받을 돈이 1,000만 원인데 일단 600만 원만 청구했다가, 상대방이 "나도 받을 돈이 있으니 상계하겠다"고 맞서는 경우가 적지 않습니다. 이때 상대방의 반대채권을 청구한 600만 원에서 빼는지, 원래 채권 1,000만 원에서 먼저 빼는지에 따라 판결 금액이 수백만 원씩 달라집니다. 판례는 상계가 청구한 일부가 아니라 채권 전체에서 먼저 이루어진다고 봅니다. 이 글에서는 일부 청구와 상계항변이 만났을 때 법원이 어떤 순서로 계산하는지, 그 계산이 청구 전략과 기판력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 짚어보겠습니다.
법무법인 도모 강대현 대표변호사
일부 청구 소송 — 채권의 일부만 먼저 청구하는 구조
일부 청구란 하나의 금전채권 중 일부만 골라 소송으로 청구하는 것을 말합니다. 채권 전체의 존재와 액수를 입증하기 어렵거나, 인지대와 송달료 등 소송 비용을 줄이면서 우선 승패의 방향을 확인하려고 이런 방식을 택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예를 들어 공사대금 1,000만 원을 받아야 하는 사람이 우선 600만 원만 청구하고, 소송 도중 나머지를 청구취지 확장으로 늘리는 식입니다.
법원은 일부 청구가 "일부임을 명시"했는지에 따라 소송의 효력 범위를 달리 봅니다. 청구하면서 전체 채권 중 일부만 청구한다는 취지를 밝히면, 판결의 효력은 그 청구한 부분에만 미치고 나머지는 별도로 다시 청구할 길이 남습니다. 반대로 일부라는 사실을 밝히지 않고 전체인 것처럼 청구해 패소하면, 남은 부분을 다시 청구하기가 어려워질 수 있습니다. 그래서 일부 청구는 처음 소장을 쓸 때 "전체 채권이 얼마이고, 그중 얼마를 청구하는지"를 분명하게 적어두는 일이 출발점입니다.
문제는 상대방이 이 일부 청구 소송에서 반대채권으로 상계를 주장할 때 생깁니다. 일부 청구는 청구한 부분과 청구하지 않은 부분이 한 채권 안에서 나뉘어 있기 때문에, 상계로 깎이는 금액이 어느 쪽에서 먼저 빠지느냐에 따라 결과가 달라집니다.
일부 청구는 하나의 채권을 쪼개 청구하는 것이어서, 상계가 들어오면 "청구한 부분에서 빼는지, 전체에서 빼는지"라는 계산 순서가 결과를 바꾼다.
상계의 요건과 효과 — 민법 제492조·제493조
상계는 서로 같은 종류를 목적으로 하는 채무를 지고 있는 두 사람이 대등한 금액만큼 채무를 소멸시키는 단독행위입니다. 민법 제492조 제1항은 쌍방의 채무가 같은 종류를 목적으로 하고 모두 변제기에 있을 것을 요구합니다. 따라서 상대방이 상계항변을 하려면 자신이 가진 반대채권의 변제기가 도래해 있어야 하고, 그 채권이 실제로 존재하며 액수가 증명되어야 합니다.
상계의 효과는 민법 제493조 제2항에 따라 쌍방의 채무가 상계할 수 있게 된 때(상계적상 시점)로 소급합니다. 상계적상이 생긴 뒤에는 그 대등액 범위에서 두 채권이 이미 소멸한 것으로 취급하기 때문에, 그 시점 이후의 이자나 지연손해금도 함께 계산에서 빠집니다. 상계가 이루어진 날을 기준으로 이자를 따로 계산하는 방식이 아니라는 점이 실무에서 자주 헷갈리는 부분입니다.
쌍방 채무가 같은 종류일 것 — 금전채권끼리가 대표적.
양쪽 채무 모두 변제기가 도래했을 것 — 기한 전 채권은 원칙적으로 상계할 수 없음.
