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와 재혼한 의붓아버지가 집 안에서 자녀의 몸을 만지는 일이 있었다는 사실을 뒤늦게 알게 되었을 때, 가족들은 "친아버지가 아닌데 친족 성범죄로 처벌되는 것이 맞는지", "그냥 강제추행으로만 처벌되는 것은 아닌지"를 가장 먼저 묻게 됩니다. 법적으로는 이 질문에 따라 형량의 하한이 완전히 달라집니다. 일반 강제추행과 친족관계 강제추행은 법정형 자체가 다른 범죄이기 때문입니다.
피해를 입은 분은 대개 같은 집에서 계속 생활해야 하는 처지이고, 어머니와의 관계 때문에 신고를 망설이는 경우도 많습니다. 그러다 보니 가해자가 "법적으로는 남남"이라거나 "이미 이혼했으니 상관없다"는 주장을 하는 일도 적지 않습니다. 의붓아버지가 어떤 지위로 평가되는지, 그리고 그 판단이 어느 시점을 기준으로 이루어지는지를 정확히 짚어 두어야 합니다.
먼저 전체를 짚어보겠습니다: 의붓아버지 추행, 친족관계 가중이 문제 되는 지점
친족관계에 의한 성범죄는 일반 성범죄와 별도로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제5조에서 가중해 처벌합니다. 같은 행위라도 가해자가 법이 정한 친족에 해당하면 형의 하한이 크게 올라갑니다. 의붓아버지 사건에서 핵심은 "의붓아버지가 이 조문의 친족에 들어가는가"라는 한 가지 판단입니다.
실제 사건에서는 다음 세 가지가 동시에 따져집니다.
친족 해당 여부 — 의붓아버지가 민법상 인척인지, 혼인신고 없이 함께 산 사실상의 관계였는지
추행의 방법 — 폭행·협박이 있었는지, 아니면 위력이나 잠든 상태를 이용한 것인지
피해자의 나이 — 13세 미만인지, 아동·청소년(19세 미만)인지에 따라 적용 법률이 달라지는지
이 세 가지가 어떻게 맞물리느냐에 따라 같은 "의붓아버지의 추행"이어도 적용 조문과 형량이 전혀 다르게 나옵니다. 가해자 쪽은 이 중 하나라도 어긋난다고 다투기 때문에, 피해 쪽에서는 세 가지를 모두 입증 가능한 형태로 정리해 두어야 합니다.
법은 이렇게 판단합니다: 의붓아버지는 인척, 특례법 제5조 제2항의 5년 이상 유기징역
먼저 의붓아버지의 법적 지위입니다. 민법 제769조는 혈족의 배우자, 배우자의 혈족, 배우자의 혈족의 배우자를 인척으로 규정합니다. 의붓아버지는 자녀의 혈족인 어머니의 배우자, 즉 혈족의 배우자이므로 인척입니다. 인척의 촌수는 그 혈족에 대한 촌수를 따르는데(민법 제771조), 어머니와 자녀는 1촌이므로 의붓아버지도 자녀에게 1촌 인척이 됩니다. 민법 제777조가 친족의 범위를 8촌 이내의 혈족, 4촌 이내의 인척, 배우자로 정하고 있으니 친족에도 해당합니다.
특례법 제5조는 친족관계인 사람이 폭행 또는 협박으로 강제추행한 경우를 5년 이상의 유기징역(제5조 제2항)으로, 강간한 경우를 7년 이상의 유기징역(제1항)으로 처벌합니다. 잠들어 있거나 정신을 잃은 상태를 이용한 준강제추행도 같은 조 제3항에 따라 제2항의 예로 처벌합니다. 친족의 범위는 제4항이 4촌 이내의 혈족·인척과 동거하는 친족으로 정하고 있으므로, 1촌 인척인 의붓아버지는 이 범위 안에 들어옵니다.
혼인신고를 하지 않은 경우에도 달라지지 않습니다. 같은 조 제5항은 이 조문의 친족에 사실상의 관계에 의한 친족을 포함한다고 규정합니다. 어머니와 사실혼 관계로 함께 살며 자녀를 양육하는 지위에 있었다면, 혼인신고가 없더라도 친족으로 평가될 수 있다는 뜻입니다. 이때는 신고 여부보다 실제로 한 가정을 이루어 생활했는지가 쟁점이 되므로, 동거 기간·생활비 부담·주변인의 인식 같은 사정이 판단 자료가 됩니다.
그렇다면 이혼했거나 어머니가 사망한 뒤라면 어떻게 되는지가 다음 쟁점입니다. 민법 제775조 제1항은 인척관계가 혼인의 취소 또는 이혼으로 종료한다고 정하고, 제2항은 부부의 일방이 사망한 뒤 생존 배우자가 재혼한 때에도 같다고 정합니다. 반대로 어머니가 사망했더라도 의붓아버지가 재혼하지 않았다면 인척관계는 그대로 남아 있습니다. 즉 "이미 이혼했다"는 말이 곧바로 면죄부가 되는 것이 아니라, 추행이 있었던 그 시점에 혼인관계가 유지되고 있었는지가 기준이 됩니다. 혼인 중에 있었던 추행은 나중에 이혼하더라도 당시의 친족 지위가 소급해서 사라지지 않습니다. 다만 이혼 이후에 일어난 일이라면 인척이 아니므로, 이때는 사실상의 관계(동거하며 양육한 사정)가 있었는지로 다시 판단하게 됩니다.
피해자의 나이에 따라서는 다른 법률이 함께 문제 됩니다.
