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도 합의서 이사비 10배 위약금, 보증금을 못 받았다면 세입자가 물지 않는 이유 | 임대차 | 로톡
명도 합의서 이사비 10배 위약금, 보증금을 못 받았다면 세입자가 물지 않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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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도 합의서 이사비 10배 위약금, 보증금을 못 받았다면 세입자가 물지 않는 이유 

강대현 변호사

임대차가 끝났는데도 집주인이 보증금을 돌려주지 않으면서, 정해진 날짜까지 집을 비우지 않으면 이사비의 10배를 위약금으로 물겠다는 명도 합의서를 내미는 경우가 있습니다. 세입자 입장에서는 이미 짐을 쌀 준비가 되어 있어도 보증금이 들어오지 않아 나갈 수 없는데, 합의서에 서명한 탓에 날짜를 넘기는 순간 큰 돈을 물어야 하는 것은 아닌지 불안해집니다. 결론부터 말하면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한 상태라면 이 위약금을 그대로 물어주지 않아도 되는 경우가 많고, 그 근거는 동시이행 관계와 위약금 약정의 효력 제한에 있습니다. 이 글에서는 명도 합의서의 위약금이 어떤 성격의 약정인지, 보증금 미반환 상태에서 왜 책임이 생기지 않는지, 합의서를 이미 썼다면 무엇을 해야 하는지 차례로 짚어보겠습니다.

법무법인 도모 강대현 대표변호사


명도 합의서와 위약금 — 이사비 10배 약정은 무엇인가

명도 합의서는 임대차가 끝나는 시점에 임차인이 언제까지 주택을 비워 주기로 하고, 그 대가로 이사비나 합의금을 받기로 하는 내용의 약정서입니다. 여기에 기한을 넘기면 이사비의 몇 배를 위약금으로 지급한다는 조항이 붙는 경우가 있습니다. 이사비가 300만원이라면 10배는 3,000만원이고, 보증금 반환이 늦어지는 와중에 이 금액이 날아오면 임차인은 이중의 부담을 지게 됩니다.

이런 합의서의 위약금은 법적으로 두 갈래 중 하나로 분류됩니다. 민법 제398조 제1항의 손해배상액 예정이거나, 채무불이행 자체를 제재하려는 위약벌입니다. 같은 조 제4항은 위약금의 약정을 손해배상액의 예정으로 추정하므로, 합의서에 위약벌이라는 점이 분명히 적혀 있지 않다면 대체로 손해배상액 예정으로 다루어집니다. 어느 쪽이든 위약금은 그 바탕이 되는 채무불이행이 있어야 발생한다는 점은 같습니다. 그래서 가장 먼저 따져볼 것은 금액의 크기가 아니라 임차인이 정말 기한 안에 집을 비울 채무를 불이행했는가입니다.

  • 손해배상액 예정 — 채무불이행 시 배상액을 미리 정한 것. 과다하면 법원이 감액 가능(제398조 제2항).

  • 위약벌 — 채무불이행에 대한 제재로 따로 정한 벌. 손해와 별개로 청구하는 구조.

  • 구별 기준 — 합의서 문언과 당사자의 의사. 위약금이라고만 적혀 있으면 손해배상액 예정으로 추정.

  • 공통점 — 위약금을 물려면 먼저 위반해서는 안 되는 의무를 위반했어야 함.

위약금 조항은 금액을 먼저 볼 것이 아니라, 그 위약금을 발생시킨 채무불이행이 실제로 있었는지를 먼저 봐야 한다.

보증금 반환과 집 비워주기 — 동시이행 관계

임대차가 끝나면 임대인의 보증금 반환 의무와 임차인의 목적물 반환(명도) 의무는 서로 대가 관계에 있습니다. 민법 제536조 제1항은 쌍무계약의 당사자 일방은 상대방이 채무이행을 제공할 때까지 자기의 채무이행을 거절할 수 있다고 정하고 있고, 임대차 종료 시 보증금 반환과 목적물 명도가 이 동시이행 관계에 있다는 것은 대법원이 오래전부터 일관되게 인정해 온 법리입니다. 즉 집주인이 보증금을 돌려주지 않는 동안 임차인은 집을 비워줄 의무를 이행하지 않고 버틸 수 있습니다.

이 동시이행 관계는 합의서가 있다고 해서 사라지지 않습니다. 합의서가 보증금 반환 시점과 무관하게 임차인만 먼저 나가도록 명확하게 정했다면 문제가 달라질 수 있지만, 통상 명도 합의서는 임대차 종료에 따른 정리를 위한 문서이므로 보증금 반환과의 견련 관계를 끊는다고 해석하기 어렵습니다. 임차인이 서명한 것은 보증금을 돌려받으면 이사하겠다는 뜻이지, 보증금을 받지 못해도 먼저 나가겠다는 뜻이 아니라는 점이 해석의 출발점이 됩니다.

가정해 보겠습니다. 보증금이 2억원이고 계약 종료일이 3월 31일, 합의서상 명도 기한이 4월 15일입니다. 집주인이 4월 15일까지 보증금을 한 푼도 돌려주지 않았다면 임차인이 4월 15일에 집을 비우지 않았더라도 이는 동시이행 항변권을 행사한 것입니다. 이 경우 기한이 지났다는 사실만으로 임차인에게 채무불이행 책임을 묻기 어렵습니다.

