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가 임대차를 몇 년째 이어오다가 "이제 10년이 다 됐으니 나가 달라"는 말을 듣거나, 반대로 "계약을 새로 쓰면 10년이 다시 시작되는 것 아니냐"는 기대를 품고 계신 분들이 많습니다. 갱신요구권이 10년이라는 점은 널리 알려져 있지만, 그 10년을 어디서부터 세는지, 갱신할 때 월세는 얼마까지 오를 수 있는지, 보증금이 큰 상가에도 적용되는지는 의외로 정확히 알려져 있지 않습니다. 기간 계산을 잘못 이해한 채 권리금 준비나 이전 계획을 세우면 몇 년 치 영업 기반이 한꺼번에 흔들릴 수 있습니다.
먼저 전체를 짚어보겠습니다: 갱신요구권 10년은 '최초 계약'부터 한 번에 세는 기간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상가 갱신요구권은 최초의 임대차기간을 포함한 전체 임대차기간이 10년을 넘지 않는 범위에서만 행사할 수 있습니다(상가건물 임대차보호법 제10조 제2항). 즉 "갱신할 때마다 10년"이 아니라 처음 계약을 시작한 날부터 합쳐서 10년이 상한입니다. 2년 계약으로 시작했다면 갱신요구권으로 늘릴 수 있는 기간은 나머지 8년이 됩니다.
이 10년 상한은 2018. 10. 16. 법 개정으로 기존 5년에서 늘어난 것입니다. 그래서 오래전부터 영업해 온 상가라면 계약 체결·갱신 시점에 따라 어느 규정이 적용되는지부터 확인해야 합니다. 또한 갱신요구권은 임차인이 마음대로 쓸 수 있는 권리가 아니라, 임대인이 정당한 사유로 거절할 수 있는 예외(법 제10조 제1항 각 호)가 정해져 있다는 점도 함께 봐야 합니다.
이 글에서는 10년을 세는 방식, 갱신 시 차임·보증금 조건, 보증금이 큰 상가의 취급, 갱신 거절 사유, 10년이 지난 뒤에 남는 권리(권리금 회수기회)를 순서대로 정리합니다.
법은 이렇게 판단합니다: 10년 상한의 계산, 갱신 조건 5% 한도, 거절 사유 8가지
첫째, 10년의 기산점입니다. 법문이 "최초의 임대차기간을 포함한 전체 임대차기간"이라고 정하고 있으므로, 처음 계약한 임대차의 시작일부터 갱신된 기간까지 모두 더해서 10년을 넘지 못합니다. 갱신요구권으로 갱신된 기간뿐 아니라, 임대인이 갱신 거절이나 조건 변경 통지를 하지 않아 전 계약과 같은 조건으로 다시 임대차한 것으로 보는 갱신(제10조 제4항)의 기간도 실제 임대차가 이어진 기간이므로 전체 기간에 포함해 계산하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둘째, 중간에 계약서를 새로 썼다고 해서 10년이 초기화되는 것은 아닙니다. 다만 '최초의 임대차기간'이 어디까지인지는 계약의 동일성에 따라 갈릴 수 있습니다. 대법원 2023. 3. 13. 선고 2022다286786 판결의 사안에서는 2008년 임대차계약과 이후 계약의 동일성이 인정되지 않는다고 보아 제10조 제2항의 '최초의 임대차기간'을 새 계약부터 기산한 원심 판단이 수긍되었습니다. 계약 사이에 공백이 있었거나 임대차의 내용·목적물이 달라진 경우에는 단순히 계약서가 여러 장이라는 이유만으로 합산이 정해지지 않고, 사실관계에 따라 개별적으로 판단된다는 뜻입니다.
