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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의사불벌죄 성년후견인 처벌불원서, 의식불명 피해자 대신 냈다면 효력이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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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의사불벌죄 성년후견인 처벌불원서, 의식불명 피해자 대신 냈다면 효력이 있을까 

강대현 변호사

교통사고나 폭행으로 피해자가 의식을 잃은 채 누워 있으면, 가족이 성년후견인이 되어 가해자 측과 합의하고 처벌불원서를 법원에 내는 일이 흔합니다. 가해자 입장에서는 합의금을 지급하고 서류까지 받았으니 사건이 끝났다고 생각하기 쉽습니다. 그러나 대법원은 반의사불벌죄에서 성년후견인이 의사능력 없는 피해자를 대신해 처벌불원의사를 결정하는 것은 허용되지 않는다고 판단했습니다. 합의금을 주고받았는데도 공소기각이 아니라 유죄 판결이 선고될 수 있다는 뜻입니다. 이 글에서는 그 판단의 근거와 한계, 그리고 가해자와 피해자 가족이 현실적으로 무엇을 해야 하는지 짚어보겠습니다.

법무법인 도모 강대현 대표변호사


반의사불벌죄 — 합의가 곧 공소기각이 되는 범죄의 구조

반의사불벌죄는 피해자의 명시한 의사에 반하여 공소를 제기할 수 없는 범죄를 말합니다. 대표적으로 형법 제260조 제3항의 폭행죄, 제266조 제2항의 과실치상죄, 제283조 제3항의 협박죄, 제312조 제2항의 명예훼손죄가 있고, 교통사고처리 특례법 제3조 제2항에 따라 차의 교통으로 인한 업무상과실치상죄·중과실치상죄도 여기에 속합니다. 이런 범죄는 피해자가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는 의사를 밝히면 수사 단계에서는 불기소 처분이, 재판 단계에서는 형사소송법 제327조 제7호에 따른 공소기각 판결이 내려집니다.

반대로 피해자가 아무 말도 하지 않으면 처벌이 원칙입니다. 이 점이 피해자가 고소해야만 처벌할 수 있는 친고죄와 다릅니다. 반의사불벌죄는 피해자의 의사와 감정을 존중하되, 침해된 법익이 가볍지 않아 처벌 필요성이 남아 있는 범죄에 대해 국가가 먼저 움직이도록 설계된 제도입니다. 그래서 처벌불원의사는 소추를 막는 강력한 사유가 되고, 법원도 그 의사가 진짜인지를 엄격하게 따집니다.

반의사불벌죄에서 처벌불원의사는 공소기각을 만드는 소추조건이라서, 누가 어떤 방식으로 밝혔는지가 결과를 가른다.

대법원 2021도11126 전원합의체 판결 — 식물인간 피해자와 성년후견인의 서면

대법원 2023. 7. 17. 선고 2021도11126 전원합의체 판결의 사안은 이렇습니다. 피고인은 자전거를 운행하던 중 전방주시의무를 게을리해 보행 중이던 69세 피해자를 들이받았고, 피해자는 뇌손상으로 의식불명이 되었습니다. 피해자는 사고 약 7개월 뒤 담당의사로부터 의사표현이 불가능한 식물인간 상태라는 진단을 받았고, 제1심 변론종결 무렵까지도 의식을 회복하지 못했습니다. 법원은 피해자에 대해 성년후견을 개시하고 배우자를 성년후견인으로 선임했으며, 후견인의 대리권 범위에 소송행위를 포함시키면서 그 행사에는 법원의 허가를 받도록 정했습니다.

