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사가 반복해서 식사 자리와 술자리를 요구하고, 거절하면 평가와 인사 이야기를 꺼내는 상황에서 결국 성관계에 응했다가 훗날 "그때 정말 원해서 한 일이었을까" 하는 의문과 두려움에 휩싸이는 분들이 있습니다. 반대로 상사 입장에서는 "서로 합의한 연애였다"고 생각했는데 갑자기 고소를 당해 당황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폭행이나 협박이 없었고 피해자가 직접 걸어서 모텔이나 사무실에 들어갔다는 사실만으로는, 어느 쪽 말이 맞는지 쉽게 정리되지 않습니다. 이 글에서는 직장 상사의 압박 속에서 이루어진 관계가 형법상 업무상위력 등에 의한 간음에 해당할 수 있는지 판단 구조를 살펴보겠습니다.
먼저 전체를 짚어보겠습니다: 폭행·협박이 없어도 성립할 수 있는 업무상위력 간음의 틀
형법 제303조 제1항은 업무, 고용 기타 관계로 인하여 자기의 보호 또는 감독을 받는 사람에 대하여 위계 또는 위력으로 간음한 사람을 7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정하고 있습니다. 강간죄처럼 폭행·협박으로 반항을 억압했는지를 묻는 것이 아니라, 직장 내 지위와 관계를 이용해 상대방의 자유로운 의사결정을 흐트러뜨렸는지를 묻는 규정입니다.
따라서 "피해자가 소리를 지르거나 도망가지 않았다", "관계 이후에도 평소처럼 문자를 주고받았다"는 사정이 곧바로 무죄를 뜻하지 않습니다. 반대로 상사와 부하 직원 사이에 성관계가 있었다는 사실만으로 곧바로 유죄가 되는 것도 아닙니다. 쟁점은 크게 세 가지로 나뉩니다.
보호·감독 관계 — 상사가 피해자의 인사, 평가, 계약 연장, 업무 배분 등에 실질적인 영향력을 갖는 관계인지
위력 또는 위계의 행사 — 그 지위와 영향력이 성관계 과정에서 실제로 작용했는지
간음에 대한 고의 — 상사가 상대방이 지위 때문에 거절하기 어려운 상태라는 점을 인식하고 있었는지
같은 직장이라도 직속 상사인지, 다른 부서의 상급자인지, 비정규직 계약 갱신 권한이 있는지 등에 따라 첫 번째 요건의 결론부터 달라질 수 있습니다.
법은 이렇게 판단합니다: 보호·감독 관계, 위력의 의미, 소극적 응낙이 갖는 무게
첫 번째 요건인 보호 또는 감독 관계는 법적 계약상의 직급만 보는 것이 아닙니다. 법원은 형식적인 직책보다 실제로 상대방의 근무 환경과 신분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지위였는지를 봅니다. 팀장과 팀원 사이는 물론이고, 직접적인 지휘 관계가 없더라도 인사 평가나 채용·재계약에 의견을 낼 수 있는 임원, 대표자, 거래처 선정 권한이 있는 담당자 등이 문제 될 수 있습니다. 반면 같은 직급의 동료이거나 서로 업무상 접점이 거의 없는 경우에는 이 요건을 갖추었다고 보기 어렵습니다.
두 번째 요건인 위력은 상대방의 자유의사를 제압하거나 혼란하게 할 만한 일체의 세력을 뜻하며, 폭행이나 협박에 이르지 않아도 사회적·경제적·정치적 지위나 권세를 이용하는 경우가 포함됩니다. 중요한 점은 실제로 피해자의 자유의사가 제압되었는지 여부까지 요구하는 것이 아니라, 그럴 만한 힘이 있었고 그 힘이 행사되었는지를 본다는 점입니다. 그렇다고 상사라는 이유만으로 위력이 당연히 인정되는 것은 아닙니다. 법원은 다음과 같은 사정을 종합해 판단합니다.
지위의 격차 — 직급 차이, 나이, 근속 기간, 평가·인사에 대한 실질적 권한
만남의 경위 — 누가 먼저 어떤 방식으로 자리를 만들었는지, 업무를 핑계로 불러냈는지, 거절했을 때 불이익을 암시했는지
범행 장소와 시간 — 야근 후 사무실, 회식 뒤 숙소, 출장지처럼 벗어나기 어려운 환경이었는지
피해자의 반응 — 명시적인 거절이 있었는지, 말없이 응하게 된 이유가 무엇인지
사후 정황 — 이후 연락 내용, 근무 태도 변화, 부서 이동이나 퇴사 여부
이 사건 유형에서 가장 많이 다투어지는 부분은 피해자가 소극적으로 응했다는 사실의 평가입니다. 피해자가 명시적으로 거부하지 않았다거나 관계 이후 다정한 메시지를 보냈다는 사정은 위력이 없었다는 근거로 흔히 제시됩니다. 그러나 상사의 영향력 아래에 있는 사람은 불이익이 두려워 거절을 하지 못하거나, 관계가 틀어지지 않도록 오히려 우호적인 태도를 유지하는 경우가 흔합니다. 그래서 법원은 겉으로 드러난 응낙의 형식만 보지 않고, 그 응낙이 어떤 압박 속에서 나왔는지를 함께 봅니다. 다만 이것이 곧바로 유죄를 뜻하는 것은 아닙니다. 실제로 연애 감정이 오갔다는 문자와 대화, 먼저 만남을 제안한 흔적, 피해자가 불이익 없이 여러 차례 거절한 사실 등이 있다면 위력이 작용하지 않았다는 방향의 강한 증거가 됩니다.