셋째, 행사 시기입니다. 임차인은 임대차기간이 만료되기 6개월 전부터 1개월 전까지 사이에 갱신을 요구해야 합니다(제10조 제1항). 이 기간을 지나서 요구하면 갱신요구권의 효과를 주장하기 어렵습니다. 반대로 임대인이 이 기간 안에 갱신 거절이나 조건 변경 통지를 하지 않으면, 기간이 만료된 때에 전 임대차와 동일한 조건으로 다시 임대차한 것으로 보며 이때 존속기간은 1년입니다(제10조 제4항). 이 경우 임차인은 언제든지 해지를 통고할 수 있고, 임대인이 통고를 받은 날부터 3개월이 지나면 효력이 생깁니다(제10조 제5항).
넷째, 갱신되는 계약의 조건입니다. 갱신된 임대차는 전 임대차와 동일한 조건으로 다시 계약된 것으로 보되, 차임과 보증금은 제11조의 범위에서 증감할 수 있습니다(제10조 제3항). 증액 청구는 청구 당시 차임 또는 보증금의 100분의 5를 넘지 못하고(시행령 제4조), 임대차계약 또는 약정한 차임 등의 증액이 있은 후 1년 이내에는 다시 증액을 청구하지 못합니다(법 제11조 제2항). 예를 들어 월세 300만 원이라면 한 번에 올릴 수 있는 한도는 15만 원입니다.
다섯째, 환산보증금을 초과하는 상가도 갱신요구권이 사라지지 않습니다. 법 제2조 제3항은 제10조 제1항, 제2항, 제3항 본문 등을 보증금액 초과 임대차에도 적용한다고 정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시행령 제2조에 따른 보증금액 기준은 서울 9억 원, 과밀억제권역·부산 6억 9천만 원, 광역시 등 5억 4천만 원, 그 밖의 지역 3억 7천만 원이고, 차임이 있으면 월 차임액에 100을 곱해 보증금에 더한 금액(환산보증금)으로 비교합니다. 이 기준을 넘으면 차임·보증금 증액 한도 5%는 적용되지 않고 당사자가 경제사정의 변동 등을 고려해 증감을 청구하는 방식이 됩니다(제10조의2).
다만 예외가 있습니다. 대법원 2021. 12. 30. 선고 2021다233730 판결은, 보증금액을 초과하는 임대차에서 기간을 정하지 않은 경우에는 민법 제635조에 따라 임대인이 언제든 해지를 통고할 수 있고 임차인이 통고를 받은 날부터 6개월이 지나 효력이 생기므로, 기간 만료를 전제로 한 갱신요구권은 발생할 여지가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계약서에 기간이 있는지, 갱신 때 기간을 없앤 합의가 있었는지가 결과를 가르는 이유입니다.
여섯째, 임대인이 갱신을 거절할 수 있는 정당한 사유는 제10조 제1항에 열거되어 있습니다.
3기의 차임액에 해당하는 금액에 이르도록 차임을 연체한 사실이 있는 경우
거짓이나 그 밖의 부정한 방법으로 임차한 경우
서로 합의하여 임대인이 상당한 보상을 제공한 경우
임대인 동의 없이 건물의 전부 또는 일부를 전대한 경우
임차한 건물을 고의나 중대한 과실로 파손한 경우
건물이 멸실되어 임대차의 목적을 달성하지 못할 경우
철거·재건축이 필요한 경우(계약 당시 공사시기와 소요기간 등을 구체적으로 고지한 경우, 안전사고 우려가 있는 경우, 다른 법령에 따른 경우)
그 밖에 임차인이 의무를 현저히 위반하거나 임대차를 계속하기 어려운 중대한 사유가 있는 경우
이 중 실제 분쟁이 가장 많은 것은 차임 연체와 재건축입니다. 연체는 한 번에 3기 분이 쌓인 경우뿐 아니라 연체 사실이 누적된 경우도 문제가 될 수 있어 월세 납부 기록을 정리해 두어야 합니다. 재건축은 "건물을 헐고 새로 짓겠다"는 말만으로 되지 않고 위 요건(계약 당시의 구체적 고지, 안전사고 우려, 법령상 철거·재건축)에 해당하는지가 따져집니다.