상계가 허용되지 않는 채권이 아닐 것 — 민법 제496조(고의의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채권을 수동채권으로 하는 상계 금지), 제497조(압류금지채권을 수동채권으로 하는 상계 금지).
상계의 의사표시가 상대방에게 도달할 것 — 소송에서는 답변서나 준비서면으로 상계항변을 하는 것이 일반적.
외측설과 내측설 — 어디서부터 빼느냐의 문제
일부 청구에 상계항변이 들어왔을 때 계산 방식에는 크게 두 가지 시각이 있습니다. 하나는 상계를 청구한 일부에서 먼저 빼는 "내측설"이고, 다른 하나는 상계를 채권 전체에서 먼저 빼는 "외측설"입니다. 판례는 외측설을 따릅니다.
숫자로 보면 차이가 분명합니다. 원고의 채권이 1,000만 원이고 그중 600만 원을 청구했는데, 피고가 300만 원의 반대채권으로 상계한다고 가정하겠습니다. 내측설이라면 청구한 600만 원에서 300만 원을 빼 300만 원만 인용됩니다. 외측설은 먼저 1,000만 원에서 300만 원을 뺀 700만 원이 남는다고 보고, 그 700만 원이 청구액 600만 원을 넘으므로 600만 원 전부를 인용합니다. 같은 사건에서 판결 금액이 300만 원 대 600만 원으로 갈리는 것입니다.
반대채권이 500만 원이면 외측설에서도 결과가 달라집니다. 1,000만 원에서 500만 원을 뺀 잔액은 500만 원으로 청구액 600만 원에 못 미치므로, 이때는 남은 500만 원만 인용됩니다. 외측설의 계산은 "전체 채권에서 상계액을 먼저 빼고, 그 잔액이 청구액을 넘으면 청구액만큼, 못 미치면 잔액만큼 인용한다"는 한 문장으로 정리됩니다.
외측설의 계산 — 전체 채권액에서 상계액을 먼저 공제하고, 잔액이 청구액 이상이면 청구액 전부, 청구액에 못 미치면 그 잔액만 인용한다.
대법원 1984. 3. 27. 선고 83다323 판결 — 외측설의 근거
이 법리를 정리한 대표 판결이 대법원 1984. 3. 27. 선고 83다323 판결입니다. 사안은 원고가 합계 5,151,900원의 금전채권 중 일부인 3,500,000원을 청구하고, 피고가 반대채권으로 상계를 주장한 것이었습니다. 원심은 청구한 3,500,000원을 기준으로 상계를 반영해 잔액만 인용했는데, 대법원은 이를 상계 법리를 오해한 위법이라고 보아 원고 패소 부분을 파기하고 환송했습니다.
대법원이 든 이유는 일부 청구를 하는 당사자의 통상적인 의사입니다. 채권 전체 중 일부만 청구하는 사람은 자기 채권 전체를 놓고 정리하되 그중 일부를 먼저 받겠다는 뜻이지, 반대채권을 전부 청구액 쪽에서만 제하라는 뜻이 아니라고 봅니다. 그래서 상계는 일부 청구액이 아니라 채권 전체에서 먼저 이루어지는 것으로 보고, 잔액이 청구액을 넘으면 청구 전부를, 못 미치면 그 잔액만 인용해야 한다는 결론이 나옵니다.
이 판결의 의미는 일부 청구를 한 원고에게 유리한 쪽으로 계산 방법을 고정했다는 데 있습니다. 상대방의 반대채권이 청구하지 않은 나머지 부분에서 먼저 소진되기 때문에, 반대채권 액수가 나머지 부분 이하인 한 청구한 금액은 줄어들지 않습니다.
