄 등의 피해를 입어 임신을 하고 출산까지 했지만 이후 그 자녀와 관계가 단절되고 상당한 기간 동안 양육이나 교류 등이 전혀 이뤄지지 않은 경우라면 단순히 출산 경력을 고지하지 않았다고 해서 이를 곧바로 민법 제816조 3호가 규정하고 있는 혼인취소사유에 해당한다고 봐서는 안 된다는 설명입니다.

아동성폭력범죄라는 인권침해의 결과로 빚어진 출산 사실을 여성에게 고지할 의무를 지우는 것은 피해여성에 대한 명예와 사생활의 본질적인 부분을 침해하는 것이므로 이러한 사실을 고지하도록 강제할 수는 없다는 것이 사법부의 판단입니다.





신의성실의무를 위반해 출산사실을 숨겼다면 혼인 취소 사유에 해당할까


판례를 보면 당사자가 상대방에게 자신의 학력, 혼인경력, 출산경력 등을 속이고 혼인한 경우라면 그 혼인이 무효라고는 할 수 없으나,

민법 제816조 제3호에 의해 혼인 취소 사유에는 해당한다고 판단하고 있습니다.


제816조 (혼인취소의 사유)

3. 사기 또는 강박으로 인하여 혼인의 의사표시를 한 때

다만 사기로 인하여 혼인의 의사표시를 한 당사자의 청구로 그 혼인을 취소하는 경우, 사기를 안 날로부터 3월을 경과한 때에는 그 취소를 청구하지 못한다는 사실을 유념할 필요가 있습니다.

제823조 (사기, 강박으로 인한 혼인취소청구권의 소멸)

사기 또는 강박으로 인한 혼인은 사기를 안 날 또는 강박을 면한 날로부터 3월을 경과한 때에는 그 취소를 청구하지 못한다.

또 민법 제824조에 의하면 혼인취소의 효력은 소급하지 않으므로 당사자의 과거 혼인생활은 그대로 유효하고, 과거 혼인생활이 유효한 이상 당사자가 지출한 결혼식 비용이나 혼인생활 동안의 생활비 등은 유효한 혼인생활을 유지하기 위하여 필요한 비용이라고 하여야 하므로 재산상 손해라고 볼 수 없다고 판단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사기 결혼으로 인한 정신적 손해배상은 인정되므로 위자료 청구는 가능합니다.



국제결혼은 상대방에 대한 정보를 충분히 파악하기에 여러가지 제약 요소가 많은 것이 사실입니다.

특히 결혼 중개업체에서는 결혼 자체를 성사시키는 것이 업체의 수익으로 연결되기에 무리하게 결혼을 강행하거나 상대방에 대한 정보를 충분히 제공하지 않는 경우도 많은데요,

이경우에는 혼인 파탄의 책임이 결혼중개업체에게 있는지도 따져볼 수 있습니다.

국제이혼과 관련해서는 이혼전문변호사의 법률조력을 충분히 받아보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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