마지막으로, 갱신요구권이 10년으로 끝난 뒤에도 임차인에게는 권리금 회수기회가 남습니다. 임대인은 임대차기간이 끝나기 6개월 전부터 임대차 종료 시까지 임차인이 주선한 신규임차인으로부터 권리금을 받는 것을 방해해서는 안 되고(제10조의4 제1항), 이를 어겨 손해가 발생하면 신규임차인이 지급하기로 한 권리금과 임대차 종료 당시 권리금 중 낮은 금액을 한도로 배상 책임을 집니다(같은 조 제3항). 다만 제10조 제1항 각 호의 사유(예: 3기 차임 연체)가 있으면 이 보호도 받지 못합니다. 손해배상청구권은 임대차가 종료한 날부터 3년 이내에 행사해야 합니다(같은 조 제4항).
김상훈 변호사의 대응, 이렇게: 계약 이력 정리부터 갱신 통지, 권리금까지 다섯 단계
10년 문제가 걸린 상가라면 아래 순서로 정리해 대응합니다.
최초 계약일과 계약 이력의 정리 — 최초 임대차계약서, 갱신계약서, 확약서, 월세 이체 내역, 사업자등록 변경 이력을 모아 10년이 어디서부터 시작되는지 확인합니다. 중간에 공백이나 목적물 변경이 있었다면 동일성 판단에서 쟁점이 되므로 이 부분을 가장 먼저 점검합니다.
갱신 요구 시점의 확인과 증거 남기기 — 만료 6개월 전부터 1개월 전 사이에 갱신을 요구해야 하므로, 만료일에서 거꾸로 날짜를 계산해 이 기간 안에 내용증명이나 문자·이메일로 갱신 의사를 분명히 남깁니다. 말로만 한 요구는 나중에 다투기 어렵습니다.
임대인의 갱신 거절 사유 검토 — 임대인이 거절 통지를 하면 제10조 제1항 각 호 중 어느 사유를 드는지 확인하고, 차임 연체라면 납부 내역으로, 재건축이라면 계약 당시 고지 여부와 건축 허가·안전진단 자료로 요건 충족 여부를 따집니다. 사유가 없다면 거절은 효력이 없고 임차인은 임대차 계속 확인 등을 구할 수 있습니다.
갱신 조건 협상은 5% 한도를 기준으로 — 임대인이 월세를 크게 올려 달라고 하면 증액 한도(5%)와 직전 증액 후 1년 경과 여부를 따져 초과분은 받아들이지 않습니다. 환산보증금이 기준을 넘는 상가라면 한도 규정이 적용되지 않으므로 주변 시세와 조세·공과금 변동 자료를 근거로 협상합니다.
10년 만료가 다가오면 권리금 회수 준비 — 만료 6개월 전부터는 신규임차인을 주선해 권리금 계약을 준비하고, 임대인이 정당한 사유 없이 계약을 거절하거나 과도한 보증금·차임을 요구하는지 기록으로 남겨 둡니다. 신규임차인의 자력 정보를 임대인에게 제공할 의무(제10조의4 제5항)도 함께 이행해야 분쟁에서 불리해지지 않습니다.
망설이는 사이, 시간은 불리해집니다: 만료 6개월 전 시점과 10년 경계를 먼저 확인
상가 갱신요구권은 행사 기간이 정해져 있고, 10년이라는 상한도 분명합니다. 만료일을 넘기거나 계약 이력을 확인하지 않고 지나가면 갱신을 요구할 기회와 권리금 회수 준비 시간을 함께 놓칠 수 있습니다.
지금 계약이 최초 계약 이후 몇 년째인지, 만료일 기준으로 6개월 전 시점이 언제인지, 임대인이 거절 사유를 들 수 있는 사정이 있는지부터 차례로 점검해 보시기 바랍니다.
법률 문제는 초기 대응이 중요합니다. 도움이 필요하시면 언제든 김상훈 변호사에게 문의해 주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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