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맡은 땅에 근저당을 잡은 뒤 팔면 횡령죄가 또 되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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맡은 땅에 근저당을 잡은 뒤 팔면 횡령죄가 또 되나요 

김상훈 변호사

남의 땅을 맡아 관리하던 사람이 어느 날 그 땅에 자기 마음대로 근저당권을 설정해 돈을 빌렸고, 얼마 뒤에는 아예 제3자에게 팔아넘긴 사례가 있습니다. 이미 담보로 잡힌 땅이니 "횡령은 한 번 끝났고, 이후에 판 것은 그 연장일 뿐"이라고 생각하기 쉽습니다. 하지만 근저당을 설정한 행위와 매각한 행위를 법원이 같은 하나의 범죄로 묶어 보지는 않습니다. 반대로 소유자 입장에서는 이미 근저당이 잡혀 속을 태우던 중 매각까지 이뤄진 것을 알게 되어, 처벌을 한 번 더 물을 수 있는지가 궁금해지기도 합니다.

먼저 전체를 짚어보겠습니다: 근저당 설정 후 매각, 횡령이 한 번인가 두 번인가

횡령죄는 타인의 재물을 보관하는 사람이 그 재물을 횡령하거나 반환을 거부할 때 성립합니다(형법 제355조 제1항). 법정형은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500만 원 이하의 벌금입니다. 땅의 소유자로부터 적법하게 위탁받아 등기 명의를 갖고 있거나 처분 권한까지 위임받은 사람이 소유자 허락 없이 근저당을 설정하는 것은 전형적인 횡령입니다. 소유자의 허락 없이 마치 자기 물건인 것처럼 담보로 내놓는 행위, 즉 불법영득의사의 발현이기 때문입니다.

쟁점은 그다음입니다. 이미 횡령이 성립한 땅을 다시 팔면 어떻게 되는지에 관해 과거 판례는 "첫 횡령으로 이미 소유권 전체가 침해되었으므로 뒤의 처분은 처벌 대상이 아닌 불가벌적 사후행위"라는 입장이 많았습니다. 그런데 대법원은 2013. 2. 21. 선고 2010도10500 전원합의체 판결로 이 틀을 바꿨습니다. 그래서 같은 땅에 대한 두 번째 처분은 이제 상황에 따라 독립된 횡령죄가 될 수 있습니다.

다만 모든 경우에 해당하는 것은 아닙니다. 땅을 맡은 관계가 어떤 성격인지에 따라 애초에 횡령죄가 성립하는지부터 갈립니다. 이 글에서는 (1) 두 번째 처분이 별도 횡령이 되는 기준, (2) 횡령죄 자체가 성립하지 않는 경우, (3) 형량과 대응 순서를 차례로 정리합니다.

법은 이렇게 판단합니다: 불가벌적 사후행위 법리 변경, 새로운 법익 침해 여부의 기준

대법원은 2010도10500 전원합의체 판결에서, 보관 중인 타인의 부동산에 근저당을 설정해 횡령이 기수에 이른 뒤 같은 부동산을 매각하거나 다른 근저당을 설정하는 행위는 원칙적으로 별도의 횡령죄를 구성한다고 보았습니다. 이유는 이렇습니다. 횡령죄는 법익침해의 위험만 있어도 성립하는데, 후행 처분이 선행 처분으로 당연히 예상되는 범위를 넘어 새로운 위험을 추가하거나 법익침해의 결과를 발생시키면 이미 성립한 횡령죄로 평가된 위험의 범위를 벗어납니다. 근저당이 있는 땅을 매각하면 기존 근저당권과 관계없이 법익침해의 결과가 발생하므로 별개로 평가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이 판결 이후 불가벌적 사후행위로 인정되는 범위는 좁아졌습니다. 선행 범죄로 이미 평가가 끝난 침해 범위를 벗어나, 후행 처분이 새로운 법익을 침해하거나 침해의 정도를 키우는 경우에는 별도 범죄가 됩니다. 따라서 근저당 설정 후 매각은 대체로 후자에 해당합니다. 근저당이 설정된 상태로 팔려 소유자가 소유권 자체를 잃게 되기 때문입니다.

반대로, 땅을 맡은 관계 자체가 형법상 보호할 신임관계가 아니라면 횡령이 아예 성립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대표적으로 양자간 명의신탁입니다. 대법원은 2016도18761 전원합의체 판결(2021. 2. 18. 선고)에서, 부동산실명법을 위반한 명의신탁약정에 따른 사실상의 위탁관계는 형법상 보호할 신임관계로 볼 수 없다고 보아, 수탁자가 신탁 부동산을 임의로 처분해도 횡령죄가 성립하지 않는다고 판단했습니다. 이 경우 근저당 설정이든 매각이든 형사상 횡령으로 처벌하기 어렵습니다.

그렇다면 맡은 땅이 어떤 관계였는지가 사건의 출발점입니다.

  • 관리·보관을 위임받은 경우 — 적법한 위탁으로 등기 명의를 넘겨받았거나 처분 권한까지 위임받아 땅을 유효하게 처분할 수 있는 사람은 횡령죄가 성립할 수 있습니다. 등기 명의는 소유자에게 둔 채 관리만 맡았다면 보관자에 해당하는지부터 따져야 합니다.

  • 양자간 명의신탁 — 소유자가 자기 명의의 땅을 명의신탁약정에 따라 다른 사람 명의로 옮겨 둔 경우는 형법상 횡령으로 처벌하기 어렵습니다. 자기 돈으로 산 땅을 매도인에게서 바로 다른 사람 명의로 등기한 경우도 같습니다(대법원 2016. 5. 19. 선고 2014도6992 전원합의체 판결). 다만 민사상 불법행위나 부당이득 책임은 별도로 따질 수 있습니다.