세 번째로 고의 문제가 있습니다. 상사에게는 상대방이 지위 때문에 거절하기 어려운 처지라는 점을 인식하고 그 지위를 이용한다는 인식이 필요합니다. 이른바 "서로 좋아했다고 착각했다"는 주장은 자주 등장하지만, 단순한 변명으로 받아들여지지 않으려면 평소 두 사람의 관계, 대화의 분위기, 선물이나 연락의 주도권이 누구에게 있었는지 같은 객관적 자료로 뒷받침되어야 합니다.
또 하나 짚어둘 점은 위계와의 구분입니다. 위력이 지위를 이용한 압박이라면, 위계는 "이번 프로젝트 발령을 위해 필요하다", "원장님과 따로 자리가 있어야 한다"와 같이 상대방을 속이거나 착오에 빠뜨려 판단을 그르치게 하는 방법입니다. 업무 평가를 핑계로 불러낸 뒤 숙소로 이끈 경우처럼 두 방법이 섞여 나타나는 사건도 있어, 수사에서는 어느 쪽에 해당하는지를 따로 정리해 나갑니다.
형량 면에서는 징역 7년 이하까지 규정되어 있고 벌금형만으로 끝나는 경우도 있지만, 유죄가 인정되면 성폭력범죄로서 신상정보 등록 대상이 되는 등 형사처벌 이외의 불이익도 따라붙을 수 있습니다. 한편 피해자는 형사절차와 별도로 가해자와 회사를 상대로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고, 직장 내 성희롱으로서 회사의 조치 의무 문제도 함께 제기됩니다.
김상훈 변호사의 대응, 이렇게: 고소를 당한 상사와 피해를 주장하는 직원 각각의 준비
사건이 어느 쪽이냐에 따라 필요한 준비가 다릅니다. 먼저 상사로서 조사를 받게 된 경우입니다.
당시 상황의 객관 자료 확보 — 메신저 대화, 통화 기록, 결제 내역, 이동 경로 등을 시간순으로 정리합니다. 먼저 연락한 사람, 만남을 제안한 사람, 거절 의사가 있었는지를 이 자료로 보여줄 수 있어야 합니다.
지위·권한의 실제 범위 정리 — 인사·평가 권한이 실제로 있었는지, 결재 라인에서 어느 위치였는지를 회사 규정과 조직도로 확인합니다. 실질적 영향력이 없었다면 첫 요건부터 다툴 수 있습니다.
경찰 조사 전 진술 정리 — 기억이 불분명한 부분을 추측으로 메우면 이후 객관 자료와 어긋나 신빙성을 해칩니다. 모르는 것은 모른다고 답하고, 확실한 부분만 일관되게 진술해야 합니다.
피해자 측과의 접촉 주의 — 사과나 합의를 서두르다 보면 연락 자체가 위력 행사나 2차 가해로 평가될 수 있습니다. 직접 연락하지 말고 대리인을 통해 진행하는 편이 안전합니다.
반대로 상사의 압박 속에 관계를 가졌다고 느끼는 직원이라면 다음 순서로 준비합니다.
기억이 선명할 때 경과 기록 — 언제, 어디서, 어떤 말과 압박이 있었고 어떻게 거절하기 어려웠는지를 날짜 순으로 적어 둡니다. 사건 직후 가까운 지인에게 한 이야기, 상담 기록, 병원 진료 기록도 참고가 됩니다.
상사의 지위와 압박을 보여줄 자료 — 인사 평가표, 업무 지시 메시지, 불이익을 암시한 말이 담긴 대화를 보관합니다. 관계 이후의 메시지가 호의적이었다 해도 지워서는 안 되고, 그 맥락을 함께 설명할 수 있어야 합니다.
고소 시기와 절차 확인 — 고소기간 제한은 성폭력범죄에서 사실상 문제 되지 않으나, 시간이 지날수록 대화 기록과 CCTV 등 객관 증거가 사라지므로 서둘러 자료를 확보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어느 쪽이든 수사 단계에서 진술이 한번 굳어지면 뒤에 바꾸기 어렵습니다. 조사에 앞서 사건의 쟁점이 지위, 위력, 고의 중 어디에 있는지를 정리하고 그에 맞춰 자료를 준비하는 일이 가장 먼저입니다.
망설이는 사이, 시간은 불리해집니다: 대화 기록과 진술이 흐려지기 전에 정리해야 하는 이유
상사의 압박 속에서 응한 관계가 업무상위력 간음에 해당하는지는, 폭행·협박의 유무가 아니라 지위와 위력의 작용, 그리고 상대방의 소극적 응낙이 나온 배경을 종합해 판단됩니다. 시간이 지나면 메신저 기록이 삭제되고 기억도 흐려져, 어느 쪽이든 입증이 어려워집니다.
고소를 당했거나 피해를 고민하고 있다면, 조사나 대응에 앞서 사건의 쟁점과 확보할 자료부터 차분히 점검해 보시기 바랍니다.
법률 문제는 초기 대응이 중요합니다. 도움이 필요하시면 언제든 김상훈 변호사에게 문의해 주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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