동시이행 항변권이 있으면 지체책임이 없다 — 위약금이 발생하지 않는 이유

동시이행 항변권을 가진 자는 상대방이 자기 채무의 이행을 제공하지 않는 한 자기 채무를 이행하지 않아도 이행지체의 책임을 지지 않는다는 것이 확립된 법리입니다. 이행기가 지났더라도 같은 원리입니다. 이행지체 책임이 생기지 않는다면 지체를 전제로 하는 지연손해금과 위약금 역시 발생하지 않습니다. 위약금은 채무불이행이 있어야 붙는 부수적 약정이기 때문입니다.

여기서 핵심은 집주인이 보증금 반환의 이행을 제공했는가입니다. 이행의 제공이란 보증금을 지급할 수 있는 상태에서 임차인에게 수령을 구하는 것을 뜻합니다. 집주인이 새 세입자의 보증금이 들어오면 주겠다고 말하거나 대출이 나올 때까지 기다려 달라고 하는 것은 이행의 제공이 아닙니다. 반대로 집주인이 보증금 전액을 준비해 이사 당일 지급하겠다고 통지하고 실제로 지급 가능한 상태를 갖추었다면, 임차인의 항변은 약해지고 위약금 논의가 살아날 수 있습니다.

이때 임차인이 흔히 하는 실수가 있습니다. 집을 비우지 않은 이유를 분명히 하지 않은 채 연락을 끊거나 침묵하는 것입니다. 동시이행 항변은 따로 소송에서 처음 주장해도 되지만, 분쟁이 커질 가능성이 있다면 미리 문자나 내용증명으로 보증금을 지급하면 즉시 인도하겠다는 입장을 남겨 두는 편이 유리합니다. 나중에 집주인이 이행을 제공했다고 다툴 때 임차인이 언제부터 어떤 의사를 밝혔는지가 중요한 자료가 되기 때문입니다.

집주인이 보증금 반환을 제공하지 않는 한, 세입자가 집을 비우지 않은 것은 동시이행 항변권의 행사이므로 이행지체도 위약금도 성립하지 않는다.

이사비 10배라는 금액 자체의 문제 — 감액과 무효

설령 임차인에게 채무불이행이 인정되는 상황이라 하더라도, 이사비의 10배라는 금액은 별도로 다툴 수 있습니다. 위약금이 손해배상액의 예정으로 판단된다면 민법 제398조 제2항에 따라 예정액이 부당히 과다할 때 법원은 적당히 감액할 수 있습니다. 부당한 과다 여부는 채권자와 채무자의 경제적 지위, 약정 체결의 경위, 예정액과 실제 손해액의 비율 등 여러 사정을 종합해서 판단합니다. 명도가 지연되었다고 집주인이 입는 손해는 통상 지연된 기간 동안의 차임 상당 손해나 새 임차인과의 계약 지연 손해 정도이므로, 이사비의 10배라는 금액은 실제 손해와 큰 차이가 날 수 있습니다.

위약벌로 해석되는 경우에도 안전지대는 아닙니다. 대법원 2022. 7. 21. 선고 2018다248855 전원합의체 판결은 위약벌 약정이 과도하게 무거워 공서양속에 반하는 경우 그 일부 또는 전부가 무효가 될 수 있다고 보았습니다. 위약벌에는 민법 제398조 제2항을 유추적용해 감액할 수 없지만, 민법 제103조의 공서양속 위반 법리를 통해 과도한 부분을 제한할 길이 열려 있습니다. 위약금이 감액되든 일부 무효가 되든, 임차인이 합의서의 숫자를 그대로 감당해야 하는 것은 아닙니다.

주택임대차보호법상 불리한 약정의 효력 제한

주택 임대차라면 주택임대차보호법 제10조도 살펴야 합니다. 이 법에 위반된 약정으로서 임차인에게 불리한 것은 효력이 없다는 규정입니다. 임대차가 끝나면 보증금을 돌려받을 때까지 임차인은 임대차관계가 존속하는 것으로 보호받는데(같은 법 제4조 제2항), 합의서가 보증금도 받지 못한 임차인에게 기한 도과를 이유로 거액의 위약금을 지우는 구조라면 이 보호 취지를 무력화하는 약정으로 평가될 여지가 있습니다.

또한 임차인이 이사를 먼저 해야 하는 사정이 있다면 보증금을 지키는 장치가 필요합니다. 주택임대차보호법 제3조의3의 임차권등기명령을 신청해 임차권등기를 마치면, 이후 이사하거나 주민등록을 옮겨도 이미 취득한 대항력과 우선변제권이 유지됩니다. 합의서의 날짜에 쫓겨 보증금을 받지 못한 채 먼저 나가야 하는 상황이라면, 이사 전에 이 등기를 먼저 마쳐 두는 것이 위약금 분쟁과 별개로 보증금을 지키는 핵심 절차입니다.

  • 임차권등기명령 — 임대차 종료 후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했을 때 법원에 신청.

