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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범죄 기습공탁, 피해자가 막을 방법이 있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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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범죄 기습공탁, 피해자가 막을 방법이 있나요 

김상훈 변호사

재판이 한창 진행되는 중에 법원에서 "피고인이 공탁을 했다"는 통지를 받고 당황하는 피해자분들이 있습니다. 합의를 거절했는데도 가해자가 일방적으로 돈을 맡겨 놓고, 그 사실을 재판부에 내세워 형을 줄이려는 것이 이른바 기습공탁입니다. 이미 공탁이 이뤄졌다면 되돌릴 수 없다고 생각하기 쉽지만, 피해자가 어떤 의사를 어떤 방식으로 남기느냐에 따라 공탁의 효과는 크게 달라질 수 있습니다.

먼저 전체를 짚어보겠습니다: 형사공탁의 구조와 피해자가 개입할 수 있는 지점

성범죄 사건에서는 피고인이 피해자의 이름·연락처 등 인적사항을 알 수 없는 것이 보통입니다. 일반적인 변제공탁은 돈을 받을 사람을 특정해야 하는데, 이런 사건에서는 그것이 불가능해 공탁 자체가 어려웠습니다. 이 문제를 해결하려고 만든 것이 공탁법 제5조의2(형사공탁의 특례)입니다. 피해자의 인적사항을 알 수 없는 피고인은 사건이 계속 중인 법원 소재지의 공탁소에서, 사건번호·사건명 등 피해자를 특정할 수 있는 표시만으로 공탁을 할 수 있습니다.

이 제도는 피해자에게 실제로 피해를 회복할 길을 열어 주려는 취지이지만, 현실에서는 피해자가 합의를 원하지 않는다고 밝힌 뒤에도 선고 직전에 공탁부터 해 두는 방식으로 쓰이는 일이 있습니다. 공탁 통지는 피해자 본인에게 곧바로 전달되지 않고 공탁관의 공고로 갈음될 수 있어서(같은 조 제3항), 피해자가 공탁 사실을 뒤늦게 알게 되는 경우도 생깁니다.

그렇다면 피해자가 손쓸 수 있는 지점은 크게 세 곳입니다. 공탁금을 받지 않겠다는 의사를 공탁소에 알리는 것, 재판부에 피해자로서의 의견을 직접 전달하는 것, 그리고 공탁 사실을 늦지 않게 파악하는 것입니다. 공탁을 막는 것이 아니라 공탁의 효과를 다투는 방식이라는 점을 먼저 이해해 두셔야 합니다.

법은 이렇게 판단합니다: 수령 거절 통고와 회수 제한, 양형에서의 공탁 평가

먼저 공탁 자체를 사전에 막을 수 있느냐부터 보겠습니다. 형사공탁은 피고인이 하는 변제 행위이고, 피해자의 동의를 요건으로 하지 않습니다. 따라서 피해자가 "공탁하지 말라"고 요구하더라도 그 요구만으로 공탁이 무효가 되지는 않습니다. 피해자가 대응할 수 있는 영역은 공탁이 이뤄진 뒤 그 효과를 약하게 만드는 것입니다.

핵심 규정은 공탁법 제9조의2(공탁물 회수의 제한)입니다. 피고인은 원칙적으로 일반 변제공탁처럼 마음이 바뀌었다고 해서 공탁금을 되찾을 수 없습니다. 형사공탁의 공탁자는 착오로 공탁한 경우가 아니면 다음 두 경우에만 회수할 수 있습니다.

  • 공탁물을 수령할 사람으로 지정된 피해자가 회수에 동의하거나 수령을 거절하는 의사를 공탁소에 통고한 경우

  • 공탁의 원인이 된 형사사건에서 무죄판결이 확정되거나 불기소 결정(기소유예 제외)이 있는 경우

이 구조가 피해자에게 갖는 의미는 분명합니다. 피해자가 수령 거절 의사를 통고해 두면 피고인은 공탁금을 회수할 수 있게 되고, 그 반대편에서 보면 피고인이 "돈을 내놓았고 되찾을 수도 없는 상태"라고 주장하기 어려워집니다. 공탁이 양형에서 중요한 이유는 피해 회복을 위해 실제로 노력했다는 정황으로 읽히기 때문인데, 피해자가 받지 않겠다고 서면으로 밝히면 그 정황의 무게가 달라집니다.

두 번째는 재판부가 피해자의 의사를 어떻게 듣느냐입니다. 형사소송법 제294조의2에 따라 피해자 또는 법정대리인이 신청하면 법원은 피해자를 증인으로 신문해야 하고, 이때 피해의 정도와 결과, 피고인의 처벌에 관한 의견을 진술할 기회를 줍니다. 서면 의견서를 제출하는 방법도 실무상 함께 쓰입니다. 공탁이 이뤄진 사건에서 피해자가 직접 "합의할 의사가 없고, 공탁금은 받지 않으며, 엄벌을 원한다"는 취지를 재판부에 전달하는 것이 중요한 이유입니다.

세 번째는 양형 판단의 방식입니다. 법원은 피해 회복 여부를 양형 요소로 보지만, 단지 돈을 맡겼다는 사실만으로 곧바로 감경하는 것은 아닙니다. 공탁 시점이 선고 임박한 때인지, 금액이 피해의 정도에 비추어 적정한지, 피해자가 수령을 거절했는지, 피고인이 범행을 부인하다가 공탁했는지 등이 함께 따져집니다. 성범죄 사건에서 특히 피해자의 명시적인 수령 거절과 처벌 의사는 공탁의 감경 효과를 제한하는 사정으로 비중 있게 다뤄집니다.