성년후견인은 피고인 측에서 합의금 4,000만 원을 받은 뒤 제1심 판결 선고 전에 "피해자는 4,000만 원을 지급받고 피고인의 형사처벌을 원하지 않는다"는 서면을 법원에 냈습니다. 그런데도 원심은 성년후견인이 피해자를 대리해 처벌불원의사를 표시할 수 없다고 보아 유죄를 유지했고, 대법원은 상고를 기각했습니다. 쟁점은 단 하나, 피해자의 성년후견인이 피해자를 대리해 처벌불원의사나 처벌희망 의사표시의 철회를 결정할 수 있느냐였습니다. 대법원의 답은 명문의 규정이 없는 한 할 수 없다는 것이었고, 후견인의 대리권에 소송행위가 포함되어 있거나 가정법원의 허가를 받았더라도 마찬가지라고 했습니다.

대리가 안 되는 첫째 이유 — 법 문언과 형사소송법의 체계

대법원은 먼저 법의 문언에서 출발합니다. 교통사고처리 특례법 제3조 제2항은 "피해자의 명시적인 의사"에 반해 공소를 제기할 수 없다고 정하므로, 처벌 여부가 피해자 본인의 의사에 달려 있음이 문언상 분명하다는 것입니다. 제3자가 피해자를 대신해 의사를 형성하거나 결정한다고 해석하면 법문에 반한다고 보았습니다. 형사소송절차에서 소송행위는 자기책임과 실체적 진실 발견의 원칙 때문에 본래 대리와 친하지 않다는 점도 함께 지적했습니다.

결정적인 근거는 친고죄와의 비교입니다. 형사소송법 제236조는 "고소 또는 그 취소는 대리인으로 하여금 하게 할 수 있다"고 정해 친고죄의 고소와 고소취소에는 대리 근거를 두었습니다. 반면 반의사불벌죄를 다루는 제232조 제3항은 고소취소의 시한과 재고소 금지에 관한 제1항과 제2항을 준용할 뿐, 대리에 관한 제236조를 준용하지 않습니다. 대법원은 이를 입법의 빈틈이 아니라 두 제도를 달리 취급하겠다는 입법적 결단으로 보았습니다. 같은 맥락에서 공범 사이의 불가분 원칙이 반의사불벌죄에 적용되지 않는다고 본 대법원 1994. 4. 26. 선고 93도1689 판결도 인용했습니다.

친고죄의 고소취소에는 대리 규정(형사소송법 제236조)이 있지만 반의사불벌죄의 처벌불원의사에는 없다 — 대법원은 이를 입법의 공백이 아닌 입법자의 선택으로 읽었다.

대리가 안 되는 둘째 이유 — 처벌불원의사의 일신전속성

대법원은 처벌불원의사가 피해자의 진실한 의사여야 한다는 점을 강조합니다. 반의사불벌죄에서는 피해자의 일방적 의사표시만으로 이미 시작된 국가의 형사절차가 중단되거나 소멸하는 강한 효과가 생깁니다. 그래서 그 의사는 흠이 없는 진실한 것이어야 하고 명백하고 믿을 수 있는 방법으로 표현되어야 한다는 것이 대법원 2001. 6. 15. 선고 2001도1809 판결 이후 이어진 기준입니다. 피해자의 나이와 지능, 발달 정도를 보아 처벌불원이 무슨 의미인지 이해할 능력이 있는지 법원이 세밀하게 조사해야 한다는 대법원 2009. 11. 19. 선고 2009도6058 전원합의체 판결의 법리도 같은 뿌리입니다.

법정대리인의 의사는 그 자체로 피해자의 의사가 아니고, 피해자의 진실한 의사에 부합한다는 담보도 없습니다. 대법원이 미성년 피해자의 법정대리인을 통해 처벌불원의사가 표시된 경우에도 피해자 본인의 의사가 포함되어 있는지 심리해야 한다고 본 대법원 2009. 12. 24. 선고 2009도11859 판결과 대법원 2010. 5. 13. 선고 2009도5658 판결도 같은 취지입니다. 이 사건 피해자는 의사를 표현할 수조차 없는 상태였으므로 확인할 진실한 의사 자체가 존재하지 않았고, 후견인의 서면이 이를 대체할 수 없다는 결론이 됩니다. 후견인이 피해자의 이익을 위해 성실하게 판단했다 하더라도 달라지지 않습니다.

