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불륜, 배우자의 외도는 부부 신의성실의 원칙에 반하는 배신행위입니다.
일반인들은 불륜을 간통과 같은 개념으로 인식하지만, 실무적으로 법원이 인정하는 불륜의 개념은 매우 넓습니다. 즉, 잠자리를 하지 않으면 불륜이 아니라는 일반인들의 인식은 법적으로 따지자면 맞지 않는 개념입니다.
그렇다면 법이 인정하는 불륜이란 어떤 것을 의미할까요?
민법 제840조는 법원에 이혼을 청구할 수 있는 사유 중 하나로 배우자의 ‘부정행위’를 명시하고 있습니다. 흔히 말하는 불륜은 이 부정행위의 개념에 포함되는데요,
판례에 따르면 부정행위란 ‘혼인 후 부부 일방이 부부의 정조의무를 충실히 하지 않은 일체 행위’를 말하는 것으로, 이는 성관계를 전제로 하는 간통보다 넓은 개념입니다. 따라서 이혼사건 중에는 간통은 물론이고 간통에 이르지 않아도 부정행위가 인정되는 사례가 많습니다.
가령 다른 이성과 성관계는 없었지만 한 방에서 하룻밤을 함께 보냈다거나, 진한 스킨십을 했을 때, 서로의 집에 드나들었을 때, 자주 만나 데이트나 여행 등을 했을 때, 사창가를 전전했을 때 등은 부정행위로 인정될 확률이 큽니다.
그러나 부정행위는 혼인 후 배우자가 자신의 의지로 행한 일탈행위를 의미하므로 강간에 의한 피해 등 자의에 의하지 않은 성관계나 스킨십, 혼인하기 전에 한 다른 이와의 성교, 동거 등은 부정행위에 해당하지 않습니다.
전자기기가 발달한 최근에는 다른 이성과 다정하게 찍은 사진 등을 포함해 지속적으로 주고받은 애정표현이 담긴 이메일, 휴대전화 문자, 메신저 등이 증거가 되어 부정행위로 인정받는 사례가 적지 않습니다.
그러나 이때에도 다른 이성과 단순히 여러 번 메시지를 주고받은 사실만으로는 부족하고, 주고받은 문자·이메일 등의 내용, 만남의 기간과 정도, 배우자와의 혼인관계 파탄 정도 등 여러 정황이 종합적으로 고려된 후 부정행위인지가 판단됩니다.
부정행위를 이유로 이혼청구를 하는 때에는, 부정행위 사실을 안 날로부터 6개월 혹은 그 사유가 있은 날로부터 2년이 지나면 청구하지 못한다는 점을 염두에 둬야 합니다. 또한 배우자의 부정행위를 사전에 동의했거나, 사후에 용서한 때에도 이혼을 청구할 수 없습니다.
혼인은 법적으로 맺은 일종의 계약입니다. 우리 민법은 남녀가 서로에게만 충실하고 상호 부양하기로 하는 합의를 한 이상, 그 의무를 저버린 때에는 그에 상응하는 법적 책임이 따를 수 있다는 것을 명시하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법률행위를 전제로 하는 계약행위가 불륜 유지의 대가였다면 이는 법적으로 유효한 것일까요?
이번 시간에는 이혼 소송을 둘러싸고 벌어진 분쟁 중 남편이 불륜의 대가로 증여한 부동산 근저당권에 대한 법원의 판결을 통해 민법 103조의 의미에 대해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불륜 유지 대가로 설정해 준 근저당권은 무효
2019가 단 2734
A 씨는 아내와 이혼소송 중이던 2016년 12월 자신 소유의 울산시 울주군에 있는 밭 536㎡에 관하여 내연녀인 B 씨에게 채권 최고액 6천만 원의 근저당권 설정 등기를 경료하여 주었습니다.
A 씨의 아내는 A 씨를 상대로 이혼소송을 냈다가 2017년 7월 취하했고, 이후 A 씨가 B 씨를 상대로 근저당설정 등기의 말소와 대여금 반환을 구하는 소송을 냈으나 소송 진행 중 사망, A 씨의 아내와 3명의 자녀들이 소송을 이어받았습니다.
