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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적으로 졸혼 하기 

유지은 변호사


"이젠 결혼에서 그만 졸업하고 싶다"

"육아나 남편 내조를 위해서 봉인했던 나 자신의 일에 몰두해보고 싶다"

최근 인생의 후반기를 맞이한 여성들에게서 '졸혼'이 화두가 되고 있습니다.

졸혼이란, 이혼하지 않고 혼인 관계는 그대로 유지한 채, 남편과 아내로서의 의무와 책임에서 벗어나 각자의 여생을 자유롭게 사는 것을 뜻하는 것으로 이는 결혼의 의무에서는 벗어나지만, 부부 관계는 유지한다는 점에서 이혼, 별거와는 차이가 있습니다.

우리나라에서도 유명 탤런트 부부의 졸혼은 큰 화제가 됐었죠.

'졸혼'이란 단어는 2004년 일본 작가 스기야마 유미코(杉山由美子)가 <졸혼을 권함(卒婚のススメ)>이란 책에서 처음 사용한 용어입니다.

2017년 일본 미쓰비시그룹의 다이야 고령사회 연구재단이 일본 전국 40~50대 직장인 5천 명을 대상으로 은퇴 후 생활에 대한 설문조사를 했는데, 졸혼에 대해서 ‘하고 싶다’ 또는 ‘하고 싶다고 생각하게 될지도 모른다’는 응답을 한 여성이 32.4%에 이르러 같은 응답을 한 남성이 20.2%인데 반해 높게 나타났습니다.

여성에게서 졸혼에 대한 관심이 더 높게 나타나는 배경에는 남성 중심 사회에서 여성이 결혼생활에 답답함과 불만을 느끼는 경우가 더 많고 정년퇴직 이후에도 아내에게 가사를 의존하는 남편이 적지 않기 때문일 겁니다.

이러한 사회 분위기 탓인지 이혼조정을 신청한 부부들 중에서도 졸혼을 선택하는 사례가 늘고 있습니다.

사실 졸혼은 법률에 명시된 용어가 아니기 때문에 재판에서 판결할 수 있는 사안은 아닙니다. 그러나, 이혼 여부를 협의하는 조정이혼 과정에서 법원 측이 졸혼을 권하기도 하고 이혼조정을 신청한 사람이 먼저 졸혼하게 해달라고 요청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때문에 이혼 조정을 통해 졸혼을 선택하고 조정 조항을 그에 맞게 구성할 수 있습니다.

특히 법적으로는 장기간 별거를 한다고 해서 이혼 사유가 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이혼조정을 통해 졸혼을 하게 되면 졸혼의 구체적인 조건을 법적으로 명확히 하고 증거로 남겨두면서 만일 졸혼의 조건이 제대로 지켜지지 않거나 더 이상 혼인 관계를 유지할 수 없다고 판단할 때 이를 근거로 다시 이혼 소송을 제기할 수 있어 법적 근거가 마련된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이번 시간에는 이혼이 아닌 졸혼을 선택하는 이유와 법적으로 졸혼을 하는 방법에 대해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이혼보다 졸혼이 낫다?


1. 부부관계 회복 부담 거의 없고 이혼이라는 꼬리표를 달지 않아도 된다.

혼인 관계는 유지한 채 부부간 서로의 간섭에서 벗어나 각자 독립된 생활이 가능하므로 부부관계 회복에 대한 부담이 없고 부부와 자식들 입장에서는 이혼 가정이라는 굴레를 벗어날 수 있습니다.

2. 정서적 위안

졸혼은 이혼이 아니므로 언제든지 부부관계 회복의 여지가 남아있고 법적 인연이 끊어지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이혼으로 생기는 박탈감이나 허무감 대신 정서적 위안을 받으면서도 혼인관계로 인한 스트레스에서는 벗어날 수 있습니다.

3. 경제적 독립이 어렵다면 이혼보다 졸혼

경제적 이유가 졸혼 선택의 계기가 되기도 합니다. 남편과 나이 차가 열 살 이상 났던 한 60대 여성은 이혼조정을 신청했다가 졸혼에 합의했는데 연금 수령 여부가 영향을 미쳤습니다. 공무원으로 정년퇴직한 남편과 이혼할 경우 남편이 사망하면 유족연금을 받을 수 없지만, 졸혼을 하면 법적으로 부부 상태를 유지하기 때문에 남편이 사망해도 연금을 받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법적인 졸혼 형태- 별거 조정


이렇듯 다양한 이유로 이혼을 선택하기에 앞서 졸혼을 선택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는데요, 서로의 합의하에 별거의 형태로 졸혼을 선택하기도 하지만, 법적으로도 졸혼을 인정받을 수 있는 절차가 있습니다. 바로 이혼조정 신청을 통해 법원으로부터 별거 조정을 판결 받는 것인데요,

별거 조정이란 가정법원이 부부간에 일정 기간 동안 '별거'를 명함으로써 부부 관계 회복 및 합의 도출 등의 노력을 기울일 수 있도록 하는 조정 절차로 가족 및 친족 간의 분쟁을 가정법원이 중재하는 가사조정의 일부입니다.