가정법원 허가를 받았다면 달라질까 — 후견 대리권과 형사 소송행위의 구별

실무에서 가장 많이 나오는 질문입니다. 성년후견인은 가정법원이 정한 범위에서 법정대리권을 가지고, 소송행위를 하려면 법원의 허가를 받도록 정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 사건에서도 후견인의 대리권에는 소송행위가 포함되어 있었고 법원 허가를 받아 행사하도록 정해져 있었습니다. 대법원은 그럼에도 반의사불벌죄의 처벌불원의사는 대리할 수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이유는 민법상 후견 제도가 정하는 대리권과 형사소송법이 소추조건으로 요구하는 피해자 본인의 의사가 서로 다른 차원이기 때문입니다. 후견 심판문에 소송행위라는 문구가 있더라도 그것은 민사소송 등에서의 대리를 뜻할 뿐, 국가형벌권 발동의 조건인 처벌불원의사까지 대신 정할 수 있다는 근거가 되지 못합니다. 형사소송법이나 개별 법률이 그 대리를 허용한다는 명문 규정이 있어야 하는데 현행법에는 없습니다. 따라서 후견인이 법원의 허가를 받아 낸 처벌불원서도 공소기각의 근거가 되지 못합니다.

  • 후견인이 합의금을 수령하는 것 — 민사상 손해배상 합의의 문제로, 후견인의 대리권 범위와 가정법원 허가 여부에 따라 따로 판단.

  • 후견인이 처벌불원서를 내는 것 — 반의사불벌죄에서는 의사무능력 피해자를 대리한 의사표시라서 공소기각 사유가 되지 못함.

  • 의사능력이 있는 피해자 본인이 직접 처벌불원을 표시하는 것 — 미성년자라도 의사능력이 있으면 유효할 수 있음.

  • 피해자가 의식을 회복해 의사능력이 생긴 뒤 직접 표시하는 것 — 이 경우에는 본인 의사로 유효하게 판단됨.

처벌불원서가 효력을 인정받는 경우 — 의사능력과 진실성의 판단

이 법리는 모든 처벌불원서가 무효라는 뜻이 아닙니다. 피해자에게 의사능력이 있으면 법정대리인의 동의 없이도 피해자 본인이 단독으로 처벌불원의사를 표시할 수 있습니다. 형사소송절차의 소송능력은 의사능력만 있으면 원칙적으로 인정된다는 것이 2009도6058 전원합의체 판결의 입장이고, 이번 판결도 이를 전제로 합니다. 피해자가 중상을 입었더라도 의사를 표현할 수 있고 처벌불원의 의미를 이해하고 있다면 그 서면은 유효하게 평가될 수 있습니다.

다만 형식만 갖춘다고 충분하지 않습니다. 법원은 합의서가 피해자의 자발적인 진의에서 나왔는지, 합의금을 매개로 한 강요나 착오는 없었는지를 살핍니다. 당사자끼리 주고받은 합의서 한 장보다 수사기관이나 법원에 처벌불원이 명확하게 표시되었는지가 더 중요합니다. 피해자 상태가 불분명하다면 의료기록과 진단서로 의사능력의 유무와 시점을 입증하는 일이 쟁점이 되기도 합니다.

처벌불원서가 안 통할 때 가해자가 할 수 있는 일 — 합의와 양형

공소기각이 어렵다고 해서 합의가 무의미해지는 것은 아닙니다. 법원은 피해 회복을 위한 진지한 노력, 합의금 지급 여부, 피해자 측의 용서 의사를 양형의 유리한 정상으로 참작합니다. 처벌불원서는 공소기각 사유가 되지 못하더라도 후견인이 작성한 합의서와 합의금 지급 내역은 양형자료로 제출할 수 있습니다.

