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법률사무소 더든든 조수진 변호사입니다.
신축빌라에 전세로 들어갔는데
어느 날 경매 통지서가 날아왔다면 어떤 마음이 드실까요?
더 당황스러운 건 그다음입니다.
집주인에게 전화를 걸었더니 "저는 이름만 빌려줬습니다.
중개인이 제 친형이고, 보증금은 받자마자
형에게 다 줬어요"라는 답이 돌아옵니다.
중개사에게 따지면 "계약서에 사인한 사람은
제가 아닌데 왜 제가 돌려드립니까,
집주인에게 받으세요"라고 합니다.
두 사람이 서로 상대를 가리키는 사이에서
내 보증금만 갈 곳을 잃었습니다.
형사 사건을 맡다 보면 이런 상담을 드물지 않게
만나게 됩니다.
다만 먼저 분명히 해 둘 것이 있습니다.
중개사가 계약을 중개했다는 이유만으로
고소 대상이 되는 것은 아닙니다.
이 글은 임대인이 이름만 빌려준 바지사장이고,
중개사가 그 집의 실제 주인인 경우로 한정해서
누구를 어떻게 고소해야 하는지 말씀드리겠습니다.
임대인이 바지사장이고
중개사가 실제 주인이라면,
고소의 중심은
중개사가 되어야 합니다.
중개사를 고소하는 이유부터 짚고 가겠습니다.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임대인과
중개사를 같이 고소하셔야 합니다.
중개를 했기 때문이 아닙니다.
그 집의 실제 주인이기 때문입니다.
이유는 임차인이 속은 내용이 무엇인지에서 출발합니다.
계약하러 가신 분들은 대부분 임대인의 신분증을 확인하고,
국세와 지방세 체납이 없는지 보고,
등기부등본에 적힌 집의 시세를 따져 봅니다.
결국 이 사람이 보증금을 돌려줄 능력이 있는지를
확인하는 과정입니다.
그런데 실제 주인이 중개사였고
임대인은 명의만 빌려준 사람이었다면,
임차인이 꼼꼼히 검증한 대상은
처음부터 엉뚱한 사람이었던 셈입니다.
정작 보증금을 받아 쓸 사람의 재력은
확인할 기회조차 없었습니다.
그래서 이 사건에서 속은 것은 집의 상태가 아니라
임대인이 누구인가 하는 점 자체입니다.
실제 주인을 숨기고 보증금을 받았다면
사기가 문제 되고, 그 책임은 보증금을 받아 쓴
실제 주인인 중개사에게 가장 무겁게 돌아갑니다.
그렇다고 이름을 빌려준 임대인이 빠지는 것은 아닙니다.
임대인이 자기 이름을 내주었기 때문에
임차인은 뒤에 있는 실제 주인을 알 길이 없었고,
이 역할이 속임수의 한 축이 되기 때문입니다.
그렇다면 명의상 임대인만 고소하면
왜 안 되는지가 궁금하실 겁니다.
제가 실제로 본 사례가 있습니다.
계약서에 적힌 임대인만 고소한 분이 계셨는데,
임대인은 "이름만 빌려줬을 뿐
속일 생각은 없었다"고 진술했습니다.
수사관은 이름을 빌려준 것만으로는
사기가 되기 어렵다고 봤습니다.
정작 실제 주인이었던 중개사는
참고인으로 나와 달라는 요청에도 출석하지 않았고,
결국 증거가 불충분하다는 이유로 불송치 결정이 났습니다.
이름만 빌려줬다는 말 한마디로 빠져나갈 수 있는 사람만
피고소인으로 세워 두면,
보증금을 가져간 실제 주인은 수사 바깥에 남게 됩니다.
마음이 급하실수록 계약서에 적힌 집주인에게만
책임을 묻고 싶어지시지만,
실제 주인인 중개사를 중심에 두고
임대인과 함께 고소해서
두 사람의 진술이 엇갈리는 지점을
수사관이 직접 보게 하는 편이 훨씬 유리합니다.
다만 이 모든 것은 중개사가 실제 주인이라는 점이
뒷받침될 때의 이야기입니다.