상계항변을 받은 일부 청구 원고의 대응 전략
상계항변이 들어오면 원고는 우선 반대채권이 실제로 존재하는지, 변제기가 도래했는지, 액수가 얼마인지부터 다퉈야 합니다. 상계는 피고가 반대채권을 입증해야 하는 항변이므로, 피고의 증거가 부족하면 상계 자체가 받아들여지지 않습니다. 반대채권에 소멸시효가 완성되었거나, 법이 상계를 금지하는 채권인 경우에도 항변을 막을 수 있습니다.
반대채권이 인정될 가능성이 높다면 계산 방식을 전략에 반영해야 합니다. 예를 들어 반대채권이 400만 원으로 보이는 사건에서 원고가 1,000만 원 중 500만 원만 청구해 두었다면, 외측설에 따라 600만 원이 남아 청구액 500만 원은 전부 인용되지만 남은 100만 원은 이 소송에서 받지 못합니다. 이런 경우에는 변론종결 전에 민사소송법 제262조에 따라 청구취지를 확장해 청구액을 상계 이후 잔액에 맞춰 올리는 방법을 고려할 수 있습니다. 청구취지 확장은 변론종결 전까지 가능하고, 확장 부분에는 인지대를 추가로 내야 합니다.
반대로 피고 입장에서는 일부 청구라는 이유로 자기 반대채권이 청구액 범위에서만 쓰일 것이라고 기대하면 안 됩니다. 반대채권을 더 키우거나 다른 방어 사유를 찾지 않으면, 외측설 때문에 의도했던 만큼 청구가 줄지 않는 결과를 맞을 수 있습니다.
반대채권의 존재·변제기·액수는 상계를 주장하는 피고가 입증.
잔액이 청구액 이상이면 청구액은 그대로 인용, 청구액 미만이면 잔액만 인용.
잔액이 청구액보다 클 것 같으면 청구취지 확장을 검토.
상계 금지 채권(고의 불법행위 손해배상채권 등)이면 상계 자체를 다툴 수 있음.
기판력 — 상계로 소멸한 부분은 다시 다툴 수 없다
상계항변이 받아들여지면 판결 이유 속 판단에도 기판력이 생깁니다. 민사소송법 제216조 제2항은 상계를 주장한 청구가 성립하는지 아닌지에 대한 판단은 상계로 대항한 액수에 한하여 기판력을 가진다고 정하고 있습니다. 판결이 확정되면 피고가 반대채권으로 상계한 그 범위에서는 그 반대채권이 존재했다는 판단이 확정됩니다.
이 기판력은 양쪽에 모두 영향을 줍니다. 피고는 상계로 소멸시킨 반대채권을 이후 별도 소송에서 다시 청구할 수 없고, 원고는 그 금액만큼 자기 채권이 소멸한 것으로 확정되어 같은 금액을 다시 청구할 수 없습니다. 일부 청구에서 상계가 외측설로 계산되면 소멸하는 금액은 청구하지 않은 나머지 부분에서도 생기기 때문에, 나중에 나머지를 청구하려는 원고는 이미 상계로 소멸된 금액이 있다는 점을 전제로 해야 합니다. 일부 청구 후 잔부를 따로 소송하려는 경우에는 이전 소송의 상계 판단이 어디까지 확정되었는지를 판결문에서 먼저 확인해야 합니다.
일부 청구 소송에서 실무상 놓치기 쉬운 점
첫째, 일부 청구임을 소장에 명시하지 않으면 상계 계산은 물론 기판력과 소멸시효 판단에서도 불리해질 수 있습니다. 청구 원인에 전체 채권의 액수와 발생 경위를 함께 적고, 청구취지에서 그중 얼마를 청구하는지 분명히 밝혀 두는 것이 좋습니다.
둘째, 상계항변은 대개 예비적으로 이루어집니다. 피고는 먼저 채권 자체가 없다거나 이미 변제했다고 다투고, 그것이 받아들여지지 않을 경우에 대비해 상계를 주장합니다. 법원은 원고 채권이 인정되는 경우에만 상계 판단으로 넘어가므로, 상계에 대한 계산은 원고 채권의 존재와 액수가 먼저 확정된 다음 단계의 문제입니다.
