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물인간 된 배우자 이혼 청구 가능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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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물인간 된 배우자 이혼 청구 가능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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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물인간 된 배우자 이혼 청구 가능할까 

유지은 변호사


재판상 이혼에 관한 법정책에는 유책주의와 파탄주의의 두 가지가 있습니다.

유책주의란 부부 중 어느 일방에게 법에 정한 귀책사유가 있을 경우 상대방이 이혼을 요구할 수 있는 것을 말합니다.

귀책사유가 있는 배우자를 유책 배우자라고 하며, 유책 배우자는 먼저 이혼을 요구할 수 없습니다.

즉, 재판상 이혼을 하려면 상대방에게 귀책사유가 있어야 하고 이혼을 청구하는 쪽에는 귀책사유가 없어야 하죠.

유책주의에 대응하는 개념은 파탄주의인데, 파탄주의란 귀책사유의 유무를 불문하고 혼인을 사실상 계속하기 어려운 경우에 이혼을 요구할 수 있는 것을 말합니다. 파탄 주의하에서는 유책 배우자도 이혼소송을 제기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우리나라 현행법은 유책주의를 기본으로 하고 있기 때문에 재판상 이혼을 하려면 상대방에게 귀책사유가 있어야 하고, 유책 배우자는 이혼소송을 제기할 수 없습니다.

물론 우리 법은 유책주의를 근간으로 하고 있기는 하나, 일부 파탄주의를 받아들이기도 합니다.

바로 법으로 규정하고 있는 재판상 이혼 사유 중 "혼인을 계속하기 어려운 중대한 사유가 있을 때"가 바로 그것인데요,

이 규정의 해석과 관련하여 우리 대법원은 “부부간의 애정과 신뢰가 바탕이 되어야 할 혼인의 본질에 상응하는 부부 공동생활관계가 회복할 수 없을 정도로 파탄되고 그 혼인생활의 계속을 강제하는 것이 일방 배우자에게 참을 수 없는 고통이 되는 경우를 말한다”라고 하여 부부관계의 회복 가능성과 고통이 참을 수 없는 정도인지 등을 기준으로 파탄 여부를 판단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혼인을 계속하기 어려운 파탄 상태에 이르렀다고 하더라도 파탄의 원인이 재판상 이혼을 청구한 유책 배우자에게 있다면 그러한 유책 배우자의 이혼청구는 원칙적으로 허용될 수 없다는 것이 판례의 입장입니다.

그렇다면 식물인간이 된 배우자로 인해 혼인관계를 더 이상 지속하기 어렵다고 판단되는 경우 배우자의 이혼청구는 받아들여질까요?

이번 시간에는 "혼인을 계속하기 어려운 중대한 사유"에 식물인간이 된 배우자가 그 사유가 되는지 판례를 통해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식물인간 된 배우자, 재판상 이혼이 가능한 귀책사유라고 할 수 있나?


우리나라는 앞서 배우자의 귀책사유가 있을 경우, 이에 대한 책임을 물어 재판상 이혼을 판단하는 유책주의를 채택하고 말씀드렸습니다. 그렇다면 식물인간이 된 배우자는 재판상 이혼이 가능한 유책 배우자로 그 책임이 있다고 볼 수 있을까요?

유책주의 관점에서 보자면 식물인간이 된 배우자에게는 특별한 귀책사유가 있다고 볼 수 없으므로 이혼이 불가능합니다.

그러나, 파탄주의적 입장에서는 남편의 현상태가 혼인을 계속할 수 없는 중대한 사유에 해당하는지에 따라 결론이 달라질 수 있습니다.

이와 관련된 유사한 대법원 판례에는 “부부 중 일방이 불치의 정신병에 이환되었고, 그 질환이 단순히 애정과 정성으로 간호되거나 예후가 예측될 수 있는 것이 아니고 그 가정의 구성원 전체에게 끊임없는 정신적·육체적 희생을 요구하는 것이며, 경제적 형편에 비추어 많은 재정적 지출을 요하고 그로 인한 다른 가족들의 고통이 언제 끝날지 모르는 상태에 이르렀다면, 온 가족이 헤어날 수 없는 고통을 받더라도 타방 배우자는 배우자 간의 애정에 터 잡은 의무에 따라 한정 없이 참고 살아가라고 강요할 수는 없는 것이므로, 이러한 경우는 민법 제840조 제6호 소정의 재판상 이혼 사유에 해당한다."라고 인정한 바 있습니다.

