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 예비부부들에게는 불가능하지만 중국 예비부부들에게는 가능한 것이 있습니다.
바로 예비 배우자의 범죄 경력 조회.
중국 저장성 이우시에서는 작년 7월부터 예비 배우자가 과거 가족이나 동거인을 대상으로 폭력을 행사한 전과가 있는지 조회가 가능하다고 합니다.
1인당 1년에 2번까지 조회가 가능하며 본인의 신분증과 예비 배우자의 신상정보를 제출하면 됩니다.
사실 중국은 2001년까지 가정폭력은 이혼 사유에도 해당되지 않았다고 합니다.
가정폭력 방지법도 2016년이 되어서야 제정되었다고 하는데요, 이번 중국의 범죄 이력조회 도입에 대해 국내에서도 배우자의 범죄 전력을 알 수 있는 제도가 마련되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습니다.
최근 강원도에서 발생한 일가족 사망 사건.
가족을 살해하고 투신한 것으로 추정되는 아버지에게 과거 여자친구를 살인한 전과가 있던 것으로 알려져 충격을 줬습니다.
결혼 전 상대방의 인성을 확인할 수 있는 권리.
과연 국내에서는 가능할까요?
법률사무소를 찾아 이혼을 상담하시는 분들 중에는 배우자의 범죄 전력을 뒤늦게 알고 난 뒤 충격을 받고 혼인 취소가 가능한지, 애초부터 속이고 한 결혼, 사기죄를 물을 수는 없냐고 하시는 분들이 있습니다.
이번 시간에는 혼인 취소란 무엇이며 범죄 경력을 숨긴 것은 혼인 취소 사유에 해당하는지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혼인 취소는 혼인 무효?
혼인관계를 지속할 수 없는 사유를 알게 되거나, 도저히 용납할 수 없는 사실을 알게 된 경우 혼인무효나 혼인 취소, 이혼을 생각하게 됩니다.
그렇다면 혼인무효와 혼인 취소, 이혼은 각각 어떤 차이가 있고 어떤 경우에 할 수 있을까요?
일반적으로 혼인을 취소하면 혼인이 무효가 되는 것이 아닌가 생각하는 경우가 많지만, 혼인 취소와 혼인무효는 법적으로 보자면 다른 의미이며 우리 민법에서는 혼인 취소 사유와 혼인 무효 사유에 대해 각각 다른 규정을 두고 있습니다.
민법 815조에서 규정한 혼인무효 사유를 보면
1. 당사자 간에 혼인의 합의가 없거나
2. 혼인 당사자가 근친일 경우에 해당됩니다.
혼인무효가 되면 그에 대한 재산상의 손해와 정신적인 고통에 대해서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고 당사자나 그의 법정대리인은 가정법원에 혼인무효 확인을 청구할 수 있으며 혼인의 무효가 명백한 경우에는 법원의 허가만으로도 정정이 가능합니다. 혼인의 무효는 소급해서 효력이 발생하므로 가족관계등록부상 결혼 전의 상태로 돌아가게 됩니다. (물론 상세 가족관계등록부에는 결혼 이력이 남아있기도 합니다.)
민법 제816조 혼인 취소 사유에는
1. 혼인적령에 달하지 않은 혼인, 만 18세 이상이지만 부모, 후견인 등의 동의를 받지 않은 혼인, 근친혼, 중혼,
2. 혼인 당시 당사자 일방에 부부생활을 계속할 수 없는 악질 기타 중요한 사유 있음을 알지 못한 때,
3. 사기 또는 강박으로 인하여 혼인의 의사표시를 한 때로 악질 등 중대한 사유이며
여러 가지의 경우가 있어 구체적인 사정을 고려하여 결정되며 혼인 전에 당사자 일방이 미리 사유에 대해 알았더라면 혼인하지 않았을 것으로 상식적으로 인정되는 경우 혼인 취소 소송이 가능합니다.
혼인 취소가 확정되면 그때부터 장래에 향하여 혼인관계가 해소되며 자녀가 있을 경우에는 혼인 중 출산 자녀의 지위를 잃지 않고 가정법원이 직권으로 친권자를 정하게 되고 혼인 취소의 과실이 있는 상대방에게 손해배상, 위자료를 청구할 수 있습니다.
혼인무효와 혼인 취소의 가장 큰 차이점은 혼인의 무효 사유가 있는 경우에는 별도의 확정판결이 없이도 처음부터 당연히 무효인 것으로 보며 혼인에 취소 사유가 있는 때에는 법적으로 취소되기 전까지는 유효한 혼인으로 취급된다는 점입니다.
가장 많은 혼인 취소 사유는 ‘사기·강박에 의한 혼인’ 인데, 이때 ‘사기’란 그러한 기망행위가 존재하지 않았다면 결혼을 하지 않았을 정도로 매우 ‘중대한’ 수준이어야 합니다.