셋째, 지연손해금은 상계 소급효 때문에 상계적상 시점부터 상계 대등액에 대해서는 발생하지 않았던 것으로 계산됩니다. 청구에 이자나 지연손해금이 포함된 경우, 원금뿐 아니라 이자 계산 기준일까지 함께 정리해야 정확한 인용 금액이 나옵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일부 청구라고 밝혔는데도 상대방이 상계하면 청구한 금액이 줄어드나요?
A. 판례의 외측설에 따르면 상계는 채권 전체에서 먼저 이루어집니다. 전체 채권에서 상계액을 뺀 잔액이 청구액 이상이면 청구한 금액은 줄어들지 않고, 청구액에 못 미치는 경우에만 그 잔액만큼 인용됩니다.
Q. 외측설과 내측설 중 어느 쪽이 원고에게 유리한가요?
A. 일반적으로 외측설이 원고에게 유리합니다. 상계액이 청구하지 않은 나머지 부분에서 먼저 소진되기 때문입니다. 대법원 1984. 3. 27. 선고 83다323 판결이 이 계산 방식을 채택했습니다.
Q. 상대방의 반대채권이 소멸시효가 지난 채권이어도 상계할 수 있나요?
A. 시효로 소멸한 채권이라도 소멸 전에 상계할 수 있었던 상태였다면 민법 제495조에 따라 상계가 가능합니다. 다만 상계적상이 생긴 뒤에 시효가 완성되었는지, 그 전에 이미 시효가 지났는지에 따라 결과가 달라지므로 시점을 확인해야 합니다.
Q. 고의로 저지른 불법행위로 생긴 손해배상채권도 상계당할 수 있나요?
A. 고의의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채권을 수동채권으로 하는 상계는 민법 제496조가 금지합니다. 따라서 가해자가 자신의 다른 채권으로 이 채권을 상계해 지급을 피할 수 없습니다.
Q. 상계로 소멸한 금액을 나중에 다른 소송에서 다시 다툴 수 있나요?
A. 상계로 대항한 액수의 범위에서는 민사소송법 제216조 제2항에 따라 판단이 확정됩니다. 확정된 뒤에는 같은 반대채권의 존재 여부를 새 소송에서 뒤집기 어렵습니다.
Q. 상계 이후 잔액이 청구액보다 클 것 같으면 어떻게 하나요?
A. 변론종결 전이라면 청구취지 확장으로 청구액을 늘려 잔액에 맞출 수 있습니다. 확장하는 만큼 인지대가 추가되므로 비용과 승소 가능성을 함께 따져야 합니다.
맺음말
일부 청구 소송에서 상대방이 상계하면 청구한 금액이 아니라 전체 채권액에서 먼저 공제된다는 것이 판례의 입장입니다. 그 결과 반대채권이 청구하지 않은 나머지 부분 이하라면 청구한 금액은 그대로 인용되고, 반대채권이 그보다 크면 잔액만 인용됩니다. 같은 사건이라도 계산 순서에 따라 수백만 원이 달라지는 만큼, 소장에서 일부임을 명시하고 상계 가능성까지 염두에 두고 청구액을 정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상계항변이 들어온 뒤에는 반대채권의 존재와 변제기, 시효 문제를 먼저 점검하고, 필요하면 청구취지 확장을 병행해야 합니다. 상계 판단에는 기판력이 생기므로 판결문에서 소멸한 금액이 어디까지인지 확인하는 것도 빠뜨리면 안 됩니다. 소송 진행 중 상계 문제를 만났다면 자료를 갖춰 한 번 점검해 보시길 권합니다.
조력이 필요하시면 강대현 대표변호사에게 연락주십시오. 신속히 도와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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