또한 교통사고처리 특례법 제3조 제2항 단서에 열거된 사유, 이를테면 음주·무면허·도주 등에 해당하면 애초에 반의사불벌죄로 처리되지 않아 합의가 공소기각으로 이어지지 않습니다. 이 경우에는 합의가 있어도 처벌 여부가 달라지지 않으므로 어떤 법조로 기소되었는지부터 확인해야 합니다. 가해자는 처벌불원서에 기대기보다 피해 회복과 재범방지 노력을 구체적으로 소명하는 쪽으로 방어 전략을 짜는 편이 현실적입니다. 반대로 피해자 가족은 합의금 액수보다 향후 치료비와 간병비를 어떻게 보전받을지를 우선 정리해야 합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성년후견인이 합의하고 처벌불원서를 냈는데도 유죄가 나올 수 있나요?

A. 그렇습니다. 피해자가 의사무능력 상태라면 후견인이 낸 처벌불원서는 대법원 2021도11126 전원합의체 판결에 따라 공소기각 사유로 인정되지 않습니다. 다만 합의 사실은 양형에서 유리하게 참작될 수 있습니다.

Q. 후견인이 가정법원 허가를 받았다면 효력이 있나요?

A. 효력이 없습니다. 대법원은 후견인의 대리권에 소송행위가 포함되어 있거나 가정법원의 허가를 받았더라도 반의사불벌죄의 처벌불원의사는 대리할 수 없다고 보았습니다.

Q. 미성년 피해자의 부모가 합의서를 쓰면 어떻게 되나요?

A. 피해자에게 의사능력이 있다면 피해자 본인의 의사가 포함되어 있는지가 심리됩니다. 부모가 대신 쓴 서면만으로는 부족할 수 있으므로 피해자 본인의 진의를 확인할 수 있는 자료를 갖추는 것이 안전합니다.

Q. 피해자가 나중에 의식을 회복하면 다시 처벌불원서를 낼 수 있나요?

A. 의사능력을 회복한 피해자 본인은 직접 처벌불원의사를 표시할 수 있습니다. 다만 법원이 그 의사가 진실한 것인지 확인하므로 합의 경위와 이해 정도를 뒷받침할 자료가 필요합니다.

Q. 이미 지급한 합의금은 돌려받을 수 있나요?

A. 합의금은 민사상 손해배상의 성격이 있어 형사 판결이 유죄로 나왔다는 이유만으로 당연히 반환되지는 않습니다. 다만 합의 내용과 목적에 따라 판단이 달라질 수 있어 합의서의 문구를 확인해야 합니다.

Q. 폭행이나 명예훼손 같은 다른 반의사불벌죄에도 같은 법리가 적용되나요?

A. 판결의 논거는 형사소송법의 체계와 처벌불원의사의 일신전속성에 있어 다른 반의사불벌죄에도 같은 취지로 적용될 가능성이 큽니다. 다만 개별 사건에서는 피해자의 상태와 합의 경위를 구체적으로 살펴야 합니다.

맺음말

반의사불벌죄에서 처벌불원의사는 피해자 본인이 밝혀야 하는 일신전속적인 의사표시입니다. 의식불명이나 식물인간 상태의 피해자를 대신해 성년후견인이 합의하고 처벌불원서를 내더라도, 가정법원의 허가를 받았더라도 공소기각 사유가 되지 못한다는 것이 대법원 전원합의체의 결론입니다. 형사소송법이 친고죄의 고소취소에 대해서만 대리 규정을 두었다는 문언과 체계가 그 근거입니다.

그렇다고 합의가 소용없는 것은 아닙니다. 피해 회복 노력과 합의 사실은 양형에서 참작될 수 있고, 피해자 가족에게는 치료비와 간병비를 현실적으로 보전하는 수단이 됩니다. 사건의 죄명이 반의사불벌죄에 해당하는지, 피해자의 의사능력이 어느 단계에 있는지부터 정확히 확인한 뒤 합의 방식과 시기를 정하시길 권합니다.

조력이 필요하시면 강대현 대표변호사에게 연락주십시오. 신속히 도와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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