따라서, 배우자의 전과 기록을 알았다면 혼인 자체를 결정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한다면 이는 혼인 취소 사유에 해당하는데, 과연 이 사유가 결혼을 결정하지 않았을 정도로 매우 '중대한' 수준이었는지를 입증하는지가 중요합니다.
배우자의 범죄 경력은 혼인 취소 사유에 해당할까?
실제 배우자의 숨겨진 범죄 경력을 뒤늦게 알게 된 후 혼인 취소 소송을 통해 승소한 판결이 있습니다.
대학교수라고 자신을 소개한 A와 사귀게 된 B.
A는 B의 부모와 지인을 만난 자리에서도 대학교수 명함을 주며 자신을 소개했습니다.
사귀는 과정에서 말다툼 끝에 헤어진 후 A는 여자친구인 B의 집을 찾아가 소란을 피우는가 하면 새벽까지 협박하는 문자를 보내 B를 두렵게 하기도 했으나, A의 집요한 결혼 요구에 못 이겨 결국 결혼식은 하지 않은 채 혼인신고를 하게 됩니다.
그러나, 얼마 뒤 B는 '자궁이형성증'이라는 진단을 받게 되었고 남편인 A에게 이 사실을 알리자 A는 도리어 B의 무분별한 성관계를 의심하며 욕설로 추궁하였고 두려움에 B는 가족의 도움을 받아 A로부터 벗어난 후 연락을 피해왔습니다.
이혼을 결심한 B는 소송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A의 직업이 대학교수가 아니었음을 확인했고 이어 두 명의 전 여자친구에게 각각 상해, 주거침입, 명예훼손의 죄와, 상해 및 감금 죄가 인정되어 유죄판결을 받은 사실을 알게 됩니다.
B는 이혼 소송을 예비적 청구로 하는 혼인 취소소송을 내게 됩니다.
이에 대해 법원은 혼인 취소 판결을 내리게 되었는데요,
재판부는 혼인 당사자의 경제적 능력, 직업, 범죄 경력 등은 상대방이 혼인의 의사를 결정함에 있어서 매우 중요하게 고려하는 요소로서,
혼인의 일방 당사자가 자신의 경제적 능력, 직업, 범죄 경력 등에 대하여 명시적·묵시적으로 기망하였고, 이로 인하여 착오에 빠진 상대방이 혼인의 의사를 표시하였으며,
위와 같은 기망에 의한 착오가 없었더라면 그 상대방이 혼인에 이르지 않았을 것으로 보이는 경우 그 상대방은 위 규정에 의하여 혼인의 취소를 청구할 수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따라서 배우자의 전과 사실(범죄 경력)에 대하여 알았더라면 혼인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판단되는 경우라면 혼인 취소 사유가 될 수 있습니다.
다만 배우자의 기망 행위를 안 날로부터 3개월을 경과한 때에 취소를 청구하지 못하므로 청구 기한을 확인하는 것을 유념할 필요가 있습니다.
한편, 배우자가 전과 사실(범죄 경력)을 속이는 등으로 부부관계 신뢰가 무너지고 이로써 회복할 수 없을 정도로 파탄에 이르게 되었다면 민법 제840조 제6호에 해당하는 재판상 이혼 사유에 해당하므로 청구 기한이 지났다면 이혼 청구도 가능합니다.
중국의 예비 배우자에 대한 범죄 경력 조회가 가능하다면 이러한 사유로 인해 혼인 취소 소송을 하는 사례도 줄어들 것으로 보이는데요, 국내에서는 범죄 경력 조회의 경우 본인의 동의가 있어야만 가능하므로 타인의 범죄 경력 조회를 함부로 할 수는 없습니다.
때문에 이러한 사유로 혼인을 취소하고자 할 때는 현행법상으로는 소송을 통해서만 가능합니다.
그러나, 비교적 간단한 절차로 끝나는 혼인 신고와 달리, 재판을 통해서만 가능한 혼인 취소의 경우는 법원이 매우 까다롭게 혼인 취소 사유를 판단하기 때문에 단순히 범죄 경력이 있다는 이유로 혼인 취소소송을 한다고 무조건 승소 판결을 받는 것은 아닙니다.
상대방의 명백한 기망행위가 있어 착오로 인한 혼인이었다는 것을 입증할만한 충분한 근거 자료가 필요합니다.
제대로 준비가 되지 않은 상태에서 덥석 소송을 냈다가 혼인 취소 청구가 기각되면 두 번 다시 재판을 청할 수 없으므로 혼인 취소 소송과 관련해서는 이혼전문 변호사의 면밀한 상담을 통해 충분한 준비 후 소송을 진행하는 것이 안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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