즉, 이러한 판례에 비추어 보면 회복 가능성이 희박한 식물인간 배우자를 간호하며 살아가라고 하는 것은 남은 배우자에게는 가혹한 측면이 분명 있으므로 혼인관계가 파탄에 이르렀다고 볼 여지가 충분합니다.



7년 식물인간 아내 상대 이혼 청구, 법원의 판단은?


실제로 2010년 7년 동안 식물인간 상태로 있던 아내를 상대로 이혼 소송을 낸 남편에 대해 법원이 이혼청구를 받아들인 예가 있습니다.

A 씨는 2001년 결혼 후 다음 해 출산하는 과정에서 이완성 자궁출혈로 인한 쇼크로 식물인간 상태에 빠졌습니다.

남편 B 씨는 다니던 직장마저 휴직하고 정성을 다해 간병했으나 4년간 입원치료에도 아내의 상태는 호전되지 않았고 장인과 장모도 이혼에 동의해 이혼 소송을 냈습니다.

기본적으로 이혼 소송은 부부간에 이루어지는 것이나 아내가 식물인간 상태여서 아내의 아버지가 소송을 대리했고 법원은 "A 씨가 7년이 넘도록 식물인간 상태에 빠져있고 친정 부모도 이혼에 동의하고 있다"라며 "이혼 사유 중 하나인 `혼인을 계속하기 어려운 중대한 사유가 있을 때'에 해당한다"라고 밝히고 아이의 친권자 및 양육자를 아버지인 B 씨로 지정한다고 결정했습니다.



식물인간 배우자 상대 이혼 청구? 부부간 부양의무 책임은?


그러나, 배우자가 식물인간이 되어 혼인관계를 더 이상 지속할 수 없는 중대한 사유로 법원이 인정하고 있다고 해서, 바로 이혼 청구를 한다면 받아들여지지 않을 가능성도 있습니다.

왜냐하면 원칙적으로 부부에게는 상호 부양 협조의무가 있기 때문에 일방이 식물인간이 되었다는 이유로 곧바로 이혼을 청구하는 것은 부부의 부양 협조의무를 저버리는 행위로 비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와 비슷한 맥락으로 최근에는 치매로 인해서 이혼 소송을 하는 경우도 있는데요, 이런 경우 법원은 혼인생활이 파탄될 만큼 중대한 사유가 입증되지 않는다면 배우자의 질병으로 이혼을 청구하는 것은 받아들이지 않고 있습니다.



90대 남편, 치매 부인 상대 이혼 소송 패소


파킨슨씨병 진단을 받은 90대 남편이 알츠하이머성 치매에 걸린 6살 연하 부인을 상대로 결혼 52년 만에 이혼 소송을 냈다가 패소한 판례를 살펴보면,

"계속 혼인생활을 하라고 강제하는 것이 남편 A 씨에게 참을 수 없는 고통이 된다고 인정할 수 없으므로 이혼을 전제로 하는 위자료 및 재산분할 청구도 기각한다."

재판부가 이렇게 판결한 데에는 아내인 B 씨의 치매가 동거·부양의 의무를 저버린 채 남편을 악의적으로 유기했다고 단정할만한 증거가 부족하며 남편 A 씨가 부인에게 폭행, 학대, 모욕 등 부당한 대우를 받지 않았고 두 사람은 50년 이상 부부로 서로 의지하고 신뢰했다는 점을 근거로 각자 병마와 싸우다가 사이가 나빠진 노년 부부라 하더라도 결혼 생활을 유지하는 것이 참을 수없이 고통스럽지 않다면 일방의 이혼 청구를 받아들일 수 없다고 판결했습니다.

즉, 재판상 이혼 사유에 해당하는 명백한 증거가 인정되지 않는 한 이혼청구를 받아들일 수 없다는 것이 법원의 입장입니다.

다만, 알코올성 치매의 경우는 알코올성 치매로 인한 폭력이나 배우자를 악의적으로 유기하는 행위가 입증된다면 이혼청구를 받아들이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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