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게 임대차 만료가 다가오는데 건물주가 먼저 연락해 "이번에 갱신하려면 월세를 이만큼 올리겠다", "보증금도 올리고 계약서도 새로 쓰자"고 나오는 경우가 있습니다. 장사가 자리를 잡은 시점이라 나가기도 어렵고, 그렇다고 요구를 그대로 받아들이자니 부담이 크다 보니 일단 도장부터 찍어야 하나 고민하게 됩니다. 하지만 상가 임대차에는 임차인을 보호하는 갱신 규정이 따로 있어서, 건물주가 제시한 조건이 곧바로 따라야 하는 조건은 아닙니다.
먼저 전체를 짚어보겠습니다: 갱신요구권 행사 여부와 증액 한도에 따라 달라지는 대응
상가건물 임대차보호법이 적용되는 상가라면 임차인에게는 계약갱신요구권이 있습니다. 임차인이 갱신을 요구하면 건물주는 법에 정해진 사유가 없는 한 이를 거절할 수 없고, 갱신되는 계약은 원칙적으로 기존 계약과 동일한 조건으로 이어집니다. 건물주가 새 조건을 내밀었다는 사실만으로 임차인이 그 조건에 합의해야 할 의무가 생기는 것은 아닙니다.
다만 두 가지는 따로 따져봐야 합니다. 하나는 임차인이 정해진 기간 안에 갱신을 요구했는지, 다른 하나는 건물주가 올리려는 금액이 법이 허용하는 범위 안인지입니다. 이 두 가지를 어떻게 정리해 두었느냐에 따라 같은 "조건 변경 요구"라도 따라야 하는 경우와 거부할 수 있는 경우가 갈립니다.
또한 건물주의 제안을 구두로만 듣고 넘어가거나, 무심코 새 계약서에 서명해 버리면 법이 보장하는 갱신 조건과 다른 내용이 확정될 수 있습니다. 서명 전에 지금 내가 어떤 위치에 있는지부터 확인하는 것이 순서입니다.
법은 이렇게 판단합니다: 갱신요구 기간 6개월~1개월 전, 10년 한도, 증액 상한 5%
첫 번째 기준은 갱신 요구 시기입니다. 상가건물 임대차보호법 제10조 제1항은 임차인이 임대차기간이 만료되기 6개월 전부터 1개월 전까지 사이에 계약갱신을 요구하면 임대인이 정당한 사유 없이 거절하지 못한다고 정합니다. 이 기간을 넘기면 갱신요구권을 주장하기 어려워지므로, 건물주와 조건 협상이 길어지더라도 이 기간 안에 갱신 의사를 분명히 남겨 두어야 합니다.
두 번째는 거절 사유입니다. 건물주는 같은 항 각 호에 해당하는 경우에는 갱신을 거절할 수 있습니다. 대표적으로 다음과 같은 경우입니다.
3기의 차임액에 이르도록 차임을 연체한 사실이 있는 경우
임대인의 동의 없이 건물 전부 또는 일부를 전대한 경우
건물을 고의나 중대한 과실로 파손한 경우
건물이 노후·훼손되어 안전사고 우려가 있는 등 법이 정한 사유로 철거·재건축이 필요한 경우
그 밖에 임차인이 의무를 현저히 위반했거나 임대차를 계속하기 어려운 중대한 사유가 있는 경우
"가게 분위기가 바뀌었으면 좋겠다", "더 높은 월세를 낼 사람이 있다"는 이유는 여기에 들어가지 않습니다. 단순히 더 많은 차임을 받고 싶다는 사정만으로는 갱신을 거절할 정당한 사유가 되지 못합니다.
세 번째는 10년 한도입니다. 제10조 제2항에 따라 갱신요구권은 최초의 임대차기간을 포함한 전체 임대차기간이 10년을 초과하지 않는 범위에서만 행사할 수 있습니다. 이미 10년 가까이 영업했다면 갱신요구권이 아니라 건물주와의 합의에 기대야 하는 구간이 올 수 있습니다.
네 번째, 가장 핵심인 조건 변경의 문제입니다. 제10조 제3항은 갱신되는 임대차를 전 임대차와 동일한 조건으로 다시 계약된 것으로 보되, 차임과 보증금은 제11조에 따른 범위에서 증감할 수 있다고 정합니다. 그리고 제11조와 시행령 제4조는 차임이나 보증금의 증액 청구를 청구 당시 금액의 100분의 5를 넘지 못하게 하고, 증액이 있은 후 1년 이내에는 다시 증액을 청구하지 못하게 합니다. 이 5% 상한은 조세·공과금 등 부담의 변동으로 차임이 상당하지 않게 된 경우의 증액 청구 기준이므로, 건물주가 이를 넘어 올려 달라고 해도 임차인이 그에 응할 법적 의무가 없다는 점이 중요합니다.
예를 들어 보증금 1억 원, 월 차임 300만 원인 상가라면 한 번에 올릴 수 있는 상한은 다음과 같습니다.
보증금 — 최대 500만 원 증액(1억 5백만 원)
월 차임 — 최대 15만 원 증액(315만 원)
건물주가 월 차임을 300만 원에서 400만 원으로 올리자고 하는 것은 이 상한을 크게 넘는 요구이고, 갱신요구권을 행사한 임차인에게 그대로 강제할 수 없습니다.