13세 미만 — 특례법 제7조 제3항에 따라 강제추행 5년 이상의 유기징역. 친족 가중(제5조)과 하한이 같은 만큼, 검사는 두 조문을 함께 검토해 기소합니다.
아동·청소년(19세 미만) —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 제7조 제3항에 따라 강제추행 2년 이상의 유기징역 또는 1천만 원 이상 3천만 원 이하의 벌금. 친족관계가 인정되면 하한이 더 높은 특례법 제5조 제2항이 적용되는 구조가 됩니다.
위계·위력에 의한 추행 — 특례법 제5조는 폭행·협박을 요건으로 하므로, 폭행·협박이 없고 가정 내 지위를 이용한 위력이 쟁점이라면 아청법 제7조 제5항(위계 또는 위력으로 아동·청소년을 추행한 자는 제1항부터 제3항까지의 예에 따름)이 적용될 수 있습니다.
여기서 가장 많이 오해하는 부분이 폭행·협박의 정도입니다. 강제추행에서의 폭행은 반드시 피해자를 제압할 만한 힘일 필요가 없고, 상대방의 신체에 불법한 유형력을 행사하면 폭행에 해당한다는 것이 현재 법원의 입장입니다(대법원 2023. 9. 21. 선고 2018도13877 전원합의체 판결). 추행의 의미도 객관적으로 일반인에게 성적 수치심이나 혐오감을 일으키는 행위인지, 피해자의 성적 자유를 침해했는지를 기준으로 판단합니다. 한편 가해자가 의붓아버지이고 피해자가 같은 집에서 지내는 미성년자라면, 거부하기 어려운 가정 내 지위 자체가 사건의 성격을 가늠하는 중요한 사정이 됩니다.
또 하나, 성폭력범죄로 유죄가 선고되면 특례법 제16조에 따라 원칙적으로 500시간 범위의 수강명령 또는 이수명령이 병과됩니다. 형이 5년 이상 유기징역으로 시작하기 때문에 정상참작 감경이 없다면 집행유예 선고가 어려운 구조이고, 감경 사유가 인정되더라도 실형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 일반 강제추행과 가장 크게 다른 대목입니다.
김상훈 변호사의 대응, 이렇게: 친족 지위 입증부터 진술 확보까지 단계별 정리
이 유형은 가해자가 "친족이 아니다", "추행이 아니다", "그런 일이 없었다"로 다투는 경우가 많아 다음 순서로 준비합니다.
친족 지위 입증 자료 확보 — 가족관계증명서·혼인관계증명서로 혼인 시점과 이혼 여부를 확인하고, 추행 시점에 혼인관계가 유지되고 있었음을 날짜로 맞춥니다. 혼인신고가 없는 경우에는 동거 기간을 보여주는 주민등록등본, 공과금·보험 가입 자료, 학교 서류상 보호자 기재, 가족사진 등으로 사실상의 관계를 증명합니다.
피해 사실의 구체적 특정 — 언제, 어디서, 어떤 방법으로 접촉했는지를 시기별로 정리합니다. 반복된 피해라면 기억에 남는 사건 위주로 날짜와 장소를 특정하는 것이 중요하며, 막연한 "여러 번"보다 최초 시점과 마지막 시점, 대표적인 몇 회를 구체적으로 정리해야 수사기관이 공소사실을 구성하기 쉽습니다.
보조 증거 정리 — 메신저 대화, 사과나 회유성 발언, 일기·상담기록, 피해 직후 이야기를 들은 주변인의 진술 등을 모읍니다. 성폭력 사건은 직접 증거가 부족한 경우가 많아, 피해자 진술의 일관성과 구체성을 뒷받침하는 정황 자료가 결과를 가릅니다.
피해자 보호와 진술 환경 점검 — 미성년 피해자는 진술 과정에서 반복 조사로 인한 2차 피해가 없도록 조사 방식과 동석 가능 여부를 확인합니다. 분리 거주가 필요하면 접근금지 등 임시조치를 수사기관에 요청합니다.
피의자 측 대응이라면 쟁점별 방어 — 혼인 종료 시점이 추행 시점보다 앞서는지, 폭행·협박 또는 추행의 고의가 인정되는지, 진술에 모순이나 오염 가능성이 있는지를 하나씩 따집니다. 혼인 중 사건이 아니라면 특례법 제5조 적용 자체를 다투고, 인정 범위를 일반 강제추행이나 아청법 적용으로 좁히는 방향을 검토합니다.
어느 쪽에 서 있든 친족 지위와 추행 시점을 기록으로 맞추는 작업이 먼저입니다. 수사 초기에 적용 법조가 정해지면 이후 공소장 변경이나 감경 사유 주장의 폭이 좁아지므로, 첫 진술 전에 쟁점 정리가 이루어져야 합니다.
망설이는 사이, 시간은 불리해집니다: 친족 여부와 시점을 먼저 정리해야 하는 이유
의붓아버지의 추행이 친족관계 성범죄로 가중되는지는 결국 인척 또는 사실상 친족에 해당하는지, 그리고 추행 당시에 그 관계가 유지되고 있었는지에 달려 있습니다. 시간이 지날수록 기억은 흐려지고 증거는 사라지며, 가해자와의 관계 때문에 진술이 흔들리거나 합의 압박이 오는 경우도 생깁니다.
가족관계 서류와 시기별 정황부터 정리해 두시고, 어떤 법조가 적용될지 가늠해 본 뒤 대응 방향을 정하시기 바랍니다.
법률 문제는 초기 대응이 중요합니다. 도움이 필요하시면 언제든 김상훈 변호사에게 문의해 주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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