A 씨의 아내는 2019년 5월 이 밭에 관하여 협의분할에 의한 상속을 원인으로 한 소유권이전등기를 마치며, 내연녀 B 씨의 근저당이 불륜 관계 유지 대가로 설정된 것이므로 무효이고, A 씨가 사망 전 이혼 소송 중에 대출받아 B 씨에게 대여한 3,900만 원도 변제하라고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법원은 "피고 B는 전 남편과 이혼한 후 약 10년가량 A 씨와 친밀한 사이를 유지하여 왔고, 원고 A 씨의 아내가 A 씨를 상대로 이혼소송을 제기하였다가 취하한 사이에 A 씨는 3천만 원을 대출받아 피고에게 그 통장을 교부하기도 한 점, A 씨는 2007. 3. 1. 피고에게 2007. 4. 20.부터 2017년까지 1억 원을 주기로 하는 문서를 작성하여 주기도 한 점, 피고의 주장에 의하더라도 A 씨가 불륜 관계 지속에 대한 대가로 이 사건 근저당권 설정 등기를 경료하여 주었다는 것인 점 등에 비추어 보면,
A 씨와 피고와 사이에 불륜 관계 유지를 조건으로 1억 원을 증여하기로 하는 증여계약이 체결되었고, 근저당권 설정 등기는 이 증여계약에 대한 A 씨의 이행을 담보하기 위하여 이루어진 것으로 보인다"라고 지적하고,
"A 씨가 사망 시까지 아내와 혼인관계를 유지하고 있었던 사실은 당사자 사이에 다툼이 없고, A 씨가 피고와의 불륜 관계를 조건으로 하여 이 증여계약을 체결한 사실은 피고가 자인하고 있으므로, 이 증여계약은 부부 사이의 혼인 질서에 반하는 반사회 질서적 법률행위로서 무효"라고 밝혔습니다.
이어 "이 증여계약이 민법 103조에 위배되어 무효인 이상 그에 기하여 이루어진 근저당권 설정 등 기 역시 무효"라며 "피고는 A 씨의 아내에게 근저당권 설정 등기를 말소할 의무가 있다"라고 판시했습니다.
민법 제103조란?
민법 제103조(반사회 질서의 법률행위)란 선량한 풍속, 기타 사회질서에 위반한 사항을 내용으로 하는 법률행위는 무효로 한다고 규정하고 있으며, 무효가 되는 반사회 질서 행위란,
법률행위의 목적인 권리 의무의 내용이 선량한 풍속 기타 사회질서에 위반되는 경우뿐 아니라,
법률적으로 이를 강제하거나 법률행위에 반사회 질서적인 조건 또는 금전적인 대가가 결부됨으로써 반사회 질서적 성질을 띠게 되는 경우,
표시되거나 상대방에게 알려진 법률행위의 동기가 반사회 질서적인 경우를 포함하게 됩니다.
예를 들면 성매매, 윤락행위의 알선, 모집 등의 행위의 계약이나 불법 장기매매 계약,
또는 법적 효력이 없는 이혼 각서, 첩 관계 종료 또는 해제 조건으로 하는 증여계약 등도 이에 해당합니다.
증언을 대가로 막대한 대가를 제공받는 행위나 인신매매와 같은 반사회적인 행위에 대해 돈을 빌리고 쓰는 차용증 역시 무효입니다.
사회가 진화해감에 따라 형법으로 처벌되는 간통죄는 사라졌지만, 민법에서는 여전히 배우자의 외도로 인한 피해 보상을 할 수 있도록 민사적인 손해배상 제도를 마련해두고 있습니다.
불륜행위에 대해 우리 민법은 부부간의 혼인 계약을 저버린 부정행위로 법적인 책임이 따라야 한다고 판단하고 있습니다.
법적으로 반드시 이혼을 하지 않아도 법적인 책임의무를 저버린 배우자에 대해 그 피해에 대한 책임을 묻는 구제 조치가 마련되어 있는만큼 배우자를 상대로 한 위자료 청구 또는 상간자를 상대로 한 손해배상 청구 등도 가능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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