  • 업무상 보관자 — 부동산 관리회사·종중 재산 관리인·재건축조합 임원처럼 업무로 땅을 보관하는 사람은 업무상횡령(형법 제356조, 10년 이하 징역 또는 3천만 원 이하 벌금)으로 형이 무거워집니다.

또 하나 중요한 대목은 금액입니다. 횡령한 이득액이 5억 원 이상이면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 제3조에 따라 가중되고, 이득액이 50억 원 이상이면 무기 또는 5년 이상의 징역까지 올라갑니다. 근저당 설정과 매각을 각각 별개 횡령으로 보면 이득액도 각각 따로 산정될 수 있는데, 두 번째 처분의 이득액은 대체로 부동산 시가에서 이미 설정된 근저당의 채권최고액 범위 내 피담보채권액을 뺀 실제 교환가치로 평가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시가 10억 원의 땅에 채권최고액 4억 원의 근저당을 설정한 뒤 10억 원에 팔았다면, 근저당 단계와 매각 단계가 어떻게 나뉘는지에 따라 이득액 계산이 달라지고 적용 법조도 달라집니다.

매수인과의 관계도 짚어야 합니다. 매수인이 사정을 전혀 모르고 정상적으로 소유권이전등기까지 마쳤다면, 소유자가 이미 이전된 땅을 도로 찾아오기는 쉽지 않습니다. 반대로 매수인이 횡령 사실을 알고 적극 가담했다면 그 매매는 반사회적 법률행위로 무효(민법 제103조)가 될 수 있고, 이 경우 말소등기청구로 땅을 되찾을 길이 열립니다. 이 차이가 이후 민사 대응의 방향을 결정합니다.

공소시효도 알아둘 필요가 있습니다. 단순횡령은 법정형 장기가 5년이라 공소시효가 7년, 업무상횡령은 장기 10년이라 10년입니다. 근저당 설정과 매각이 각각 독립된 범죄라면 시효도 각각의 행위 시점부터 따로 진행합니다. 근저당 설정이 오래전이어도 최근 매각분은 시효가 남아 있을 수 있습니다.

김상훈 변호사의 대응, 이렇게: 소유자 측과 처분자 측, 사실관계 확정부터 고소·방어까지

어느 쪽에 서 있든 첫 단계는 같습니다. 땅을 맡은 관계의 성격과 처분 시점별 사실관계를 확정하는 것입니다.

  • 등기부등본 전체 이력 확보 — 근저당 설정일, 채권최고액, 근저당권자, 소유권이전 일자와 매수인을 시간순으로 정리합니다. 두 처분이 서로 다른 날, 다른 상대방과 이뤄졌다는 점이 별도 범죄 평가의 출발점입니다. 등기부는 누구나 열람할 수 있어서 가장 먼저 확보할 자료입니다.

  • 위탁 관계를 보여주는 증거 정리 — 소유자가 매수 대금을 부담했는지, 관리 위임 계약서나 약정서가 있는지, 문자·카카오톡으로 오간 대화가 있는지를 모읍니다. 양자간 명의신탁으로 판단되면 횡령 고소가 받아들여지기 어렵기 때문에, 이 부분은 고소장을 쓰기 전에 가장 먼저 걸러야 합니다.

  • 고소장에서 행위를 나눠 적기 — 근저당 설정행위와 매각행위를 각각 별개 범죄사실로 특정하고, 각 행위의 일시·상대방·금액을 따로 적어야 합니다. 두 행위를 뭉뚱그리면 수사기관이 선행 행위의 사후행위로 처리해 버릴 위험이 있습니다. 매수인이 횡령 사실을 알았다고 볼 정황이 있다면 함께 정리합니다.

  • 민사 보전 조치 — 아직 소유권이 처분자에게 남아 있다면 처분금지가처분으로 추가 처분을 막고, 이미 넘어갔다면 매수인에 대한 말소등기청구 가능성과 처분자에 대한 손해배상청구를 함께 검토합니다. 형사 절차는 시간이 걸리므로 민사 보전을 먼저 걸어두는 편이 유리합니다.

  • 처분자 측이라면 다툴 지점 점검 — 소유자의 동의나 추인이 있었는지, 양자간 명의신탁이라 횡령이 성립하지 않는지, 자기 지분이 있는 공유 관계는 아닌지를 먼저 확인합니다. 아울러 매각 대금으로 소유자에게 변제하거나 피해를 회복했다면 이는 양형에서 중요하게 고려됩니다. 합의서를 받아두는 것이 실무상 큰 차이를 만듭니다.

망설이는 사이, 시간은 불리해집니다: 추가 처분과 증거 소멸이 가장 큰 위험입니다

근저당이 잡혔다는 사실을 알고도 손을 놓고 있는 사이, 땅은 다시 팔리거나 또 다른 담보로 제공될 수 있습니다. 매수인이 선의로 등기를 마치면 되찾기가 어려워지고, 문자나 통화 기록 같은 증거도 시간이 지나면 사라집니다. 처분한 쪽 역시 별도 범죄로 평가될 수 있다는 점을 알고 초기에 피해 회복과 합의를 서두르는 것이 결과를 좌우합니다.

맡은 땅에 근저당을 잡은 뒤 팔았다면, 맡은 관계의 성격과 처분 시점별 사실관계부터 점검하시고 고소 또는 방어 방향을 정하시기 바랍니다.

법률 문제는 초기 대응이 중요합니다. 도움이 필요하시면 언제든 김상훈 변호사에게 문의해 주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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