반대로 공탁금을 수령하면 어떻게 될까요. 수령 행위가 피해의 일부 회복으로 평가되어 양형에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고, 공탁금을 받았다는 사실이 합의 또는 처벌 불원으로 오해될 여지도 있습니다. 이미 받은 돈이라도 처벌을 원한다는 의사를 별도로 분명히 남겨 두어야 하는 이유입니다. 공탁금을 받을지 말지는 되돌리기 어려운 선택이므로 신중하게 판단하셔야 합니다.

공탁금의 액수도 판단 자료가 됩니다. 성범죄 피해는 금전으로 온전히 환산되기 어렵고, 합의금 수준에 현저히 못 미치는 금액을 선고 직전에 맡긴 경우라면 피해 회복 노력으로 보기 어렵다는 점을 의견서에서 구체적으로 지적할 수 있습니다. 피해자가 겪은 치료비, 상담 비용, 휴직·퇴사로 인한 소득 감소, 이사 비용처럼 실제로 지출된 항목을 자료로 정리해 두면 공탁금이 피해의 정도에 비해 형식적이라는 주장에 힘이 실립니다.

또 하나 짚을 부분은 공탁 시점입니다. 수사 단계와 1심 내내 피해자 연락을 피하거나 혐의를 부인하다가 항소심 변론종결이 가까워진 때에 공탁했다면, 반성의 진정성보다 감형을 노린 시점 선택이라는 점을 의견서에 시간순으로 정리하는 것이 효과적입니다. 공탁일과 선고기일 사이의 간격, 그 이전에 합의를 시도한 경과가 있었는지가 판단의 근거가 됩니다.

정리하면 기습공탁이라고 해서 피해자가 아무 방법이 없는 것은 아닙니다. 다만 공탁을 막는 수단은 없고, 공탁의 효과를 줄이는 수단은 수령 거절 통고, 재판부에 대한 진술·의견서, 그리고 공탁 사실의 조기 파악 세 가지로 요약됩니다.

김상훈 변호사의 대응, 이렇게: 공탁 확인부터 수령 거절 통고·의견서 제출까지

공탁 사실을 알게 된 피해자분께는 다음 순서로 대응하시도록 안내합니다.

  • 공탁 내용부터 확인 — 공탁일, 공탁소, 공탁번호, 금액을 확인합니다. 공고나 통지를 놓쳤다면 사건을 맡은 검사실이나 재판부를 통해 공탁이 있었는지 알아보고, 변호사를 선임한 경우에는 변호사가 확인합니다. 확인이 늦을수록 대응 시간이 줄어들기 때문에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입니다.

  • 공탁금을 받을지 말지 먼저 결정 — 합의 의사가 없다면 공탁금을 수령하지 않는 것이 원칙입니다. 이미 일부 금액을 받은 경우에는 그 사실이 양형에 어떻게 반영될지 사건 상황에 맞춰 따져 보아야 합니다.

  • 수령 거절 의사를 공탁소에 서면으로 통고 — 공탁법 제9조의2 제1항 제1호가 정한 수령 거절 의사의 통고입니다. 방법과 절차는 대법원규칙에 정해져 있으므로, 공탁소에 양식과 첨부서류를 확인한 뒤 접수하고 접수 증빙을 반드시 남겨 둡니다.

  • 재판부에 의견서 제출, 필요하면 피해자 진술 신청 — 공탁은 피해 회복이 아니라 일방적인 감형 시도라는 점, 합의 의사가 없고 엄벌을 원한다는 점, 공탁 시점과 금액이 어떠한지를 구체적으로 적습니다. 형사소송법 제294조의2에 따른 피해자 진술 신청도 함께 검토합니다. 진술은 서면보다 직접 전달되는 힘이 크지만 피해자의 부담이 크므로, 비공개·차폐 등 보호 조치와 함께 준비합니다.

  • 선고 전까지 추가 공탁에 대비 — 항소심에서도 공탁이 이어질 수 있습니다. 심급마다 같은 방식으로 수령 거절과 의견을 갱신해 두어야 합니다.

망설이는 사이, 시간은 불리해집니다: 선고 전에 의사를 서면으로 남겨야 하는 이유

기습공탁은 대개 선고가 가까워진 시점에 이뤄지기 때문에, 피해자가 상황을 파악하고 움직일 수 있는 시간이 길지 않습니다. 공탁이 있었다는 사실을 알고도 "어차피 받지 않으면 그만"이라고 넘기면, 재판부에 피해자의 의사가 충분히 전달되지 않은 채 피고인 쪽 사정만 부각될 수 있습니다. 형사소송법 제294조의6에 따라 법원은 금전 공탁이 있으면 선고 전에 피해자의 의견을 들어야 하므로, 이 절차에서 의사를 분명히 밝혀 두어야 합니다.

공탁 사실을 확인하고, 수령 여부를 정하고, 공탁소와 재판부에 서면으로 의사를 남기는 세 가지는 서로 이어져 있습니다. 사건 진행 단계와 공탁 내용에 따라 구체적인 대응이 달라질 수 있으니, 공탁 통지를 받았다면 선고 전에 상담을 통해 순서를 점검해 보시기 바랍니다.

법률 문제는 초기 대응이 중요합니다. 도움이 필요하시면 언제든 김상훈 변호사에게 문의해 주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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