  • 효과 — 등기 완료 후에는 이사·전출을 해도 대항력과 우선변제권 유지.

  • 주의 — 등기가 끝난 것을 확인한 뒤에 짐을 빼고 전입신고를 옮길 것.

  • 상가는 상가건물 임대차보호법의 별도 규정이 적용되므로 구분해서 확인.

이미 합의서에 서명했다면 — 대응 순서

첫째, 합의서 원본과 계약서, 보증금 입금 내역, 집주인과의 문자·통화 기록을 모읍니다. 보증금 반환 기한이 언제였는지, 집주인이 언제 어떤 이유로 지급을 미뤘는지가 동시이행 항변의 근거가 됩니다. 둘째, 보증금을 지급하면 즉시 인도하겠다는 취지를 문자나 내용증명으로 남깁니다. 셋째, 필요하면 임차권등기명령을 신청합니다. 넷째, 집주인이 위약금을 청구하거나 이를 이유로 보증금에서 공제하려 한다면, 공제의 근거가 없다는 점을 서면으로 반박하고 공제 없는 전액 반환을 요구합니다.

집주인이 실제로 위약금을 이유로 보증금에서 일정액을 빼고 주겠다고 하는 경우가 많은데, 임차인이 이에 동의하는 합의를 새로 하면 앞서 설명한 항변권이나 감액 주장이 약해질 수 있습니다. 급한 마음에 공제를 받아들이는 서명을 하기 전에, 공제 근거와 금액을 따져 보고 서명 여부를 정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반대로 임차인이 소송을 당했다면 동시이행 항변, 위약금 감액 주장, 공서양속 위반 주장을 예비적으로 함께 제기할 수 있습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합의서에 위약금 조항이 있으면 보증금을 못 받아도 무조건 물어야 하나요?

A. 그렇지 않습니다. 보증금 반환과 집 비워주기는 동시이행 관계라서 집주인이 보증금 반환을 제공하지 않는 한 임차인은 이행지체 책임을 지지 않고, 위약금도 발생하지 않는 것이 원칙입니다. 다만 합의서 문언상 보증금 반환과 무관하게 먼저 비우기로 명확히 정했다면 판단이 달라질 수 있습니다.

Q. 집주인이 새 세입자 보증금이 들어오면 준다고 하는데 이행 제공인가요?

A. 아닙니다. 이행의 제공은 보증금을 지급할 수 있는 상태에서 수령을 구하는 것이어서, 다른 사람의 자금이 들어오는 것을 조건으로 미루는 것은 제공이 아닙니다. 이 경우 임차인의 동시이행 항변은 그대로 유지됩니다.

Q. 위약금이 너무 크면 법원이 줄여 주나요?

A. 위약금이 손해배상액의 예정으로 판단되면 민법 제398조 제2항에 따라 부당히 과다한 부분을 법원이 감액할 수 있습니다. 위약벌로 판단되더라도 과도하게 무거우면 공서양속 위반으로 일부 또는 전부 무효가 될 수 있습니다.

Q. 위약금을 보증금에서 공제하겠다는 집주인의 주장은 어떻게 대응하나요?

A. 공제의 근거가 되는 채무불이행이 없다는 점과, 위약금이 과다하다는 점을 서면으로 반박하고 전액 반환을 요구합니다. 공제를 받아들이는 새 합의서에 서명하면 이후 다투기 어려워질 수 있으므로 서명 전에 근거를 확인해야 합니다.

Q. 보증금을 못 받았는데 이사를 먼저 가야 하면 어떻게 하나요?

A. 이사 전에 임차권등기명령을 신청해 등기를 마쳐야 합니다. 등기가 완료되면 이사하거나 주민등록을 옮겨도 대항력과 우선변제권이 유지되므로 보증금 반환 청구의 힘이 사라지지 않습니다.

Q. 이미 집을 비웠는데 집주인이 위약금을 청구하면요?

A. 비운 시점과 그때까지 보증금이 반환되었는지를 먼저 확인해야 합니다. 보증금이 반환되지 않은 채 기한이 지났다면 동시이행 항변으로 지체책임을 부정할 수 있고, 반환 제공이 있었다면 위약금의 감액 여부가 중심 쟁점이 됩니다.

맺음말

명도 합의서의 이사비 10배 위약금은 숫자의 크기에 압도되기 쉽지만, 법적으로는 위약금을 발생시킨 채무불이행이 있었는지가 먼저입니다. 보증금 반환과 집 비워주기는 동시이행 관계이므로 집주인이 반환 제공을 하지 않았다면 임차인에게 이행지체 책임이 생기지 않고, 그렇다면 위약금도 붙기 어렵습니다.

설령 채무불이행이 인정되더라도 손해배상액 예정이라면 민법 제398조 제2항의 감액, 위약벌이라면 공서양속 위반에 따른 일부 무효가 문제될 수 있습니다. 합의서에 서명했다는 이유로 과도한 부담을 그대로 받아들이기보다, 보증금 반환 경과와 합의서 문언을 먼저 정리하고 임차권등기명령 같은 안전장치를 확보한 뒤 대응하시길 권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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