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법률사무소 더든든 조수진 변호사입니다.
"소송하면 나 죽어버릴 거야.“
이 의뢰인은 이 한마디 앞에서
십 년 넘게 멈춰 서 있었습니다.
상담을 하다 보면 이런 질문을 정말 자주 듣습니다.
"상대가 끝까지 이혼을 안 해주면,
저는 평생 못 헤어지는 건가요?"
아닙니다.
상대가 동의하지 않아도, 혼인이 이미 깨졌다는 사실을
법원 앞에 증명하면 이혼 판결은 나옵니다.
문제는 '얼마나 단단하게 증명하느냐'입니다.
오늘은 이혼을 끝까지 거부하는 배우자를 상대로,
형사사건을 준비하듯 증거를 쌓아
이혼 판결을 받아낸 사례를 소개합니다.
수십 년째 반복된 "이혼 거부",
이번에도 똑같았습니다
의뢰인과 남편은 30년 가까이
혼인생활을 이어 온 부부였습니다.
남편은 20년 가까이 사실상 경제활동을 하지 않았고,
생계와 살림, 아이 양육은 의뢰인이 혼자 떠안아 왔습니다.
남편은 매일같이 술을 마시고 방에 틀어박혀
대화를 거부했고, 의뢰인은 그 시간 동안
우울증 치료를 받아야 했습니다.
이혼 이야기가 처음 나온 것도 아니었습니다.
십여 년 전 의뢰인이 직접 쓴 소장을 보여줬을 때
남편은 "소송하면 죽어버리겠다"고 했습니다.
몇 년 뒤에는 협의이혼 신청까지 했지만,
남편은 법원에 가는 날 "이혼할 생각 없다"며 뒤집었습니다.
그 뒤 몇 년을 따로 살았지만 끝내 정리되지 못한 채
다시 한집에 살게 되었습니다.
저희는 처음엔 조정으로 조용히 끝내려 했습니다.
의뢰인 쪽에서 재산분할금을
먼저 넉넉하게 내놓겠다는 제안까지 담았습니다.
그런데 남편은 조정에서도,
법정에서도 "이혼에 동의하지 않는다"는
말만 반복했습니다.
소송이 진행되는 도중에는 술에 취해
부엌에서 칼을 집어 들려 해,
의뢰인이 112에 신고하는 일까지 벌어졌습니다.
이때 저희는 전략을 바꿨습니다.
배려는 여기까지, 이제부터는 입증으로 간다.
이혼소송, 형사사건처럼
증거로 싸웠습니다
이혼을 거부하는 상대 앞에서 "성격이 안 맞았다",
"오랫동안 힘들었다"는 호소만으로는
판사를 움직이기 어렵습니다.
제가 가장 먼저 한 일은 의뢰인의 30년 기억을
'증거 목록'으로 바꾸는 작업이었습니다.
저희가 법원에 낸 증거는 이렇습니다.
· 폭언과 이혼 요구가 담긴 대화 녹음 3건
(속기사 녹취록으로 정리)
· 술에 취한 남편이 집안 물건을 부순 날짜별 사진
· 112 신고사건 처리내역서
(가정폭력 사건으로 접수된 출동 기록)
· 우울증의 원인을 배우자 문제로 짚은 정신과 소견서
· 관계를 되살려 보려고 1년 동안 보냈지만
남편이 열어보지도 않은 이메일과 편지
증거 하나하나에는 분명한 역할이 있었습니다.
녹취록은 두 가지를 동시에 증명했습니다.
인격을 짓밟는 폭언이 반복됐다는 것,
그리고 법정에서 "이혼 못 한다"는 남편이
사실은 여러 차례 먼저 "헤어지자"고 했다는 것입니다.
심지어 이혼 시기까지 합의한 대화가
남편 동의 아래 녹음되어 있었습니다.
법정에서의 이혼 거부가 진심이 아니라,
상대를 붙잡아 두려는 버티기라는 점을
정면으로 짚은 것이죠.
사진과 112 기록은 이 갈등이 흔한 부부싸움이 아니라
의뢰인이 신변의 위협을 느낄 수준이었다는 점을
보여줬습니다.
소견서와 이메일은 의뢰인이 마지막까지
관계를 회복하려 애썼고,
그 손을 뿌리친 건 상대였다는 점을 드러냈습니다.
이렇게 쌓은 증거를 바탕으로
민법 제840조 제3호(배우자로부터
심히 부당한 대우를 받았을 때)와
제6호(혼인을 계속하기 어려운 중대한 사유)를
함께 주장했습니다.
증거는 흩어서 내지 않고 한 번에 몰아서 제출했습니다.
상대가 하나씩 반박하며 시간을 끌 틈을
주지 않기 위해서입니다.
소송으로 넘어간 뒤 변론기일은 단 세 번이었습니다.
법원은 남편의 이혼 거부에도 불구하고,
혼인생활을 더 이상 계속하기 어렵다고 보아
이혼을 선고했습니다.
판결 내용은 이렇습니다.
· 원고(의뢰인)와 피고(남편)는 이혼한다
· 자녀의 친권자 및 양육자로 의뢰인을 단독 지정
· 남편은 자녀가 성년이 될 때까지
매달 양육비 80만 원을 지급
· 면접교섭은 당사자 협의로 정하되 자녀의 뜻을 존중
특히 양육비는 의미가 있었습니다.
의뢰인은 남편과 엮이고 싶지 않다는 마음에
처음엔 양육비를 받지 않겠다고까지 했던 분입니다.
결과적으로 이혼은 이루고, 아이는 지키고,
남편의 부모로서의 책임까지 판결문에 새겨 넣은 셈입니다.
이 사건에서 의뢰인이 십 년 넘게
이혼하지 못한 이유는 하나였습니다.
상대가 "안 된다"고 버티면 거기서 멈췄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이혼은 상대의 허락을 받는 절차가 아닙니다.
혼인이 이미 끝났다는 사실을 증거로 보여주면,
법원이 판단합니다.
폭언, 위협, 경찰 출동처럼 형사 문제가 얽힌 이혼일수록
증거를 어떻게 모으고
어떤 순서로 내느냐가 결과를 가릅니다.
배우자가 이혼을 거부하고 있다면,
혹은 상대의 위협 때문에 이혼 이야기조차
꺼내지 못하고 있다면 혼자 버티지 마세요.
도움이 필요하시면 언제든 전화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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