짐작만으로 중개사를 실제 주인이라고 단정하면
고소장 전체의 신빙성이 흔들릴 수 있기 때문에,
근거를 갖추는 일이 먼저입니다.
중개사가 실제 주인이라는 사실은
정황 증거와 계좌 추적 요청으로
입증하셔야 합니다
두 번째로 중요한 것은 고소장에 무엇을 담느냐입니다.
일반적인 전세사기 고소장에는 임대차계약서,
중개대상물 확인·설명서, 등기부등본,
보증금 이체 내역이 들어갑니다.
이 사건에서는 여기에 하나가 더 필요합니다.
임대인은 이름만 빌려준 사람이고
중개사가 실제 주인이라는 점을 보여 주는 자료입니다.
임차인이 손에 쥘 수 있는 자료는 생각보다 많습니다.
집주인이나 중개사와 나눈 통화 녹음,
카카오톡과 문자 메시지가 대표적입니다.
"저는 모릅니다, 이름만 빌려줬어요" 같은 말이
오간 기록이 있다면 반드시 보관하셔야 합니다.
중개사가 이 집을 "제 집"처럼 말했다면
그 기록도 함께 남겨 두셔야 합니다.
계약 과정에서 중개사가 계약금을 마음대로 깎아 주고,
잔금일과 확정일자까지 자기 집처럼
직접 안내했다는 사실도 중요한 정황입니다.
임대인은 얼굴도 보기 힘들었는데
중개사만 전면에 나섰다면 누가 실제 주인인지
짐작하게 해 주기 때문입니다.
다만 이런 자료만으로는 부족할 때가 많습니다.
정황은 어디까지나 정황이라서,
중개사가 "저는 중개만 했습니다"라고 반박하면
그 이상을 보여 줘야 하기 때문입니다.
임차인이 확보하기 어려운 부분은
수사기관의 권한으로 채워야 하는데,
가장 확실한 방법이 자금 흐름 추적입니다.
이런 사건에는 자주 보이는 패턴이 있습니다.
임차인이 보증금을 임대인 계좌로 보내면
그 돈이 곧바로 실질 소유자인
중개사 쪽 계좌로 빠져나가는 것입니다.
집을 사들일 때 매매대금을
실제로 누가 냈는지도 같은 방식으로 확인할 수 있습니다.
이 흐름이 확인되면 이름만 빌려줬다는 주장이
객관적인 기록으로 뒷받침되고,
보증금을 실제로 가져가 쓴 사람이
중개사라는 점도 분명해집니다.
그래서 고소장에는 임대인 계좌와 중개사 등
관련자 계좌의 자금 흐름,
그리고 집을 사들인 자금의 출처를 추적해
달라는 요청을 구체적으로 적으셔야 합니다.
수사관이 무엇을 해야 하는지까지 적어 주시면
수사가 훨씬 빠르고 정확하게 진행됩니다.
수사기관에서 따로 입증해 주겠거니 하고 기다리면
시간만 흘러가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런 사건을 겪으신 분들이 공통으로 하시는
말씀이 있습니다.
집에 들어서는 순간부터 숨이 막힌다는 것입니다.
몇 억 원을 잃게 된 계약의 증거가
바로 지금 살고 있는 집이니 당연한 반응입니다.
우편함에 꽂힌 봉투만 봐도 가슴이 뛴다는 분도 계십니다.
그리고 거의 모든 분이 자책하십니다.
등기부등본을 한 번 더 볼걸,
계약서를 더 꼼꼼히 읽을걸 하고요.
하지만 임대인 뒤에 실제 주인이 숨어 있는 구조를
계약 자리에서 일반 임차인이
어떻게 알아챌 수 있었겠습니까?
피해자분의 잘못이 아닙니다.
보증금을 모두 돌려받기까지 고소, 민사소송,
경매로 이어지며 몇 년씩 걸리는 경우도 흔합니다.
혼자 모든 것을 짊어지지 마시고
법률적인 대응은 전문가와 나누어
차근차근 진행하시면 좋겠습니다.
도움이 필요하시면 언제든 연락주세요.
로톡의 모든 콘텐츠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콘텐츠 내용에 대한 무단 복제 및 전재를 금지하며, 위반 시 민형사상 책임을 질 수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