한 가지 주의할 점은 환산보증금입니다. 보증금에 월 차임의 100배를 더해 환산한 금액이 지역별 기준을 넘으면 상가건물 임대차보호법의 일부 규정만 적용됩니다. 갱신요구권(제10조 제1항·제2항·제3항 본문)과 권리금 회수기회 보호(제10조의4) 등은 환산보증금을 초과하는 임대차에도 적용되지만, 제11조의 5% 증액 상한은 그렇지 않습니다. 같은 "조건 변경 요구"라도 내 가게가 이 기준을 넘는지에 따라 증액 한도가 달라지므로, 먼저 환산보증금이 얼마인지 확인해야 합니다.
끝으로 건물주가 갱신 의사 여부를 전혀 통지하지 않는 경우입니다. 제10조 제4항에 따라 임대인이 6개월~1개월 전 기간 안에 갱신 거절이나 조건 변경의 통지를 하지 않으면, 기간이 만료된 때 전 임대차와 동일한 조건으로 다시 임대차한 것으로 봅니다. 이때 존속기간은 1년으로 보며, 임차인은 언제든 해지를 통고할 수 있고 통고를 받은 날부터 3개월이 지나면 효력이 생깁니다(제10조 제5항).
권리금 문제도 함께 봐야 합니다. 제10조의4는 임대차기간이 끝나기 6개월 전부터 임대차 종료 시까지 임대인이 임차인이 주선한 신규임차인에게 권리금을 요구하거나, 현저히 고액의 차임·보증금을 요구하거나, 정당한 사유 없이 계약 체결을 거절하는 방식으로 권리금 회수를 방해하는 것을 금지합니다. 갱신 협상이 틀어져 나가게 될 경우를 대비해 이 규정이 안전망 역할을 합니다.
실무에서 자주 나오는 장면이 "5%만 올려서는 안 맞으니 월세는 그대로 두고 관리비나 부가 명목으로 받겠다"는 제안입니다. 명목이 달라도 실질이 차임 인상이라면 같은 상한 판단의 대상이 될 수 있으므로, 새로 붙는 비용이 있는지 계약서 문구와 청구 내역을 함께 확인해야 합니다. 또한 건물주가 "올려 주지 않으면 갱신해 줄 수 없다"고 말하더라도, 그 말이 곧 법정 거절 사유가 되는 것은 아니어서 임차인이 갱신을 요구한 사실과 시기를 기록으로 갖고 있는지가 이후 분쟁에서 결정적입니다.
김상훈 변호사의 대응, 이렇게: 갱신요구 통지부터 증액 거부, 권리금 확보까지 다섯 단계
이런 상황에서는 다음 순서로 정리해 두는 것이 좋습니다.
만료일과 갱신요구 가능 기간부터 계산 — 계약서상 만료일을 기준으로 만료 6개월 전부터 1개월 전까지가 갱신 요구 기간입니다. 이 기간 안에 요구가 도달해야 하므로, 만료가 임박했다면 지금 바로 서면으로 남기는 것이 우선입니다.
내용증명이나 문자·이메일로 갱신 의사를 명확히 — "기존 조건으로 갱신을 요구한다"는 취지와 발송 일자가 기록으로 남게 해야 합니다. 구두 요청만으로는 나중에 요구 시기와 내용을 다툴 때 입증이 어렵습니다.
건물주 요구를 서면으로 받아 두고 증액 폭 계산 — 건물주가 말로 제시한 금액은 문자나 서면으로 다시 확인받고, 청구 당시 금액의 5%와 비교해 초과 여부를 따집니다. 직전 증액일로부터 1년이 지났는지도 함께 확인합니다.
새 계약서에는 서명하지 않거나 기존 조건 유지 문구를 요구 — 갱신 후 계약서를 새로 쓰더라도 월 차임·보증금·기간이 법이 허용하는 범위인지 검토한 뒤 서명해야 합니다. 이미 합의해 서명한 금액은 이후 다투기가 어려워질 수 있습니다.
거절 통보를 받으면 사유부터 확인하고 권리금 회수 준비 — 건물주가 법정 거절 사유를 들어 갱신을 거부한다면 그 사유가 실제로 제10조 제1항 각 호에 해당하는지 따져봐야 합니다. 동시에 임대차 종료 전까지 신규임차인을 주선해 권리금을 회수할 수 있도록 준비하고, 건물주의 방해 행위가 있으면 날짜와 내용을 기록해 두어야 합니다.
망설이는 사이, 시간은 불리해집니다: 갱신요구 기간 6개월~1개월 전을 놓치지 않는 것이 먼저
건물주가 계약 조건을 바꾸자고 해도 임차인이 반드시 따라야 하는 것은 아닙니다. 다만 갱신요구권은 정해진 기간 안에 행사해야 하고, 증액 요구가 5% 상한을 넘는지는 환산보증금과 직전 증액 시점에 따라 달라집니다.
만료일이 가까워지고 있다면 갱신 요구 가능 기간부터 계산해 보시고, 건물주가 제시한 조건과 서명 여부를 점검한 뒤 필요하다면 대응 순서를 전문가와 함께 검토해 보시기 바랍니다.
법률 문제는 초기 대응이 중요합니다. 도움이 필요하시면 언제든 김상훈 변호사에게 문의해 주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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