별거 조정은 부부 중 한쪽은 이혼을 원하고 다른 한 쪽은 원하지 않는 경우, 또 부부 일방은 관계 개선을 위해 노력할 의지가 있을 때, 법원이 두 사람의 관계 개선을 위해 선택할 수 있는 법적 절차입니다.

별거 조정 절차 역시 가사 조정 절차와 같아 부부 중 한 쪽이 법원에 조정 신청서를 제출하고 상대방에게 송달된 후 조정 기일이 잡히면 출석해 상대방과 구체적인 별거 조정 안에 대해 협의를 진행합니다.

별거 조정은 별거 기간 동안 협의한 내용을 지키도록 노력하되 만일 제대로 지켜지지 않을 경우 이혼 청구를 다시 해 혼인 관계를 종료시킬 수 있으므로 이혼 소송에 준하는 세세한 협의가 필요합니다.



법원이 제시한 졸혼의 조건


그렇다면 법적 졸혼이 인정된 구체적 사례를 살펴볼까요?

지난해 10월 청주지법은 아내 A가 남편 B를 상대로 낸 이혼 소송에서 " 법률상 혼인관계를 유지하되 별거 상태를 유지한다"라는 별거 조정 결정을 내린 바 있습니다. 사실상 '졸혼'을 인정하는 조정 결정이었는데요,

A 씨는 결혼생활 중 B 씨로부터 가정 폭력을 당해왔고 이 때문에 갈비뼈가 부러지는 등 피해를 입자 참다못해 B 씨를 상대로 이혼소송을 냈습니다. 하지만 조정 과정 중 이혼 가정에 대한 부정적 인식 등이 자녀들에게 영향을 미칠 것이 걱정된 A 씨가 이혼을 하지 않겠다고 하자 법원이 이 같은 결정을 내린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판사는 조정 결정에서 A 씨와 B 씨는 이번 결정에 따라 지금까지처럼 별거 상태를 유지하고 배우자로서의 의무를 지지 않는다'라며 다음과 같은 졸혼의 조건을 결정했습니다.

-명절이나 어른들 생신, 제사 등 가족행사에 상대방을 동반하지 않으며 부부관계를 요구하지 않기

-서로 상대방과 협의 없이 거액의 부채를 발생시키는 등 부부 재산 상황의 변동을 일으키지 않기

- 남편 B 씨는 주취상태에서 A 씨와 자녀들에게 폭언, 폭행 등 부당한 대우를 하지 말 것

- 남편 B 씨는 자유롭게 면접교섭을 하되 21시 이후에는 방문하지 않기

- 주취상태에서는 면접교섭을 하지 못한다

등 세부적인 졸혼의 조건을 제시했습니다. 이 밖에도 B 씨는 A 씨가 자녀들과 거주할 수 있는 거처를 마련할 수 있도록 1500만 원을 지급하고, 매달 양육비도 지급하라고 결정했습니다.

이 같은 조정 결정은 사건 당사자 양측이 받아들이면 확정된 판결과 동일한 효력을 갖기 때문에 법적인 효과를 가지게 되고 만일 이러한 조정 사항이 제대로 지켜지지 않을 경우, 이혼 소송에서도 졸혼 조건의 불이행을 근거로 소송에 유리한 결과를 얻어낼 수도 있어 여러모로 이점이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졸혼을 권함(卒婚のススメ)>의 저자 스기야마 유미코(杉山由美子)는

“육아가 끝난 뒤 부부는 좀 더 자유로워져도 좋다. 결혼생활을 지속할 것인가 이혼인가 양자택일이 아니라 적당히 서로를 속박하지 않는 관계를 보통의 부부들은 원하고 있는 것이 아닐까? 나도 그렇지만 지금까지 구축해온 모든 것을 붕괴시키는 것에는 주저함이 있다"라고 적었습니다.

롱런할 수 있는 진정한 부부 관계는 적당히 서로를 속박하지 않는 관계가 아닐까 합니다.

가족이라는 이유로

가장이라는 이유로

아내, 엄마라는 이유로

희생을 강요하고 속박하는 것에 '졸업'한다면

좀 더 유연하고 행복한 가정생활이 될 수 있지 않을까요?


이혼 조정과 관련해서는 법적으로 인정되는 꼼꼼한 세부 협의 문구를 작성해야 훗날 불이익을 방지할 수 있습니다.

이혼 조정 절차에 대한 법률 관련 자문을 세심하게 안내해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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